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26)
226.
애틀랜타에서 주최된 제33회 월드콘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고 이틀 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문화 섹션에 큰 지면을 할당해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여타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휴고상 관련 소식을 보도했으나 짧게 결과 정도만 언급했으니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기사의 작성자가 바로 줄리아 챈들러였으니까.
그녀는 미국 SF의 역사와 규모를 간략하게 서술하고 휴고상이 갖는 권위도 함께 설명했다. 그리고 각 수상작에 대한 짤막한 플롯을 이야기하고는, ‘Losers’ 시리즈로 넘어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한 소설이 가지는 어마어마한 의의에 관해 알려 주었다.
직접 인쇄된 신문을 통해 기사를 확인하면서 줄리아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썼지만, 사실 좀 굉장히 편파적이기는 하지.’
하지만 뭐 어떠랴. 이 신문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인데. 한때 이 지면에 소설을 실었던 작가를 띄워 준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약간의, 아니, 꽤 많은 사심을 담아 기쁜 마음으로 기사를 작성할 만큼, 줄리아는 자기 일처럼 신의 수상을 기뻐했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의 동시 수상.
절대 쉽게 이룰 수 있는 업적은 아니었다.
두 상을 여러 번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작가들도 쉽사리 동시 수상이라는 결과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미국 전체를 통틀어 해마다 수천 권의 신작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줄리아는 신의 ‘Losers’ 시리즈가 그 왕관을 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한 해를 휩쓴 명작. 신이라는 작가의 재능을 캘리포니아 내부뿐만이 아니라 외부까지도 뻗어 나가게 만든 SF 소설. 많은 이를 고민에 빠뜨리고 서로 토론하게 만들었으며, 동시에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는 결말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 상상의 산물.
거기에 줄리아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축포를 하나 쏜 셈이었다.
‘정말 축하해요. 신 작가님.’
그녀는 지금쯤 휴고상 수상의 영광을 누리고 있을 신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새벽, 캘리포니아 전역에 배포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특집 기사에 실린 신 작가의 수상 소식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던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전해 주었다.
많은 이들이 신 작가의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그 감정을 나눴다.
“아유, 신이 엄마! 신이가 또 이번에 무슨 상인가 탔다면서!”
“축하해! 진짜! 아들 엄청 자랑스럽겠어!”
“장가가도 되겠네!”
“에헤이, 아니에요! 아직 학생인데!”
한인 사회의 사람들과 그들 사이에서 입이 귀에 걸린 신의 어머니.
“하하, 이 작가! 내가 한 건 해낼 줄 알았다니까!”
“그러게요. ‘Mother’ 때부터 정말 재미있는 글을 쓰더라니.”
피셔 부부의 저녁 식사 시간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음······.”
유리 공장의 야간 경비원 후안 베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Losers’가 최고였지.”
“암, 그러고 말고.”
“여기 메쉬포테이토 하나 주세요!”
메쉬비어드 알과 트러커 친구들은 식당에 모여앉아 왁자지껄 떠들었으며.
“마스터! 그 소식 들었어?!”
“아아! 신이 휴고상까지 석권할 줄은 생각도 못했군!”
“나, 나! 못 참겠어! 신의 이름을 문신으로······!”
“허허, ‘우리 신’이 이런 멋진 결과를 내다니 정말 놀랍군.”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에서도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특히나 사장인 키튼은 ‘우리 신’이 휴고상을 탄 것을 기념하여 특별 할인 이벤트라도 기획하고 싶다는 듯이 눈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이 전화로 직접 소식을 전한 친구들.
“신. 네가 넘버원이다.”
자신의 집에서 운동을 막 마친 두피가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신 오빠, 진짜 너무너무 축하해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실린 기사를 본 지우가 환하게 웃었다.
“아······! 진짜 너무너무 멋지잖아!”
알렉사는 사무실에서 대본을 읽다가 몇 번이고 그런 말을 외칠 정도였다.
그렇게 직간접적으로 신을 알거나 친밀감을 느끼는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기뻐하는 가운데, 스탠퍼드 대학으로 돌아간 신은 무척 불편한 상황에 맞닥뜨린 상태였다.
“축하하네. 신. 정말 멋진 업적을 이루었군.”
“가, 감사합니다.”
