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97)
197.
다음 날, 오전 9시.
“······흠.”
강의실에 들어선 에드워드 맥밀란은 자리에 앉은 신입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으······.”
“끄으윽······.”
“아아······.”
“우욱!”
숫자를 대충 헤아려 보니 다들 오기는 왔다만, 정상이 아닌 모습이었다.
교수가 왔는데도 책상 위에 다들 엎어져 있고 안색이 파리했다. 그런 상황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대강 알아차린 에드워드 맥밀란은 일단 강의실 창문부터 열었다. 그러자 강의실 안 가득한 술 냄새가 바깥으로부터 들어온 바람에 씻겨져 나갔다.
“후우.”
교단 위로 돌아와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맥밀란.
그런 노교수의 모습에 신입생들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차리고자 했다. 낑낑대며 겨우 일어서는 그들을 보면서 노련한 노교수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학회장 이 자식, 적당히 먹이라니까.”
신입생 환영회는 놀랍게도 에드워드 맥밀란이 처음 제안한 스탠퍼드의 전통이었다.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경험이든 도움이 된다.’라는 지론으로 신입생과 상급생의 만남을 주선한 그.
하지만 이렇게 학생들이 눈에 띌 만큼 술에 넉다운이 되어서 오는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신입생 모두가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신입생 여러분, 편하게 듣도록.”
그는 학생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질문했다.
“그대들이 어제 마신 건 무엇인가?”
“······.”
“······.”
“밀고자가 될 걱정은 하지 말고 말해도 돼. 신입생 환영회는 학교의 준공식 행사니까 말이야.”
에드워드의 상냥한 목소리에 머뭇거리던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대답했다.
“저, 정글 쥬스라는 걸 마셨습니다.”
“정글 쥬스? 이 녀석들, 그런 건 또 어디에서 배워서······.”
말은 나무라는 듯했지만, 표정은 그와 반대로 웃고 있는 에드워드.
“좋아. 오늘 수업은 회고록으로 대체해 보도록 할까. 내가 스탠퍼드 교수직으로 있으면서 처음 겪는 일이로군. 이중에 누구 좀 숙취가 적은 사람이 있다 하면 일어나서 어제 경험이 어땠는지 구두로 기술해 보겠나? 보상으로는 나중에 커피라도 한 잔 사도록 하지.”
그 말에 한 여학생이 용기를 내 손을 들고 일어섰다.
“정말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상급생으로부터 학교생활에 대한 여러 팁도 듣고, 또 그들이 가진 문학에 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어요. 거기다가 정글 쥬스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누구의 생각이 가장 크게 와닿았나?”
“아무래도······ 2학년 신 한이었습니다.”
“신 한?”
에드워드는 슬쩍 신입생들을 돌아보았다.
그럴 정신이 있는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신 한이 어제 또 뭔가 사고를 친 모양이라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어떤 이야기였나?”
“어, 정확히 말씀드리면 환영회가 곧 시작될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실감 나게 설명을 시작하는 여학생.
컵을 들고 앞에 나선 신은 여유롭고 환한 미소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분명, 지금 너희가 꿈꿨던 대학 생활에 미치지는 못할 거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떤가. 그 모든 과정이 너희가 이룬 결과의 일부일 텐데. 10년 뒤에는 우리 모두 우리가 지금 꿈꾸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걸 웃으면서 받아들이자.]상급생을 포함해, 다들 그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번에 나온 신 작가의 신작인······ 아, 스포일러가 될까요?”
“안 읽은 사람?”
에드워드의 질문에 몇몇이 손을 들었다.
“말로는 하지 말고, 다들 대충은 이해한 것 같으니 넘어가도록.”
“아, 네······. 음, 그리고 대화를 나눴을 때, 신이 저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줬거든요. 친구들하고 같이 TRPG를 즐기고, 코믹북 스토어에서 카우보이 간의 대결이 펼쳐지고. 그 모든 순간들이 참으로 값지게 본인의 작품이 되었다는 사실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그렇군. 멋진 발표 고맙네.”
싱긋 웃은 에드워드는 여학생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래, 응당 작가란 그래야 하는 법이다.
문제는 그것이 이제 고작 19살의 청년이 한 말이라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그리고 그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기대가 되는 것을 느끼며, 에드워드는 결론을 지었다.
“너희가 지금 하는 이 ‘귀중한 경험’도 결국은 큰 자산이 될 테지.”
지금껏 스탠퍼드의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경험이었다.
