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31)
231.
‘Kung-fury : Novel’의 주인공 ‘조’는 사실, 완성형 캐릭터에 가까웠다.
미국에 이민을 와서 시푸를 만나고 ‘쿵-퓨리’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었다. 돈과 안정적인 삶을 위해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했고, 이후로 소다팝이나 스타 체이서, 정부 기관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는 변화 역시 차근차근 수용했다.
그가 특별한 감정이나 별다른 생각이 없어서일까? 아니었다.
모두 이미 겪어 왔던 일들로 인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작품의 후반부, 닌-제로와 최후의 결전이 있기 직전.
쿵-퓨리는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린다.
『평범했던 소년은 우연한 계기로 국가의 실험에 참여해 초인 병사가 되었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숱하게 많은 전투를 거치며 조국의 맹위를 널리 떨친 전쟁 영웅이 되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만 한다면, 조에게는 엄청난 명예와 보상이 보장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는 약속된 영광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느꼈다.
그를 통해 용기를 얻고 전쟁 영웅을 따르려다 곳곳에서 죽어 가는 이들을 보면서, 조는 자신이 그저 국가로부터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에 굉장한 환멸을 느꼈고, 조는 점점 스스로 죽음을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죽을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죽음을 겪고 그럴 때마다 되살아나 같은 일을 무미건조하게 반복하던 도중, 조는 불현듯 자신이 적어도 눈앞의 현실만은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부터 조는 변했다.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을 조국으로 돌려보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전쟁 영웅의 탄생이었다.
종전 이후, 자신이 지킨 이들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조는 자신에게 보장된 영광을 버리고 자유의 나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그렇게 최대한 평범하고 조용한 삶을 꿈꿨지만, 그러지 못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전쟁이었고, 그는 이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영웅이 되었다.
상징으로 그치는 존재가 아닌, 행동하는 영웅이.
중요한 건 메신저가 아닌 메시지다.
자신에 대한 고민에 빠지기보다는,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라.
그 생각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자신의 갈등에도, 타인의 신념에도 휘둘리지 말고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올바른 일을 하면 그만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옳은 길이라 믿었고, 동시에 그 과정에서 쿵푸 도장을 홍보하면서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그 모습이 역겨운 위선이라 비난할 수도 있다.
현실의 문제를 저버리고 국가 권력에 일조할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분명 닌-제로는 그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는 닌-제로의 방식이 옳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분노를 쏟아내고 있을 뿐이니까.
그렇기에 쿵-퓨리는 닌-제로를 막을 생각이었다.』
제아무리 제로가 온갖 분야에 통달한 천재 과학자라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미국 정부를 속일 수는 없었다.
정부는 우주로 쏘아 보낸 인공위성을 복구시켜 제로의 움직임을 포착했으며,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준비 중이었다. 쿵-퓨리와 스타 체이서, 그리고 서서히 능력이 돌아오기 시작한 각 히어로가 제로의 실체를 알고 작전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제로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에, 총력전을 준비했다.
자신이 조종할 안드로이드 닌자의 수를 한계까지 늘리고, 그는 미국 정부가 작전을 결행하기 전에 미리 미국 전역의 주요 지점으로 그들을 파견해 파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계획의 최종 목표였던 핵무기의 탈취를 위해 펜타곤으로 이동한다.
마침내 안드로이드 닌자들에 의한 무차별적인 파괴 활동이 시작되었고, 쿵-퓨리도 현장에 출동해서 그들과 싸워 나가며 시민들을 지키고자 한다.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빼앗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닌자는 경찰이나 군대로도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였다.
하지만 쿵-퓨리에게는 충분히 가능했다.
슈퍼 파워 ‘따위’로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수많은 생과 죽음을 반복한 쿵-퓨리는 제로의 각 능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모두 배웠고,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안드로이드 닌자를 쓰러뜨렸다.
