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37)
137. 『About T : Prom』 (4)
‘About T’의 연재가 이루어지며 센트럴시티 밸류 하이스쿨 안에는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신 작가는 3학년인 게 분명하다.’
‘아니다. 교사다.’
‘잉? 학교 경비원 아님?’
‘사실 학교 안의 다람쥐일 수도 있음.’
‘넌 어디서 약이라도 빨고 왔냐?’
비교적 합리적인 의견부터 시작해, 아예 재미를 위해서 대충 던지는 말도 안 되는 농담까지.
‘About T’ 시리즈를 읽은 학생들 사이에서 정말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가운데, 그 소문의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신 작가는 이 학교에 비교적 오래 다닌 인물’이라는 점일 터였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차 변질되었다. 그러다 관심 끌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와서 ‘내가 신이다!’ 라고 외치기도 했다. 증명할 길이 없어서 다들 헛소리 치부하면서 넘어갔지만.
그런 루머들을 옆에서 듣고 있다 보니, 다들 그냥 소문을 즐기는 게 아닐까 싶어졌다. 일종의 가십처럼 말이다.
신의 정체를 정말 알아내고 싶다기보다 그냥 ‘우리 사이에 신이 있대!’라고 말하며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것이 아닐까.
그러다가 미식축구 클럽의 말콤이 날 보면서 ‘어, 저기도 잘 나가는 신이 있네! 좀 다른 신이지만!’하고 낄낄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애들은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하고 깔깔 웃으며 넘어갔다.
······뭐지. 대체 왜 나는 후보에 조차 들지 못하는 거지. 의외로 정곡을 찔렀는데.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두피 킹스턴 선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현실성이 너무 없는 이야기니까.”
“어, 왜?”
“3년 내내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모든 학생이 동경하는 ‘Queen’ 알렉사와 데이트까지 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SEEN’이라는 필명으로 소설까지 쓴다라. 만약에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하늘이 용서할 수 없다고 내심 생각하는 게 아닐까.”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인에는 나 자신의 능력보다 하늘의 도움(회귀)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그 부분까지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나의 반응을 본 두피가 피식 웃고는 스타워즈의 스톰 트루퍼 모양을 한 기물을 스윽 내밀었다.
우리는 현재, 스타워즈 체스 중이었다.
체스의 각 기물을 스타워즈의 등장 캐릭터로 대체한 체스. 규칙은 단순했지만, 반란 연합과 은하 제국의 전투인 만큼 치열했다. 그리고 두피는 역시 참된 카우보이답게 체스의 고수였다.
내가 그 한 수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자니, 두피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도 괜찮지 않나?”
“음?”
“나와 알렉사, 지우는 네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
“맞는 말이야. 나도 그거면 충분하고. 문제는 그 외의 부분에서 발생해. 두피.”
“오호, 흥미롭군. 어떤 문제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일단······ 자기가 ‘SEEN’이라고 자청하는 녀석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단 말이지.”
나는 킹 역할을 맡은 레아 공주를 옆으로 이동시켜 시스 로드 두피가 짜둔 사악한 계략에서 벗어났고, 그러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대부분 장난이겠지. 나도 그 정도는 알아. 하지만 누군가 진짜로 ‘SEEN’ 행세를 해서 누군가를 속일 마음을 먹기라도 하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지더라고.”
“소설의 다음 내용을 가르쳐 준다면서 뭔가를 요구한다거나?”
“뭐, 대충 그런 거지.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도 동의한다. 어딘가에는 악의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마치 포스의 다크 사이드처럼 말이다.”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환상적인 비유였다.
“일단은 그걸 막기 위해서고, 거기다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지.”
나는 루크 스카이워커 기물을 옮기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실, 나는 현재 ‘SEEN의 정체’로 인해 학생들이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상황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하지만 작가란 ‘미지’를 끌어내려서 자신의 세계와 결합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는 자였고, 나는 이 상황이 뭇 사람들이 ‘가십’에 열광하는 태도로부터 온다고 결론지었다.
학창 시절 막바지에 피어난, 기존에는 없던 이슈.
학생들은 거기에 스스로 살을 덧붙였고, 나는 완전히 손 안 대고 코 푸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신의 이름값은 높아졌다.
문제는, 이대로 학교를 졸업하면 그것이 자연히 사라지리라는 점이었다.
“드라마가 없으니까.”
신 작가의 정체가 누군지 그 누구도 확실히 모르는 상황인데, 자기들끼리 떠들면 모를까, 어디 가서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신 작가가 함께 다녔다는 썰이 나돌았음.’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 않겠는가?
“애들 호기심이 극적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내가 정체를 밝혀주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테고, 앞으로 어디 가서 할 말 없을 때 내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지겠다 싶어서 말이야. 그러면 별일 없어도 알아서 내 이야기를 해주는 팬층이 생기는 셈 아니겠어?”
“오호, 그것도 ‘작가’로서는 굉장히 합리적인 생각이군.”
내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인 두피가 질문 하나를 던졌다.
