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25)
225.
이른 아침의 건즈 앤 소드 매거진 사무실.
바쁜 일정에 집으로 가서 옷만 갈아입고 돌아온 부사장, 아치발트 파이퍼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근처에 있던 신입 사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결과, 나왔습니까?”
“아, 어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입 사원.
바로 그때, 옆에서 잡담을 나누던 편집장, 아서 레이놀즈가 대답했다.
“휴고상 결과라면 이따 저녁은 되어야 나올 겁니다.”
“그래요?”
“네, 한숨 주무시고 오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럴 순 없죠. 오늘도 일정이 있는데.”
시간을 확인한 아치발트는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을 계산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머릿속에 일밖에 없는 이 일 중독자는 적당히 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결과를 목 빼고 기다릴 정도로 이 ‘휴고상’은 큰일이었다. 그가 직접 유통을 중계한 ‘Losers’ 시리즈가 이번 연도의 유력 수상 후보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사실 아치발트뿐만 아니라 건즈 앤 소드 매거진의 모든 사원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딱히 회사의 수익과 연관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고, 단지 신이라는 작가가 그 네뷸러상에 이은 휴고상마저 석권하기를 바라서였다.
아서 레이놀즈는 상황을 자각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참, 생각도 못하게 어마어마한 분을 우리 잡지사에 모셨었습니다.”
“······그 정도인가요.”
평소에는 그런 대화에 일절 끼는 법이 없었던 아치발트였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신 작가가 지금 이 미국 사회에서 갖는 위치에 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럼요. 무려 네뷸러상 수상.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신 작가는 ‘Losers’ 시리즈를 통해서 미국 전역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장르의 팬이 그를 지켜보는 상황이죠. 실제로 네뷸러상 수상 이후로 전국의 많은 잡지사에서 작품 의뢰와 협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다······.”
“거기다?”
“참 영리하다고 할까요. 그 의뢰 중 많은 것들을 소화해 나가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편집장이라는 위치에 있으면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아서는 신 작가가 미국 전역의 각종 잡지사에 자신이 그동안 써온 온갖 단편 소설을 개재하며 멈추지 않고 열차처럼 달려 나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하드보일드 퍼블리셔의 이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점까지도.
“또, 이번에 D.C. 코믹스하고 합작한 작품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서는 그 또한, 참으로 교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D.C. 코믹스하면 이 미국 내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굴지의 코믹스 회사였다. 그곳과 직접 계약해 코믹스와 소설을 동시에 냈다는 말은,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D.C. 코믹스라는 회사의 힘을 빌려 미국 전역의 사람들에게 더 접근하겠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아서의 눈빛을 읽은 아치발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Kung-fury’라고 했던가요?”
“네. 그 작품이 또 난리지 않습니까? 학교 수업에서 독후감으로 쓰이지를 않나, 쿵푸 도장에 등록하는 사람이 늘지를 않나. 적어도 이 캘리포니아 안에서만큼은 거의 사회 현상에 가깝다 싶을 정도죠.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점점 더 그렇게 될 겁니다.”
이미 코믹스는 물론이고 소설까지 모두 구매해 독파한 아서는 확신에 차 이야기했다.
‘Kung-fury’는 단순한 슈퍼 히어로물이 아니었다. ‘장르’라고 하는 가면을 쓰고 현대 사회에 던지는 신 작가만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스며든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 히어로물에서 가장 중요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강렬한 서사’를 놓치지 않았다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듯합니다.”
“우리도 ‘Princess quest’의 유통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군요.”
장르 소설의 팬 보이로서 흥분한 아서와는 달리, 아치발트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이 상황을 분석했다.
대화를 반쯤 강제로 마무리 짓고 사무실로 돌아온 후, 그는 머릿속을 떠도는 한 가지 생각에 잠시 눈썹을 찡그렸다.
‘신.’
그의 행동 중에 방금까지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이 하나 존재했다.
어째서 그는 ‘Losers’ 시리즈의 2부를 느와르 퍼블리싱을 통해서가 아닌 다른 곳을 통해서 유통했는가 하는 것.
그러나 방금의 대화가 그 의문을 약간 해소해 준 것 같았다.
D.C. 코믹스와의 계약을 통해서 미루어 짐작해 보는 바로, 신은 어떤 대형 퍼블리셔와도 강한 유대감을 맺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실, 굉장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계약 조건이라든가 일하는 방식을 따져봤을 때는 느와르 퍼블리셔나 펭귄 하우스, D.C. 코믹스 같은 큰 회사와는 계속 함께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쌓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치발트는 한 가지 의문이 해소되었지만, 그 뒤를 따르는 또 다른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정말로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Do-mo! 제로입니다.”
