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06)
206.
스탠퍼드 바로 옆에 있는 에스컨디도 엘레멘터리 스쿨.
나를 포함한 펄프 픽션 클럽의 멤버들은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금요일에 그곳을 방문해 각자 맡은 일을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수행하고 돌아왔다.
어느덧 그 일이 약 한 달 정도 이어지다 보니, 다들 가는 동안 그곳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필수적인 코스가 되었다.
그 대화를 통해 나는 다들 나름대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도서관에서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돌봐주고 있는 레베카 웡.
“선생님들은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모두 다 문제아라고 말씀하셨지만, 생각보다 귀엽더라고. 말 걸면서 공부하는 요령 좀 가르쳐주면 눈 째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그걸 한 대씩 쥐어박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
도대체 어디가 귀엽다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아직 뭣 모르는 애들은 그게 다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니까. 그렇게 쥐어박으면 버럭 화를 내는데, 그때 못 풀고 있던 수학 문제를 가르쳐주면 다들 음과 양의 이치에 통달한 동양인의 능력이라고 말하며 감탄하지. 귀여워. 아직 덜 진화한 어린 영장류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음과 양? 그게 뭐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존 스미스가 룸밀러를 통해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웬일로 케이트 무어 선생이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며 대답했다.
“동양철학의 한 갈래야. 쉽게 설명해서 만물이 빛과 어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상이지.”
“오······ 맞아. 레베카?”
“응? 나도 몰라. 그냥 아버지 항상 하시던 말씀 멋진 척하면서 말해봤을 뿐이라. 맞겠지.”
“······.”
“······.”
나와 존이 약간 어안이 벙벙해진 채 당당한 레베카를 힐끔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케이트가 대화를 이어받았다.
“나도 재미있어. 교실마다 문제가 있는 친구들 상담도 해 주고. 해결도 해 주고. 의외로 애들이 별일 아닌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 친구와 싸웠다든가. 숙제를 잃어버렸다든가.”
“호오, 케이트 무어의 고민 상담이라.”
“그럴 땐 이렇게 말해 주지. 친구는 얼마 못 가 사라질 관계다. 숙제는 또 하면 된다.”
“······.”
“······.”
에스컨디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빌런, 케이트 무어.
“조, 존. 너는 어때.”
“아, 나는 다음 날 급식 재료 준비하는 곳으로 바뀌었거든. 급식실 직원분들하고 친해져서 사담도 나누며 그럭저럭 재미있게 잘하고 있지. 그리고 이 학교에 도사리는 거대한 의문에 관해서 알게 되었어. 그건 바로 애들이 야채를 먹지 않는다는 거야.”
오호라, 애들이 왜 야채를 안 먹을까. 참 흥미로운 일이로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조사해 보렴. 탐정, 존.
“신은 아직 잡무 맡고 있어?”
“나는······.”
제자로 삼아 달라 말하고 따라다니는 친구가 하나 생겼어.
차마 그 말을 입에 담지 못하는 나.
레베카는 도서관, 케이트는 복도, 존은 급식실, 마지막으로 나는 학교 밖.
그렇게 다들 제각각 일하는 위치가 달라서 그런지 온갖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에스컨디도 초등학교의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학교 홀로 가서, 마중 나온 직원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의 업무에 투입되었다.
나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은 학교 관리인인 머피였다.
마른 체격의 흑인인 머피는 무뚝뚝한 사람이었으나 자기가 맡은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내게 그리 많은 일을 시키지도 않았다.
그는 처음 만날 때 주어진 일만 마치면 적당히 학교 교정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죽여도 된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나는 짐을 옮기거나, 여기저기 쌓인 쓰레기나 나뭇잎을 소각장에 가져가는 정도의 일을 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널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근처는 치안이 딱히 나쁜 편도 아니고 부모님이 근처에서 일하다 보니 퇴근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돌아가는 경우가 흔했다.
말인즉슨, 방과 후에도 애들이 학교에 남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었다.
