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24)
224.
1986년 8월 27일.
나는 사이먼과 함께 조지아 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World science fiction convention’, 줄여서 ‘월드콘’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1939년, ‘World science fiction society’의 주최로 시작된 월드콘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미국 전역이 혼란스럽던 1942년부터 1945년까지의 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빠짐없이 세계 각지를 돌며 컨벤션 행사를 개최해 왔다.
조지아 주의 주도인 애틀랜타에서 주최되는 이번 월드콘은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으며, 다양한 팬 부스와 기업 부스, 그리고 공식 행사가 준비된 상태였다.
그리고 내가 거기에 초청 받는다는 의미는······ 상당히 컸다.
공식적으로 내가 가진 이름값이 작지 않다는 증명이었으며, 또한 최근의 일을 돌이켜보았을 때 내가 이번 월드콘에서 수상할 휴고상의 유력 수상자 중 하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미국 SF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휴고 건즈백’ 편집장의 이름을 딴 휴고상.
네뷸러상과는 달리 순수하게 컨벤션에 참가한 팬들의 투표만으로 결과가 정해졌기에 어찌 보면 굉장히 대중 친화적인 상에 가까웠다. 물론, 사비와 개인 시간을 기꺼이 지불하며 월드콘에 참가하는 사람이 ‘대중’이라고 하면, 그건 또 애매하지만.
‘대부분은 너드겠지.’
그것도 어마어마한 수준의 너드.
그래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인식 차이가 있으니 비교적 보다 대중적인 소설이 뽑히는 편이었다. 대중과 평단 양쪽의 호평을 받은 소설은 두 상을 모두 타기도 했고 말이다.
‘내 소설이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주 약간만 기대하기로 했다.
항공편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략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
어제 밤새워 일했다며 바로 곯아떨어진 사이먼의 코골이 소리와 고기압으로 인한 귀의 먹먹함이 약간의 멀미를 유발했으나,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바로 ‘Kung-fury : novel’이었다.
사이먼의 조사에 의하면, 진짜로 흑인 학생의 비율이 높은 몇몇 중학교에서 ‘Kung-fury : novel’을 학교 독후감 수업 과제로 채택했다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머나먼 미래에는 장르 소설이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미국은 분명 보수적인 국가였고, 코믹스나 장르를 제대로 된 작품으로 취급하지 않는 문화적 기질이 강한 편이었다.
더욱이 지금은 1986년이다.
‘마이클 잭슨이 ‘Thriller’로 보수적인 음악 시장을 뚫은 게 고작해야 4년 전인데.’
그런 상황에서 내 소설이 학교 수업의 독후감 과목으로 선택되었다.
사이먼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소설을 잘 읽지 않던 흑인 학생들이 작가님 소설을 읽기 시작한 걸 보고 교사들이 흥미를 느낀 모양이더라고요. 개중에서 좀 진보적인 풍조를 지닌 몇몇 교사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 일을 추진한 모양입니다. 뭐, ‘Kung-fury’가 슈퍼 히어로물이라지만 단순한 내용의 작품은 아니잖아요?]하지만 나는 그 사실이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이거 괜찮은 거야?’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같은 동양계 미국인들이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흑인이라니?
왜 이 소설이 그들의 픽이 되었는가를 확인하고자 나는 지금 다시 소설을 읽는 중이었다.
쿵-퓨리는 스타 체이서와 친구가 되었다.
격렬한 싸움 끝에, 퓨리는 스타 체이서의 내면에 있는 분노와 열등감을 알게 되었다.
흑인과 백인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스타 체이서는 인종적 혼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국가에서 딱히 인종을 밝히지 않는 편이 좋겠다 제안했고, 본인도 거기에 따랐다.
하지만 쿵-퓨리는 그런 스타 체이서의 모순을 지적했다.
사람들은 너를 백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왜냐? 이 미국 사회의 주류는 결국, 백인이니까.
상관없다고 대답하는 스타 체이서.
다시 쿵-퓨리의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면 왜 네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날 공격했냐.
스타 체이서는 거기에 대답하지 못한다.
쿵-퓨리는 일갈했다.
분명 언젠가는 흑인 대통령도 나올 텐데 왜 꽉 막혀서 생각하냐. 좀 더 당당해져라.
그 말을 들은 스타 체이서는, 참으로 고마운 말이지만 아직까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면서 긴장을 내려놓는다.
그렇다. 고작 한 걸음이지만, 드디어 누군가의 앞에서 흑인으로서의 자신을 인정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그날 밤, 아무도 없는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친구가 되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에스컨디도 초등학교의 애들을 보고서 쓴 부분이지.’
아이들은 인종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따라할지언정, 그 의도는 진정한 의미의 차별과는 달랐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사실 인종을 가늠하라 가르치는 것은 어른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슈퍼 히어로에 가까운 이는 소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이 작품의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현실의 슈퍼 히어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슈퍼 히어로를 비도덕적이고 결함이 있는 인물로 묘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은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니까. 내가 가진 피해 의식의 솔직한 고백이었으며, 동시에 내가 한 번의 삶을 더 살면서 느낀 친구들의 이야기를 집합한 무언가였다.
