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55)
155.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은 걸 알고 말았다.
이전의 세계에서는 가난한 자에게는 가난한 자 나름의 행복이 존재했다. 자본가보다 풍족하지는 않을지언정,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 아이를 가지고 살아가다 가족 사이에서 죽는 삶의 궤적은 누구나 노력한다면 누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가치는 불멸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점점 풍족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에는 병이 들었다. 그들은 행복을 잃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에만 집착했다.
그 변화의 시초는, 인류의 삶이 점점 풍족해지던 어느 날에 발생했다.
세상의 발전과 함께 도래한 다국적 초거대 기업, ‘와이즈맨’의 프레젠테이션.
한 남자가 나와 말했다.
‘지식이 있으라.’
그 한마디로 세상의 모든 지식이 한곳에 모였다.
와이즈맨은 많은 이에게 자신들이 만든 기기를 판매했다. 그 기기를 가진 모든 이와 소통하고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다양한 형태로 위치와 거리에 상관없이 올릴 수 있는 도구였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 그 내부에 복잡한 연산 장치가 들어가 있고, 작은 텔레비전 화면 같은 게 붙어 있으며, 그것을 손으로 조작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도구를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보는 게 가능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더 북’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그 기기에 주목한 것은 세계의 저명한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더 북이 세상에 혁신을 가져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이 도구를 더 많이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배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더 북을 통해 무료로 올렸다.
바로 ‘인터넷’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인터넷을 통한 지식에 매료되었다.
더 북은 배울 의지는 있으나 배우지 못하는 이들에게 있어 희망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뒤를 이어 지식인은 아니나 사업가였던 한 남자가 더 북을 활용할 또 다른 방법을 사람들에게 제시했다. 바로 포르노 산업이었다.
그 말을 들은 지식인은 코웃음을 쳤다. 그 어떤 멍청한 사람이 자신의 알몸과 치부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돈을 벌려고 하겠소?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우고자 할 리가 있겠소?
풍화되고 사라지는 종이와 달리, 인터넷에는 영원히 기록이 남았다. 과연 어떤 바보가 그런 수치를 감내하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존재했다. 그것도 꽤 많은 이가 그렇게 하기를 자처했다. 왜냐하면,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식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성경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인터넷을 통한 자극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포르노를 비롯한 여러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하고 사람들은 거기에 심취했다. 성공한 포르노 스타가 나와서 지식인을 헐뜯고 욕하면서 대중에게 소리쳤다. 이것을 봐라! 나는 성공했고 너희가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다! 나의 아이도 그렇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포르노 스타가 되기를 꿈꿨다.
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했다.
그들에게 자신의 의식을 덧씌워 남을 헐뜯었다.
그야말로 신의 심판이 있기 전의 소돔과 소모라 같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누구도 그 열락으로부터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
거기까지 소설을 읽은 사이먼 카버는 저도 모르게 원고를 내려놓았다.
인터넷.
대학 시절에 공부하다가 알게 된 개념이었다.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떤 시스템이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되었다가, 현재는 각 주요 대학에서 열심히 사용하고 연구 개발 중인 일종의 전화 통신망이라고 했던가.
신 작가의 작품인 ‘Country of losers’는 SF적인 상상을 덧붙인 도구를 통해 ‘인터넷’이 대중에게 보급되고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보여주면서 시작했다.
그리고 사이먼은 이러한 논지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가 기존의 디스토피아물과 비교해 나름대로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디스토피아 소설은 어떤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한 이후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성의 말살과 통제, 그것은 어떤 한 거대한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대중 스스로가 디스토피아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넷으로 돈을 번 이들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스타가 되고, 그 모습을 중계해 또다시 돈을 벌며 점점 피폐해지는 세계.
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사이먼은 계속해서 소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신 작가가 묘사한 인터넷 세계 이후의 디스토피아에 깊게 몰입했다.
‘Country of losers’의 1막은 인터넷의 발달과 더 북의 보급으로 인해 변화한 세계를 ‘제임스’라고 불리는 한 과학자의 시점으로 보여 주며 시작되었다.
[우울할 땐 하늘을 보세요.]고개를 들어 더 북 바깥으로 시선을 보내는 제임스.
하지만 그조차 더 북에 의한 명령일 뿐이었다.
과학자인 제임스도 기기를 통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세상은 그에게 너무나도 가혹했으니까.
고도로 발달한 세상은 이전의 세상에서 통용되던 고전적인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과학자인 제임스는 섭섭잖은 봉급을 받았다. 하지만 더 북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서 보는 진짜 부자들과 자신을 항상 비교했다.
요트를 타고 남성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가를 피우는 한 인터넷 스타는 이런 삶이 진짜이며 너의 삶은 가짜에 불과하니 내 강의를 들으라고 소리쳤다.
연구로 세상에 기여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나가고 있는 제임스의 삶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다.
