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47)
147.
생일이 지나고 나는 열아홉 살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스탠퍼드 기숙사에 나를 향한 택배가 연달아 도착하기 시작했다.
두피부터 시작해, 지우와 어머니, 줄리아와 사이먼까지.
로스앤젤레스의 친구들로부터 생일선물이 왔다. 두피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디오라마 세트를 보내 주었고, 지우와 어머니는 예쁜 스웨터와 청바지를, 줄리아는 타자기 용지와 잉크를, 마지막으로 사이먼은 내가 평소에 읽고 싶다고 말했던 책과 새 만년필을 보내 주었다.
나는 선물이 도착할 때마다 각각에게 전화해 감사의 인사와 안부를 전했다. 다행히 다들 여전히 잘 지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멀리 떨어져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새삼스레 실감했다.
이어서 그 주 주말, 무엇보다 기대하던 ‘선물’이 스탠퍼드에 도착했다.
“시인-!”
버스가 떠나고, 그 뒤에 가려져 있던 알렉사가 도로 반대편에서 팔을 번쩍 들고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도로를 두리번거리다 우다다 뛰어서 건너왔고, 르노 얼라이언스 앞에 선 채로 작게 손을 들고 있던 내게 금세 도달했다.
연한 붉은색의 입술과 아이라인, 긴 금발. 그리고 약간의 분내.
거의 한 달 만의 만나서 그런지 알렉사는 더욱 활기차 보였다. 게다가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다는 것을 알리듯, 이제는 화장기가 얼굴에 감돌기 시작했다.
“알렉사, 잘 지냈어?”
“웅! 당연하지! 너는 어때? 대학 생활은 할 만해?”
“과제만 아니었다면. 모델 일은 좀 어때?”
“모델 일은 괜찮아! 재미있고 다들 잘 대해 줘! 과제는 많이 힘들어?”
나보다 머리 하나쯤 작은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슬그머니 분위기를 살피다 알렉사를 살짝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녀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마주 안았고, 우리는 그렇게 잠시 서로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알렉사가 내 품 안에 쏙 들어온 채로 말했다.
“······보고 싶었어.”
“나도.”
“오늘은 진짜 재미있게 놀자. 알았지?”
“그래야지. 나도 온 지 얼마 안 돼서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걸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 ‘About T’처럼 말이야.”
뭐든 좋다는 듯이 웃는 알렉사.
그리고 우리는 새 차에 타고 데이트를 시작했다.
내가 지내는 곳이 어떤지 궁금하다는 알렉사의 말에 따라, 일단 스탠퍼드 내부를 드라이브하며 주변 안내를 해 주었다. 웅장한 자연경관 사이로 펼쳐져 있는 로마네스크 건물을 한동안 쭈욱 둘러본 후, 알렉사는 정말 순수하게 감탄하며 이런 말을 전했다.
“이런 대단한 곳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나중에 텔레비전 같은 거 만들고 그러는 거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걸.”
“그럼 역사에 남을 작품을 쓰는 사람은?”
“그것도 마찬가지겠지. 꼭 대학에 안 가더라도 쓸 수 있을 거야.”
평소와 같이 말하다가, 나는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이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이 신선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하긴, 지금 시대는 대학 진학률도 높은 편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싶었다.
물론, 대학을 본 것만으로 데이트가 끝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며칠 전 글로브 박스에 미리 구비해 둔 지도를 보고 근처 번화가로 향했고, 우리는 카페부터 들러 커피를 한 잔씩 주문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알렉사가 해 주는 이야기는, 반대로 내가 전혀 모르던 분야였다.
“모델들이 사진 찍을 때 자연스럽게 웃는 방법 연구를 진짜 많이 하더라고. 평소에 의식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데, 처음에는 잘 안 돼서 힘들었지. 아, 남자 모델들은 미소 짓는 게 더 많이 어려운가 봐. 턱의 구조가 여자와 다르다나 뭐라나.”
“호오. 그런 거야?”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씨익 웃자, 알렉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엄청 어색해!”
“······그, 그래?”