신입생이 수업 첫날에 숙취로 골골대서, 교수장이 직접 그걸 배려해 주다니. 분명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또한, 그것을 어떻게 벼려내느냐에 따라 더 나은 결과물이 될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에드워드 맥밀란은 모든 행동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하고 말이지. 내가 ‘신입생 환영회’라는 이벤트를 준공인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나는 여기에서 나와 너희 모두가 책임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단순했다.
“과제다.”
평소보다 분량이 조금 더 많은.
***
레베카 웡이 2학년 첫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는 모양이었다.
“······.”
한 학년이 올라가면서 서로 본격적으로 다른 수업을 듣기 시작한 우리.
그럼에도 내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큼 그녀가 수업을 빠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1학년 때도 학구열이 뛰어나 우리 중 가장 많이 질문하고 가장 많이 공부한다고 일컬어졌던 레베카 웡의 수업 불참.
그것은 물론, 전날 밤에 마신 정글 쥬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생각했다.
‘대충 석 잔쯤 마시지 않았나······?’
처음에 주조할 때 한 잔. 그리고 파티를 이어 나가면서 두 잔 정도.
내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한 잔을 마신 시점에서부터 얼굴이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해롱거렸고, 내가 괜찮냐고 물으니 당연히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레베카 웡의 크립토나이트를 알게 되었군.’
크립토나이트.
비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약점.
레베카 웡은 술에 무지막지하게 약하다.
그런 정보와 더불어 나의 평가에도 소소한 변화가 일어났다.
“역시.”
“알코올이 필력의 원천인가?”
“글을 잘 쓰는 이유가 설마.”
······굳이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 식으로 본격적으로 2학년 생활을 시작할 즈음, 생일이 지나 나는 20살이 되었다.
회귀 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앞자리가 바뀌었고, 알렉사와 지우, 두피,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생일 선물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역시나 대부분은 글과 관련된 선물이 많았고, 멋진 새 셔츠나 코믹북, 소설 단행본이나 보드게임을 보내준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 선물 하나하나를 방에서 확인하던 중, 마침 돌아온 존이 놀라 물었다.
“와, 신. 이게 다 뭐야?”
“생일 선물로 받은 거야.”
“······뭐? 너 생일이었어?! 왜 말 안 했어!”
“나 생일 때 우리 같이 밥 먹었잖아.”
“어? 아, 씨! 어쩐지, 웬일로 네가 밖에 나가서 먹자고 하더니만!”
생일 식사는 조촐하게 펄프 픽션 클럽 친구들하고 했다.
존과 레베카는 내가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넘어갔지만, 돌아가는 길에 케이트는 내게 몽당연필을 하나 챙겨 주었다. 정말이지 최고의 선물이었다. 나는 다음에 병뚜껑을 선물로 줘야겠다고 결의했다.
“진실을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선물 사 올게!”
“됐고. 와서 포장지 치우는 것 좀 도와주라.”
“아, 그럴까?”
밤이라 막상 나가기는 귀찮았는지 가까이 다가와 선물 포장지를 곱게 접는 일을 돕는 존.
“이건 뭐야?”
“여자친구가 보냈어.”
알렉사는 두 개의 선물을 보냈다.
내게 어울릴 만한 셔츠와 직접 만든 쿠키, 그리고 편지.
쿠키는 방부제를 뿌려서 박제할 예정이었다.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냐.
“이, 이건?”
“두피.”
“역시!”
두피는 밑에 나무 플레이트를 달아 장식이 용이하게 만든 범선을 보냈다. 이건 기숙사에 장식해 두었다가 나중에 집에 갈 때 가지고 갈 예정이었다.
“이건 뭐야······? 무슨 빨간 배추를 선물로 줘?”
“어머니가 보낸 김치야.”
“와. 정말 맛이 있겠다. 나중에 한입만.”
황급히 수습하는 존.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나 먹는 것을 가장 신경 써서, 이번에도 직접 담근 반찬을 여럿 보냈다. 대부분은 보관이 용이한 절임이나 김치류였다. 이것을 대체 이 기숙사 어디서 먹나 싶었지만, 나는 일단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선물 하나하나를 까보던 중, 마지막 선물이 나왔다.
“오, 이건 뭐야?”
“내 동생이 보낸 거야.”
나는 싱긋 웃으며 지우가 보낸 물건을 꺼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온갖 코믹스와 소설 단행본, 그리고 하나 더 특별한 것이 있었다.
어떤 한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은 지우의 모습이었다.
콜번 스쿨. 코리아타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예술 학교였다.
