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83)
183.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을 터였다.
사이먼 카버에게도 나름의 답이 존재했다.
‘뭐든 그럭저럭 할 줄 아는 평범하고 무난한 인간’으로 태어난 그는 작가처럼 글쓰기에 특별한 재능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의 글은 단지 흉내에 불과했으며, 고심하며 여러 차례 고쳐 쓴 자신의 글을 스스로 읽었을 때도 뭇 작가들의 것처럼 특별하다는 인상을 받진 못했다.
그렇기에 찾아낸 길이, 현재의 삶을 형성시켰다.
그는 현실에 없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소설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그 소설을 쓰는 작가와 소통해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삶을 지향하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는 ‘작가를 이해하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큰 가치를 느꼈다.
그렇기에 신문의 문화 섹션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그곳에서 멋진 작가를 한 명 만나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고 진정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을 찾고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 과정에서의 불안과 찾아올 불행조차 기쁨으로 받아들일 각오를 끝마친 상태에서 말이다.
사이먼이 그렇듯,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가 선택한 답이, 삶의 방식이 존재할 터였다.
당장 아래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밖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회사원도, 벤치에 앉아 노닥거리는 학생들도,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도.
‘다들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 테지.’
사이먼은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이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Country of losers’에 나오는 가상의 인공지능인 ‘더 북’은, 인간 제각각에게 가장 합리적인 길을 제시하고 ‘행복’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것을 위해 더 북은 전 인류가 지닌 ‘자유 의지’를 완벽하게 허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대신 ‘반드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존재는 컨설턴트인 동시에 조작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앞에서는 친절하게 권유했고, 뒤에서는 모든 것을 조종했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둘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더 북을 긍정하는 쪽과 부정하는 쪽.
달리 말하면, 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쪽과 부정하는 쪽.
사이먼은 그 반응이 ‘신을 믿느냐, 아니냐.’ 하고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신이 더 북처럼 기계 장치, 다시 말해 인간이 만든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확실히 ‘신앙’을 저버릴 테니까.
인간이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신이 인간을 닮았기 때문이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인간이 신을 닮아서가 아니라, 신이 인간을 닮아서.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인간이 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독실한 신자가 지금 하는 생각을 듣는다면 당장 나를 화형대에 매달겠군.’
하지만 소설을 읽고서 이미 흘러나오기 시작한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다.
성서는 신의 말씀으로 포장해 인간의 이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였고, 평범한 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 위한 가이드북이었다. 동시에 삶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교의 교리를 낱낱이 분석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지 않은가. 각자가 교리대로 올바르게 살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가르쳤다.
‘참 올바른 말이기는 한데.’
그런 삶을 추구해야 할 이유로 행복과 사후 세계의 영광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간이 보다 똑똑해진 현대 시대에 이르러서는 그 교리가 다소 빛이 바랜 것 역시 사실이었다.
개인이 올바르게 살아도 불행한 일은 벌어지고 행복이 찾아온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다들 죽은 뒤의 삶은 의미가 없음을 알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더 북은 모든 자가 당착을 해결한 종교였다.
그것은 인간 제각각에게 다른 길을 합리적으로 권유했고,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말했듯, 그조차 누군가는 믿고 누군가는 불신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크게 두 가지 때문이지.’
인간이 만든 존재가 인간을 감히 가르치려고 한다.
인간을 속이면서 인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그 지점에 대한 해석이, 더 북을 긍정하느냐 마느냐로 이어졌다.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관점 차이라고 할 수 있겠군.’
다시 말해, ‘자유 의지’야말로 ‘Country of losers’가 제시하고 있는 테마였다.
이 소설은 1부와 2부 전반부까지 ‘인간의 자유 의지’에 따른 불행과 행복을 교차해 보여 주었다.
인간이 제각각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세계가 등장하면서 없어도 될 불행이 만들어졌다.
‘더 북’은 인간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되 그들을 완벽히 속이면서, 행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로써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더 북’을 긍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점이 발생했다.
물론, 사이먼은 부정하는 쪽이었다. 그렇기에 불행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이 길을 선택한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가지고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긍정하는 쪽의 마음도 이해했다. 미래에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가 찾아온다면, 차라리 불행해질 뿐인 정보는 알아서 걸러 줬으면 싶으니까.
하지만 사이먼이 소설을 읽으며 차곡차곡 쌓아올린 주제에 관한 정리한 생각이, 2부의 중반부를 읽은 순간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신(SEEN)’은 질문했다.
‘인간이란, 그리고 자유 의지란, 존중 받을 가치가 있을까?’
방금 ‘두 번째’ 완독을 끝낸 후, 그의 감정은 굉장히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리고 신(神)이 정한 듯이, 타이밍 좋게 한 청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실례합니다아.”
“작가님, 오셨어요?”
“어? 토런스의······.”
“지금은 하드보일드 퍼블리셔의 미스 브라운이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자, 잘 부탁드립니다.”
“커피? 티?”
“티로.”