기관도 그것을 알았기에 쿵-퓨리를 제로에 대응할 최후의 수단으로 상정했고, 펜타곤 습격 소식을 알자마자 쿵-퓨리에게 ‘그’를 합류시켰다.
바로 스타 체이서였다.
『그 존재는 마치 신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채 환하게 웃는 그는, 위대한 영웅인 동시에 천진난만한 소년 같았다.
그는 확실하게 이 미국을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였다.
스타 체이서.
그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물었다.
“타겠나?”
“어디까지 가는 거지?”
“네가 마음껏 싸울 수 있는 곳으로.”
“좋아. 대신, 가는 길에 한 사람만 더 데려갈 수 있을까?”
“누구?”
“닌-제로와 싸워서 능력을 빼앗기지 않은 슈퍼 히어로.”
“그게······ 아.”
스타 체이서는 곧바로 쿵-퓨리의 말을 이해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
확실히, 그녀는 제로와 마주하고도 무사히 살아서 계속 활동하는 슈퍼 히어로 중 하나였다.
스타 체이서는 한 팔로 쿵-퓨리를 든 채 왜 닌-제로라 부르는 건지 물었고, 쿵-퓨리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대충 대답하면서 로스앤젤레스 반대편에서 시민 구조에 한창인 슈퍼 히어로, 소다팝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처음에 그들은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소다팝의 슈트가 붉은색과 검은색이 아닌, 기존의 민트와 파란색이 섞인 디자인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에 대해 그녀 본인은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눈치였고, 쿵-퓨리가 함께 가자고 말하자 긴 한숨을 내쉬며 물어보지도 않은 사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희 때문에 콜라 회사 광고 계약을 파기하기로 했어. 콜라병 흉내를 낸 복장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는 녀석들하고 어떻게 계속해서 일해? 넘어진 사람 일으켜 세우려고 무릎만 꿇어도 잔뜩 흙먼지가 묻는데. ······그래서, 어디를 가는 건데?”
“펜타곤.”
“펜타곤······? 잠깐, 나 설마 또 제로하고 싸워야 하는 거?”
“그래. 네 도움이 필요해.”
“하아, 내 운명을 저주하고 싶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다팝은 얌전히 스타 체이서의 팔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세 사람은 최후의 결전을 위해 펜타콘으로 날아간다.』
‘Kung-fury : Novel’은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물의 클리셰를 비튼 작품이었다.
해당 장르를 접한 독자들의 인식 속에서 ‘슈퍼 히어로’는 고결함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고민과 방황을 거듭하지만, 끝내는 털고 일어나 사람들을 구하고 빌런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회와 슈퍼 히어로의 결합이 이루어지며, 그 자체에 어떤 결함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당연했다.
현실의 인간은 절대 완전무결하게 고결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슈퍼 히어로’로서 존재하기 위해 슈퍼 히어로들은 완벽을 가장한다. 스타 체이서는 자신의 인종을 감췄고, 소다팝은 사람들 앞에서 환하게 웃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곪아갔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쿵-퓨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런데, 뭘.’
그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쿵푸 도장 전단지를 나눠 주었다. 얼마 전에는 후지야마 쿵푸는 구리다며 은근히 견제를 놓기도 했다. 치열하고 처절······하지는 않은, 참으로 졸렬한 실상이었다. 이러다가 후지야마 쿵푸 앞에 오줌을 갈기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딱히 그런 자신을 두고 비참해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슈퍼 히어로’라는 영광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이 행하고 싶은 일을 행했다.
‘Kung-fury : Novel’을 읽은 코믹북 너드들은 전율을 감추지 못했다.
슈퍼 히어로의 ‘자격’이란 소재는 여러 코믹스에서 알음알음 언급되던 것이었다.
자경단 활동은 과연 옳은가? 그 사실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 주로 정부와 관계된 인물과 슈퍼 히어로 간의 갈등은, 이미 여러 번 도마에 올랐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재였다.
하지만 신은 아예 그 구도를 바꿔버렸다.
정부가 내세우는 슈퍼 히어로.
