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44)
144.
한편, 로스앤젤레스.
이곳에서는 알렉사 플레어의 슈퍼 파워가 또 발휘되고 말았다.
“안녕-!”
밝게 웃으며 연습실로 들어서는 알렉사.
“알렉사!”
“왔어?!”
“저번에 추천해준 가게 진짜 맛있더라!”
같은 에이전시에 소속된 모델 동료들이 그녀를 반갑게 반겨 주었다.
어쩌면 서로가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만큼 미묘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알렉사 ‘더 골든 리트리버’ 플레어의 슈퍼 파워는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막강했다.
그녀는 사회 초년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K.H Agency’에 속한 모델들과 금방 친해졌다.
연습 첫날, 옆에 있던 모델을 슥 보다가 ‘립 되게 예쁘다.’라는 말로 시작된 그녀의 현란한 대화 스킬과 제스처는, 끝없는 경쟁 사회에 지쳐가던 모델들의 한 줄기 힐링(?)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다들 경력과 연차가 비슷해서, 어느새 알렉사를 중심으로 레슨이 끝난 이후에도 따로 같이 연습을 진행할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비슷한 시각, 스탠퍼드의 한 대학교에 있는 어떤 한 소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 계약하고 모델 일을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잔뜩 긴장했었지만, 자신이 고등학교에서 배운 바를 시기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금방 적응했고, 나아가 이곳 모델들의 리더, 아니, 마스코트 같은 인물로 우뚝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의 경험은 단순히 인간관계에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실제 ‘일’을 할 때도 도움이 되었다.
모델 일은 치어리더 연습과 꽤나 비슷한 구석이 존재했다. 단체로 연습하고, 나아가 자신의 실력을 사람들 앞에 직접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던 ‘똑바로 서는 방법’부터 시작해, 시선 처리나 신체의 포징, 각 복장을 알맞게 표현하는 방법, 의자와 같은 사물을 이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배울 것들이 산재해 있었다. 또한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나아가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이나 워킹, 연기 지도도 받았다.
알렉사는 이 일이 단순히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만이 아님을 점점 배워갔다.
‘프로란 이런 거구나.’
일반적인 사람은 잘 의식하지 못하는 하나하나를 온몸으로 구체화해 표현한다.
그렇게 수업을 이해하고 적용해, 사진으로 나온 결과를 볼 때마다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리고 얼마 전 그 과정 끝에 얻게 된 ‘Dolly’ 잡지 촬영이라는 기회는 큰 성취감을 얻게 했다.
알렉사는 점점 이 일이 즐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도 강사의 지도 아래에서 갖가지 연습을 이어 나가는 네 사람.
땀을 흠뻑 흘린 채로 웃는 알렉사의 표정 연기를 본 강사가 외쳤다.
“브라보! 정말 멋진 표정이야! 알렉사!”
“감사합니다!”
“키만 좀 더 컸어도 미국 모델계를 씹어 먹었을 텐데! 아쉽네!”
“아, 아하하!”
알렉사는 그 말을 듣고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하는 모든 과정이 즐겁지는 않았다. 가끔씩 이렇게 부정적인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으니까.
키가 작다.
스스로에게는 콤플렉스여도, 학생 때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단점이라 지적되어 본 적이 없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사회로 나와서 프로이자 하나의 상품이 되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순순히 단점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렉사로서는 기죽지 않은 채 그 말들을 적당히 받아넘기며 연습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키는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170에 이르는 다른 모델과 달리 160 언저리인 알렉사의 키.
하지만 얼굴이 작고 비율이 좋아서, 단독 샷에서는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았다. 필요하다면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서 커버하는 방법도 존재했고.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흔들리려는 멘탈을 다잡고 나서, 그녀는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인 표정 연기에 깊이 몰입했다.
그렇게 계속 이어진 연습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사의 레슨 종료 선언에 밝게 외치는 알렉사.
그 주변에서 지쳐 숨을 헐떡이던 다른 모델들도 긍정 에너지를 뿜뿜 내뿜는 알렉사의 모습에 덩달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렉사 때문에라도 힘든 티를 낼 수가 없다니까?”