보통 그즈음에는 아무리 일이 많아도 나는 한가해졌고, 그러다가 큰 키를 활용해 나무에 걸린 뭔가를 빼 주거나 차 밑으로 들어간 공을 꺼내 주며 어린 학생들로부터 감사를 받기도 했다.
그로써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이 학교에는 슈퍼 히어로 집단이 존재했다.
처음 마주쳤던 ‘배트맨’ 소년을 시작으로, 얼마 전에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쫄쫄이를 입은 온갖 슈퍼 히어로 복장을 한 친구들을 봤다. 다들 집에서 대충 바느질이나 테이프를 붙여 만든 허름한 슈퍼 히어로 복장을 두르고 학교 안을 마구 뛰어다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확실히 애들은 슈퍼 히어로에 환장하는군.’
하긴, 애들이 좋아할 법한 쉬운 이야기, 화려한 코스츔,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설정이 가득한 슈퍼 히어로의 세계는 어린아이들의 욕망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경제 대공황, 2차 세계 대전과 같은 어두운 현실을 잊고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의 재미를 주고자 이 세상에 나타난 슈퍼 히어로와 코믹스는, 지금 시대에 와서 어린아이들이 즐기기에 딱 좋은 콘텐츠가 되었다.
값도 싸고, 돌려 읽기 쉬워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좋으니까.
정부의 검열, 사람들의 의식 변화, 냉전, 베트남 전쟁과 같은 거대한 사건을 여럿 겪으면서도 각 코믹스 회사는 이야기와 설정에 변주를 주며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끄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이곳 초등학생들이 슈퍼 히어로 흉내를 내며 노는 일 자체는 딱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내가 이곳에 봉사를 나오는 시간이 길어지며 귀찮은 녀석이 하나 따라붙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
“······.”
봐라. 오늘도 따라붙었다.
머피의 부탁을 받아 천장 보수 작업에 사용된 사다리를 창고에 두고 나오는 길.
나는 눈앞에 서 있는 나무의 수상한 점을 발견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옆으로 돌아섰다.
몸을 가릴 정도의 종이에 크레파스로 나무의 몸통 부분을 그려서 쫙 펼쳐 들고는, 그 뒤에 숨는 실로 닌자적인 기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종이 끝이 펄럭였고, 손끝과 발 부분이 훤히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괜히 아는 척을 했다가는 곧바로 이런 대답이 돌아오리라.
‘역시 닌자!’
이곳 에스컨디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여자아이.
검은색 머리칼을 하나로 묶고 어딘가 활달해 보이는 인상의 꼬맹이.
이름은 애슐리였다.
처음 일하던 날 돌연 내게 ‘마스터’가 되어 달라고 이야기했던 그 아이는, 내가 하기 싫다고 정중하지 않게 거절했음에도 여전히 계속해서 따라붙는 중이었다.
자기도 닌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는 중이라면서 온갖 기술을 보여주었고, 전부 다 파멸적일 정도로 어설펐다.
하지만 악의 없는 차별은 때때로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법이었다.
나는 마치 빼앗긴 도토리를 찾기 위해 누군가를 미행하는 다람쥐처럼 사사삭 따라오는 애슐리를 애써 무시했다.
“아코!”
나무 사이사이를 옮겨 다니다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애슐리.
“······.”
그것까지 못 본 척은 할 수 없었기에 나는 기어코 돌아섰다.
그리고 안 그래도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말했다.
······제기랄, 이게 자기 차별인가.
“괜찮니?”
“헉, 어떻게 알았지?!”
“네가 소리 냈잖아.”
“역시 닌자죠?! 닌자 맞죠?!”
더는 피할 수 없겠다.
이제는 내가 숨만 쉬어도 닌자냐며 물어보고 있다. 나는 그냥 평범하게 나무 위를 올라가거나, 화단 위 꽃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서 뛰어넘고, 농구 골대를 잡고 올라가 공을 툭 쳐 냈을 뿐인데.