심지어 그는 과학자로서는 그럭저럭 훌륭했지만, 남자로서는 딱히 훌륭하지 못했다. 그 기준조차 어디까지나 인터넷에서 말하는 대로 맞춰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키는 180센티미터가 넘어야 하며, 몸은 적당한 근육질에, 잘생긴 외모를 갖춰야 한다.
여성을 들었다 놨다 할 줄 아는 화술을 갖추고, 재미있는 농담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섹스를 잘해야 한다.
여기에서 뭉뚱그려진 ‘적당한’, ‘잘생긴’, ‘재미있는’, ‘잘’ 같은 기준들은 성공을 부르짖는 강의자나 커뮤니티마다 상이하지만, 어찌되었든 총론은 그러했다.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섹스해 본 적이 없는 제임스에게 있어서 모든 사항이 큰 걸림돌이 되었다.
제임스는 결국, 인터넷 속에서 살아가는 길을 택했다.
인터넷 포르노 스타에게 돈을 바치고 그들과의 가짜 유대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으로 자신을 속였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성공한 극소수의 인원이 아니면 모두가 패배자라고 규정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과학자, 제임스는 그것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시를 받듯, 더 북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세상은 멸망하고 만다.
모두가 불행해지고 만다.
과학자는 생각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불행해졌듯.
인터넷을 통해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
1막은 바로 그 지점에서 끝이 났다.
사이먼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
‘Country of losers’를 쓰면서 가장 고민이 많았던 지점은 크게 두 개였다.
첫째는 바로 ‘인터넷’에 관해서였다.
말하자면 나는, 이 작품의 1막에서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회의 대두를 예고한 셈이었다. 그것을 1984년의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당히 가공하면서 동시에 이 소설이 미래의 생활상에 끼칠 영향도 분명히 고려하고자 노력했다.
‘30년쯤 지나면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을 예견했다면서 놀랄 테니까.’
그리고 둘째는, 이 소설이 단지 그 지점에서 끝나지 않도록 상상력을 발휘했다.
단지 스마트폰에서 끝나면 내가 쓴 디스토피아물은 단순히 미래의 지식을 활용한 치트에 불과했으니까. 소설가로서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기에, 나는 인터넷의 대두로 인한 미래를 단순히 이후에 찾아올 진정한 디스토피아의 서막에 불과하도록 조정했다.
‘그 부분을 사이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설은 이미 전달했고, 사이먼으로부터 답변이 돌아올 때까지는 다른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가을 학기가 끝나고 찾아온 2주 정도의 짧은 방학.
내 스케줄은 빽빽하게 들어찬 상태였다.
어머니와의 패밀리 데이, 알렉사와의 데이트, 두피 앤 지우를 더해 다 같이 신나게 놀기 등등. 물론 그 일정들도 무척 중요했으나, 오늘의 일정도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열심히 쓴 ‘About T’의 결실을 확인할 차례였으니까.
할리우드 바로 옆에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 방송국, LBS.
줄리아의 차를 얻어 타고 옥상에 거대한 송수신 안테나가 달린 LBS 건물 앞에 도착한 뒤, 나는 미리 마중을 나온 캘리포니아 픽처스 소속 FD의 안내를 받아 방송국 안으로 들어섰다.
“기대되네요.”
방문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줄리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비슷한 기분이었다. 여기에서 ‘같은’이 아니라 ‘비슷한’ 이유는, 줄리아처럼 ‘내 작품이 스크린화가 되어서’ 기쁜 쪽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전생에도 경험해 본 일이니까.’
내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는 ‘데드맨즈 헤븐’ 말이다.
거기다 1984년에도 소설을 원작으로 둔 영화나 드라마는 심심찮게 제작되었다. 공포 소설의 거장인 스티븐 킹의 작품이나, 007시리즈도 소설 원작이고. 단지 그 기라성 같은 작품 사이에 내 작품이 당당하게 들어가게 된 점에서 조금 신기할 뿐이지.
나는 오히려 스크린에 알렉사의 모습이 어떻게 등장했을지가 더욱 기대됐다.
‘분명 예쁠 테지.’
그녀를 떠올리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로스앤젤레스에 돌아온 날, 마중을 나온 알렉사가 잔뜩 신이 나서 떠들던 모습이 문득 기억났다.
처음 모델 일을 하겠다고 할 때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 많이 하더니, 이제는 알아서 잘해 나가는 듯했다. 스크린에 출연한다는 이력이 추가되면서 최근에는 모델 일도 제법 들어온다는 모양이었다.
방문 서류 작성을 끝마친 우리는 FD의 안내를 받아 상영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계약하면서 만났던 작품의 총괄 PD인 제레미 톰슨 및 LBS와 캘리포니아 픽처스의 높으신 분들과도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자그마한 영화관 같은 상영실.
제레미 톰슨이 먼저 작품의 제작 배경을 짧게 브리핑했다.