“맞아. 알렉사가 들어온 이후로 여기 분위기가 되게 좋아졌잖아.”
“아, 아니에요!”
“자신을 가져. 알렉사.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걸.”
그사이 가까이 다가온 강사가 동의했다.
“너의 그 에너지는 어디를 가더라도 장점이 될 거야. 긍지를 가지렴.”
“가, 감사합니다아······.”
순간 얼굴이 빨개진 채 쑥스러워하는 알렉사의 모습은, 다시금 자리에 모인 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마치 귀여운 여동생이라도 생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공기 속에서 이윽고 문이 열렸고, 누군가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K.H Agency의 대표인 칼 홉스였다.
“아, 대표님!”
“안녕하세요~!”
“다들 연습은 잘했어?”
에이전시의 대표인 칼 홉스는 젊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원래는 대형 에이전시의 전속 스카우터로 일했으며, 수많은 스타를 발굴하면서 따라온 인맥으로 독립해서 현재는 스스로 회사를 차리고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이 바닥에서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이곳에 모인 모델들은 그가 직접 발로 뛰어 선별하고 스카웃해 온 신인들이었다. 그는 그녀들에게 많은 기대를 했으며, 개중에서도 알렉사가 향후 잡지 모델 업계의 스타가 되리라고 믿었다.
그녀에게는 ‘치어리더’라고 하는, 틴에이저에게 먹힐 만한 멋진 드라마가 존재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의 예상을 뒷받침하듯, 알렉사는 본래의 기질에 더해 치어리더 시절 때 더욱 갈고 닦여진 특유의 리더십으로 단숨에 무리의 중심에 선 상태였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서 전해 주려고.”
“뭔데요?”
“이번에 LBS에서 파일럿 드라마 하나 제작한다는데 거기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거든.”
“오, 진짜요?!”
“어떤 드라마에요?”
“‘About T’. 다들 알고 있지?”
“꺄악-!”
“물론 알죠!!”
모델들이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흥분했다.
칼은 그 좋은 반응에 씨익 웃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굳어진 알렉사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로서는 ‘About T’가 그녀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 일단은 케미하고 루시가 나갔으면 하는데. 둘 다 연기도 좀 배웠고.”
“저희야 너무 좋죠!”
“어떤 역할이에요? 앨리스? 한나? 메이? 아니면 카멜라?”
“너희 둘의 날렵한 마스크를 보면 카멜라가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아쉽게도 단역이야. 좀 비중 있는 역할 같은 경우에는, 심사에서 뽑힌 사람들에게만 따로 오디션 기회를 준다더라고.”
“아쉽네. 앨리스 잘 괴롭힐 수 있는데.”
“그래도 텔레비전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우리 스타 되는 거야?! ‘스타 탄생’처럼?!”
“얘들이 벌써부터 부화하기도 전에 병아리를 세는군. 텔레비전에 나가는 건 오디션이나 잘 보고 합격한 다음에 논해도 늦지 않을 주제 아닐까?”
“저어······.”
바로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알렉사가 입을 열었다.
내심 그녀가 신경 쓰였던 칼이 슬쩍 돌아보았다.
“응, 알렉사.”
“케미와 루시만 지원할 수 있나요?”
“응? 그건 아닌데, 두 사람이 연기 레슨을 오래 받았으니까. 근데 그건 왜?”
“저, 저도 지원해보고 싶어서요!”
“엉? 왜?”
“대표님이 전에 말씀하셨잖아요!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물론, 지금 제가 붙을 확률은 지극히 희박하겠지마는······! 경험 삼아서라도 도전해 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요?!”
기껏 용기를 내서 말했던 알렉사는 이내 주변의 반응을 느끼고는 돌처럼 굳어졌다.
갑자기 다들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주제도 모르고 까불었나 싶어서 알렉사의 어깨가 움츠러든 찰나, 그녀의 말을 들은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점은 생각하지 못했네. 맞는 말이야. 알렉사.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다들 도전해 볼 만하겠군. 안 그래도 일 많이 없는 에이전시인데, 어떻게든 얼굴을 알려야겠지.”
