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95)
195.
치이이익-!
으아아아아아아! Holy mother······!
살이 타는 고통 속에 안경을 쓴 사내들이 보였다. 다들 징글맞게 똑똑해 보였다.
후하하하하······! 기억해 둬라. 신! 너는 이제 대학원생의 낙인이 찍혀 대학원생이 되었다! 저항할 수는 없다! 너의 운명을 받아들여라, 소년!
······대충 그런 미래를 엿본 듯했다.
정신을 차리자, 아직 전화 중.
‘이번 소설, 왜 이런 결말을 냈지?’
그러한 노교수의 질문에 아직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맥밀란 교수도 자신이 너무 갑작스레 물었다고 인지했는지 딱히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나는 질문의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고자 고민한 뒤,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교수님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군요.”
약간은 도발적인 화법.
좋아, 이런 건방진 녀석을 대학원생으로 받아들일 미친 교수는 없겠지.
[······후하하! 흥미롭군! 그 한마디로 내 의중을 다 파악했나?]미친 교수였다.
대학원생이라는 지옥이 내 뒤로 성큼 다가온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를 대학원생으로 징집(?)하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은 아직 에드워드 맥밀란 장군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으나, 이상하게도 이대로 간다면 반드시 그렇게 되고 말리라는 예감이 강하게 머릿속을 스쳤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래, 1부에서 기껏 쌓아놓은 탑을 무너뜨린 기분이었다네.]“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답을 제시했으니까. 자네만의 답을.]아.
나는 곧바로 에드워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1부인 ‘Country of losers’는 독자에게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생각할 여지를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서로 의견 충돌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바깥에서는 한창 그런 일이 뒤늦게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것 또한, 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였다.
하지만 2부는 그와 정반대였다.
나는 2부에서 ‘더 북’과 ‘인간’에 관해 내가 생각한 결론을 확실히 제시했다.
더 북이라는 거대한 존재에게 지배되건 말건, 인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오히려 인간의 행복에 종속되어 그들을 지배하는 더 북이 더 불행하다고.
고전적인 메시지였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떤 거대한 악(惡)이 세계를 지배하여 인간을 고통에 시달리게 만들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미래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세운 집단의식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서로를 헐뜯고, 서로를 미워하고. 멸망에 이르는 과정은 모두가 하나 되어 자행한 일이었다. 미래의 사람들은 나치인 동시에 그들에게 희생당한 유대인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만 쓴다면, 이 작품은 단순히 미래를 예견한 수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나는 인간들을 행복에 이르게 만드는 도구인 ‘더 북’을 집어넣었다.
더 북이 인간을 지배하며 어떻게 해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나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거나 파괴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여러 인물을 통해 보여 주면서, 허구를 그리는 상상력으로 하나로 엮어낸 이야기를 통해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자 했다.
아무리 더 북이 인간을 지배한다고 한들, 인간은 인간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실, 소설 전체를 두고 인간의 존재를 긍정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추악하기 그지없는 생물이다. 그리고 더 북,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그 불쌍한 존재는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라는 목적 하나만으로 똘똘 뭉쳐서, 다른 판단은 전혀 할 수가 없지 않았는가.
이렇듯, 인간은 서로를 헐뜯고 적대하며 스스로 불행에 처한다. 차라리 비뚤어졌을지언정 더 북의 지배하에 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지금까지의 인간이 그래 왔듯, 우리는 넘어지고 무너지더라도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답을 보여 주기 위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쓰려 한 것이었다.
[그것은 이해했네. 하지만 굳이 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것이지.]하지만 이런 내 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에드워드 맥밀란 교수.
“그럼 저도, 보다 진지하게 답변을 드려야겠군요.”
나는 이것이 이 소설에 ‘불호’를 표하는 독자에게 하는 답변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본질적인 방향으로 접근했다.
그래, 분명히 그럴 수 있었다.
2부의 메시지는 1부에서 보여 준 ‘모호함’에 반대되었다. 따라서 독자는, 특히 더 북이 제시하는 행복을 믿고 싶었던 이들은, 거기에 대해서 분명히 항의할 권리가 존재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건 ‘장르 소설’이니까요.”
