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72)
172.
신기한 기분이었다.
지금 입은 옷은 물론이고, 온몸 전체가 알렉사로 가득 채워진 느낌.
화사한 시트러스와 달콤한 플로랄이 온몸을 기분 좋게 감싸 안은 듯한 감각.
하지만 기이하게도 우리는 이후로 집에 갈 때까지 별다른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
“······.”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더듬더듬 뚝딱거리면서 공원을 산책하는 알렉사를 빙긋 웃으며 바라보았다. 약간은 어색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감정을 받아들이며 내 안의 닳고 닳은 순수를 한창 차곡차곡 새롭게 채색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딱히 많은 사람을 만나 봤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를 먹고 이런저런 많은 기억과 경험이 내 가장 밑바닥에 있는 소년 시절을 뒤덮다 보니 묻힐 수밖에 없었던 순수.
마치 알렉사가 내 마음속에 양동이와 모종삽을 들고 와서 순수를 뒤덮은 진흙을 파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저기 가 보자! 저게 뭐지?!”
“저건 가로등이야.”
“저건?!”
“쓰레기통.”
딱히 더 능숙하고 익숙하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관계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나는 알렉사가 본래의 모습 그대로 천천히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발을 맞추고 싶었다.
우리는 아직 19살이고, 나도 그편이 좋으니까.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그녀가 좋으니까.
······그러니 결코 더블 배럴 샷건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공원을 떠돌며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는 어느새 시간이 자정을 넘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자동차로 돌아왔다.
핸드폰도 없는 시절이라서 너무 늦으면 부모님이 걱정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우리는 다급해진 마음으로 공원을 빠져 나와야 했다.
알렉사가 허둥지둥 차의 속도를 높이는 동안, 나는 그 옆에서 느긋하게 생각했다.
‘어머니도, 음, 미스터 플레어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을 테지.
당연히 이런 실수는 안 하는 편이 좋을 테지만, 그리고 아마 안 하려고 한다면 아예 안 할 수도 있는 나였으나, 굳이 무리하지는 않았다. 알렉사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몸을 맡기는 자신을 딱히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알렉사는 아직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어, 어쩌지? 우리 너무 늦은 거 아니야?”
“가서 혼 좀 나면 되겠지. 진정해.”
“누구하고 있었다고 할 거야?”
“······너?”
“안 돼! 우리 둘 다 다른 친구하고 있었다고 하자!”
“누구?”
“어, 음. 난 낸시, 너는 랜디!”
“그런 설정이야?”
“그, 그래! 낸시는 치어리더고 랜디는 야구선수야!”
“······너무 특이한데.”
“그럼 랜디가 치어리더고 낸시가 야구선수?”
그런 식으로 이래저래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일단 우리 집으로 향했다.
풀벌레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집안의 불이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알렉사에게 인사했다. 다행히 어머니에게 혼이 나는 건 내일로 미뤄질 모양이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 잘 가고.”
“응응, 오늘 즐거웠어.”
“나도.”
씨익 웃은 다음 나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나누기 위해 뒤를 돌아보자 주인이 출근하는 걸 지켜보는 골든 리트리버처럼 아쉬움으로 눈망울을 반짝거리고 있는 알렉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
다시 서로 침묵.
이후, 알렉사가 손을 뻗어 내 재킷 끝 부분을 잡고 휙 당겼다.
나도 딱히 저항하지 않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아까하고는 정반대로군.
“히히, 내일 봐!”
얼굴이 빨개진 채로 당차게 웃는 알렉사를 배웅한 뒤, 나는 더욱 진하게 콧속을 맴도는 시트러스향에 미소를 지었다.
‘이거 원.’
심장이 두근거려서 바로는 못 잘 듯했다.
싱글벙글 웃으며 집을 향해 뒤돌았고, 나는 그대로 몸이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
“······.”
문 앞으로 막 나오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색 비닐봉투를 손에 들고 있는 그 사람은, 지우 장이었다.
지우 장, 너 설마! 또!
