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27)
227.
‘Kung-fury’가 다른 슈퍼 히어로물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마냥 무겁기만 한 분위기로 가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점이 레베카를 즐겁게 했다.
현실에 절묘하게 빗댄 각 장면의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한편, 레베카가 느끼기에 슈퍼 히어로와 일반인 사이의 갭을 줄여 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레베카 웡 같은 슈퍼 히어로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참 좋은 작품이란 말이지.’
한동안 이어진 토론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책 표지부터 다시 보았다.
과장된 그림체로 그려진 근육질의 사내. 마스크를 쓴 채 머리에는 붉은 띠를 휘감고, 어디론가 강하게 주먹을 내지르는 역동감 넘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분명 존 스미스와 같은 소년이라면 기절할 정도로 멋지게 느껴질 터였다.
하지만 레베카가 주목하는 부분은 전혀 다른 부분이었다.
『사이보그 닌자 제로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쿵-퓨리와 소다팝은 곧바로 슈퍼 히어로 관리부에 연락을 취했다. 평소에는 편의상 ‘기관’이라고 통칭하는 이곳은 여러 부서로 나뉘어 슈퍼 히어로의 활동을 돕는 정부 조직이었다.
그리고 기관에서는 이런 답을 내놓았다.
[택시 타고 오시죠.]“······영수증 처리해 주냐고 물어봐.”
[해 드리겠습니다.]“아, 씨.”
자기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 했던 소다팝이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슈퍼 히어로 활동을 위해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은 채 두 사람은 거리로 나가 택시를 잡고(더럽게 안 잡혔다.) 20분 정도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슈퍼 히어로 관리부 로스앤젤레스 지부까지 가야 했다.
“······.”
“······.”
택시 기사는 아무 말도 않고 힐끔거리기만 했고 그게 더 비참했다.
슈퍼 히어로라고 해서 뭐든 ‘슈퍼’하지는 않은 법이었다.』
“킥킥······.”
역시 또 봐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관’에서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쿵-퓨리와 소다팝은 기관에 도착해 요원들로부터 현재 미국 전역에서 능력을 빼앗긴 슈퍼 히어로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쿵-퓨리는 그들에게 증언한다.
제로에게 슈퍼 파워를 빼앗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말에 기관의 높으신 분이 나와서는 쿵-퓨리를 입막음하려고 한다. 괜한 공포심을 조장할 뿐이니 그 일은 밝히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소위 말하는 ‘정부’라는 곳에서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쿵-퓨리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경악하지만, 그들은 단호했다.
‘정부’라는 곳이 가진 특유의 폐단은 언제 어디에서나 있는 법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투표’라고 하는 불완전한 시스템을 통해 사회의 통제 권한을 얻으려 들었다. 그렇기에 정의보다는 표 한 장을 더 얻고자 불리한 일은 감추거나 최대한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사회 불안을 막기 위해서지.]말은 좋았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는 쿵-퓨리에게 소다팝은 정신 차리라고 일갈한다.
이 문제는 개인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고. 정말로 제로가 슈퍼 파워를 빼앗는 힘을 가졌다면, 스타 체이서와 같은 특급 슈퍼 히어로와 미군 전체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오늘은 어쩌다 너를 돕게 되었지만, 이런 일은 또 벌어지지 않을 거야. 나도 바빠! 광고도 촬영해야 하고! 봉사 활동 참여에······! 하아, 젠장. 미안, 조금 흥분했어. 많이, 놀랐나 봐.”
잔뜩 흥분해 소리치던 소다팝은 이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무 말도 않은 채 쿵-퓨리는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 싸움이 너무 격렬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소다팝은 무척 잘해 주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병원에 실려가고 있거나 끔찍한 고통 뒤에 같은 시간을 여러 번 반복했을 테지.
쿵-퓨리는 지친 표정의 소다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다팝.”
“왜······.”
“오늘 고생 많았어. 정말 고마워.”
“······감사 인사를 받을 정도의 일이야?”
“당연하지. 네 덕에 살았어. 다음에도 부탁할 수 있으면 좋겠군.”
“야, 퓨리. 좋은 말로 날 좀 꼬드겨 볼 생각인가 본데, 나는 그냥······ 돈만 밝히는 그런 사람이라고? 봐봐. 콜라 회사의 판촉으로 만든 옷을 입고, 그냥 적당히 밤거리를 순찰하면서 내가 상대할 만한 적당히 나쁜 놈들만 해치울 뿐이라고.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제로니 뭐니 하는 놈을 상대하는 데 내 도움을 바라지 말라고 방금 이야기했잖아?”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돕기로 한 건 네 선택이었잖아.”
“그래, 그래. 나도 내가 미친 줄 알았어. 다음에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잘 가. 아, 정부에서 하는 말은 그대로 따라. 안 그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수가 있으니까.”
“사라져?”