거기다 이상한 말까지 건네 왔다.
월드콘 3일 차인 9월 1일.
시상식 직전의 마지막 사인회를 소화하던 도중, ‘Kung-fury’의 제로를 코스튬 플레이한 남성이 눈앞에 내 사인을 받고자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황당함과 동시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냥 어디 적당한 무술 도장에서 받은 것 같은 검은색 복장에, 천으로 적당히 만든 두건. 하지만 퀄리티를 떠나, 짧은 시간 내에 내가 창조해낸 캐릭터의 옷을 만들어 입고 와 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다.
나는 사인을 하면서 그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정말 멋지네요.”
“Do-mo!”
“······아, ‘도모’라는 말. 뜻이 뭔가요?”
“Yes, Do-mo!”
······아마도 일본어로 무슨 뜻이든 될 수 있는 말 같았다.
나 말고도 ‘Kung-fury’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작가가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수록 사내는 더 당당하게 제로의 흉내를 내며 계속 사인을 받았으며, 사인이 끝난 이후로도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재미있게 노는 듯했다.
‘좋군.’
두피가 ‘About T’의 토니로 분장했을 때도 그렇고, 내 작품에 애정을 가진 팬이 감동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2차 창작까지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로 멋진 일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일정으로 진행된 사인회를 끝마치고 호텔 방으로 돌아와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주최 측으로부터 우리에게 힐튼 호텔로 이동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오전 중에 투표가 마무리된 휴고상의 집계가 완전히 끝나고, 마침내 시상식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가실까요. 작가님.”
어째 사이먼이 나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 그러실까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미리 가져온 정장을 챙겨 입은 다음, 우리는 뚝딱거리며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 밖으로 나와 5분 거리의 힐튼 호텔로 이동했다.
최상층 한 층 전체를 다 사용하는 시상식장은 꽤나 본격적인 분위기였다. 열 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는 큰 원형 테이블이 곳곳에 놓였고, 그곳에 초대된 작가와 편집인들이 앉아 있었다. 거기다 시상식장 뒤편에는 방송 촬영용 장비까지도 갖춰둔 상태였다.
입구에서 이름표가 달린 목걸이를 차고 입장한 후, 나와 사이먼은 적당히 눈에 보이는 자리에 앉아 같은 테이블 사람들과 적당히 인사를 나누면서 시상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월드콘은 단순히 부스뿐만 아니라 공연 형태의 행사도 있어, 그것을 이곳에서 진행하며 촬영해 지역 방송에 내보내거나 비디오 판매도 진행했다. 작가들이 직접 준비해온 콩트나 공연, 더 나아가 일반인 참가자의 코스튬 플레이 패션쇼라든가 하는 식으로.
그러다 그 마지막에는 시상식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확실히 크기 자체는 네뷸러상보다 훨씬 크군.’
네뷸러상 때는 소수의 SFWA 회원들끼리 모여서 벌이는 행사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월드콘은 뭐랄까, SF라는 장르를 즐기는 이들끼리 다 함께 놀자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끝에서 팬들의 투표로 이루어진 ‘휴고상’의 시상식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자, 그럼. 제33회 휴고상 시상식을 개최하겠습니다.]적당히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Toastmaster(진행자)’인 밥 쇼가 나와 각 상의 후보작과 결과를 발표했다.
각각의 수상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단상 위로 올라가 로케트 모양의 트로피를 수여 받고, 준비된 소감을 말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상이 하나하나 발표될수록 나는 더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목이 바싹 말라 물을 몇 병이나 비웠는지 모르겠다.
네뷸러상에 이은 휴고상 수상.
각자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두 권위 있는 상을 동시에 석권한 작품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과연 내가 쓴 ‘Losers’ 시리즈가 그럴 수 있을까.
긴장이 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순서인 ‘최우수 장편’ 상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여러 후보가 발표되는 가운데, 내 ‘Losers’ 시리즈의 이름도 거론되었다. 그때쯤 되자 나는 심장의 고동이 점차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사이먼도 완전히 돌처럼 굳어져서는 우리 작품이 맞이할 결과가 어떨지 제대로 숨도 못 쉬고 기다렸다.
그리고 결과가 발표되었다.
[제33회 휴고상, 최우수 장편 수상작은······ 신 작가의 ‘Losers’ 시리즈입니다.]세차게 뛰던 심장이 그야말로 ‘폭발’했다.
짝짝짝짝짝-!
세찬 박수 속에 지금 내가 들은 게 맞나 싶어 돌아보자 사이먼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 자자자, 작가니임!”