······아니, 약간의 블랙 조크로 넘기기에는 상황이 너무, 좀 그랬다.
이마를 짚으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봤니?”
“어, 안녕하세요? 저는 뽀뽀하는 거 못 봤어요.”
그렇군요. 못 보셨군요.
얼굴을 살짝 붉힌 채로 나는 지우의 손에 들린 봉투를 가리켰다.
“그건, 어.”
“아, 아까 아주머니가 버리라고 했는데 방에서 기타 연습하다가 깜빡해서······.”
“그렇구나.”
이거 참, 기가 막힌 우연인걸?
내가 저 봉투 안을 보고 싶어 하면 더 이상 지우 장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겠지?
그리고 지우 장도 우리가 차 문을 열고 뭘 했는지 더 캐묻는다면······.
‘돌이킬 수 없잖아? 그치?’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모르는 척 엇갈려 지나쳤다.
“주, 주무세요~.”
“어, 응. 지우 너도.”
······이야, 굉장히 어색한걸.
***
‘Country of losers’의 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신 작가와의 미팅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사이먼은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그는 가방 안에서 일주일 전 인쇄한 ‘Country of losers’의 가제본을 꺼내 들었다.
검은색 표지에는 흰색의 글씨로 약간 번진 듯이 ‘Country of losers’라고 적혀 있었다. 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역시 덴젤 플레어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제목 아래에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로 보이기도 하는 그림이 무채색의 음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덴젤은 이를 두고 ‘고통을 도려낸 허구의 행복을 살아가는 이들’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덴젤을 믿었기에 표지 작업을 맡기는 데 적극 찬성했고, 이후 사이먼이 스탠퍼드로 팩스를 보낼 때마다 ‘아주 좋다. 이대로 계속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멋진 결과물에 흐뭇해하며 페이지를 넘겼고, 사이먼은 번듯하게 편집된 신 작가의 소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뒤를 이어 유명 작가인 글렌다 호프먼의 추천사와 스탠퍼드 대학교 문학부 교수인 에드워드 맥밀란의 서평이, 그리고 신 작가가 써서 넘겨 준 작품 후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판권지에는 ISBN과 북미도서출간협회에서 받은 이 책의 출간 정보가 빼곡히 들어찼다.
그중에서도 제법 상단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음미하며, 사이먼은 절로 가슴이 뛰었다.
신 작가는 이 가제본을 보고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쏙 드네요.’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출간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줄리아와 알고 지내는 출판사 사장님들의 협조와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혼자서 이 일을 진행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더 소요됐겠지 싶었다.
원고의 교정교열 및 편집 작업까지는 평소에도 곧잘 하던 일이니 수월했다.
문제는 그 외의 과정이었다. 판형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디자인이나 책 출간을 도와주는 이들의 페이 조정 문제, 인쇄와 감리, 총판을 통한 유통과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어려웠지.’
한순간 한순간이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사이먼 카버는 사회에서 쥐어 준 행복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고난과 싸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감내하여 멋진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어서 너무도 기뻤다.
‘Country of losers’는 하드커버 북으로 기획되어, 초판을 30,000부로 잡고 배본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Double spy’나 ‘About T’ 같은 작품의 경우 페이퍼백으로 20만 부 이상 팔아 치운 신 작가의 네임밸류를 생각하자면 굉장히 초라한 시작이었으나, 작품의 상업성과 구매층의 니즈, 하드보일드 퍼블리셔의 규모를 고려해서 일단 1쇄는 이 정도로 결정했다.
그리고 현재, 줄리아의 도움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쇄소와 유통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출간에 앞서 필요한 모든 절차를 무리 없이 끝마친 상태였다.
거기다 마케팅도 준비 만반이었다. 줄리아의 인맥을 타고 가서 건즈 앤 소드 매거진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지면을 빌려 페이지를 싣기로 했고, 그리고 자신의 원래 직장이었던 토런스 뉴 미디어에까지 같은 광고가 나갈 예정이었다.
