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98)
198.
많은 미국인의 머릿속에, 나아가 영화 같은 미디어로 미국을 접한 전 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캘리포니아’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몇 가지 존재했다.
야자수, 구릿빛 피부의 느긋한 사람들, 서핑, 해변, 비키니, 작열하는 태양, 사막 도로.
선글라스를 쓴 술배 나온 아저씨가 트렁크 수영복을 입고, 나는 고지혈증으로 먼저 죽을 테니 피부암은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선크림은커녕 태닝 오일도 안 바르고 핫도그를 곁들여 맥주 한 잔을 홀짝이는 여유로운 모습.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땅은 멕시코와 접경해 있어 그쪽 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렇기에 해변가 근처의 펍은 콘셉트를 멕시칸 스타일로 잡아, 바닷가에 버려져 있던 조각배를 대충 뜯어와서 만든 듯한 바 테이블을 시작으로 나무를 주된 소재로 인테리어한 곳이 많았다.
줄리아 챈들러는 그런 바를 좋아했다.
너무 꾸민 바보다는 오히려 그런 식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바가 좋았다. 스포츠 펍과 다른 느낌으로 마리아치 밴드 스타일의 음악이 나오다가, 늦은 저녁이 되면 음악을 끄고 네온 조명 몇 개만을 켜두고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해 둔 그런 바 말이다.
그런 곳에서 맥주와 마가리타, 데킬라를 홀짝이다 보면 헤밍웨이가 옆에 앉아 똑같은 술을 홀짝거리며 ‘퍽킹 FBI.’ 하고 중얼거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헤밍웨이는 말년에 FBI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불안에 시달렸고, 죽은 뒤 사실로 밝혀졌다.
그런 곳에서 헤밍웨이처럼 마가리타를 홀짝이며 줄리아는 이런 말을 꺼냈다.
“진심으로.”
“아, 아하하.”
그 옆에서 망고 마가리타를 빨대로 마시던 사이먼이 어색하게 웃었다.
망고 마가리타는 그냥 마가리타보다 망고 맛이 나고 노란색이며 조금 더 단 게 특징이었다. 가니쉬로 우산까지 얹어 준, 어떻게 보자면 여성을 위한 메뉴였다.
“왜 그 인간하고 같이 일하게 된 거야? 회사에서도 사고 치고 나왔으면서.”
“뭐, ‘Never say never(불가능은 없다).’라고. 신 작가님은 1부는 파이퍼 씨에게 기회를 주었으니 2부는 마틴 씨하고 일을 진행하고 싶으셨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기는 했는데······.”
“늑대냐 호랑이냐였네. 그래도 나는 차라리 차가운 늑대인 아치발트 파이퍼를 선택하겠어. 레미 마틴하고 대화가 끝나면 어딘가 좀 묘하게 기가 빨리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그러실 수 있죠. 줄리아는 악연이 있으니까.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지 않았어요? 나는 오늘 회의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진행되었다고 느끼는데.”
“맞는 말이야. 난 레미 마틴이 그렇게 이 소설에 관심이 많은 줄은 몰랐네.”
“듣자 하니, 다 읽었다는 모양이더라고요.”
줄리아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농담이지? 차라리 소련이 붕괴한다는 말을 믿고 말지.”
“그것도 지금 정세를 보자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소련에 맥도날드 입점해서 다들 자본주의의 맛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레미 마틴이 소설을 읽었다고?”
“1부와 2부, 둘 다.”
“내 기사는 단 한 줄도 제대로 읽지 않았던 양반이?”
“그러니까요. 놀라운 일이죠. 그리고 꽤 감명받은 모양이에요.”
“······진심?”
말은 그렇게 했지만, 줄리아는 그제야 머릿속의 퍼즐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Universe of losers’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레미는 뭔가 안다는 듯이 한마디를 얹거나 공감한다는 듯이 피식거리며 웃었는데, 모두 실제로 소설을 읽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 당시에는 대충 누군가에게서 요약을 대충 전해 들었겠거니 싶었는데 아니었다.
줄리아는 자기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실은 레미가 ‘Universe of losers’에 관해 떠들 때마다 속으로 비웃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녀는 오랜 옛날에 들은 말을 떠올렸다.
‘소설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신 작가의 소설은 레미 마틴을 변화시켰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흠.”
마가리타를 크게 한 모금 마신 줄리아가 가볍게 숨을 내뱉더니 이야기를 돌렸다.
“사이먼, 너는 신 작가님의 의도가 오직 그것뿐이라고 생각해? 우리 작가님이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만한 사람은 아니잖아.”
아무 말 없이 빙긋 웃는 사이먼.
흐트러진 정장 타이를 가볍게 고쳐 매며 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
줄리아도 대답을 재촉하는 대신 마가리타를 마저 마시고, 다음 잔으로 데킬라 샷을 주문했다.
밤바다의 열기가 온종일 사무실에서 일한 직장인에게 기분 좋은 휴식을 선사했다.