“아, 농담. 그냥 그런 소문이 있어. 정부에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슈퍼 히어로는 어디로 데려가서 사상 개조를 시킨다고.”
소다팝은 침울한 기운을 날리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고는 뒤돌아 걸어 나갔다.
그 뒷모습을 쿵-퓨리는 한동안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긴 밤이었다.
하지만 제로와의 싸움은 쿵-퓨리의 정신을 또 한 번 각성시켰다.
도장으로 돌아간 후, 그는 오늘 사용한 무술을 재연마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아침, 도장에 나온 시푸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외쳤다.
[오래된 가치가 승리했군! 언제나 그렇지!]그 말을 들은 쿵-퓨리는 피식 웃는다. 그러고는 과거의 일을 떠올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었다.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감추기 위해 헛된 희망을 내세우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옳다며 주장했다. 이 시대의 슈퍼 히어로는 그런 이들이었다. 모두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마는 인간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짜라고 해서, 진짜를 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쿵-퓨리는 ‘슈퍼 히어로’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스타 체이서, 소다팝, 그들 모두가 자신의 ‘약점’과 ‘슈퍼 히어로’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쿵-퓨리도 그랬다. 이전의 ‘전쟁 영웅’ 시절부터 시작해서, 걸어 다니는 쿵푸 도장 광고판인 요즘에 이르기까지 줄곧.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이 참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중요한 건 메시지지, 메신저가 아니니까.
시푸로부터 배운 바였다.
‘이 일을 스타 체이서에게 상담해 봐야겠군.’
그렇게 결론을 내린 후, 쿵-퓨리는 그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계속 순찰을 수행한다.
그로써 이야기가 후반에 들어서며, 작품은 한 발자국 더 깊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광고 촬영을 진행하면서 쿵-퓨리가 건넨 ‘고맙다.’라는 말을 곱씹는 소다팝.
제로 관련 사건을 조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려 하는 스타 체이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빼앗을 수 없었던’ 능력을 떠올리며 흥미로워하는 제로까지.
쿵-퓨리를 비롯한 네 명의 등장인물이 뒤엉키며 본격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마치 군상극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었다.
***
알렉사 플레어가 ‘Kung-fury’를 읽으면서 가장 공감한 인물은 소다팝이었다.
그 화려함을 ‘가장한’ 삶이 자신과 어딘가 엇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알렉사는 이제 막 배우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이니만큼 업계에서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했고, 그 결과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의 괴리에 항상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다섯 시간 대기하다가 한 컷 꼴랑 찍고 퇴근하는 자신이 텔레비전에 잠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할리우드 슈퍼스타 취급받는 것이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길거리에 알아보는 사람이 알음알음 생겨나, 최근에는 어디를 가던 선글라스를 쓰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내면의 감정을 굳이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부담’이 됐다.
‘About T : TV series’에서의 약진도, ‘School nanny’의 주연 발탁 건도 그렇고, 이상하게 계속 운이 따라주는 신인 배우, 알렉사 플레어.
하지만 동시에 주변의 기대에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마음속에 걱정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소다팝도 결은 약간 다르지만, 그녀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는 슈퍼 히어로였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지 못할까 불안해하는 인물.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이 굉장히 와 닿았고, 그렇기에 알렉사는 최근 들어 미팅이나 오디션을 위해서 이동할 때마다 곧잘 ‘Kung-fury’에 나오는 소다팝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연극, ‘세븐 포커스’의 오디션장.
촬영 전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아달라는 캘리포니아 픽처스 측의 요청에 따라, 알렉사는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중이었다. 주로 혼자였고, 긴장감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도록 도와주는 것은 바로 신이 만들어 낸 소다팝이라는 캐릭터였다.
‘괜찮아. 알렉사. 괜찮아.’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진정이 됐다.
알렉사는 약간 긴장했지만, 제 실력을 온전히 보이며 오디션을 끝마쳤다. 그로써 그녀의 연기력이 오디션 심사위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듯, 소다팝은 굉장히 현실적인 면에서 고민하는 슈퍼 히어로였다.
쿵-퓨리와 제로의 싸움에 끼어든 이후, 그녀는 다시는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횡설수설하는 모습에서 느껴졌듯이, 그것은 자기 자신을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여기는 열등감으로부터 오는 거부 반응에 가까웠다.
콜라 회사의 판촉 의상을 입고, 위험한 일에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은 채 최대한 돈을 벌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고자 노력하는 슈퍼 히어로, 소다팝.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가 가진 현실이었다.
사명감보다 돈과 명예로만 움직이는 시대 속에서, 소다팝은 자신을 낮추고 깎아내렸다.
똑같은 일상을 이어 가는 가운데, 제로에 관한 소식이 미디어를 타고 나올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싱숭생숭해졌다.