“응! 진짜 장난 아니야! 귀여워~!”
“나 같은 남자 중의 남자에게 귀엽다니.”
“칭찬이야. 칭찬. 나 남자애한테 귀엽다고 느낀 적 처음이야.”
우리는 한동안 서로 속한 세계에서 겪은 일에 대해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알렉사가 들려주는 모델 업계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나는 의식하지 않고 지내던 얼굴과 몸, 심지어 마음까지 사용하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익히고, 그것을 클라이언트 측에서 요구하는 이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 역시 알렉사에게 비슷하게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일단 첫날 학교에서 술을 마신 것부터.
“술을 마셨어?!”
“······으, 응.”
“괜찮아? 안 되는 거 아니야? 억지로 먹은 건 아니지?”
“······.”
괜히 말했군.
급격히 걱정하는 안색으로 변모한 알렉사를 보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거의 3년 만의 금주가 끝나서, 그날 내가 상급생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맥주를 흡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쨌거나.
“다들 내가 ‘SEEN’이라는 사실을 알고 잘 대해 줘서 좀 부담스러웠지.”
“아, 이미 데뷔한 작가라서 그런 걸까?”
“데뷔한 사람은 꽤 많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좀 유명한······ 편이잖아?”
“응응, ‘신’ 유명하지. 모델 업계 사람들도 많이 알더라고.”
“크흠, 어쨌든. 사인해 달라는 사람도 있고, 내 작품 가지고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장르 작가라서 순수 문학 전공하는 사람들한테는 영 먹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도 좀 신기했어.”
“많이 부담스러웠어?”
“응?”
“왠지 그렇게 느껴져서.”
“아니라면 거짓말이겠지. 서로 같은 대학생에 아직 1학년인데, 다들 특별하게 대하고 있으니까.”
“음, 알 것 같아. 그래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진짜 신을 알고 더 좋아하지 않을까?”
“······.”
뭐지, 이 녀석.
천사인가.
한마디를 하더라도 참 예쁘게 하는 재능이 있다. 배우고 싶은 점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스탠퍼드에서 며칠 동안 겪은 일을 늘어놓았다.
각 수업이 어땠는지부터, 애들이 각자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러다 에드워드 맥밀란의 과제 이야기가 나왔다.
“음악이 소재라고? 내용은 떠올렸어?”
“정리하고 있는 중이야. 그런 경험 있지 않아? 머릿속에 멜로디 하나가 떠도는데 도저히 어떤 노랜지 기억이 안 나서 음, 으음,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들려주다가 결국 우연찮게 알아낸 경험.”
“있지, 있지. 아, 우리 2학년 때였나? 말콤이 한동안 학교에서 계속 흥얼거리면서 이 노래 아냐고 물어보고 다녔거든. 근데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어서 도대체 무슨 노랜가 싶었는데, 사실은 멜로디하고 완전 다르게 불렀던 거여서 다들 벙찐 일이 있었어!”
“오.”
좋은 이야기였다.
머릿속의 멜로디를 읊어도, 노래 실력이 안 좋거나 기억이 왜곡되어서 통하지 않는다.
이건 잘 기억해 두자.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알렉사가 씨익 웃었다.
“아, 노래 이야기 하니 갑자기 노래 듣고 싶네.”
“이따 들으러 갈까? 상급생한테 물어보니 이 근처에 주크박스가 있는 식당이 있는 모양이더라고.”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알아 두기는 했지만, 직접 가 보진 않았으니까. 어떤지는 잘 모른다는 의미지.”
“준비성 좋네에.”
살짝 뺨이 붉어진 채 알렉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이후의 데이트는 정말 즐거웠다.
우리는 이 순간 특별하게 가진 것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서로에게 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같이 영화도 한 편 보고, 근처 다이너에서 식사를 하면서 주크박스에 동전을 넣고 노래도 실컷 들었다. 알렉사는 신곡인 ‘프린스’의 ‘When Doves Cry’를 픽했고, 나는 ‘잭슨 파이브’의 ‘I want you back’을 틀었다. 가게의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즐기며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알렉사를 버스에 태워 돌려보낸 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즐거운 데이트였다. 계속해서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이 관계를 진지하게 이어 가고 싶었기에, 나는 플레어 패밀리, 정확히 말하면 알렉사의 아버지인 미스터 플레어를 존중하기로 했다.