······어라, 이게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닌자처럼 보이나.
아니,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 어린아이는 어른이 뭘 하든 대단하게 보니까.
나는 제대로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애슐리에게 물었다.
“뭘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니? 나무를 타는 모습을 보고?”
“동양인이잖아요!”
이런 인종차별이나 하는 Racist 꼬맹이가······!
“닌자 영화에서 봤어요! 주인공이 동양으로 넘어가서 마스터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내용! 닌자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주세요!”
“저기, 나는 닌자가 아니야.”
“아니에요?”
“아니야. 그냥 나무 타는 법을 알고 있을 뿐이야.”
“그거면 충분해요! 부디 가르침을 주세요!”
“전에 말한 그 피의 복수인가 뭔가 때문에?”
“네! 저는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무슨, 복수인데?”
“제 부모님이······ 악당의 손에 살해당했거든요.”
“······네?”
충격적인 발언에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킨 내 앞에서 소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저는 복수를 맹세했어요! 어떻게든 힘을 길러 악과 맞서 싸우기로! 악에게 복수하기로!”
“저기······ 미국은 사적 제재가 금지된 국가니까, 경찰에 신고하면 어떨까?”
“경찰은 무능해요. 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힘을 쓰지 못하죠.”
“······?”
“정의는 땅에 떨어졌어요. 모두가 서로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굴죠. 급식 시간에 새치기한다든가. 아니면 코믹스를 자기만 본다든가. 저는 반드시 힘을 길러서 이 학교를 혼돈에 빠뜨린 놈을 쓰러뜨리고 그 악당들에게 말해 주겠어요. 너희에게 줄 자비는 없다고.”
“······이거 혹시 설정?”
“아? 네, 설정이요. 모든 슈퍼 히어로에게는 비극적인 뒷배경이 있잖아요?”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나는 전신에서 진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였다.
이 조그마한 3학년생 ‘애슐리’는 부모님을 악당의 손에 잃은 비극적인 배경 설정을 짠 슈퍼 히어로가 되고자 한다.
나는 학교에서 일하는 동안 봤던 ‘어설픈 슈퍼 히어로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학교에는 슈퍼 히어로가 많잖아? 그런데 그런 큰 문제가 있다고?”
“그렇죠. 다들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어요. 자기들끼리 다투기에 바쁘죠. 각자 좋아하는 코믹북 프랜차이즈가 다르니까요. D.C.와 마블의 양분 구도를 바탕으로 온갖 제3세력이 자신들이 진짜 슈퍼 히어로라면서 서로 다투기에 바빠요.”
“거 참, 자본주의적인 슈퍼 히어로들이구나.”
“그들을 하나로 모아 악에 대항하고 싶어요. 절 도와줄 수 있나요, 마스터?”
“······.”
순수하게 눈을 반짝이는 애슐리를 보며 나는 뺨을 긁적였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어린아이들이 자기들만의 슈퍼 히어로 집단을 만들고 학교 내에서 놀고 있다. 지금 시대의 소년 소녀가 어떤 식으로 슈퍼 히어로를 이해하고 놀이에 활용하는지가 궁금했다.
이 학교에 봉사활동을 온 이유도 그런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새삼스레 상기하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자, 일단 확실히 해 두자. 나는 닌자가 아니야.”
“네! 그래도 괜찮아요! 뭔가 가르침을 주세요! ······그런 설정이 있어야 애들이 저를 노는 데 끼워주거든요.”
요즘 애들 참 조숙하군.
“그리고 두 번째로, 위험하게 놀지 말 것. 알았지?”
“마스터에게서 배운 바가 악에 활용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군요! 알겠어요!”
“······좋아. 그러면.”
거기까지 말한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뭘 가르치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법? 그런데 다 큰 어른인 내가 그 방법을 의식하고 행동하나? 그냥 디디기 좋은 나무 사이의 틈을 보고 발을 걸친 뒤, 한 번 오르면서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뿐인데. 이런 걸 아이한테 어설프게 가르치다가는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대체, 내가 아는 지식 중에 ‘슈퍼 히어로 놀이’에 필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
“흐음.”