언제부턴가 내 소설은 그런 식으로 나의 삶을 짙게 투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된다고!’
아무리 흑인이 쿵푸를 좋아하고, ‘스타 체이서’라는 캐릭터에게 그들이 환장할 만한 뭔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과연 학교에서 독후감 수업에 사용할 정도로 대단한 건가?
그러면 뭐야, 백인 아이들은 닌자에 열광하니 이제 사이보그 닌자 나왔다고 또 광풍이 불겠네?!
‘······어.’
그러고 보니 최근 발매된 ‘Kung-fury : comics’ 이슈에 사이보그 닌자가 등장했지.
“······.”
나는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기분에 휩싸였다.
***
1986년부로 44회째를 맞이한 월드콘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과 힐튼 호텔 지하의 거대한 컨벤션 홀을 빌려 동시에 진행되었다.
두 호텔은 걸어서 5분 사이에 위치했다.
초청을 받아 참석한 만큼, 나는 내내 사이먼과 함께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에 묵으며 정해진 시간마다 행사에 가서 단체 인터뷰와 사인회 같은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다.
그 외에 나머지 시간은 모두 자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첫 일정인 사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월드콘을 돌면서 어떤 부스가 들어섰는지를 확인하면서 이 행사의 분위기 자체를 즐겼다.
미래에 나이가 먹고 이런저런 이유로 종종 참석하고는 했지만, 전생의 이맘때는 딱히 가 본 적이 없었던 월드콘 행사에 무려 ‘작가’로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도 월드콘은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행사였다.
‘대충 3일에 6,000명 정도가 온다고 했던가?’
비영리 행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 많은 숫자의 방문객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별의별 사람이 다 모여서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독립체······! 독립체가 보인다······!”
“비리비립, 비빕. 저 여자를 꼬실 확률, 0%”
“나는 우주의 신, 아포칼리파의 화신이오······.”
온갖 미친놈들이 돌아다녔다. 소위 말하는 ‘코스튬 플레이’였다.
1986년이라 엄청난 전문성은 없고 대부분 기존에 있던 옷을 수선하거나 만들어 붙인 정도였지만, 그것대로 나름의 감성이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나와 사이먼은 그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SEEN! 여기 보세요!”
찰칵!
아포칼리파의 화신과 사진을 찍고 교대하면서 말했다.
“그, 사이먼. Shin이라고 불러 줄래요.”
“아, 네네. 그렇게 할게요. Shin.”
이번에는 반대로 사이먼이 찰칵.
그렇게 사진을 찍다가, 다시 부스를 돌아다녔다.
즐길 거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점이, 무척 맛있게 느껴졌다. 컴퓨터를 가져와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둔 개인 부스나, 자기 회사에서 나올 책을 판매하거나 팜플렛을 배포하는 기업 부스 하나하나가 모두 즐겁고 흥미로웠다.
한동안 월드콘을 즐기다 보니 금세 사전에 전달 받은 시간이 되었다.
나는 사이먼과 함께 주최 측으로 향했고, 첫 번째 일정인 사인회에 참석했다.
컨벤션 홀 제일 안쪽의 단상 위.
길게 늘어선 테이블 앞으로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나 말고도 초청을 받아서 온 작가는 네 명이 더 있었다. 각자 방에서 기다리거나 나처럼 컨벤션 홀에서 행사를 즐기고 있을 나머지 작가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조합되거나 하면서 사인이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행사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리라.
로저 젤라즈니, 코니 윌리스, 폴 앤더슨, 조안나 러스.
나 역시 적어도 그들이 쓴 소설을 한 편 이상은 봤을, SF 문학계의 거장들.
그들과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 있어 큰 영광이었다.
특히나 지금 내 바로 옆에 앉은 로저 젤라즈니 선생님은 ‘앰버 연대기’라는 작품을 쓴, 장르 문학계의 위대한 거성 중 하나였다.
그런 대단한 작가가 내 앞의 명패와 내 얼굴을 보면서 씨익 웃고는 다음과 같이 여유롭게 인사말을 건네 왔다.
“작품 정말 잘 읽었네. 이렇게 젊은 작가일 줄은 몰랐군.”
“감사합니다. 저도 작가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크하하하! ‘Losers’ 시리즈라면 휴고 상도 석권할 수 있을 거야! 내 장담하지!”
마침내 SF 너드들의 유쾌한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사인회.
이때 일반적으로 사인하고 나서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 ‘감사하다.’ 같은 형태로 대충 한 사람 당 10초 정도 이야기할 기회가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내 앞에 온 사람들은 꼭 한마디씩을 더 덧붙이고 지나갔다.
일단, 내가 사인한다.
슥, 스슥.
“작가님! ‘Losers’ 시리즈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사이보그 닌자는······!”
“Next~.”
거기까지 말한 시점에서 주최 측의 행사 진행 요원이 다음으로 넘겨 버린다.
그리고 나는 의문에 빠진 채로 생각한다.