나는 장르 소설이란 명확히 규격화된 문법을 사용하는 소설이자, 독자에게 ‘가르침’이 아니라 문법에 걸맞은 ‘즐거움’을 줘야 하는 콘텐츠라 여겼다. 선뜻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지불한 것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줄 수 있어야 했다.
이른바, 상업성이었다.
1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SF적 상상력이 담긴 ‘충격과 공포’를 통해 독자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는 즐거움을 얻기를 바랐다.
그리고 2부에서 작가로서 독자에게 주고자 했던 값어치는 ‘감동과 구원’이었다.
비록 공상일지라도 투쟁의 치열함과 종교적 사유를 묘사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의의를 드러내고 싶었고, 그로써 독자들이 인간의 가치를 믿고,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랐다.
“교수님은 일전에 제 ‘Mother’를 재밌게 읽었다 말씀한 적이 있으시죠?”
‘Mother’는 나의 에고가 조금 더 강하게 깃들었던 작품이었다. 호러라는 장르가 가지는 파멸적 결말 자체에, 내가 ‘인종 차별’에 대해 느꼈던 절망이 담겨 있는 셈이었다.
어찌 보면 이후의 작품들에 비해 그 데뷔작이 보다 순수 문학적이기에 재밌게 읽은 것은 아니었을까.
내 말에 잠깐 침묵하던 맥밀란 교수가 이내 다시 크게 웃었다. ‘후하하하!’ 하고 말이다.
······나를 마음에 들어 해서 하는 것 같은 불길한 웃음이었다.
[그렇군. 그게 장르였지. 내가 생각이 짧았네.]“아닙니다. 의견은 다양할 수 있죠.”
[내가 1부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 게 말인가?]“물론입니다.”
[그러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군. ······나는 내가 2부의 결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이유가, 나 자신이 너무 늙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네. 아무래도 오랫동안 이런저런 사람들의 몰골을 봐 와서인지,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까지 쉬이 긍정할 수가 없겠더라고.]“저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노력해야 하는 거겠죠.”
[죽는 그 순간까지 말인가?]“네. 그래서 인간 아닙니까?”
[맞는 말이야. 그래서 참, 힘든 말이기도 하지.]“······.”
[어쨌든, 방학 도중에 실례했네. 개강하면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지.]“아, 아닙니다요! 에이! 교수님 전화 주셔서 오히려 영광인데요!”
[아니야. 컨퍼런스 때마다 자주 가는 근처 식당이 있어.]내가 거의 애걸하듯 말해도, 끝까지 밥을 사겠다고 우기는 맥밀란 교수.
······만약에 회귀 한 번 더 하면 대학은 안 가는 편이 좋을 듯했다.
***
시간은 흘러 8월 말.
이제 슬슬 캘리포니아를 떠나 다시 스탠퍼드로 돌아가려는 시점에서 새로운 전화 한 통이 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신 한 있습니까?]“네. 제가 신 한인데요.”
[아, 신. 오랜만이네. 나야, 제프리 버그먼. 기억나나?]분명 신입생 때 우리를 인솔했던 상급생이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제프리. 무슨 일로 전화 주셨을까요?”
[이번에 신입생 들어오잖아. 너만 괜찮다면 애들 앞에서 연설 한 번만 부탁해도 될까?]“제가요?”
[그래. 생각해 봤는데, 너 말고는 적임자가 없을 듯해서. 아, 이번에 나온 2부 잘 봤다. 정말 재밌었어.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는지······. 놀랐어. 역시 너는 정말 대단한 작가야.]“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연설이란 건 무슨 일이죠?”
[별건 아냐. 너 막 입학했을 때, 다 같이 맥주 마시는 파티가 열렸지. 그때 우리 중 하나가 학교가 어떤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학 생활에 임해야 하는지 말했던 거 알지?]“예에, 대충은요.”
사실, 그때 맥주에 정신이 팔려서 전혀 듣지 않았다.