에드워드 맥밀란이 자기 교수실로 불러서는 무려 직접 커피를 타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마음은 참 감사한데, 받는 쪽에서는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
휴고상과 네뷸러상의 동시 수상은 학교 내에서 굉장한 화제가 되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나 다들 내 얼굴을 보고 수군덕거렸다. 이제는 문예창작과 친구들이나 기숙사 사람들뿐 아니라, 갑자기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존재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수업 시작 직전처럼 주변에 피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모두 다 흔쾌히 요청을 받아 사인을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권위 있는 두 상을 탄 작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인이 한번 시작되면 꼭 한 사람으로 끝나는 법이 없었다. 그 사람을 끝내고 나면 다음 사람이 기다렸고, 그러다 보면 줄이 늘어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을 상대하는 일상 속에서 3학년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고, 2주 정도가 지났을 시점에는 이 학교에 다니는 인원 중 내가 만날 수 있는 인원 대부분이 사인을 받아간 듯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인 요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까.
“······이제야 좀 편하게 다닐 수 있겠군.”
수업이 끝나고, 한가로운 낮의 카페.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사인 요청이 없었고, 나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존 스미스가 좋아하는 나뭇잎을 따먹은 기린처럼 호쾌하게 웃었다.
“신이 그동안 진짜 고생 많았지!”
“그 정도였어?”
케이트 무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3학년이 되면서 전공 심화 과정에 들어서게 된 그녀는 수업이 워낙 바빠져 다른 학과인 우리 셋과는 거의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아무런 이득도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펄프 픽션 클럽에 나와서 장르 소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그래. 최근 얘, 어디를 가던 주목을 받아서 말이야.”
레베카 웡이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케이트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마어마한 성과기는 하지.”
“성과하고 사인하고 대체 무슨 상관이야······?”
“이전까지는 그냥 있어도 있는갑다 했던 애들도, 이제는 네 사인이 미래에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이 붙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게 아닐까.”
“하하! 그냥 다들 신의 진가를 알아본 거겠지!”
두 사람 다 딱히 와 닿는 위로(?)는 아니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나에게 있어서도 이 시간은 어느덧 굉장히 소중해졌다.
그동안 이 클럽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존 스미스의 ‘Warrior’s Way’는 사이먼의 컨트롤 아래서 건즈 앤 소드 매거진에 연재를 시작했다. 레베카 웡의 단편 작품 역시 줄리아의 피드백을 받고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해, 종종 문화 섹션에 원고 펑크가 날 때마다 꾸준히 개재해 나가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한 가지.
그건 바로, 원한다면 각자 1인당 1케이크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서로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안정적인 당분의 공급은 무척 중요한 법. 그리고 이제 그들 중 적어도 세 사람은 소설을 써서 돈을 버는 상황이었다.
말인즉슨, 매주 모임마다 케이크를 해치우더라도 금전적으로 서로 눈치 볼 일이 없어졌다.
‘나야 언제든 사 줄 수 있었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내가 사는 것도 그림이 이상하지.’
이게 성공의 맛인가. 유쾌하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다들 가방 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바로 이번 주에 발매된 ‘Kung-fury : Comics’ 이슈 #13이었다.
그래, 어느덧 이 정도로 연재가 이루어졌다.
코믹스는 소설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중반부부터 제로를 등장시키면서 디자인과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이슈 #12에 이르러 드디어 두 캐릭터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끝이 났다.
그리고 따끈따끈한 최신간인 이슈 #13에서 제대로 맞붙는 것이었다.
“좋아, 슬슬 시작해 볼까.”
레베카가 당근 케이크를 한입 먹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이슈도 좋았어. 코믹스를 읽는 취미는 원래 없었는데······.”
“맞아. 액션 씬이 멋지더라고!”
“고작해야 그림인데 그게 멋지다는 생각이 가능해?”
“상상할 수 있잖아!”
신기하게도 세 사람은 각자 ‘Kung-fury’의 재미 요소를 다르게 봤다.
존 스미스는 호쾌한 액션 연출과 각 슈퍼 히어로의 슈퍼 파워 설정들을 흥미롭게 여겼고, 레베카 웡은 작품 속 세계관에 깔린 인종 간 문제와 서사 속에서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에 주목했으며, 마지막으로 케이트 무어는 각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나 주인공인 쿵-퓨리의 심리와 그 행보에 흥미를 가졌다.
