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69)
169.
Jesus christ.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감탄사였다.
주로 황당하거나 불쾌한 일을 겪었을 때 내뱉는 식으로.
독실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라는 십계명의 세 번째 계명을 따라 쓰지 않으려 했으나, 그다지 독실하지 않은 사람은 곧잘 쓰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독실한 이들은 ‘Oh my god’도 잘 안 썼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O.M.G.’, ‘Oh my gosh’, ‘Jiminy Cricket’ 같은 감탄사였으나,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아니고.
아무튼 내가 이번 과제의 주제로 선정하고 싶은 ‘영웅’은,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수’였다.
여기까지의 설명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그다지 독실한 편은 아니었다.
예수님의 ‘팬’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딱 그 정도랄까.
그렇게 간략하게 이어진 내 설명을 들은 두 명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푸핫!”
레베카는 기대가 충족되었는지 웃음을 터뜨렸고.
“······.”
존은 짧게 기도를 드렸다.
안타깝게도 팀원 중에 독실한 신자가 한 명 존재했다.
‘일단은 이쪽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이겠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해?”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아. 확실히 그는 많은 인류가 선망하는 영웅이지.”
“그래. 그의 삶은 많은 이에게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지. 훌륭한 사상가라고 생각해.”
“사상가······?!”
존이 화들짝 놀랐다.
레베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이 친구, 눈치는 좀 없구나.
“아니, 어. 음. 계속해 줘.”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
그 둘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내가 나섰다.
“둘 중에 예수 그리스도를 이번 과제의 주제로 삼는다는 부분에서 불편한 사람?”
“난 아님.”
“······.”
“존?”
“괘, 괜찮아! 과제일 뿐이니까!”
“독실한 편이야?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하게.”
“······매일 기도해.”
“그런 모습 못 본 거 같은데.”
“네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침대 안에서 손 모으고 기도 드렸지.”
“······.”
뭐지, 이 배려심?
이게 바로 독실한 크리스챤?
“나 한인교회 출신이야. 괜찮으니까 앞으로는 편하게 해. 어, 그리고 딱히 신성 모독을 하려는 건 아니야.”
설마 과제의 대상으로 고른 행위조차 누군가에게는 신성 모독인가.
모르겠다.
“혹시 둘 다 ‘Jesus christ superstar’라는 작품 알아?”
“아, 그거 유명했지.”
존이 씁쓸하게 웃었다.
레베카는 내 말을 듣고 이해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미쳤어. 대박이다. 진짜.”
‘Jesus christ superstar’.
1971년, 브로드웨이를 통해 초연된 업계의 문제작. 이단이자 혁명.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사망할 때까지의 마지막 7일을 담은 작품으로, 지금 시점에서는 물론이고 미래에 보더라도 굉장히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특히나 초연 당시의 시대상을 깊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런 작품이 도대체 어떻게 무대에 올라갔나 싶을 정도였다.
이 작품은 예수를 당대의 슈퍼스타, 그의 추종자들을 히피로 묘사한다.
그리하여 예수와 그 주변 인물이 록을 노래한다.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심지어 마지막에 예수는 부활하지 않는다.
“영웅 설화의 완벽한 재해석이지.”
“자, 잠깐만.”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존 스미스가 나섰다.
“그러니까, 신. 네 말은 그거야? 예수님께서 영웅이라고?”
“그렇지. 영웅의 조건에 딱 부합하잖아. 남다른 힘과 재능을 가지고 위업을 이뤄내 크게 존경받고 추앙받는 사람. 그렇지 않아?”
“그렇긴, 한데. 으음.”
“그리고 ‘Jesus christ superstar’는 영웅으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었지. ‘기존의 작품’에서는 그보다는 그 희생이 얼마나 값지고 거룩한 일인지만을 주로 다루었잖아.”
“······.”
“성경이 하나의 작품이다. 흥미로운 발상이네.”
“······반발할 수는, 없군.”
존 스미스가 끝내 납득했다.
성경이란 저서에 얽힌 모든 ‘성스러운 의미’를 빼고 생각해 보면, 그건 그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에 불과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책에 등장하는 영웅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바로······.
“‘Jesus christ superstar’인 거지.”
“다른 의견은 필요 없어 보이는데.”
파격을 좋아하는 스타일인지 레베카 웡의 안색이 환해졌다.
반면, 존 스미스의 의견은 좀 달랐다.
“너무 파격에만 집중하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한데.”