‘······뭐지.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다들 지금 한창 코믹스가 나오고 있는 ‘Kung-fury’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고자 했다.
하지만 ‘Losers’ 시리즈와 관계없는 이야기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그들의 압박감에 눌려 ‘다음 사람~.’을 말하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게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다 그래서 궁금증이 폭발하려던 찰나, 말이 빠른 백인 여성 한 명이 결국 사이보그 닌자가 어떤지에 관해서 감상을 늘어놓는 데 성공했다.
“사이보그 닌자 진짜 개멋져요!!”
“······아, 감사합니다.”
그거였군.
***
“푸후우.”
행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뒤, 나는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침대에 털썩 앉았다.
뒤따라 들어온 사이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가님.”
“계속 웃느라고 얼굴 근육 아파 죽겠네요.”
“진심으로 웃으신 거죠?”
“그럼요~. 독자님들을 만나는 자리인데~.”
사실 조금은 억지로 웃은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즐겁지 않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들이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는 내가 소설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소설이 가진 무게감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거리다 사이먼에게 말했다.
“사이보그 닌자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아, ‘제로’요.”
사이보그 닌자, ‘제로’.
쿵-퓨리의 숙적이자, 어떻게 보자면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그는 그 이름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으며, 동시에 ‘모든 것’인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상대해 보지 못한 유형의 슈퍼 빌런 테러리스트였다.
작중에 드러난 제로의 능력은 바로,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중요해진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힘이었다.
한가로운 주말 저녁.
미국의 많은 가정이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저녁을 먹고 함께 뉴스를 시청하는 가운데, 슈퍼 히어로의 빌런 체포 소식이 연이어 보도된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 된 미국’에 자부심을 느끼는 와중, 제로가 뉴스 방송을 해킹하면서 화면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딘지 모를 곳을 배경으로 검은 닌자복을 입은 사내가 등장하자, 많은 이들이 그 이상 현상에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화면에 집중한다.
그리고 붉은 안광을 흉흉하게 빛내면서, 제로는 자신의 이름과 목적을 밝힌다.
[내 이름은 제로. 이제부터 서서히 너희가 사랑하는 미국을 파괴하겠다.]그 말과 함께 자신이 서 있는 장소를 보여주는 제로.
그곳은 바로, 원자력 발전소 앞.
이 미친 슈퍼 빌런은 시작부터 원자력 발전소를 점거해 버린 것이었다.
순간 정부와 방송사의 합작으로 뉴스가 끊어졌지만, 제로는 다시 방송 네트워크를 해킹해 통신을 장악하고 화면 속에서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제 한 시간 뒤면 이곳은 폭발한다.]모든 미국인이 경악했고, 미국 정부는 당장 근처의 슈퍼 히어로들과 경찰을 각지의 원자력 발전소로 파견해 상황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 영상 자체가 가짜일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된다면 미국 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터였다.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그리고, 제로 역시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리라 예상했다.
그는 슈퍼 히어로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진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닌자 부하들을 데리고 백악관으로 침투한다.
경호원들을 해치우고 나아간 그는 패닉룸을 해킹해 열고 그 안의 대통령을 납치하려 한다.
바로 그때, 무슨 일이 있어도 대통령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슈퍼 히어로 ‘리버티 퀸’이 그를 막아선다. 초인적인 신체 능력과 더불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투사하는 능력’을 지닌 그녀는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면서 제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제로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계획한 진짜 목적은 사실, 미국 내에서 ‘스타 체이서’ 다음으로 강한 히어로인 ‘리버티 퀸’이었다.
연막을 흩뿌려 리버티 퀸의 시야를 차단하면서 그는 삽시간에 접근했고, 그녀의 목을 잡아 힘껏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고통 속에 저항하던 리버티 퀸은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슈퍼 히어로로서의 힘, 초능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쿵-퓨리’가 ‘시간 역행 능력’을 숨기고 있다면, 제로에게는 ‘타인의 능력을 빼앗는 능력’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리버티 퀸을 평범한 인간으로 되돌리고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투사하는 능력’을 빼앗은 제로는, 그사이 다시 닫힌 패닉 룸의 입구에 거침없이 레이저를 쏘아 녹여 버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서 그는 대통령에게 이런 경고를 한다.
[너 같은 건 내 진짜 목적이 아니다. 대통령. 너는 그 자리에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진짜 비밀은 알지 못한 채 무능하게 미국의 멸망을 지켜보면 돼. 사람들은 널 원망하면서 죽어가겠지.]그렇게 증오와 분노가 담긴 경고를 남기고 제로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현장에서 사라진다.
“······이번에 코믹스에 이 녀석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더 소설을 사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당장 이번 행사에 ‘제로’의 코스튬을 만들어 입고 오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요. 아까 작가님 사인회할 때 봤어요.”
“허어······.”
‘Losers’ 시리즈로 일약 미국 전역에 이름이 알려진 뒤, 그다음에 쓴 신작이 ‘Kung-fury’라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고, 뭔가 심상치 않은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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