역시 신 작가의 말대로 끝까지 척을 지지 않은 편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며 사이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직원도 아닌데 싹싹 빌어야 했지만.’
버릇처럼 새겨진 흔적이라, 이 찌든 때가 빠지려면 조금 필요하겠지.
그래도 휴고 어빙은 신 작가의 신작 광고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도 실릴 예정이라고 이야기하자 별수 없다는 듯이 광고 게재를 허락해 주었다.
그로써 양대 신문사가 서로 앞다투어 신 작가의 작품을 싣고자 하는 이 상황 자체가 유의미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깨달은 사이먼이었다.
달빛이 내리쬐는 로스앤젤레스의 사무실.
이 일을 위해 최근 들어 토런스에 위치한 집에 거의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머리를 긁적인 사이먼은 손에 들고 있던 ‘Country of losers’의 가제본을 마치 사랑하는 여인처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부디 우리 작가님의 작품이 날개를 달고 널리널리 퍼져 나갔으면.”
출간 예정일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뒤인 4월 1일.
인쇄소는 한창 돌아가고 있고, 총판과의 제휴를 통해 유통망 준비 중, 마케팅도 진행 예정.
힘차게 달려 왔던 모든 과정이 지나가고, 이제는 책이 배본될 날만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
‘그날도 여기저기 뛰어다녀야겠지만.’
그 순간 역시 무척이나 즐겁겠지.
사이먼은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
약 2주간 이어진 방학.
나는 지난 방학처럼 해야 할 일들의 처리가 끝난 다음부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들과의 회포를 풀며 시간을 보냈다.
가족인 어머니, 가족이나 다름없어진 지우와 집에서 식사했고, 알렉사하고 야간 개장이 이루어지는 날에 그리피스 천문대를 찾아가 ‘About T’처럼 실컷 별을 봤다.
그리고 오늘은 두피와 만나는 날이었다.
‘원래는 지우와 알렉사도 여기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우리가 코믹북 스토어부터 들르자고 주장하자 둘이 갑자기 뭔가 의기투합하더니 따로 옷을 사러 가 버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두피를 기다리며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옛날이 그립군.’
둘 다 패션에 별 관심이 없어 코믹북 스토어 가자고 하면 순순히 갔던 그날이.
어느덧 클레어와 제이나, 두 사람 모두 어른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후후······.”
하지만 그것도 삶이라면 삶 아니겠는가.
나는 헛헛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두피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버스 몇 대가 지나가고 얼마 후, 저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 저 차 멋진데.”
“저거 이름이 뭐였더라? 전에 말 많았잖아.”
“······?”
남의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개인주의로 얼룩진(편견이다) 미국인답지 않은 반응.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린 나는 경악스러운 자태를 마주하고 말았다.
‘저, 저 차는!’
미쳤다.
과거로 돌아와 실물을 마주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드로리안 DMC-12.
스테인리스 스틸 컬러의 그랜드 투어러 스타일을 가진 카는 직선과 곡선의 절묘한 조화로 인해 굉장히 미래적으로 느껴졌다.
1981년에서 83년까지만 생산한 이 차량은 위로 열리는 걸윙 도어를 채택해서 그 당시 미국인의 마음을 홀렸다. 여러모로 굉장히 파격적인 디자인의 차량이었다.
그럼에도 여러 문제로 인해 시장에 정착하지는 못했고, 재정적인 실패로 인해 현재는 단종 되어버린 비운의 차량.
내가 왜 이렇게 세세히 기억하냐면······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뒤에 상영될 세기의 명작, ‘백 투 더 퓨처’.
개봉 당시에도 어마어마한 히트를 기록했고, 그야말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였다.
‘SF 장르에 있어서도 굉장히 의미가 깊은 작품이지.’
그리고 그 작품에서 타임머신으로 등장하는 차량이 바로 드로리안이었다.
‘와, 진짜 미쳤는데?’
아, 저거 살걸.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Nerd’s heart’에 불이 붙는 것을 느꼈다.