“그게 왜? 원래 발표는 눈에 띄어야 한다고.”
“그쪽으로만 시선이 집중될 것 같아서.”
“존. 혹시 다른 의견이라도 있어?”
“어, 일단 가지고 오기는 했어.”
“어떤 건데?”
“나는 스파게티 웨스턴과 기사도 문학을 한번 엮어 보면 어떨까 싶은데.”
“호오?”
생각 외로 재미있는 소재 같았다.
“존. 자세히 이야기해 줘.”
내 물음에 존은 자신이 준비해 온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설명했고, 그다음으로는 레베카가 자신이 생각해 온 바를 적당히 풀어 놓았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카페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대학생다운 시간을 보냈다.
······뭐, 결국 채택된 건 내 아이디어였지만.
***
‘소설 비평 이론 II’ 수업의 기말 과제는 다 함께 모여서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은 자료 조사가 우선이었다.
우리 팀은 주말에 함께 학교 안팎을 돌면서 록 오페라 작품인 ‘Jesus christ superstar’와 관련된 온갖 자료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신에 대해 궁금해서 이 팀에 자원했던 레베카 웡은 작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신과 자신에게 결이 맞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전통적인 가치관을 부수고 세상의 문제에 나름의 답을 내리려고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Jesus christ superstar’는 1973년 작 영화가 있었다.
그것을 구해 다 같이 클럽 하우스에 모여서 봤는데, 그때의 대화를 통해 레베카는 더더욱 확실히 느꼈다.
‘결이 맞는다.’
1973년에 방영된 영화의 첫 장면.
사막, 버스를 타고 온 온갖 인종의 남녀가 버스에서 내려 옷을 갈아입는다. 그들은 히피 대학생이었다.
그렇다. 이 영화는 ‘극중극’이었다. 그리고 그 구조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이점을 얻었으니, 고증이 살짝 미흡하더라도 괜찮다는 점과 인종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었다.
레베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유다는 흑인으로, 마리아는 동양인으로. 누가 이런 생각을 했겠어?”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이를 감싸 안으신다. 인종을 가리지 않고. 뭐, 그런 의도가 느껴져서 좋네. 고증 문제를 확실히 없애고 넘어갈 수 있으니 이 작품을 너무 몰입해서 보지 않을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거 같아. 어차피 이 영화는 하나의 창작물이니까 말이야.”
“현실에 기반을 둔.”
“되게 오래전에 누가 썼는지 모를 현실이지.”
“예수가 실존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던가?”
영상을 보면서 신과 말을 주고받던 레베카가 불퉁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전부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잖아. 삼국지도 안 읽어 봤어?”
“······네가 삼국지도 알아?”
‘Romance of three kingdom’이라는 제목을 들은 레베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곳에서 동양 문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를 만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사와 연의. 양쪽 모두 알고 있지.”
“굉장한데. 정사와 연의도 구분해? ······아, 그렇구나. 신, 너는 지금 우리가 아는 예수의 일대기가 하나의 ‘연의’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싶은 거구나?”
“굳이 성경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외의 경우에서도 말이야. 우리가 아는 역사가 모두 실제일 거라고 누가 보증해 줄 수 있지? 머나먼 과거의 역사는 그때 당시의 사람들이 기록한 문서로 추측한 것일 뿐인데.”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 문득 그 말이 떠오르네.”
고개를 끄덕인 레베카는 다시 영화를 시청했다.
어두운 클럽 하우스의 방 안.
싸구려 VCR과 작은 브라운관 텔레비전.
팝콘도 일단은 한 봉투 가져 왔지만, 세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영화에 집중하느라 딱히 손을 대지 않았다.
존은 두 손을 모은 채 벌벌 떨었고, 신은 턱을 매만지며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하는 중이었으며, 레베카는 신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가끔 흥미로운 화젯거리를 던졌다.
그러다가 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신,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너하고 이야기하면 말이지. 굉장히 생각이 깊은 게 느껴진단 말이야?”
“······그거 고맙네.”
“그런데 네 작품을 보면 그렇지가 않아서.”
누군가가 듣는다면 ‘혹시 시비 거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워딩이었다.
말인즉슨, 신의 작품은 깊이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했으니까.
신은 고개를 슬쩍 돌려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레베카 웡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진지한 얼굴에서 그 말이 시비가 아니라 정말 호기심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야. 그런데, 왜 그런 작품을 써?”
“장르 소설? 그러고 보면 넌 그쪽으로는 아예 흥미가 없었나?”