“미안, 알렉사. 네 모습이 너무 패기 넘치고 귀여워서 그만 웃고 말았어.”
“이따가 아이스크림 사 줄게!”
모델들 역시 용기를 낸 알렉사의 발언을 나쁘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체중 관리해야 하니까 라떼 정도로 바꾸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가볍게 찬물을 끼얹는 칼.
티격태격 대기 시작한 그들 앞에서 알렉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본격적으로 연기 레슨을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터라 과연 허락해 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
그렇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알렉사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꼭 붙고 싶어.’
텔레비전에 한순간 얼굴이 스쳐 지나갈 뿐인 단역이라도, 현장에만 있어도 좋았다.
‘About T’는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작품인 만큼, 꼭 출연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의 작품이니까.
그리고 혼자 생각에 잠겨 각오를 다지는 알렉사를, 다들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회로 나오게 된 이후, 어쩐지 아직 하이스쿨에 있는 ‘지우 장’처럼 ‘K.H Agency’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녀였다.
***
달이 높게 뜬 밤.
나는 마음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로군!’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잘 갈무리하면 나중에 소설에 잘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감정을 사람이 느낄 경우가 엽기적인 연쇄살인마한테 붙잡힌다거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에야 잘 없을 테니까!
그래, 이것도 역시 기회로 생각하자!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밤 열 시.
나는 신입생 환영회 겸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기숙사를 나왔다.
‘다들 날 보고 싶어 한다는 데 안 갈 수도 없고.’
지금껏 회피해 와서 그렇지, 내가 ‘SEEN’이라는 사실을 외부에 공개한 시점부터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었다.
부담스럽기는 해도, 오히려 이곳에서는 더더욱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상황이기도 했다.
‘여기 학생들은 ‘글’이라는 것에 빠졌기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니까.’
그러니 이미 글로 캘리포니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가 들어왔다고 하면, 괜히 누군지 궁금하고 나아가 한마디라도 말을 섞어보고 싶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것이 내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천천히 어둠에 잠긴 도로를 걸었다.
아쉽게도 혼자는 아니었다.
그것이 날 더더욱 서글프게 만들었다.
“저, 정말 네가 신이야?!”
존 스미스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왔다.
“······.”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숨긴 것 같은 모양새였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다.
흥분한 존이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소리쳤다.
“와!신!네작품정말재미있게읽었어!어바웃트티랑마더랑진짜와!넌어떻게그런상상을한거야?!대체언제부터글을썼어?!나는초등학생때부터글을쓰기시작했거든!우리아버지가출판사쪽사람이라서말이야!어린시절부터의영향이나를길러냈다고할수있지!너는대체언제부터글을쓴거야?!”
“고등학교, 1학년.”
“그게정말이야?!미쳤군!미쳤어!얘들아!거기뒤에서걷지말고다들와봐!신이고등학생때부터글을썼다는데?!이런게천재인가?!제기랄!재능의격차를느끼게만들지말라고!후하하!이거학년수석이되는게내올해목표였는데어려운상대를만났어!신!네올해의목표는뭐야?!”
“집에, 가는 거.”
“그래!당연히무사히집에가야······!”
“저기, 미안한데.”
나는 옆으로 불쑥 다가온 존 스미스를 바라보았다.
“너무 가까워서.”
“아, 미안.”
그러자 내 주변으로 바싹 다가와 있던 1학년 학생들이 모두 뒤로 물러났다. 아까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봤던 친구들이 거의 다 온 듯했다.
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앞장선 제프리를 따라 묵묵히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무수히 많은 별이 빛나고 있는 스탠퍼드의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문득, 복잡했던 머릿속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 이런 건 좋군.’
끝 모르고 펼쳐진 자연 사이에 있으면 글도 잘 써질 것 같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자, 지금까지 반쯤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지금 여기에 모인 이들 모두가 ‘글’을 쓴다는 점이었다.