딸이 첫 남자친구와 밤늦게까지 돌아다니거나 외박하면 분명 걱정이 될 테지.
‘그나마 지금도 그녀가 집에 도착하면 꽤나 늦은 시각이기는 하겠다만.’
그래도 함께 있고 싶은 감정과 보내야 한다는 이성 사이의 줄다리기는 짜릿했다.
아쉬워하는 알렉사가 먼저 다가와서 한 마지막 포옹은, 내가 다시 설렐 수 있는 사람임을 실감하게 했다.
그 에너지를 나의 근간에 바탕으로 깔고서, 자리에 앉은 채 생각했다.
‘이제 일을 할 때지. 학생으로서의 일을.’
알렉사의 만남을 통해 이번 과제에 대한 내 생각은 더욱 확장된 상태였다.
나는 처음에는 그저 주인공이 어떤 노래를 찾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그 노래를 점점 떠올려 가는 구성을 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 하나를 넣으면 또 어떨까.
일종의 코믹한 반전 요소로, 주인공이 너무 노래를 못해서 다들 알아듣지 못했다면?
‘그리고 주인공이 부른 게 ‘음악’으로서는 무척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로써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면?
여기까지가 오늘 알렉사와의 대화로 도출된 또 다른 방향성이었다.
사실, 원래 내가 구상하던 이야기는 꽤나 진지한 분위기였다.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 노래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주인공.
그러다가 의문에 빠진다. 이 노래가 뭐였지? 혼자서는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고, 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다니지만 다들 모르겠다는 대답만 내놓는다. 그렇게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니던 주인공은 결국, 우연히 들른 공원에서 진실을 깨닫는다.
첫사랑이 불러 주었던 자작곡이었다. 그리고 그 첫사랑은 사귀던 도중에 바람을 피워서 그의 곁을 떠나갔다.
음악으로 인해 잊고 살았던 지독한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 된 주인공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면서 담배를 피운다.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래는 계속해서 귓가에 맴돈다.
‘둘 다 구성 자체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쪽이든 이야기의 터닝 포인트에서 소재를 강조하는 느낌으로 반전을 주는 것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반전이란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좋은 요소라 생각했고, 소설이 짧을수록 더더욱 필수적이라고 여겼다. 일부러 그것을 강조시킨 ‘콩트’라는 장르가 왜 있겠는가.
흥미롭게 이야기를 깔아 나가다가 그동안의 전제를 뒤집으며 뒤통수를 때리는 전개.
그리고 떠올린 기획 둘 모두에 그것이 있다.
하나는 유쾌하고, 하나는 쓴웃음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할까.’
나는 고민에 빠졌다.
***
일주일 뒤.
신입생이 제출한 단편 소설 과제를 들고 교수실로 돌아온 에드워드 맥밀란의 입가에는 참을 수 없는 미소가 걸린 채였다. 혹자가 입가에 침이 고였다고 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아직 스탠퍼드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신입생의 소설이라니.
그들이 어떤 자유분방한 글을 써왔을까 생각하면 기분이 마냥 좋아졌다. 일부러 이 순간을 위해 다음 시프트를 비워 놓는 식으로 시간표를 구성할 정도였다.
에드워드는 대학원생에게 커피와 함께 곁들여 먹을 빵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고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위에 놓인 순서대로 천천히 소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재는 ‘음악’.
그에 따라 각 신입생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써낸 1,000 단어 분량의 짧은 소설.
타자기로 쓴 녀석도 있고, 수기로 쓴 녀석도 있다. 어찌 되었든 그것 자체로도 제본된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날것의 맛이 있었다.
그렇게 한 부 한 부 천천히 넘기면서 가볍게 글자를 체크하던 중, 에드워드는 흥미로운 글씨체를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
‘하드보일드 나인 사우전드?’