“오, 역시 고민하시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에게 뭐부터 가르쳐야 좋을지를!”
멋대로 오해하는 애슐리.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이야아아앗-!!”
“캬아아아앗-!!”
저 멀리서 엄청나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대충 구멍을 뚫어 만든 검은 복면을 뒤집어쓰고 통일되지 않은 재질의 검은 옷을 입은 세 소년.
심지어 손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일본도를 손에 든 상태였다.
“조심하세요! 마스터! 저들은 악의 수하들이에요!”
“뭐?”
“흐하하! 이미 늦었다! 애슐리!”
“‘그분’은 너를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
우리를 둘러싼 세 명의 닌자 소년.
······오호라. 단지 부모님이 살해당해 복수를 꿈꿀 뿐만 아니라, 어떤 악의 집단으로부터 추적받는 입장이기도 하군.
이거 설정 참 재미있는데. 약간 복잡한 감도 없잖아 있지만.
칼을 위협적으로 붕붕 휘두르며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세 사람.
나는 자신에게 취해 연기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고, 이내 내 앞으로 용기 있게 나선 애슐리는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그 입 닥쳐!”
“······.”
“······다, 닥치라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그래, 닥치라는 말은 좋지 않아. 애슐리. 선생님이 쓰지 말라고 했잖아.”
“아, 그렇지. 그럼······ 조용히 해! 대체 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건데!”
“그건 말해 줄 수 없다! 어쩔 수 없군. 따라오지 않는다면 너의 스승이라도 데리고 가겠다.”
“뭣?! 그렇게 놔두진 않겠어!”
“늦었다! 차아앗-!”
거기까지 외친 소년이 주머니를 뒤적거려 작은 콩알탄을 꺼내 내던졌다.
파앙-!
······그러더니 복면 소년이 내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
“저기, 그, 죄송한데······ 쓰러져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게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이 들어간 저희만의 특수 장비라서, 터트리면 잠이 들어야 하거든요.”
“호오.”
이야기적으로 봤을 때 구성이 딱히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죽음을 겪고 복수를 위해 스승을 찾아 학교 안을 떠돌던 애슐리는 자신의 스승이 되어 줄 수 있는 인물을 발견한다. 하지만 사제 간의 예를 맺은 순간, 그녀의 뒤를 계속 쫓아온 악당의 수하가 스승을 납치한다.
생각보다 본격적인 ‘슈퍼 히어로 놀이’였다.
나는 일단 거기에 따라 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이고! 졸리다요!”
픽, 아프지 않게 바닥에 쓰러졌다.
“······.”
“······.”
잠깐의 침묵이 다시 흐르고 소년이 말했다.
“아, 저, 죄송한데······ 저희가 들고 옮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그, 직접 따라 와 주실 수는······.”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나는 어색하게 비척비척 일어서서 소년들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등 뒤에서 애슐리의 외침이 들려왔다.
“마, 마마마, 마스터어어어엇-!!”
거 참, 빨리도 말한다.
······근데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
마침 복도를 돌던 참이었다.
[하이고! 졸리다요!]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창문 밖을 내다본 케이트 무어는 잔디밭 위에 쓰러져 있는 신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심각한 문제라도 생겼나 싶어 창문을 열려던 순간, 그녀는 그 주변으로 검은 복면 뒤집어쓰고 검은 옷까지 챙겨 입은 소년들이 신을 둘러싸고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뭐라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일어선 신이 복면 소년들을 털레털레 따라갔다.
그리고 자리에 남아 있던 한 검은 머리의 초등학생 하나가 무릎을 꿇고 외쳤다.
[마, 마마마, 마스터어어어엇-!!]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
“······.”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케이트 무어는 눈을 감고 돌아섰다.
‘내 할 일이나 잘하자.’
아직 남은 교실이 많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