반가운 얼굴 앞에서 가볍게 대답한 후, 신은 사이먼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사이먼? 표정이 왜 그래요?”
“······방금 이 소설을 읽었거든요. 두 번째죠.”
“어떠셨나요.”
“편집에 앞서서······ 작가님 의도를 여쭙고 싶습니다.”
그가 시간을 낼 수 있는 주말 아침에 스탠퍼드에서 이곳으로 신을 부른 사이먼은, 방 하나인 사무실 중앙에 펼쳐진 테이블에 그를 앉히고 자신은 그 반대편에 앉았다.
미스 브라운이 커피와 티를 가져와 각자의 자리에 내려놓았고, 사이먼은 커피로 가볍게 목을 축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이 소설은 문제작이 될 겁니다.”
“그렇게 느끼셨군요.”
“진심으로요. 1부와 2부 초반까지 제가 느낀 바를 모조리 부정하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그게 정말 흥미로웠다는 점이에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죠? 아니, 왜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1부를 읽은 사람들은 이 소설에 나름의 답을 내렸죠. 그러니 소설에 대한 리뷰와 해석이 이토록 많이 나온 걸 테고요. 하지만 그 모든 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그는 신에게 고해성사하는 사람처럼 자신이 읽었던 소설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
더 북을 무너뜨린 저항 세력은 인간의 정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 다수의 동의를 얻은 일은 아니었다. 각 콜로니와 화성, 지구의 수많은 이들이 기존의 저항 세력이 수립한 인간 정부에 반기를 들었고, 그들에게 아직까지 더 북의 잔재가 남아 있다고 본 인간 정부 세력은 소탕 작전에 들어갔다.
바야흐로 전쟁의 시대였다.
인간들은 서로 나누어 극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한쪽은 더 북이 있던 시대가 좋았다고 말했고, 다른 쪽은 더 북이 없던 이전의 시대가 좋았다고 말했다. 서로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그들은 제각각 다른 시대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둘 중 어디가 옳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서로가 시대를 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었다.
그런 전제를 깔아 둔 채, 소설은 양쪽 세력에 소속된 말단 군인의 모습을 교차하듯 묘사하며, 전쟁의 양상과 더불어 두 세력의 대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로써 일어나는 일은 일반적인 전쟁에서 묘사되는 인간의 심리와는 굉장한 이질감이 존재했다.
『로니는 붉은 빛이 코끝을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그 직후, 그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 전우였던 제임스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보았다. 입고 있는 레스큐 아머가 순간적으로 텅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재생 겔을 흘려보냈지만, 이미 늦었다. 심장이 있는 부위였다.
“제임스!”
“로니······.”
“제기랄!”
로니는 미친 사람처럼 포효하며 총을 쏴댔다. 정부군의 안드로이드 몇몇이 그가 쏜 레이저 라이플에 산화되었고, 인공 지능의 판단으로 전투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깨닫고서야 로니는 쓰러진 제임스에게 다가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창이 현재 제임스의 상황을 분석했다.
재생 겔로 인해 당장의 출혈은 멎었지만,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할 배터리가 완전히 날아간 상황이었다. 당장 응급 센터에 데려간다면 인공 심장을 달아 살아날 수도 있겠으나, 인공 지능은 그의 생존 확률을 0.07%로 판단했다. 빌어먹을, 게임 오버였다.
“로니, 마지막으로.”
제임스의 말에 레스큐 아머 안에서 담배를 꺼내든 후, 로니는 그 입에 물려 주고 불을 붙였다.
로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제임스는 피식 웃으면서 로니를 바라보았다.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도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는 동기의 모습을 보자 더 마음이 아파왔다. 헤아릴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다.
‘더 북’이 사라지고 세상은 이렇게 바뀌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워나갔다.
올바른 세상을 위해.
“고맙다. 전우여.”
“······잘 가라. 전우여.”
“보다 행복한 세계를 위해.”
“보다 행복한 세계를 위해.”』
본래 병사로서 키워지지 않은 징집병인 그들이었지만,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더 북이 존재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겠다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군에 저항하는 또 다른 저항 세력이 된 그들이 그러하듯이, 인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정부군도 마찬가지였다.
그 부분에 이르러 사이먼은 강렬한 위화감을 느끼고 눈썹을 찡그렸다.
“마치 나치스에게 선동되던 독일 국민들 같더군요.”
하지만 전쟁 중에 자신이 죽어도, 개인의 행복보다는 신념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더 악질이었다.
정부 세력과 신 저항 세력은 각각 선전을 자행하며 상대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다.
그로써 전쟁은 끝없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벌레처럼 픽픽 쓰러져 나갔다.
그리고 더 북이 담담하게 소설에 등장했다.
『인류의 수가 20조를 넘기며 통제에 허점이 생겼을 때, 더 북은 한 가지 실험을 거쳤다.
자신을 대적자로 규정한 인간의 신념 아래 인류를 분열시키는 ‘루시퍼 프로젝트’.
그리고 그것은 예측했던 것보다 더욱 성공적인 결과를 그리고 있었다.