[그거랑 비슷하게 해 주면 돼. 부탁해도 될까?]“······음.”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흥미로운 제안이기는 했다.
딱히 사람 앞에 나서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 자리에 ‘술’이라고 하는 신(神)의 음료가 함께하기에 가고 싶었다.
놀랍게도 대학생이 되었음에도 아직 내가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을 때까지는 1년여가량이 남았다. 그래서 그런 자리는 귀중할 수밖에 없었다.
······아차차, 침이 흐르는군.
“그러면 저도 뭐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뭔데?]“파티 때 술은 보통 맥주로만 하나요?”
[아니, 학회비 안에서 자유롭게 하면 돼.]“······혹시 그 학회비 기부도 받습니까?”
마시고 싶은 음료가 있었다.
***
다행히 제프리 버그먼은 내가 역으로 건넨 제안을 흔쾌히 받아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가족과 친구들의 곁을 떠나 스탠퍼드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을 테지만, 원하는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게 움직였다.
일단 가장 먼저, 남은 일은 모조리 사이먼에게 다 위임했다.
[작가님, 걱정 마십쇼! 이쪽은 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역시나 믿음직한 편집자였다.
최고다. 내가 알콜 이슈를 겪는 삼촌처럼 취해서 휘청거리는 동안, 그가 알아서 레미 마틴을 상대하는 것부터 2부 유통에 대한 일까지 잘 처리해 주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후다닥 학교로 돌아간 후, 나는 학회가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을 선에서 기부 액수를 정하고 앞서 언급된 회비와 결합해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료를 생각했다.
그로써 결정된 파티 드링크는, 바로 ‘정글 주스’였다.
정글 주스.
1909년, 콜로라도 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술과 음료의 혼합물. 다시 말해 칵테일.
이런저런 과일과 주스, 그리고 술이 섞어서 만드는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술이었다.
“보드카로 가죠.”
신입생 환영 파티 관련 회의.
나는 학회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힘주어 말했다. 다들 약간 어안이 벙벙한 눈치였다.
“저, 저기. 신?”
문예창작과 학회장이 우려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예산은, 괜찮을까?”
“그럼요. 보드카는 소련을 얼어 죽지 않게 버티도록 해 준 술입니다.”
“마셔본 적이 없는데······.”
“나도.”
“저, 저도요.”
하나둘씩 술을, 아니, 손을 드는 문예창작과 사람들.
그 앞에서 나 역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사람들 진짜.’
학교 다니는 동안 왠지 놀 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다 큰 어른이 술 못 마신다는 게 말이나 돼!
······그렇게 일갈하고 싶은 기분을 뒤로하고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괜찮습니다. 도수는 높지만, 음료하고 섞을 예정이니까요. 달달하고 맛있죠.”
“맥주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제프리의 말이었다.
“아뇨. 맥주는 처음 마시는 사람한테는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오히려 음료수 느낌이 강한 정글 주스 족이 누구나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신의 말이 맞아.”
학회장 옆에 있던 여학생이 동의했다.
“작년에도 신입생 중 몇몇은 맥주 한 캔도 다 못 마셨잖아. 애들 모아서 대학생이 된 걸 축하해 주는 자리인데, 정작 걔들이 그 자리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그게 말이나 돼?”
“맞아.”
“옳소!”
하나둘씩 동의해 주는 가운데, 고민하던 학회장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신. 너는 정글 주스를 만들 줄 아는 거야?”
“물론이죠.”
전생의 나는 작가답게 알코올을 좋아해서 정글 주스 할아버지도 만들 줄 알았다.
“레시피가 어떻게 돼?”
“얼음, 보드카, 다양한 과일 주스. 이거면 끝입니다. 여기에다 과일즙을 첨가하기 위해 실제 과일을 곁들이기도 합니다만, 가격 문제가 있으니 이번엔 좀 없이 가는 것으로 하죠.”
“아, 나 카페테리아 아주머니하고 친해서 남는 과일 얻어 오는 정도는 쉬움.”
“환상적이군요.”
나는 순간 흥분해 눈을 반짝였다.