“그러면 그걸 언제, 어디에서 밝힐 생각이지? 네가 작가임을 증명할 수단은?”
그 말을 들은 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다 준비해뒀지.”
그 전에 일단은 ‘About T : Prom’의 완결이 우선이었다.
***
줄리아 챈들러는 이 ‘About T : Prom’에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뭔지 알겠어? 사이먼.”
“글쎄요. 음, 왠지 좀 쓸쓸한 면이 있다?”
“딱 너다운 답변이네.”
“정답이었나요?!”
“내가 원하던 답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들었어.”
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셨다.
퇴근 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근처의 카페.
일과 관련되어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만난 두 사람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현재 총 15화 연재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About T : Prom’에 관한 감상을 서로 주고받았다.
‘쓸쓸하다’.
사이먼의 감상을 들은 줄리아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창 시절의 대미라고 할 수 있는 ‘프롬’을 테마로 전개되는 ‘About T’ 시리즈의 3부.
소설을 읽는 독자가 가장 기대하는 바는 ‘토니와 앨리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함께 프롬에 가는지’였고, 신 작가 역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잡은 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신 작가는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계속 시사했다.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소설에 나오는 묘사나 각 캐릭터가 내뱉는 대사라거나.
특히나 ‘너와 조금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메이의 대사는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어떤 쓸쓸함과 맞닿아 있는 지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요소로 인해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특징이 생겨났다.
줄리아는 그것을 ‘흥미로운 지점’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거기에 대해 설명했다.
“굉장히 느려.”
“어떤 점이요? 전개가?”
“그래. 신 작가님이 그동안 보여주던 스타일과는 괴리가 있지.”
줄리아가 생각하는 ‘신문 연재를 하는 신 작가’는, 글을 쓸 때 불필요한 묘사는 줄이고 최대한 깔끔하게 문장을 치는 편에 속하는 작가였다.
사건 전개에 집중하며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보여 주면서 반전과 같은 요소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임팩트를 줬고, 그런 부분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장르 작가로서 어떤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야. 내가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보고서 이런 평가를 내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아, 저도 동의해요. 확실히 읽기 쉽고 편한 맛이 있죠.”
“하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지. 이 작가님이 완급 조절에도 능하거든.”
특히 그 특징이 잘 드러난 지점이, 토니가 앨리스에게 프롬포즈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6화부터의 내용이었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저녁 식사 시간의 묘사를 세밀하게 공들이더니, 결국 프롬포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절묘하게 화를 끊어 독자를 미치게 했다.
“아, 맞아요!”
그 기억을 떠올린 사이먼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진짜 작가님 너무하다고 느꼈는데 그때!”
1부와 2부,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진 앨리스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한 토니.
소년은 마침내 남자의 얼굴을 하게 되었고, 창문 밖 야경에 빠져 있던 앨리스의 모습을 몰래 감춰둔 일회용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앨리스가 놀라 돌아보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같이 추억 남기기로 했잖아. 내가 프롬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허락해 주겠어?’.”
“크으으, 미쳤다!”
“······아주 좋아 죽네, 죽어.”
“진짜 좋지 않았어요?!”
“맞아. 좋기는 했어.”
잔뜩 흥분해 외치는 사이먼을 보며 줄리아도 동의했다. 설마 ‘카메라’를 통해 프롬포즈하리라고는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이어진 7화에서 토니는 준비해 두었던 ‘Prom?’ 카드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건네며 앨리스에게 프롬포즈했다.
그 말을 들은 앨리스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일어섰다.
자칫하면 어색해질 뻔한 상황.
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온 앨리스는 마음의 결심을 끝마치고 토니에게 물었다.
『“왜 나야?”』
그녀 앞에서 서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태도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토니.
앨리스 역시 그 대답에 자신의 생각을 성실하게 말했고, 두 사람은 단순히 프롬포즈하고 마냥 그것을 승낙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었다.
온전히 한 화를 통틀어 풀어낸 소년 소녀의 애틋한 교감.
그것을 읽은 뒤 줄리아는 이 두 인물이 확실히 비슷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 자신의 내면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고, 그만큼 상대의 내면을 볼 줄 알았다.
그리고 8화, 토니는 말했다.
『“네가 좋아. 앨리스.”』
얼굴이 빨개진 앨리스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소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
토니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고장이 나버렸고, 테이블 위에 온 계산서에 팁으로 100달러를 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아마 앨리스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돈을 내고 나와버렸으리라.
가게를 나와 어두운 밤.
토니는 앨리스를 집에 데려다주고 마치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 나오는 명장면처럼 잔뜩 신이 난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왜 시끄럽게 구냐며 역정을 내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예, 예! 나도 사랑해요! 아버지!’ 이거 완전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자신에 대한 마음이 어떻건 간에, 옥죄고 억압하는 방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 굉장히 멋진 장면이었어. 아버지가 마지막에 좀 딱딱하게 굳어지는 부분까지도 말이야. 그런 면에 익숙하지 않으니 고장이 나버린 거겠지.”
“크으으······.”