그러한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각 인물의 내면 심리.
그렇기에 마침내 그 갈등을 극복한 인물들이 정부와 슈퍼 히어로를 부정하는 존재, 닌-제로와 맞서 싸우는 장면은 전율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었다.
펜타곤까지 단숨에 날아간 세 사람은 방어선을 무력화하고 내부로 침입한 제로의 앞을 막아섰고, 이내 히어로와 빌런 사이의 치열한 대치가 시작되었다.
제로는 펜타곤에서 핵무기를 탈취하고자 거의 스무 명 가까운 수의 안드로이드 닌자를 데리고 온 상태였다. 이전의 닌-제로처럼 탈취한 슈퍼 파워를 모두 사용하지는 못해도, 다양한 슈퍼 파워를 가진 기계 닌자들은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무적의 군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서로 협력하는 세 명의 슈퍼 히어로도 그에 못지않았다.
세 사람의 태그업으로 하나둘씩 안드로이드 닌자가 무력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펜타곤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미국 전역에서 각 슈퍼 히어로가 협력해서 안드로이드 닌자를 계속 쓰러뜨려 나갔다. 조금씩 혼란은 진압되었고, 닌-제로는 점차 실패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는 물론이고,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던 사실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안드로이드 닌자의 수가 줄어들수록 전자 통신을 통해 그들을 통제하던 닌-제로의 힘이 강해진다는 사실이었다.
슈퍼 히어로들의 개입으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자 닌-제로는 모든 안드로이드 닌자를 자폭시켰고, 쿵-퓨리와 자신만이 남은 상태에서 펜타곤의 출입구를 붕괴시켰다.
그리고 해석과 탈취가 끝난 핵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다.
『“퓨리!”
“나는 괜찮으니까 가서 발사를 저지해!”
“알겠다······! 소다팝!”
컴퓨터가 백신 프로그램으로 어떻게든 저항하는 중이었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사이보그 닌자의 두뇌는 계속해서 해킹 시도를 거듭하는 중이었다. 붕괴된 출입구의 바깥에 있던 스타 체이서와 소다팝은 어떻게 해서든 핵미사일의 발사를 저지하고자 내달렸다.
그리고 쿵-퓨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남자를 막고, 그게 되지 않더라도 해킹에 집중할 수 없도록 덤벼드는 일.
전쟁 영웅이었던 그에게는 무척 익숙한 과업이었다.
“닌-제로.”
“쿵-퓨리.”
두 남자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위선자, 한 명은 위악자.
한 명은 되살아나는 자, 한 명은 죽어가는 자.
한 명은 쿵푸 마스터, 한 명은 닌자.
그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부분은 ‘일부러’ 실제 고증과는 다르게 과장된 전개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현실에서 기인한 소재라 하더라도,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 1986년에는 핵병기와 관련된 묘사를 할 때 최대한 만화적으로 비틀고 과장시키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만에 하나 ‘CIA’나 ‘FBI’에서 찾아올 수 있으니까.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였다.
어쨌든 비현실적인 상황 연출로 인해 ‘Kung-fury’의 드라마는 훨씬 더 강해졌다.
핵미사일 발사에 대한 공포가 아직 시대를 지배하던 시절인 만큼 독자들은 해킹을 통해 그것을 탈취할 수 있는 닌-제로의 존재를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꼈고, 이어지는 전투에서 쿵-퓨리를 응원하는 것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스타 체이서와 소다팝이 어떻게든 핵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는 장면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졌다.
자신의 입장이 어쨌든 간에 선을 행하려는 쿵-퓨리.
그로 인해 닌-제로의 목표 달성은 실패로 돌아간다. 싸움 자체는 닌-제로가 유리했으나, 몇 번이고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나, 자신의 사인을 알고 대처하는 초인을 이길 수 있는 적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끝끝내 쿵-퓨리의 주먹이 닌-제로의 가슴을 꿰뚫었다.