쿵-퓨리와 스타 체이서가 각각의 자리에서 싸움을 벌이는 동안, 소다팝은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꾸며진 미국 정부의 뉴스를 보고 애써 외면했다.
돈이 필요했으니까.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이룰 돈이.
그리고 때마침, 현실도 그녀를 옥죄어 왔다.
『“제가 좀 묘한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운을 띄운 매니저는 소다팝에게 슬쩍 눈치를 주었다.
“당신이 지금 세간에서 말 많은 제로와 맞서 싸웠다고 말이죠.”
“······.”
그 앞에 앉은 소다팝은 입을 다물었다.
매니지먼트 회사에 정부 측과 나름의 커넥션이 있다는 사실은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한 문제를 이렇게 꼬치꼬치 다 알아내서 행동을 제어하려 들다니. 솔직히 말하자면, 굉장히 기분을 착잡하게 하는 짓거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라 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기억하시죠? 계약 내용.”
“소다팝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실추가 될 만한 행동은 지양한다.”
“그렇죠. 되도록이면 위험한 일에는 끼어들지 않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소다팝은 약간 떨떠름한 채로 대답했다.
매니저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딱히 지적하지는 않았다.
‘소다팝’은 슈퍼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모델이나 사회 인사로도 활동 중이었다. 그렇기에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너무 위험한 일’에 끼어들어서 다치거나 하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소다팝이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불편한 감정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었다.
어차피 ‘소다팝’은 콜라 회사의 판촉 모델이자 섹시 심볼일 뿐인데.
콜라 회사의 판촉 모델이 되면서 새로 디자인된 슈트도 그런 느낌이었다. 검정색을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엉덩이와 가슴이 부각되도록 붉은색을 넣었다. 그것을 입고 슈퍼 히어로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이 걸어 다니는 콜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깊은 고민과 혼란 속에서 다시 밤거리로 나서는 소다팝.
하지만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의 눈에, 저 멀리 수십 층짜리 빌딩이 불타고 있는 것이 포착된다. 재빨리 가까이 다가가자, 그 사이로 쿵-퓨리와 제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다팝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사를 보면서 소다팝은 고민했다.
나서야 하나? 두려웠다. 매니지먼트 회사로부터의 경고도 받았다. 하지만 눈앞에 활활 타오르며 붕괴해가는 빌딩을 보는 그녀의 마음은 자연히 올바른 길을 향해서 서서히 기울었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으로 슈퍼 히어로 활동을 하면서 구했던 소녀가 떠올랐다.
고마워요, 소다팝!
그리고 차례차례, 콜라 회사의 모델에 불과한 그녀가 구할 수 있었던 많은 이들의 감사와 미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빌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슈퍼 빌런 테러리스트 제로는 계속해서 암약하며 미국 정부의 진실을 알리고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공작을 벌였다. 슈퍼 히어로와 미국 정부는 각자의 이득을 위해 악을 이용하고 시민을 속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적어도 소다팝은, 그녀 역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임에도, 그 압박을 이겨내고 앞으로 달려 나갈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딛은 행동을 통해 소다팝은 하나의 답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알렉사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였다.
‘진짜, 정말 감동적인 부분이란 말이야.’
성공적으로 오디션을 끝마치고 나온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근처 카페에 들러 항상 가방에 챙기고 다니는 ‘Kung-fury : novel’을 꺼내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읽었다.
『빌딩 안으로 들어간 소다팝이 대면한 것은 혼란 그 자체였다.
온갖 집기 사이로 타오르는 불길. 연기로 자욱한 방. 붕괴를 앞둔 건물.
수많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오도 가도 못 했다. 소다팝은 자신의 슈퍼 파워인 탄산가스를 통해 연기를 내보내고는 사람들을 구하려 했다. 하지만 공포에 휩싸인 이들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이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다.
바로 그때가, 영웅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바로 그때가, 용기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그로써 인간은 누군가의 영웅이 된다.
소다팝은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Pop☆ Pop☆”』
알렉사는 저도 모르게 소설에 나오는 문장을 대본 읽듯 소리 내어 읽었다.
팝, 팝.
앙 다문 입술을 살짝 벌려 내는 소리.
지금 이 혼란스러운 상황과는 맞지 않는, 다소 유치한 대사.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영웅의 등장’을 뜻하는 시그니처였다.
다들 그 특유의 상큼한 목소리를 듣고 소다팝이 왔음을 깨달았고, 그녀는 평소의 의기양양한 태도로 자신을 의지하는 시민들을 안심시키며 하나둘씩 대피시키기 시작한다.
어쩌면 자신의 연기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동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주변의 압박을 견디고, 더욱더 용기를 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알렉사.
그 장면을 반복해 읽으면서 알렉사는 무의식적으로 다시금 소리를 냈다.
“Pop☆ Pop☆”
······그리고 그 목소리가 약간 커서 카페 사람들이 슬쩍 돌아봤다는 사실을, 지금의 그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