“이 뒤로 이어진 9화도 훌륭했어. 앨리스의 시점으로 넘어가서 토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묘사하며 그 애가 소녀에서 여성으로 거듭나려는 순간을 보여줬지. 그리고 곧바로 한나, 메이와 함께 툭탁거리면서 프롬에 가는 여학생의 심리나 행동을 묘사한 게 좋았단 말씀.”
“10화, 11화에서는 남자 쪽, 여자 쪽에서 각각 어떻게 프롬을 준비하는지 보여 줬고, 마침내 대망의 날이 찾아왔죠. 자, 이제 어떻게 되나요?”
“관계자가 아니면 말해주기는 조금······.”
“이제 곧 되잖아요!”
사이먼이 항의했다.
그 말에 피식 웃은 줄리아는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About T’가 보여 준 낭만 속에 빠져 버린 그의 마음을 도로 현실로 되돌리려는 듯 서류를 내밀었다.
“일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너무합니다. 줄리아.”
“사인하고 마저 이야기하자고.”
“좋아요오······. 제가 맡을 일이 정확히 뭐라고 하셨죠?”
“‘About T’의 단행본화를 맡아줬으면 해.”
“저야 좋지만, 무슨 일 있어요? 원래 이쪽은 선배 전문이잖아요.”
10년 가까이 업계에서 일해온 줄리아는 다방면으로 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About T’ 시리즈의 단행본화와 관련해서는 사이먼보다 훨씬 더 잘 해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줄리아는 굳이 그 일을 자신이 맡지 않고 사이먼에게 넘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드라마 쪽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서. 작가님이 아무래도 첫 드라마화 작품이라서 그런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시는 모양이더라고.”
“캘리포니아 픽처스면 꽤 괜찮은 회사 아닌가요? 저번에 ‘클린 아이즈’ 드라마화를 맡아서 멋지게 뽑아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게다가 이참에 방송 쪽으로 인맥을 좀 만들어 두고 싶어서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아하, 그럼요. 대신에 뭐 하나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돈 빌려 달라는 거만 빼면 뭐든지.”
여유롭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줄리아.
당연히 그것은 아니었다.
“단행본화를 진행할 만한 출판사 좀 소개해 주시죠.”
“인맥 값이면 오히려 내가 돈을 받아야겠는데.”
“에헤이, 왜 그러십니까. 우리 같이 좋은 작가님의 좋은 작품을 좋게 만들자는 취지인데.”
어느새 능글맞은 사회인답게 성장해서 가볍게 너스레까지 떨 수 있게 된 사이먼 앞에서 줄리아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토니와 앨리스가 손을 잡은 채 프롬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광경을 본 순간, 파티장 안에 있던 학생들은 경악에 빠졌다.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미식축구 클럽의 주전 쿼터백 안소니 마일스가 프롬 파트너로 택한 인물이, 얼마 전까지 왕따였고 너드인 앨리스 라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의외로 친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홈커밍 데이 때 앨리스가 조금쯤 활약했다고 한들, 두 사람이 프롬 커플이 된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1984년 7월 4일 연재된 ‘About T : Prom’의 12화.
그렇게 시작 지점부터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모든 여성의 심장을 뛰게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앨리스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그녀들은 앨리스가 많은 이들로부터 시기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는 장면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분은 진짜 아무리 읽어도 좋단 말이야.’
방과 후, 방송반실.
소설을 읽으면서 케이트 무어는 양 손바닥으로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안경을 썼다는 점과 작중의 각종 묘사를 통해 앨리스와 자신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던 그녀로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반은 진즉에 은퇴했으나, 그녀는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면서 이제는 쉬셔도 된다는 후배들의 말을 무시한 채 그들이 참여한 학생회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실 방송반이 아니면 학교에서 딱히 만날 친구도 없고 입시도 다 끝나서 한가했던 터라, 이곳에서 신문을 읽는 척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게재된 ‘About T’ 시리즈의 다시 읽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 좋단 말이야.’
이걸 쓴 사람이 자신의 라이벌(?)인 신 한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면 어딘가 기분이 이상해졌으나, 소설에 과몰입한 순간만큼은 그 사실조차 잊었다.
또한 토니와 앨리스가 식사하고 춤을 추는 과정을 다시 읽으며 케이트는 행사 진행으로 얼룩진 자신의 프롬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읽었을까, 어느덧 회의를 마친 후배들이 돌아왔다.
“아, 고생했어.”
“아, 아직 안 가셨어요?”
“응? 회의 결과 알려 준다면서. 어떻게 됐어? 이번에 졸업식 답사는 누가 진행해?”
학생회와 방송반, 교사들까지 참여한 오늘 회의에서는 졸업식 순서를 마지막으로 확정 지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하는 케이트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답사를 자신이 맡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을 들은 후배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고.
이내 결과를 들은 케이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응, 그 애라면 잘할 거야.”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대답하는 그녀.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절규가 공허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SHIIIIIIIIIIIIIIIIIIIIIIIIIIIINNNNNNNNN-!!’
물론, 그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About T : Prom』 (4) > 끝(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