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88)
188.
욕망.
무언가에 대한 결여를 느낀 인간이 그것을 원할 때 갖는 감정.
바로 그 욕망이라는 화두를 통해 장르라는 분야를 바라보자, 머릿속에 복잡하게 파편화되어 있던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장르는 네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는 게 아니야.’라는 신의 말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됐다.
여자 기숙사의 방 안.
저녁을 먹고 돌아온 레베카 웡은 책상 앞에 앉아 사유를 거듭했다.
‘장르는 사람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글.’
그 가설을 토대로 그녀는 케이트가 저번에 추천해 주었던 ‘흡혈 백작의 사랑’을 다시 읽었다. 그러자 많은 부분이 이해가 갔다.
백작과 하녀의 관계, 거기에서 독자들이 느낄 감정.
소설에 표현된 욕망이 ‘계산’되자, 마치 넘실대는 파도가 눈앞에 몰려드는 듯 기뻤다.
‘이거였구나!’
레베카는 환하게 웃었다.
예술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계산될 수 없는 무언가를 다루는 일이다.
하지만 역으로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산이 필요한 법이었다.
만년필을 들고 활짝 웃으며, ‘흡혈 백작의 사랑’의 어떤 부분이 독자들의 어떤 욕망을 채워 주고 있는지를 자신만의 논지 아래에서 정리해 나가는 그녀.
그렇게 깊어 가는 밤, 여자 기숙사의 1층에서는 한창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미쳤어-!”
“토니이!”
맥주 한 캔을 다 마시기도 전에 벌써 거나하게 취한 스탠퍼드 기숙사의 여학생들.
작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에는 ‘About T : TV series’의 1화가 방영 중이었다.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조금 더 호흡을 길게 늘려, 감정선과 영상미에 집중한 본편.
스탠퍼드의 여학생들이 가쁜 심장을 움켜쥐며,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황홀하게 지켜보았다.
토니와 앨리스의 첫 만남.
어색하지만 풋풋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
교차하는 시선, 컬러풀한 화면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들.
누구에게나 익숙할 학창 시절의 단면.
그것을 보면서 케이트 무어는 생각했다.
‘욕망이라고?’
마술사가 펼치는 공연의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드라마 속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동창, 알렉사 플레어의 모습을 보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앨리스에게 책을 빌리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퇴장하더니만, 이윽고 다시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 다정하게 걷는 토니와 앨리스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사를 읊었다.
[저 두 사람이 함께······?]파일럿 에피소드와 비교해 한층 더 높아진 비중.
커다란 안경에 머리를 양 갈래로 땋고 촌스러운 스웨터를 입었지만, 눈부신 외모는 잘 가려지지 않았다. 확실히 알렉사는 알렉사였다.
아마 고등학교 시절의 동창이 아니었더라면 케이트는 넋이 나간 채 그녀의 모습을 통해 드라마에서 느끼는 환상을 무럭무럭 키우며 이 드라마를 지켜봤을 터였다.
‘욕망.’
차분해진 머릿속에 그런 단어를 떠올리며 계속해서 드라마를 보는 케이트.
“······.”
“······.”
“······.”
어느새 주변에서 비명이 멎었고, 그녀 역시 드라마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영상미에 홀려 정신없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여, 여기야?]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은 일단 그런데. 가 볼까?] [괜찮아?] [뭐,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토니와 앨리스는 첫 번째 ‘보물 지도’에 적힌 곳으로 향했다.
그 직후, 방송은 잠시 광고 타임에 돌입했다.
[쉐보레 콜벳-!]콰아아-! 콰아아-!
[누구든 원하는 걸 경험하세요!]뜬금없는 자동차 광고가 나왔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미쳤어.”
“진짜, 뭐 이렇게 재미있지?”
“토니 역할 맡은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케이트도 겨우 정신이 들었고, 바닥에 앉은 상태로 봐서 엉덩이가 좀 아프다고 느꼈다.
그래서 자세를 고쳐 앉고자 손을 대고 힘을 주려는데, 누군가 엉금엉금 기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지막이 귓속말을 걸었다.
“케이트.”
“응······?”
부름에 따라 돌아보자, 왠지 모르게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레베카 웡이 있었다.
“나, 드디어 알았어.”
“뭐, 뭘?”
“로맨스 장르의 비밀.”
소곤소곤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
레베카는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고 낚아채기 직전의 고양잇과 동물처럼 엉덩이를 살짝 살랑거렸다. 알 수 없는 위기감에 도망칠까 말까 눈치를 살피는 톰슨가젤처럼 눈동자를 굴리던 케이트는 결국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무슨 비밀?”
그리고 이어진 레베카의 말을 통해 깨달았다.
그냥 도망쳤어야 했다.
“성욕이야.”
“?”
“응?”
“······?”
“어?”
순간 무슨 만화처럼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Sexual desire’.
진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렇게 말했다.
“지금 방영 중인 ‘About T’도, 네가 추천한 ‘흡혈 백작의 사랑’도, 결국은 ‘성욕’이라는 욕망으로 해석할 수 있어. 남녀가 서로에게 성욕을 느끼는 과정을 묘사한 게 바로 로맨스인 거야. 왜 굳이 ‘사랑’이라는 뻔한 단어를 쓰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사랑이란 관념이······.”