이 녀석, 열정적으로 밴드 활동에 임하더니 결국에는 이쪽으로 진로를 택했다. 전생에는 훌륭한 흑마술사가 된 줄 알았더니.
나는 감격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오호.”
그런 식으로 선물 하나하나를 뜯고 정리하던 중, 존이 싱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신, 너는 진짜 대단한 거 같아.”
“여기서 갑자기?”
“응, 뭐랄까. 선물로 온 물건 하나하나에서 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게 내가 대단한 거랑 무슨 상관이야?”
“너도 그들에게 그만큼 사랑을 줬다는 의미 같아서?”
할 말이 없군.
약간 어안이 벙벙해져 있다가, 나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야.”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고,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 준다는 사실에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었다.
***
한편,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하드보일드 퍼블리싱의 사무실.
아무리 ‘Country of losers’와 ‘Universe of losers’의 연이은 성공이 있었다지만, 아직까지는 은행 빚을 갚느라 더 큰 사무실로 이사하지는 못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거기다가 직원이 존 스미스와 미스 브라운, 두 사람뿐이라 사실 굳이 그럴 필요까지도 없었다.
그러한 사무실에 웬일로 네 사람이나 모였다.
그것도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네 사람이.
‘당장 도망치고 싶네.’
미스 브라운은 담배가 피우고 싶은 것을 느끼며 커피를 내갔다.
사무실 중앙의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은 제각각 다른 모습이었다.
먼저, 이 하드보일드 퍼블리셔의 대표인 사이먼 카버.
“시, 시작할까요?”
그는 필사적으로 손님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 우측에는 금발의 여성이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줄리아 챈들러.
사실상 하드보일드 퍼블리셔의 명예 편집자 역할을 맡고 있는 그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장년의 사내를 경계하듯이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앉은 남자, 레미 마틴은 여유롭게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사이먼 카버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일단 돈 벌면 사무실부터 이사해. 무시 당한다.”
“예, 예에.”
“사이먼, 귀담아듣지 마. 그럴 필요도 없는데 괜히 사이즈 늘려서 뭣해?”
“비즈니스 관련해서는 내 조언을 듣는 게 나쁘지 않을 거다. 명심해. 사이즈는 중요한 법이야. 누가 사무실 찾아왔을 때 무시당하지 않도록 크게 부풀린 모습을 내보이란 말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지. 계약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가 있다고.”
“전(前) 사장님, 너무 옛날 마인드시네.”
“캬하하, 그 옛날 마인드로 지금까지 살아왔지. ······말인즉슨, 중요한 건 시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뜻이 아닐까? 줄리아 챈들러 양.”
“유능한 직원들 다 내보내고 레이건에 편승해서 떴으면서 말이죠.”
“시기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도 다 재주지.”
“저, 저. 다들 일단 진정하시고!”
“저기, 사이먼.”
“네, 미스 브라운!”
“못 버티겠으면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져요. 내가 알아서 수습함.”
미스 브라운은 그런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귓속말······을 하지는 않았기에 그 말은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들렸다.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옛 보스를 마주한 탓에 머리에 피가 몰려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줄리아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일 이야기나 하죠.”
“랜덤 하우스에서 맡아 주기로 했어.”
“거기, 괜찮은 거 맞죠?”
“자네가 모르면 누가 알겠나?”
“······.”
“유우-명한 출판사라고. 줄리아. 느와르 퍼블리싱보다 스물네 배쯤은.”
“유명한 게 전부는 아니죠. 조건이 맞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작품을 믿네. 이 작품이라면 그쪽에서도 분명 잘해 주겠지.”
“책은 읽어 보시고서 하는 소리죠?”
“물론.”
“응?”
“예? 진짜요?”
“······사람을 왜 그런 눈으로 보나?”
고릴라가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들은 사람처럼 경악하는 사이먼과 줄리아를 짜게 식은 눈초리로 보다가, 레미는 피식 웃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알고는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읽어버린’ 것을.
“······세상에.”
“믿을 수가 없어요. 줄리아. 사장님이 책을 읽다니.”
“이제 너네 사장 아니야. 멍청아.”
“아, 전 사장님.”
“자네들, 내 밑에 있을 때는 그런 무례한 태도를 감추느라 고생 많이 했겠군.”
“더 무례한 생각도 많이 했는데······.”
“머리를 타자기로 내리쳐서 휴고 어빙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든가.”
흉흉한 말을 하는 사이먼과 줄리아 앞에서 순간 할 말을 잃은 듯한 레미.
자신의 자리에 앉아 세 사람의 대화를 듣던 미스 브라운이 나지막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사이 좋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