제각각 감상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Kung-fury’의 팬이 되었다.
‘신기하단 말이지.’
같은 소설, 혹은 만화를 보더라도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애들이 저마다 감상을 늘어놓으면서 신나게 떠드는 동안, 나는 역시 가방 안에서 이슈 #13을 꺼내 코믹스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어둠에 잠긴 로스앤젤레스의 골목 안.
미국 정부의 긴급 사태 선언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밤에 다니기를 꺼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었기에 ‘악’이 암약할 수 있는 법이었다.
딱히 쿵푸 도장의 홍보와는 상관없이, 슈퍼 히어로로서 스스로 거리 순찰을 다니게 된 쿵-퓨리는 드디어 ‘그’를 마주한다.
바로 사이보그 닌자, 제로였다.
아무 말 없이 덤벼오는 검은 그림자.
거기에 자신의 무술 실력으로 맞서는 쿵-퓨리.
“크으, 죽여주는군!”
“······?”
“왜?”
소설에도 묘사된 그 순간을 떠올리며 전율하는 존과 이해하지 못하는 두 여성.
여기에서 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존의 편이었다.
쿵-퓨리 vs 닌자.
닌자 vs 쿵-퓨리.
이 로망은 뭐라고 해야 할까, 남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에 가까웠지만, 아무튼 멋졌다.
한동안 계속 싸움을 벌이던 두 사람. 하지만 연막탄과 사이보그 신체를 이용한 예측할 수 없는 제로의 공격에 결국, 쿵-퓨리는 패배하고 만다. 목이 붙잡힌 채 그는 자신의 힘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제로를 공격한다.
탄산가스의 폭발이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았다.
때마침 쿵-퓨리와 소다팝의 관계성에 주목한 케이트 무어가 잔뜩 신이 나서는, 코믹스와 함께 가져온 소설을 가방에서 꺼내 직접 읽기 시작했다.
······얘는 무슨 남캐 여캐 나오면 다 연애로 엮으면서, 왜 정작 자기는 연애를 안 하나 모르겠다.
『“괜찮아, 퓨리?!”
소다팝이었다.
탄산가스의 충격으로 벽에 부딪힌 쿵-퓨리는 깊은 고통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반대편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어서는 제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붉은 안광이 첨예하게 빛을 발했고, 닌자는 안 되겠다는 듯 등에 부착되어 있던 검을 빼들었다.
쿵-퓨리의 옆까지 다가온 소다팝은 그제야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거,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 나온 그 테러리스트 아니야?”
“맞아.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습격했어. 그리고 목을 붙잡힌 순간, 서서히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더군. 조심해. 놈에게 붙잡히면 끝장이야.”
“아니······! 그냥 도망치자!”
“안 돼.”
“왜?!”
“간단하지.”
쿵-퓨리는 가볍게 심호흡했다.
시푸로부터 배운 호흡.
진각을 밟는다. 그리고 펀치.
파앙-!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대기를 흔들었다. 소다팝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쿵-퓨리는 이야기했다.
“나는 지금 화가 났거든.”
그저 평화롭게,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이었던 조.
차디찬 현실 속에서 자신이 ‘전쟁 영웅’으로 소모된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국가로부터 받을 모든 영광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슈퍼 히어로가 국가의 프로파간다를 위한 제물로 희생되고 있었다.
그러한 현실을 다시 맛본 쿵-퓨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화가 난다.’
이 모든 상황이 역겨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자신만큼은, ‘가짜’라고 할지라도 감히 ‘선’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슈퍼 히어로’였으니까.
스스로는 오물을 뒤집어쓰고 고통을 겪더라도, 올바름을 추구한다.
그리고 거기에 테러리스트는 명백히 배재해야 할 악이었다.
“순수하군.”
쿵-퓨리의 말을 들은 제로의 입 부근에서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마, 말도 할 줄 알아!”
“할 줄 알지. 나는, 인간이니까.”
제로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 왔다.
“순수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슈퍼 히어로’의 전형. 국가를 위한 개로 소비되는 줄도 모르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싸우는 희생양. 그게 딱 너로군.”
검을 든 팔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먼지와 굴러다니던 신문지, 쓰레기 따위를 집어삼키며 그것은 회오리가 되었다.
“너를 내 야망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겠다. 쿵-퓨리.”