원래 정장을 입고 일하는 사람은 딱히 움직이는 일을 하지 않아도 저녁이면 땀에 흥건히 젖는 법이었다. 줄리아도 가볍게 틀어 올린 머리밑의 목선에 슬쩍 땀이 맺힌 상태였다.
살짝 떠보려던 줄리아는 사이먼이 좀처럼 대답을 않자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뭔가, 작가님이 큰 그림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가볍게 시치미를 떼듯이 말을 받아주기만 하는 사이먼.
그런 태도를 보면서 줄리아는 피식 웃었다.
“사이먼, 너도 변했네. 내 앞에서 속내를 감출 줄 알고.”
“그렇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말하기 전에 분위기를 좀 잡아 봤을 뿐이죠.”
“뭐야, 빨리 말 안 해? 자식이, 내가 열심히 키워 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
“알았어요, 알았어. 그런데, 저도 확실하지는 않아요. 그냥 작가님 말을 듣다 보면 느껴질 뿐이죠. 굳이 어딘가에 크게 얽매이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그래?”
“그러니 제가 회사 차린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고, 직접 투자까지 감행하신 게 아닐까요. 사실, 지금 하드보일드 퍼블리셔의 절반 정도는 신 작가님 소유거든요.”
“흐음······. 확실히 좀 놀라운 구석이 있는 작가란 말이지. 보통 작가님들은 글 쓰는 데 집중하시느라 이런 비즈니스적인 부분까지는 잘 신경 안 쓰시는······ 아니, 대놓고 말해서, 아예 무지한 분들이 많잖아? 그래서 계약에 있어 손해를 보기도 하고. 근데 신 작가님은 아니야. 내가 처음 로스앤젤레스 해변가에서 만난 그 순간부터 느꼈었지. 확실히 보통은 아니라고.”
줄리아는 데킬라 샷이 나오자 같이 나온 소금을 핥은 뒤 털어 넣고는, 라임을 한입 깨물어 입 안에 남은 뜨거운 불꽃을 잠재웠다. 데킬라를 마시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감히 말을 얹자면, 그러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말이야. 신 작가님에게는 확실히 힘이 있으니까. ‘작품’이라고 하는 힘.”
미디어 콘텐츠는 형태가 없었지만, 분명 어마어마한 부가 가치를 가진 산업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즐거운 이야기를 원했고, 그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작가란 분명히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 작가는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편이었다.
줄리아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생각했다.
“일단은 작가들이 사람을 대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고.”
“그렇죠. 아무리 따로 직업이 있는 분이라고 해도, 이쪽 업계 동향을 잘 몰라서 그런지 보통은 너무 낮은 조건에 계약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건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아. 내가 쓴 작품을, 다시 말해 얼마 전까지 나 혼자서만 즐겨 왔던 상상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여 주겠다는 제안에서 오는 흥분. 돈보다는 책을 낼 수 있다는 감정적 고양감만으로 결정하는 분이 많으시더라고.”
“신인을 좀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전작이 어지간히 히트하지 않는 이상 퍼블리셔 쪽에서 작가님 작품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하면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맞아. 그리고 사실, 작가들이 정확한 내역을 알기가 쉽지 않아. 결국에 책을 만들어 유통하고 광고를 넣는 생산 비용 모두를 출판사에서 대니까.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작가들로서는 아무리 자기 작품에 자부심이 있어도 자본의 세계 안에서는 밑질 수밖에 없지.”
“신 작가님은 아니셨지만.”
“그러니까 말이지······. 첫 작품이 잘 되고 난 다음에 곧바로 레미 마틴하고 담판을 지어서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만큼 돈을 받아냈지. 참 놀랍단 말이야. ‘그’ 레미 마틴을 상대로 계속 거래하다니. 새삼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네.”
자기 힘으로 뭔가를 온전히 이루고 있다.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자본을 갖지 않은 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
그렇게 신이라는 작가는 상상이라는 힘 하나만으로 이곳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테지.
데킬라 샷 하나를 더 시켜 마신 줄리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결국 그 벽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 앞에서 침묵하는 사이먼.
오랜 악연인 레미 마틴을 만났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가 변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약간 취한 상태에서 줄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최악이었지. 토런스 뉴 미디어 나올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앞에 주유소가 보여서 기름 한 갤런 사서 사옥에 불 지르고 도망칠까도 생각했어.”
“그때 많이 힘들어하셨죠.”
“맞아. 너라도 알아주니 고맙네. 사이먼.”
줄리아는 가볍게 사이먼의 뺨을 꼬집었다.
‘후후.’ 하고 웃는 입술은 여느 때처럼 붉은색이었다.
진한 화장. 오늘만 해도 몇 번을 다시 그린 그것은, 줄리아 챈들러가 무례한 인간들이 앞이나 뒤에서 ‘노처녀’라는 소리를 수군덕거릴 때마다 이 일을 진심으로 대하는 자신을 되새기는 용도로 쓰이는 ‘전쟁 화장’이었다.