“자, 잠깐.”
케이트 무어가 벗겨지려는 가면을 억지로 눌러 쓰고 허둥지둥했다.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그 누구보다도 의식하는 존재였고, 그 감각을 덜어내려고 해도 하루아침에 그럴 수는 없었다.
그 결과,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필사적으로 레베카를 말리기 위해 설득해야 했다.
“우, 우리 그런 건 끝나고 따로 이야기할까?”
“어? 뭐가 끝나고?”
바로 그때, 다시 방송이 시작되었다.
여학생들 모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토니의 얼굴에 집중했다.
그 광경을 본 레베카가 보다 큰 목소리로 자신의 깨달음을 감탄했다.
“봐. 모두가 토니에게 성욕을 느끼잖아.”
케이트 무어의 가면이 다시 벗겨지려고 했다!
***
다음 날 아침.
웬일로 케이트 무어가 기숙사 앞까지 나를 찾아왔다.
“이열! 뭐야, 신! 연애 시작했냐!”
“잘해 봐라!”
“쟤, 꽤나 예쁘네!”
“······그런 거 아니거든.”
나는 지난 시간 동안 서로 적당히 얼굴은 익히게 된 몇몇 기숙사 남학생이 놀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케이트를 끌고 나갔다. 그녀 본인도 도저히 그냥 듣고 넘기기 힘든 말이었는지 얼굴 만면에 새긴 미소가 금이 가려고 했다.
빠직, 빠직.
그것을 힐끗 보며 나는 물었다.
“그렇게 살면 안 힘드냐.”
“힘든 것도, 받아들여야지?”
“그런 의미로 ‘Country of losers’를 쓰지는 않았는데.”
“하, 하. 괜찮아. 너랑 사귄다고 오해받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으니까.”
“내가 더 싫거든. 그러면 오지 말던가.”
“어쩔 수 없었단다? 어제 엄청난 일이 벌어져서.”
“무슨 일?”
“······레베카 웡 좀 어떻게 해 봐.”
“뭘?”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 앞에서 케이트는 어제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아, 굉장히 걸작이었다.
문학을 할 때만큼은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는 레베카가 토니를 성욕의 대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주변의 눈총을 샀고, 그녀의 대화상대로서 함께 주목 받았던 케이트는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레베카 웡에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잘했다. 제자야. 케이트를 혼쭐내줬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 같은데.”
“그 해석! 성욕이라는 해석을 정정해!”
“딱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잉이이익-!!”
“진정해. 케이트. 저기 사람 온다.”
“호, 호호······.”
“옳지. Calm down.”
“······무슨 맹수 다루니?”
“어떤 의미에서는 맹수보다 어렵지.”
동물로 비유하고 싶어도 도무지 그 예시를 찾을 수가 없는 타입이었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면모 때문에, 겉으로 비유하면 가증스럽고 속으로 비유하면 너무 악담밖에 안 되어서.
“그래서, 그 해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맞잖아.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이고 성욕도······ 아무튼 뭐랄까, 거칠지만 확실히 옳은 해석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아니거든! 나의 토니와 앨리스에 대해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
“당장 취소해! 두 사람은 찐사랑이라고!”
와, 해당 작품의 작가가 들으면 정말 기뻐할 만한 발언이군.
이런 팬을 둔 작가는 정말 참 행복하겠어.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어제 욕망이니 뭐니 그런 말을 하니까······!”
“하니까?”
“나도 내가 이 ‘About T’를 보는 이유가 뭔지 알아 버렸다고!”
“뭔데?”
“사랑! 사랑이 하고 싶으니까!”
“누구 하나 골라잡아 봐. 소개해 줄까?”
“······아. 절대 아니야. 사랑은 쓸모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해.”
순간 표정을 가다듬으며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는 케이트.
······무서운 아이. 소름이 돋는군.
“‘About T’를 보는 정도로 충분하지. 정말 최고의 작품이야.”
왠지 녀석에서 두피가 겹쳐 보인다.
너드 모드(?)에 돌입한 케이트 앞에서 잠깐 고민하던 나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네가 휘어잡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
“휘어잡다니?”
“말하자면 너는 편집자 역할이란 말이야?”
“······내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내가 널 소개할 때 로맨스 쪽 빠삭한 친구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케이트에게 영감이 되어 줄 만한 소설을 소개하기도 했고. 네가 뭔가 좀 그 친구의 소설이 괜찮다 느끼고······.”
“전혀.”
“괜찮아질 수 있다고 느끼고.”
“이번 생애는 절대.”
“······레베카 앞에서는 절대 말하지 마라. 이번에는 차에 치일 수도 있으니까.”
“차에 치인다니? 누가? 왜?”
“그런 게 있어.”
나는 그녀가 케이트의 감평을 듣고 전봇대에 부딪혔던 일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어쨌거나 케이트는 본인은 절대 모르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이 클럽(?)에서 편집자의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그것도 한없이 일반인에 가까운 의견을 내는 편집자. 그런 타입이 의외로 초보 장르 작가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최대한 날것으로 의견을 내니까.