제로의 계속된 도발에도 쿵-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심장을 쿡 후벼 파는 듯한 앞선 발언 앞에서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던 소다팝은, 도망칠까 말까를 고민하다 이내 쿵-퓨리에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퓨, 퓨리.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 봐.”
“미안한데, 나 칭챙총이라 영어 못 알아들음.”
“······.”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소다팝과 자세를 잡은 채 계속해서 호흡하는 쿵-퓨리.
두 사람에게 제로의 회오리가 날아들었다.』
“아,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단 말이지.”
레베카가 갑자기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칭챙총’거리는 부분이 왜 좋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아버지가 딱 그러거든.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하고 잘 말하다가 뭔가 귀찮거나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나 영어 몰라요.’ 하는 포지션을 취한다고. 칭챙총 하는 흉내까지 내면서. 또 그런 양반이 남들이 칭챙총거리면 무진장 성을 낸단 말이야? 어이가 없어. 오히려 인종 차별을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은 우리 아버지가 아닐까? 다들 어떻게 생각해?”
“······.”
“······.”
“왜 다들 말이 없어?”
“저기, 레베카.”
나는 ‘같은 종족’으로서 시선을 피하는 백인 두 놈(?)을 대신해 대답했다.
“얘네들이 이거 동의하면 그 순간 바로 쓰레기 되는 거잖니.”
“아.”
순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레베카.
이후 내용은 존 스미스가 좋아하는 박력 있는 전투로 채워졌다.
쿵-퓨리는 제로에게 목을 붙잡히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소다팝과 함께 공격했다.
기계로서의 몸과 닌자로서의 기술이 합쳐진 검술이 쿵-퓨리를 몰아붙였지만, 시푸로부터 배운 영춘권의 트리키한 움직임과 소다팝의 어시스트가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하여 끝끝내 쿵-퓨리의 주먹은 제로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우지직-!
제로의 머리를 잡아 뜯을 때 나는 소리는 마치 거목이 부러질 때 나는 것 같았다.
바닥에 머리통을 툭 떨어뜨렸고, 제로의 머리는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럴 수밖에.
쿵-퓨리는 ‘슈퍼 파워’로 싸운 게 아니라 ‘영춘’의 힘으로 싸웠으니까.
상처투성이가 된 쿵-퓨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재미있군. 정말로 흥미로워.”
“······.”
“이름이 뭐라고 했지?”
“대답할 이유가?”
“물론, 이미 알고 있다. 쿵-퓨리. 이 시대, 이 국가와는 맞지 않는 올바른 마음을 가진 슈퍼 히어로. 이 사회를 속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정의로운 방관자. 하지만, 순수는 죄악이다. 너는 미국 정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결국 모두를 파괴하고 말 것이다.”
쿵-퓨리는 제로가 제멋대로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이 미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슈퍼 히어로가 되었을 뿐이다. 쿵푸 도장을 번영시키고, 돈을 벌고, 평화롭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한다고 해서 올바른 일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영웅의 가면 아래에는 어떤 고민을 가진 조금 이상한 괴짜가 있을 뿐이며, 사실 모든 사람은 괴짜 같은 이상한 면모가 있지 않은가.
조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그럴 뿐인데, 제로는 뭔가 확실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 몇 없는 ’올바르고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히어로’라고.
하지만 그 오해를 정정하는 대신, 쿵-퓨리는 이야기했다.
“멋대로 생각해라.”
“후후, 다음에 만나도록 하지. 쿵-퓨리. ······만약 네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와 함께 제로의 몸에서 불꽃이 일었다.
“뭐······?!”
“퓨리!”
그 사이로 달려든 소다팝이 탄산 방벽을 세워 불꽃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은 화마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퍼져 나갔다. 소다팝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저 불길이 예전에 태그 업 때 봤던 파이어 스톰의 불꽃처럼 기이한 일렁임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
대체 왜일까.
어째서 이토록 이 테러리스트는 자신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의문을 뒤로한 채 쿵-퓨리는 불꽃 사이로 사라지는 제로를 지켜보았다.』
“쿵-퓨리잇-! 너무 강하다아아앗-!!”
쿵-퓨리가 불꽃을 등진 컷이 담긴 이슈 #13의 페이지를 펼쳐놓은 채, 존 스미스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남들이 다 쳐다봐서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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