올해 31세.
80년대라는 시대상에서 보자면 결혼은 물 건너간 나이였고, 그것은 그녀 스스로도 인지하는 부분이었다.
그동안 좋은 선 자리가 여러 번 들어오기는 했지만, 줄리아는 그 제안을 계속 고사하고 지금껏 업계에서 일했다.
이 업계를 떠난 이후의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참으로 모호한 이유였으나, 그렇게 살아온 삶이었다.
이 시기에 여자가 결혼하는 평균적인 나이는 23세였다.
그렇게 결혼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해 아이를 낳아야 했고, 그러면 지금처럼 일하는 삶은 꿈꿀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라고 말해도, 아이가 있는 여자가 다시 신문 기자로 복귀하는 삶은 거의 불가능했다.
‘아니, 아예 불가능하진 않을 테지만.’
실제로 건너 건너 아는 선배가 그랬다고 들었으니.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두려움’이 컸다.
모호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이 감정은 줄리아에게 변명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회 탓을 하기에 자신은 책임진 것이 없었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노처녀 운운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줄리아는 그들을 신경 쓰느니 차라리 자기 자신을 점검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술에 취하는 밤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는 했다.
“그때 말이야.”
“네, 줄리아.”
“그때 내가 좀 더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 엿 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았을까.”
“······.”
사이먼은 가볍게 줄리아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줄리아가 퇴사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휴고 어빙의 정치질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원인은 레미 마틴이 제공하였다.
줄리아는 야망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토런스 뉴 미디어에서 일하던 시절,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신문을 만들지, 어떻게 하면 문화 섹션에 더 좋은 기사를 쓸지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문제는 그것이 휴고 어빙의 눈에 고깝게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줄리아를 노골적으로 고립시켰다. 줄리아는 그 수작질에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고자 했으며 서서히 그 순간에 다다르는 듯했으나, 두 사람 사이의 분쟁을 안 레미 마틴이 줄리아에게 일 관두고 시집이나 가는 편이 어떻겠냐고 조롱했다.
인종 차별과도 같은, 사회적 인식 어딘가에 가라앉아 자리 잡은 차별.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한 줄리아가 퇴사를 결정했다.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사이먼은 줄리아가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모든 것이 두려웠던 신입 시절이라 차마 그 부당함에 맞서지 못했다.
그때의 기억이 이 순간에 다시금 떠올랐고, 자기도 모르게 한 모금 마신 단 술에서 쓰디쓴 후회의 맛이 짙게 느껴졌다.
“미안. 괜한 소리를 한 거 같네.”
한동안 말이 없던 줄리아가 머쓱한 미소와 함께 사과했다.
괜찮다며 위로하는 사이먼에게, 그녀로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사실이 존재했다.
그것은 그녀 스스로 느끼기에도 너무 추악한 감정이라, 생각만으로도 부끄러웠다.
오늘, 레미 마틴과의 일로 줄리아 챈들러는 ‘무력함’을 느꼈다.
낮에 있던 회의에서 레미 마틴은 사람이 어딘가 변했다 싶을 정도로 이 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평소처럼 적당히 하대하면서, ‘나는 잘 모르겠고, 나중에 확인할 테니 너희가 알아서 진행해라.’ 같은 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이, 그가 신 작가의 소설을 읽고 팬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줄리아는 ‘무력함’이라는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토런스 뉴 미디어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레미 마틴은 자신이 신문사 사장임에도 글을 읽지 않는 사실을 자랑스레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래, 레미 마틴은 그런 인간이었지.’
그리고 알고 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 작가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점 정도는.
그는 분명 천재적인 소설가였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장차 이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터였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고.’
캘리포니아 밖으로 나간 ‘Country of losers’가 그랬고, 그 뒤를 이을 ‘Universe of losers’도 그럴 테고.
두 작품 모두 분명 레미 마틴만이 아니라, 많은 이의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바로 ‘소설가’였다.
줄리아는 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돕는 자신의 직업을 좋아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는 했다.
‘편집자로서는 결국, 한계가 있나?’
아무리 이상을 좇아 노력하더라도 자본의 논리에 묶여 일하고 있는 이상, 단지 회사의 개일 수밖에 없나?
“푸후우.”
미약하게 느껴지는 비참한 기분에 한숨을 내쉬는 줄리아 챈들러.
미국이 자랑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와 복잡한 혈연관계에 있는 그녀는, 비참한 말년을 보낸 또 다른 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하나의 꿈을 가지고 이 업계에 투신했다.
[작가가 정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하게 글만 쓰게 해 주고 싶다.]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진, 그야말로 망집과도 같은 바람이었다.
그렇기에 선택한 편집자라는 회사원의 길.
하지만 한 작품으로 인해 벌어진 레미 마틴의 변화를 보면서, 인생을 바쳐 지금껏 해 온 일이 자기 자신에게 있어 얼마나 유의미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었다.
그녀는 작가가 아니라 편집자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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