[저희는 이 작품에서 틴에이저만의 풋풋한 감성을 영상에 최대한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원작 소설을 쓰신 신 작가님이 문장으로 제시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상황을······.]그 설명이 꽤나 든든하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굉장히 본격적이군.’
제레미 톰슨의 브리핑을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들었고, 거기에서 나는 사람들이 내 작품을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를 느꼈다. 비즈니스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내가 쓴 글이 이런 식으로 귀하게 여겨지는 건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 안에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 더 높아졌다.
‘전생에도 그랬었지.’
처음 ‘데드맨즈 헤븐’의 파일럿 에피소드 시사회가 열렸던 날의 기억과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겹쳐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계속 칭찬하고 영상화된 작품 하나에 많은 노력과 인력이 투입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뻤었다.
······그러다가 작품이 내가 생각한 방향과 정반대로 나아가면서 문제가 됐지만.
하지만 이번에는 내 작품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줄리아가 옆에서 계속 붙어서 이래저래 도움을 줬다고 했으니,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어쨌든 나 역시 예전의 트라우마는 많이 내려놓은 상태였고 말이다.
상영이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었다.
토니와 앨리스를 맡은 두 배우의 연기도 굉장히 훌륭했다. 사실, 머리를 크게 부풀린 앨리스나 옆을 짧게 치고 뒷머리와 윗머리를 기른 토니의 스타일에서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은 막상 이야기가 이어지자 아무 상관이 없게 느껴졌다.
‘뭐, 이때는 다 이런 스타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집중하면서 파일럿 에피소드를 보던 중, 5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그녀’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리고 나는 순간 터지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도서 관리 카드를 작성하고 있는 앨리스 앞에서, 이 ‘80년대 스타일’로 머리를 부풀린 알렉사 플레어가 참으로 틴에이저다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앨리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짧은 순간 비춰진 알렉사를 지나쳐 들어와, 신기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도서관 안을 돌아다니는 토니가 화면을 차지했다.
‘와, 미치겠네.’
내가 아는 사람이 스크린에 나오는 게 생각보다 더 어색한 느낌이구나.
***
“진짜?! 진짜 제대로 잘 나왔어?!”
맞은편에 앉은 알렉사 플레어가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그래, ‘고마워!’라고 외치는 부분까지 제대로 잡았다니까.”
나는 그 모습이 참 귀엽다고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늦은 저녁, 다운타운 근처의 다이너.
파일럿 에피소드를 보고 이어지는 감상평까지 작성을 끝마치고 나서, 나는 알렉사를 만나러 왔다.
‘About T’의 파일럿 에피소드에 대한 내 평가는,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내가 이 시대의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꽤 인기를 끌겠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어딘가 모호한 단어인 ‘틴에이저 감성’에 시각적 표본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주연 배우 두 사람이 펼치는 미묘한 감정 연기가 훌륭했다.
하지만 알렉사에게는 그보다 자신이 제대로 파일럿 에피소드에 나왔는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었다. 촬영하더라도 막상 편집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이 되어 지워질 수도 있으니까.
내내 조마조마했던 그녀는 내가 확실히 봤다는 사실을 전하자 기뻐 방방 뛰었다.
“진짜 다행이다! 그 대사 3일 동안 연습했거든!”
“3일 동안이나?”
“응응! 잘하려고 어디 다니면서 내내 대본집을 품에 안고 다녔어!”
내 생각보다 이번 일에 훨씬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딘가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고, 동시에 조금 부채 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이전에 통화를 나누면서, 알렉사는 처음으로 영상화가 되는 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서 오디션에 지원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냥 잘 좀 봐달라고 슬쩍 PD한테 전해둘 걸 그랬나?’
실제로도, 나는 몇 번이나 순간적으로 드는 감정에 몸을 맡길 뻔했다.
하지만 그것은 알렉사가 바라는 상황이 아닐 터였다.
사랑스럽고 순수한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이 세상과 맞서고 싶어 했다. 아직 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진심으로 모델과 배우 일을 대했고, 스스로 노력한 끝에 결국은 원하던 대로 ‘About T’의 스크린에 얼굴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참 대단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신, 어때? 나 잘했지!”
“잘했어. 그 대사를 3일 동안이나 연습했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내 작품이니까?”
“그것도 물론 그렇고.”
고개를 끄덕인 알렉사는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기다리는 도중에 FD님이 그러셨거든. 요즘에 얼굴 하얀 배우 찾기가 어려웠는데 네가 와 줘서 잘됐다고. 달리 말해서, 내가 실력으로 뽑힌 게 아니라는 말이잖아? 나보다 더 실력이 좋지만 단지 태닝 피부라는 이유로 떨어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에게는 분명 그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자신만의 이유가 존재했다.
그것은 ‘Country of losers’에서 묘사한 사람들과는 다른,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멋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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