20년 가까이 오직 소설과 글에만 흥미를 갖고 살아온 그였기에, 놀랍게도 타자기의 글꼴만 보고도 대충 어떤 모델로 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드보일드 나인 사우전드.
명품 중의 명품이었으나, 요즘 시대에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리고 누가 그것을 가지고 글을 썼는지 확인하니, 에드워드는 과연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Shin Han이로군.’
물론, 가장 흥미 있어 하는 학생의 글이라 하더라도 일부러 따로 빼놓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에 똑같은 글꼴로 쓰인 소설을 발견했다.
“응?”
그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확인 후에 넘긴, 스테이플러로 분류된 소설 한 부를 다시 원위치로 되돌려 놓았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두 소설 모두 신 한이 쓴 것이었다. 대체 뭔가 싶어 각각의 첫 페이지를 살펴보았고, 이내 에드워드는 어이가 없어 그만 웃고 말았다.
“허허, 이 친구······.”
신은 하나의 과제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소설을 써 왔고, 그대로 제출했다.
스탠퍼드 문창과의 역사에서, 적어도 에드워드 맥밀란이 근무하는 중에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여타 신입생과 상이한 행보를 보이는 학생.
그것은 그가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활약 중인 현역 작가 ‘SEEN’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의 태도가 재미있다고 느끼면서도, 이 행동에 점수를 더 부여할 마음까지는 먹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나의 소재로 소설 두 편을 써 온 것은 순전히 본인의 선택일 뿐이니까.
‘거기에 추가 점수를 부여할 수는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학생들이 제출한 레포트를 한 차례 가지런히 정리한 뒤, 에드워드는 다시 가장 위에 놓인 소설부터 천천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그때쯤 대학원생이 커피를 타 와서 케이크와 함께 내려놓았고,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갖춰졌다.
첫 번째 소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범하고 특징 없는 무난한 글이었다.
‘나쁘지는 않다만.’
이야기적으로 확 잡아채는 부분이 없다고 해야 할까. 길거리 공연을 진행하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써왔는데, ‘음악’이 소재라는 사실을 너무 의식한 모양인지 모난 부분은 없지만 어딘가 심심했다.
그 후로 이어지는 소설 대부분도 그 정도 퀄리티였다.
‘뭔가 통통 튀는 글은 없나?’
사실 이 순박하고 어딘가 좀 굳어진 맛이 신입생 글의 특징이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는 했다.
하지만 개중에서도 신입생이기에 쓸 수 있는, 기존의 상념 따위는 무시하는 듯 마구잡이로 막 나가는 스타일의 글도 있는 법.
그리고 계속 페이지를 넘기던 도중, 에드워드는 방금 생각한 방향성에 딱 걸맞은 글을 발견했다.
신입생, 존 스미스의 글이었다.
워낙 키가 크고 기운 넘치는 녀석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Rock’을 찾는 원시인의 여정을 써 왔다. 여러 고난과 위협을 이겨낸 끝에 작중 화자가 도달한 종착지에는, ‘Rock music’을 하는 밴드가 있었다. 그리고 에필로그 같은 느낌으로 락 음악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일단 그 흐름 자체가 퍽 우스꽝스러웠다.
‘그래도 이건 최하점을 줘야겠군.’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소설로서는 실격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말장난이라니. 락의 기원에 관한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순수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봐도 혹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가 싶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파격적인 시도를 하려고 했다는 자체로 보자면 나름대로 인상 깊었다.
그런 식으로 한 편 한 편 심사를 이어 나가던 중, 에드워드의 시선이 이내 한 소설에 머물렀다.
‘음, 으음, 하는 그거’.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대충 지은 것 같은 제목.
바로 신이 과제로 제출한 두 소설 중 첫 번째 작품이었다.
무성의한 제목과는 달리, 타자기로 가다듬어진 첫 문장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음, 으음, 이거 무슨 노래였지?’
목울대가 위로 한 차례 솟았다가 내려온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재생되었다.』
“허어.”
아무래도 신은 ‘허밍’을 소재로 써온 모양이었다.
[ Music is life (2) > 끝(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