술은 향을 맡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마시고 분위기를 즐기는, 말하자면 오감을 다 사용해서 즐기는 문화(?)였다.
그렇기에 정글 주스 위에 과일이 잔뜩 들어가면 다들 신기하고 예쁘다면서 나서서 신나게 마시겠지. 그러면 더욱 행사의 의도대로 잘 풀리는 셈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 제프리, 21살 넘었지?”
“학회장. 저 6월생입니다. 술 살 수 있죠.”
“가서 보드카 좀 사 와 줘. 50명 정도 될 텐데, 몇 병 정도 있으면 될까?”
50명이니 50병이죠.
그렇게 말하려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야기했다.
“열 병으로 가시죠.”
“좋아. 레나, 정말 카페테리아 아주머니랑 친해?”
“곧 있으면 내 새엄마 될 듯.”
“Good. 과일을 얻어 와. 신, 어떤 과일이 필요하지?”
“즙 나오고 단 거라면 뭐든지요.”
“Orange?”
“Yes, orange.”
“얼음은 에릭, 부탁해도 될까? 북부 출신이잖아.”
“······출신지하고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는데.”
북부의 바이킹, 에릭이 투덜거렸다.
무슨 첩보 영화 같기도, 중세 판타지 영화 같기도 한 상황 속에서, 마지막으로 학회장은 내게 임무를 하달했다.
“신.”
“네, 학회장.”
“레시피에 어울릴 음료를 부탁해도 될까? 도움이 필요하면 사람을 붙여 주지.”
“그거라면 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엄청 재미있겠다면서 아무튼 신나서 따라올 녀석과, 진지한 얼굴로 ‘호오, 알코올은 인간의 뇌세포를 파괴하고 짐승으로 만드는군.’이라면서 냉철하게 분석할 녀석이 존재했다.
***
마침내 개강일이 찾아왔다.
신입생들이 1년 전의 나처럼 입학식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기숙사에 늦지 않게 도착한 존과 레베카를 꼬드겨 학교 밖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 그리고 대충 머릿속으로 4대1 정도의 비율을 계산한 뒤, 열 병의 보드카에 어울리는 음료를 닥치는 대로 쓸어 담았다.
80년대에는 음료 또한 특별했다.
식품 관련 법안이 미래처럼 철두철미하게 제정되지 않은 시기라, 각 업체는 최대한 싸게 맛있는 음료를 만들고자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로써 만들어진 ‘싸구려 음료’는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술에도 묘하게 잘 어울렸다.
나는 온갖 상표의 오렌지 주스부터 시작해 레모네이드, 자몽 주스, 크랜베리 주스, 코코넛 주스 등등을 학교의 클럽 하우스로 옮겼다.
그때쯤 해서 존은 작년에 제프리가 했던 대로 1학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따 밤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하고자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는 마트에서 함께 구입한 커다란 보울에 과일 주스와 제프리가 가져온 술, 과일을 때려 넣은 다음 마구잡이로 뒤섞기 시작했다.
그러자니 옆에 있던 레베카가 약간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저기, 신?”
“응, 레베카.”
“이런 건 어디에서 배웠어?”
“하와이에서, 아버지한테.”
나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했다.
“이따가 연설할 내용은 준비해 뒀지?”
“그럼요. 걱정 마세요.”
나는 그냥 ‘마셔.’ 한마디만 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오렌지와 자몽, 라임과 레몬 같은 것이 마구 뒤섞인 정글 주스를 만들어 낸 나는 컵을 국자처럼 그대로 보울에 넣어서 한 잔 퍼낸 뒤, 아직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얼음 몇 개를 동동 띄워서 제프리 버그먼에게 건네주었다.
“자, 드셔 보시죠.”
“······음?!”
그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옆에서 비위생적인 무언가를 보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레베카도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한 모금 마셨다. 그러더니 순간 얼굴이 빨개져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렇게 말했다.
“와, 신. 이거 진짜 맛있다.”
그 앞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게 진정한 대학 생활이라고.
어서 와라. 신입들. 귀여워해 주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