소설, 시, 희곡, 각본, 수필, 비평 등등.
각자 저마다의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그 능력을 가다듬어 세상에 선보이고자 이곳에 모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들과 경쟁하며, 때로는 우애를 다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별일이야 있겠어?’
지금 이 유명세를 너무 부담스럽게 느끼지 말자.
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여전히 바로 내 옆에서 걷고 있던 존에게 말을 걸었다.
“존, 너는 주로 어떤 글을 써?”
“나? 나, 나의 글을 물어봐 주는 거야?!”
“······아, 그래. 근데 우리 조금만 침착해질까.”
“나는 소설을 쓰지!”
그렇게 대답을 들은 나는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근처에 있던 동기들이 저마다 대답했다.
“나도 소설.”
“아, 나는 시.”
대부분은 소설이었고 시가 좀 섞여 있는 정도였다.
‘하긴, 고등학생 때 희곡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쓸 일은 드물 테니까.’
오리엔테이션 때 스탠퍼드에서 글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익히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런 설명을 듣자, 나 역시 전생에는 딱히 배울 일이 없었던 분야를 깊이 있게 익힐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전문적인 요소들이 앞으로 집필할 소설에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그뿐만이 아니지.’
연구 중심의 종합 대학인 스탠퍼드는 과학 분야에서도 명성이 높았다. 여러 분야의 강의를 청강하고 도서관에서 여러 도서도 찾아보면서 차근차근 차기작을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물론, 그사이에도 ‘About T’의 연재는 꾸준히 진행하고.
나는 다시 별을 올려다보았다.
‘이래서 미국의 그 수많은 SF 소설이 만들어진 걸까?’
머나먼 별을 보고, 그곳에 대한 상상을 작품으로 녹여낸 걸까.
현재 내가 살고 있던 시대보다 더 머나먼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떠올리자, 나는 이 대학 파티라는 녀석도 기대가 되는 것을 느꼈다.
오늘 자리에 모이는 사람들 역시 각자 특별한 상상력을 품고 있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전생에는 초반에 낯을 많이 가렸고 인종 때문에 차별도 당해서 이런 파티에 참석한 적이 많이 없었다.
‘소수의 친구들하고 게임을 하는 정도였지.’
그것만으로도 기뻤지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는 무려 고등학생 때 TRPG를 플레이해 본 사람이었다. 그것도 마스터로. 이 시대로 돌아와 새롭게 받아들인 경험들이 현재 내가 더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줬으리라고 확신했다.
마침내 기숙사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클럽 하우스의 앞에 당도했다.
그 앞에 모여 선 1학년 학생을 돌아본 제프리가 설명했다.
“자, 여기는 우리 문창과가 자주 아지트로 쓰는 장소다. 잘 기억해 두고 학교생활에서 뭐 궁금한 게 생기면 이쪽으로 와. 오늘 얼굴 익혀두고 기숙사에서 물어봐도 좋고. 알겠지?”
무뚝뚝한 말투와는 정반대로, 참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상급생이다.
‘과연 다른 선배들은 어떨까?’
그런 기대감을 안겨 준 제프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자자, 이 녀석들이 올해의 1학년인가?”
“신! 신은 어디에 있어! 난 그 녀석을 원한다고!”
“후후, 귀여운데. 난 저기 동양인 녀석을 점찍었어.”
“쟤가 신이야.”
“Uooooooooooooohhhh-!! 탐스럽군!”
복도에 바글바글 모여서, 무슨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워 보이처럼 눈을 빛내는 상급생들.
그들의 손에는 무려 ‘맥주’가 들려 있는 상태였다.
참고로 얼마 전에 연방법으로 지정되어 음주는 21세 이후부터 가능했으나, 법이라는 이념의 특성상, 그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아직 적용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아니, 뭐. 그 이전에도 캘리포니아는 똑같이 21세였지만.
‘대학’이라는 환경 때문인가. 다들 음흉하게 웃었다.
“Holy moly······.”
나는 오늘 밤이 무척 길어질 것을 직감했다.
[ College & Agency (4) > 끝(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