어찌나 놀랐는지 벅차는 감정과는 달리 제대로 된 언어조차 발화하지 못하는 그.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가, 감사합니다.”
같은 테이블의 작가들에게 직접 축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인 채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내 이름과 작품명이 적혀 있는 휴고상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저도 모르게 손이 부르르 떨렸으며, 그 묵직함에 나는 그제야 확실하게 실감할 수가 있었다.
‘Losers’ 시리즈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미국 전역이 나라는 작가가 쓴 SF 작품에 주목하고 있었다.
번쩍, 치켜 올라가는 손.
평소 점잖은 나답지 않은 리액션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정도로 기뻤다.
멋진 밤이었다.
***
‘최우수 장편’ 상을 마지막으로 시상식이 끝난 뒤, 월드콘 측에서는 내게 주어진 휴고상 트로피를 다시 가져가서 혹시나 망가지지 않도록 단단한 상자에 잘 포장해서 돌려주었다.
그걸 챙겨 들고 시상식장을 빠져나온 다음, 나와 사이먼은 곧바로 애틀랜타 공항으로 가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 밤 비행기에 올라탔다.
많은 작가들이 그곳에서 서로 친목을 도모하면서 하루 정도 더 보내려는 눈치였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학교가 벌써 개강했으니까.’
3학년 가을 학기.
이제 대학 생활의 반환점을 돈 시점이었다.
에드워드 맥밀란 교수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서 9월 2일까지의 수업은 외부 활동으로 대체하기로 협의했으나, 그다음 날은 얄짤없었기에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 참으로 바쁜 일정이었으나, 오히려 나는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감사했다.
네뷸러상에 뒤이은 휴고상 수상.
그 영광 앞에서 나는 문득, 이 소설을 쓰던 순간을 떠올렸다.
1부와 2부, 둘 다 쓰기에 상당히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지식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문장과 이야기를 섬세하게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어려울 때마다 지금 비즈니스석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이먼이 편집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른 관점에서의 아이디어 제시나 사업 관리, 시시콜콜한 심리 상담까지.
그 사실에 감사하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사이먼.”
“네, 작가님.”
내가 상을 타던 순간에는 무지막지하게 놀라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더니, 이제는 진정한 듯 의연함까지 느껴지는 편집자.
나는 고기압의 먹먹함을 느끼며 손을 내밀었다.
“옆에서 항상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저도 작가님 같은 분을 보좌해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환하게 웃은 사이먼이 나와 악수했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인연.
그가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면 아주 큰일이 나 있겠는데요?”
“큰일이라면 어떤?”
“미스 브라운이 계속 전화 받고 있을 거예요. 작가님이 네뷸러상에 이어 휴고상까지 석권했으니 온갖 회사로부터 축하한다는 전화가 쏟아질 테고, 그들 모두가 작가님 원고를 받고 싶어서 난리겠죠. 하하, 그거 처리하는 데만 해도 일주일은 걸리겠네요.”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네요.”
“작가님은 실제로 그만한 작업을 해 주고 계시죠!”
지금쯤 전국 각지의 온갖 잡지사에 실릴 단편 소설부터 시작해, 최근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인 ‘Kung-fury’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내 작품을 즐기고 기다리는 상황.
나는 사이먼의 폭풍 칭찬 속에 빙긋 웃으면서 생각했다.
‘진짜 몸이 두 개 이상이었으면 좋겠어.’
‘Kung-fury’에 나오는 사이보그 닌자, ‘제로’처럼 말이다.
이 소설에서 쿵-퓨리의 가장 큰 적수인 그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었다.
그래서인가, 오늘 제로의 코스튬을 입고 온 사람도 ‘혼자라서 좀 아쉽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여럿이 함께 뭉쳐 다녔다면 제로가 가진 포스를 완전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제로가 백악관에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미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한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각 히어로들과 경찰은 제로를 붙잡고자 최선을 다해 수사망을 넓힌다.
하지만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숨긴 정보 하나로 인해 상황은 더더욱 최악으로 치닫는다.
그건 바로, 제로가 ‘슈퍼 히어로의 슈퍼 파워를 빼앗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림자에 숨어드는 능력을 이용하는 슈퍼 히어로 ‘쉐도우 워커’ 앞에 나타난 제로.
하지만 그는 ‘하나’가 아니었다. 동시간대에 각 주의 슈퍼 히어로들이 그와 마주했다.
대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 아이스픽.
불꽃을 다루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슈퍼 히어로, 파이어 스톰.
마지막으로 그냥 힘이 좀 센 슈퍼 히어로, 쿵-퓨리에 이르기까지.
그날, 습격당한 슈퍼 히어로 중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능력을 빼앗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