“응.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의 다양한 고전이나 문학을 주로 읽고 써 왔으니까. 이따금씩 심심풀이로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지만, 거기에서도 딱히 깊이를 느끼거나 하지는 못했네.”
“너는 뭔가를 볼 때 깊이감을 중요시하는 타입이야?”
“그렇지? 반드시 메시지가 강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뭔가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작품을 좋아해. 주로 그런 작품만 봐 왔고.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너는, 나 같은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인데······.”
“잠깐만, 레베카.”
신이 말을 잘라냈다.
“그건 알 수 없는 거지. 인간은 우물이 아니라 바다니까.”
“······.”
그 말을 들은 레베카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인간의 깊이는 넓이를 포괄하는 말이다.
신의 말을 이해한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내가 좀 어수룩했어. 그거 알아? 방금 그 발언이 너라는 사람의 사유가 어마어마하게 깊고 넓다는 것을 알게 한다는 거. 정말 대단해. 한 방 멋지게 먹었어.”
“고마워.”
“그래서 이유가 뭐야? 왜 그런 작품을 쓰는 거야?”
“글쎄.”
신은 텔레비전에 집중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그렇지.”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에 들어갈 때쯤에 내 작품 하나가 단행본으로 나올 거야.”
“그래? ‘About T’ 시리즈야?”
“아니, 완전히 신작.”
“호오, 어떤 작품이야?”
“SF. 여기까지만 말해 줄게. 그리고 아마······ 그 소설은 두 가지 의미에서 네 마음에 쏙 들 거야.”
“그건 어떤 건지 물어봐도 될까?”
“하나는 네가 좋아하는 깊이감이 있는 작품이라는 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되어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
신의 대답을 들은 레베카는 맹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리며 상상하는 순간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다 싶었기에 그녀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내려놓고 샐쭉 웃었다.
“좋아. 기대할게.”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옆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아, 아아아! 안 돼! 예수니이이임-!!”
······‘Jesus christ superstar’에 과몰입해 버리고 만 존 스미스의 절규였다.
***
레베카 웡과 함께하는 기말 과제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처음에는 조용하고 할 말만 하는 성격이라고 느꼈지만, 작업이 진척되면 진척될수록 서로가 굉장히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1985년을 살아가는 사람답지 않게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리려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상급생도 쉽게 가지기 어려운 여유를 가지고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며 학문을 탐구하는 태도는 내게도 큰 자극이 되었다.
그렇게 나와 그녀는 물론, 종교에 대한 감정적 과몰입을 통해 너무 분석과 비평에만 몰두하는 우리의 윤활제가 되어 준 존 스미스의 도움까지 포함해, 우리는 기말 과제를 시간 안에 완성했다.
마침내 발표가 이루어지는 수업 시간.
듀프리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앞선 팀의 발표가 끝났고, 우리의 순서가 찾아 왔다.
모든 전등이 꺼진 어두운 교실.
이때 당시에는 파워포인트나 빔 프로젝터 같은 기기가 없었으나, ‘오버헤드 프로젝터’라고 하는 기기를 사용해 벽면에 큰 화면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그 기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PPT를 대신하는 문서화한 투명한 필름을 제작해 렌즈로 확대, 반사경으로 위치를 지정하고 그림이나 글씨를 크게 비추는 장치였다.
당연히 필름의 변경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고, 레베카 웡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주제를 제시한 내가 자연스럽게 발표자의 역할을 맡았으며, 마지막으로 존 스미스는 예수님께 용서해 달라며 기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는 모두가 기대하는 눈초리를 받으면서 천천히 발표를 시작했다.
“저희가 선정한 영웅 설화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
“······.”
순간 고요해지는 교실.
안 그래도 조용했으나 이제는 아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음, 그럴 수 있지.’
카프카가 말한 바에서 조금 더 확장해, 개인의 사유란 누군가의 마음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로서 나는 당당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을 재해석한 작품은, 록 오페라인 ‘Jesus christ superstar’입니다.”
“잠시······.”
바로 그 순간, 듀프리 교수가 나를 제지했다.
내가 빙긋 웃으며 바라보자, 손을 덜덜 떨며 재킷 사이로 넣은 그는 그 안에서 거대한 오목 렌즈 안경을 꺼내서 썼다.
앞선 다른 팀의 발표에서는 보여 주지 않던 모습이었다.
“계속, 하게나.”
“넵.”
‘통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거침없이 발표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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