저 차를 타고 있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일까.
부러움을 담아 바라보고 있자니, 차가 천천히 다가와 내 앞에 멈춰 섰다.
일부만 열리는 드로리안 특유의 창문이 내려가고, 그 너머에서 선글라스를 쓴 브라운 박사, 아니, 킹스턴 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두, 두피?”
“Ready to ride?”
탈 준비 됐냐니.
당연한 말씀을!
“이, 이건 어디서 산 거야?”
“쉿, 설명은 나중에. 어서 타라.”
제기랄, 이대로 미래로 떠나게 되는 건가.
그래, 두피도 나와 같은 회귀자였군! 그게 아니라면 이런 절묘한 시기에 드로리안 DMC-12를 살 이유가 딱히 없잖아! 그러니 모든 너드질에 통달한 거야!
걸윙 도어를 눌러 위로 들자 오픈이 이루어졌고, 나는 흥분을 참지 못한 채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인 마티 맥플라이처럼 힘껏 뛰어 차량에 탑승해 문을 닫았다.
“미쳤는데?!”
“후후, 마음에 드는가.”
“이건 어디에서 구했어?! 어쩌다 사게 된 거야?!”
“나도 슬슬 출근용 차량이 필요해서 아버지와 중고차 전시장에 갔다가 그만.”
두피가 안경, 아니, 선글라스를 스윽- 밀어 올렸다.
“이 녀석이 왠지 모르게 나를 부르더군. 내 월급의 절반이 여기에 쓰이고 있지.”
“······두피.”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정말 멋진 결정이야.”
이제부터 3개월 뒤면, 두피는 참된 카우보이를 넘어서서 카우보이-갓이 될 예정이었다.
“후후, 신. 준비는 됐나?”
“무, 무슨 준비?”
“석양을 향해······ 달릴 준비.”
“아아, 물론이지!”
나는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부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30미터를 달려간 드로리안은 곧바로 우회전 후, 코믹북 스토어 앞에 멈춰 섰다. 두피는 나에게 주차 유도를 부탁했고, 차에서 내린 나는 코믹북 스토어와 붙어 있는 주차장에 녀석이 드로리안을 안전하게 세울 수 있도록 ‘오라이, 오라이.’를 외쳤다.
“······.”
역시 영화와 현실은 다르군.
뭐, 애초부터 목적지가 코믹북 스토어였으니까.
“후우, 멋진 드라이빙이었군.”
만족하며 차에서 내리는 두피. 어느새 평소의 안경으로 바꿔 썼다.
“갈까. 신.”
우리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코믹북 스토어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코믹북 스토어의 요정인 빌이 있었고, 나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안녕, 비-.”
이름 끝에 두 개의 L을 붙이기 전에 신문을 읽던 그가 먼저 벌떡 일어섰다.
“신?!”
“어······.”
내부의 공기가 술렁였다.
알렉사와 지우가 같이 안 온 것에서부터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니.
“뭐야?! 신이 왔어?!”
“신!!”
“다 나와! 신이 왔다고!!”
우당탕, 쿵쾅.
갑자기 코믹북 스토어 안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오더니 너드 가이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빌을 필두로 다들 손에 각종 신문을 쥐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대충 상황을 인식했고, 쓰게 웃으며 옆에 있던 두피를 돌아보았다.
“······두피.”
“뭐지. 신.”
“먼저 둘러보고 있어.”
나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이럴 거라고 미리 예상했어야 하는 건데.
두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스파이더맨 뉴 이슈하고 이번에 나온 디텍티브 렘 시리즈 신간.”
“아아, 맡아 두지.”
그 말을 끝으로 두피가 물러선 직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새 소설이 나온다고?! 왜 우리한테는 말 안 했어!!”
“‘Country of losers’?! 무슨 내용이야! 스포일러 부탁해!”
나는 빈틈없이 쏟아지는 질문의 폭격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다.
[ Loved by everyone (3) > 끝(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