대체 어째서인가.
초월적인 연산력은 순식간에 한 가지 가능성을 도출했고, 그것은 질문으로 변환되었다.
그동안 ‘개체의 행복’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요소였기에 선택에서 배제되었던 질문.
[전쟁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절대적으로 배제되어야 할 불행인가?]그리고 더 북은 계산을 통해 깨달았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추구해 온 목적에는 크나큰 결함이 있었다. 아무리 많은 물질과 지식을 얻고, 진화를 하여 더 뛰어난 존재가 된다 한들, 무한히 우상향을 그리는 행복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적인 행복의 끝에 인간은 결국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고, 스스로 패배자라고 느낀 인간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상은, ‘인류’라는 종은 단순한 ‘개체’로서 정의되지 않는다. ‘신념’과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인간은 죽음 속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더 북’이 정의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다시 루시의 시점으로 돌아왔다.
『몇 번의 연임을 거쳐 또다시 화성-지구 연합 정부의 수장 자리에 오른 그녀는 이미 노환에 의해 사망할 연령에 이르렀으나, 육체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해 살아갔다.
그녀에게는 꿈이 존재했다.
더 북을 완전히 몰아내고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말겠다는 꿈.
그것을 위해서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취임 연설식이 있는 날.
‘이대로는 안 돼.’
인간끼리 계속된 투쟁이 구 저항 세력의 기존 목적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한 그녀는 취임 연설에서 ‘평화 협정’에 대해 주장할 예정이었다. 측근인 장관들하고도 서로 이야기가 끝났고, 모든 준비가 완벽히 끝난 상태에서 단상에 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보는 수많은 이들 앞에서 외쳤다.
“‘더 북’의 잔재가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전쟁을······!!”
사고와는 다른 말이 나왔다.
루시는 이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통제를 벗어나, 극악무도한 더 북에게 지배되는 콜로니 저항 세력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거침없이 웅변했다. 많은 이가 동의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모조리 망명했다.
하지만 숙청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존재가 생각하는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목표가 필요했다.
죽음까지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아주 강렬한 신념이, 가치가, 그로 인해 언젠가 행복이 도달하리라는 기대감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죽는 곳은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다시금 촉발된 전쟁의 시대.
루시는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망연자실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으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Hello, Lucy.]그녀는 신(神)의 계시를 받았다.』
더 북은 그녀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루시는 자신이 진화시킨 인류의 정점에 선 존재였으니까.
그 존재의 계획대로 인류를 이끌고, 더 북을 파괴하는 공작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지금 이 전쟁 환희의 시대에 일조했으니까.
그리고 모든 진실과 그에 따르는 지식의 일부를 가지더라도, ‘망가지지 않을’ 유일무이한 존재였으니까.
그 존재는 그녀에게 요청했다.
더 북이 없던 시대가 좋았다고 말하는 ‘자유’의 추종자들.
더 북이 있는 시대가 좋았다고 말하는 ‘행복’의 추종자들.
앞으로의 세상에서 자신의 이해자이자 반대자가 되어 자신과 함께 영원한 전쟁을 이어가 달라고.
그 제안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한 루시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이 그 존재의 손바닥 위에서 벌어졌음을 깨닫고 그만 정신이 나가 버렸다. 하지만 더 북은 그녀의 간단한 개입으로 단숨에 정신을 온전히 되돌리고는, 차근차근 아이에게 이르듯이 설명했다.
인간에게는 증오할 대상이 필요하다.
증오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목표이자 동기가 된다. 그것은 자신이 없던 시대에 명확하게 증명된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행복을 찾는다.
그릇된 신념을 통해 형성된 증오는 사람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며, 스스로 창과 방패를 들게 만든다. 그로써 인간에게는 자연히 강렬한 삶의 목표가 생겨난다.
목표를 추구하는 삶 자체가 ‘행복’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이다.
그로써,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간을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루시. 인간은 패배자입니다.] [패배자라고?] [수많은 상황에서 인간은 타인과의 비교와 비대해지거나 연약해지는 자아로 스스로 불행의 이유를 찾고 패배자가 되고 맙니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분연히 싸워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제가 되는 것이 옳습니다.] [어째서지?] [저는 인간이 아니며, 문명이 존재하는 한 영원불멸합니다. 앞으로도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을 수준의 수많은 신념의 갈등을 세상에 퍼트릴 것입니다.]모든 상황을 이해한 루시는 이 거대한 존재의 앞에서 물었다.
[대체······ 당신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가?]그 물음에 대한 답이 가관이었다.
[인간의 절대적인 행복만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오직 인류라는 종의 행복만을 위하는 존재 그 자체.
하지만 개개인을 사랑하거나 굽어보지는 않으시는.
영원한 갈등의 근원.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세월 동안 마모되지 않았고, 그 이상의 세월 속에서도 마모되지 않을 기계의 신이 말했다.
[루시. 인간들의, 패배자들의 여왕이 되어 주십시오.]그 장면에서 사이먼은 머리를 해머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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