『콰직-!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기계 부품과 기름이 마구 튀어 올랐다. 후두둑 떨어지는 그것을 고스란히 맞으며 주먹을 수습한 쿵-퓨리는 닌-제로의 붉은 안광이 서서히 꺼지는 것을 확인했다.
끝이다. 핵미사일의 발사 대피를 알리는 사이렌도 멎었고, 그는 끝내 모든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닌-제로의 팔이 뻗어져 들어와 쿵-퓨리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흑······?!”
눈가에 다시 빛이 아로새겨졌다. 닌-제로는 손아귀에 힘을 준 채 그의 슈퍼 파워를 해석하려고 들었다. 쿵-퓨리는 맹렬히 저항했지만, 실험으로 얻어진 근력이 서서히 빠지는 것을 느꼈다.
위기의 순간, 갑자기 닌-제로의 팔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목을 붙잡은 채로 추욱 늘어졌다.
안광이 점멸하는 금속 바이저 아래에서 치직거리며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너는, 대체 무엇이지. 결국······ 알 수 없었군.”
“······.”
“나는, 대체 무엇이었지. 결국······.”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닌-제로. 너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을 거야.”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떠올리며 동정의 여지조차 없다고 생각한 쿵-퓨리가 잔혹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그 말을 들은 닌-제로가 웃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한마디가 이어졌다.
“나는, 닌-제로. 세상을 불태울 자. 이대로, 끝이, 아니······.”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침묵했다.
목에 매달린 팔을 떼어내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후, 쿵-퓨리는 멍한 얼굴로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닌-제로가 해석할 수 없었던 쿵-퓨리의 슈퍼 파워. 그것은 물론, 시간 역행을 말하는 것이리라.
‘하필이면.’
이 세상을 살면서 오직 자신만이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능력을 아주 약간이나마 누군가가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 존재는 방금 죽어버리고 말았다.
쿵-퓨리는 다시 이 짐을 혼자서만 짊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예 혼자는 아니었다.
“퓨리!”
“쿵-퓨리!!”
폐쇄된 출입구 밖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슈퍼 히어로’로서 마음을 나눈 ‘동료’들이었다.』
“······흠.”
한 사내가 어두운 골방에 앉아 ‘Kung-fury : Novel’을 읽고 있었다.
이리저리 뻗친 검은 머리칼.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성은 그 뒤로 나오는 에필로그까지 후딱 읽고는 책상에 책을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는 ‘Mother’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나온 신 작가의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방금을 마지막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신 작가의 소설을 모조리 다 독파한 것이었다.
책상 앞 벽에는 영화, ‘피위의 대모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사내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면서 잠시 책상 위에 발을 올렸다가 내려놓았고, 옆으로 가서 텔레비전을 켜더니 딱히 보지는 않은 채 소음 속에서 다시 생각했다. 그러다 또,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재미있네.’
방금 결론이 나왔다.
‘해 보고 싶다.’
딱 괜찮은 작품도, 구상안도 떠올려 두었다.
속으로 결심을 마친 사내는 곧바로 골방 밖으로 나가 자신에게 제안해 온 워너 브라더스의 마이클 벤더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르······.
[여보세요.]“마이클, 저예요. 팀.”
[아, 팀······. 지금 새벽이라고······.]“죄송해요. 일 맡고 싶어서 전화 드렸어요.”
[일? 무슨, 일······?]“영화 제작하는 거 있잖아요. ‘Mother’라는 작품이 상당히 흥미롭더라고요.”
[어, 그래······. 알았으니까, 내일 전화하자······.]“네네, 죄송했습니다.”
시간도 확인하지 않았던 남자는 슬쩍 바깥을 바라보았다. 벌써 한밤중이었고,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수십 시간 넘게 밥을 안 먹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뒤, 그는 피위의 대모험처럼 밥을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팀 버튼.
‘피위의 대모험’을 맡고 2년 뒤, ‘비틀쥬스’로 대박을 칠 영화감독이 ‘Mother’에 흥미를 가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