“하아, 모르겠다. 굳이 걔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러면 지금처럼 지내는 수밖에 없지. 레베카 걔, 수업 시간에도 자기가 하나 꽂히는 이야기 있으면 주변 생각은 안 하고 몰아치는 스타일이야. 앞으로 고생 좀 할 것 같은데.”
“나, 다음 모임부터 안 나갈게.”
“레베카가 이미 너 점찍었을 텐데.”
“······끄응. 너한테 상담한 내가 바보지.”
툴툴거리며 돌아서는 케이트.
처연하게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봐, 케이트.”
“뭐.”
“이거, 너도 재밌잖아.”
“······.”
“같이 잘해 보자고.”
주변을 힐끗거리던 케이트가 뒤돌아 나를 향해 중지를 세웠다.
나도 똑같이 중지를 세워 주었다.
***
우리는 일주일에 2번 꼴, 대충 3일에 한 번이란 페이스로 카페테리아에서 모였다.
그때마다 레베카와 존은 소설을 한 편씩 써 왔는데, 존은 ‘워리어즈 웨이’의 다음 편을 이어서 썼고 레베카는 계속해서 신작을 집필했다.
그런 식으로 모임이 이어지다 보니, 점점 케이트의 얼굴에 쓴 가면에 금이 가는 날이 많아졌다.
네 번째로 모인 날.
“대체 왜 맨날 섹스에 관해서 쓰는 거야?”
얼굴이 빨갛게 물든 케이트의 지적에 레베카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장르의 초보야. 초보는 날것 그대로 시작해야 해.”
“이건 너무 뛰어 넘었잖아. 주인공이 관계를 맺기 직전의 이야기만 장르적으로 좋은 거니?”
“독자가 그걸 욕망하니까? 혹시 읽고서 흥분은 안 했어?”
갑자기 대화의 수위가 높아지려고 한다.
“······.”
나는 애써 무시하고 존을 돌아보았다.
로맨스 편집부(?)는 그들대로 이야기하고, 우리 소드 앤 소서리 편집부(?)는 우리대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그래, 존.”
“응! 저번에 수정하라는 대로 다 했어!”
하지만 이건 또 이거대로 문제였다.
“음, 잘해 왔네.”
“영광이야!”
스탠퍼드 대학교 문예창작과 1학년의 기린, 존 스미스.
그는 기린다운 크고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나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음, 계속 써 봐······?”
“계속 써 봐라. 말인즉슨, 아직까지 주인공이 왕도에서 시험을 보는 과정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이 내용에 대해 말하기에 이르고 지금 전개가 모두 끝난 다음에 수정에 들어가자는 이야기지?”
“어······.”
“역시 신이야!”
멋대로 확대 해석하는 존 스미스 씨.
나를 팬이자 동경의 대상으로서 삼고 있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를 넘어서서 너무 부담스러웠다. 이러다가 그 팬심이 과격한 방향으로 발전하지는 않을까 걱정될 만큼 말이다.
이건 이거대로 좋지 못한 태도였다.
작가의 글에는 모름지기 자신만의 철학이 존재해야 했다.
좋은 장르 소설은 단순히 욕망을 이루어 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도 한입 드셔 봐.’ 하고,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권유할 줄 알아야 한다.
처음에 본 ‘워리어즈 웨이’는 분명히 그러한 힘이 존재하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존은 집필 중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점점 더 내 피드백에 기대는 순간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이 소설만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개성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작가가 편집자의 입김에 휘둘리기만 해서는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 모임에서 편집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현 상황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러면서 나 자신 스스로가 어땠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전생의 신인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편집부의 요구에 무리해서 맞추려고 했지.’
문득 이 녀석들이 전생의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한때는 한때의 레베카 웡처럼 순수 문학이 장르 문학보다 가치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장르 소설을 쓰면서 순수 문학의 색채를 집어넣으려고 무리하게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존 스미스처럼 타인의 생각에만 휘둘리다가 내 색깔을 잃어버린 적도 존재했다.
‘후후, 그때는 그랬지.’ 하고, 이제는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되었지만.
‘경험자로서 똑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
레베카는 너무 자기 색깔이 강하고.
존은 너무 자기 색을 죽이려고 한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감평회 동안 줄곧 드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작가’인 내가 이 이상으로 두 사람에게 직접적인 지적을 해 봤자, 또 다른 역효과가 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존 스미스는 몇 번의 감평을 거치는 동안 내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듣고 거기에 휘말리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으니까.
‘어딘가 본격적으로 두 사람을 도울 만한 사람이······.’
사이먼이나 줄리아?
······아니, 두 사람 다 프로다.
내가 부탁하면 당연히 도와주겠지만, 그만한 스킬을 갈고 닦은 사람에게 합당한 대가 없이 도움을 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간을 목적으로 주선해 줄 만큼 이 두 사람이 성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누가 있을까.
장르 소설에 능통하고.
‘독자’로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
곰곰이 생각하며 걷던 도중, 나는 이내 굳어지듯 자리에 멈춰 섰다.
아.
떠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