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240)
240.
네바다 주에서 발행되는 펄프 픽션 매거진 ‘레전더리 스토리즈’의 편집부는 신의 단편 작품을 본 잡지에 게재함으로써 판매량의 순간적인 상승폭을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곳곳의 코믹북 스토어에서 잡지를 훑어보던 이들이 잡지 표지의 광고 문구를 발견하고 흥미를 보였다. 그들은 평소에는 잘 사지 않던 레전더리 스토리즈를 집어 들고는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 이번에 여기 신 작가 작품 실렸다는데?”
“신? ‘Losers’ 시리즈를 쓴?”
네바다 주는 대부분이 사막 지대로, 20세기 중반 ‘라스베이거스’의 개발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로 옆의 캘리포니아 주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에 불과한 취급을 받았다.
그 영향이 아직도 일부에는 남아 있어, 완전한 사막에 도로 하나와 불쌍한 표지판 몇 개만 달랑 있는 지역도 가끔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가업을 도우며 살아가는 이들도 많았다. 목축업이나 광업 등의 일을 하면서 말이다.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씹는담배를 입술 아래에 붙여 넣고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컨트리 음악을 흥얼거리면서 소를 모는 이들이 가득한 동네.
하지만 엽총과 데킬라 샷 하나면 모든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는 그곳에도 물론, 너드는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오, 표지 힘 좀 썼는데.”
“그러게. 하나 살까?”
“여기 소설 재미없잖아.”
“야야, 그래도 신이 단편 연재했다는데 궁금하지도 않아?”
“아, 그건 확실히 그러네. 하나 사 보자.”
그런 식으로 신의 소설이 실렸다는 사실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책을 구매하는 너드들.
레전더리 스토리 측에서도 그런 반응을 예상해, 작가들에게 신 작가의 단편 게재 타이밍에 맞춰 최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전개해 달라고 따로 언질을 넣었다. 심지어는 신 작가의 작품이 실렸다는 소식을 듣고서 다른 주에서 나온 도매업자들이 총판을 거치지 않고 잡지를 떼 가서 판매할 정도였다.
그렇게 알음알음 퍼져 나간 잡지를 많은 이가 읽었고, 그들은 ‘Magician’s End’에 대해서 하나 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거 뭐야?’
‘굉장히 독특한데.’
‘어쩌면 결말이 이렇게 될지 모른다고 대충 예상은 했다만.’
‘이야, 그래도 되게 허무하네.’
대부분의 독자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인공 마법사는 분명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이었으나, 그의 철학이나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불사의 연구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중반부, 그가 인류의 영달을 위해 죽음까지 무릅쓰면서 불사의 마법을 사용하는 부분은 굉장히 고결한 느낌으로 묘사되었다.
마침내 죽은 마법사의 육체만이 되살아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비록 오만했으나 존엄함을 가졌던 그가 한낱 고깃덩어리와 같이 돌변해 걷는다는 담담한 묘사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여러 감정을 느꼈다. 인간이란 단지 무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기에 그 허무한 결말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일지도 몰랐다.
결국 마법사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허무한 끝을 맞이하고 말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허무하게 무너진 그의 최후에 많은 이가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만큼 그 마지막 장면이 묘하게 기억에 더욱 남았다.
희극은 감정에 그치지만, 비극은 이성에 관여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많은 이가 레전더리 스토리즈에 실린 신의 단편, ‘Magician’s end’를 읽고 한동안 그 여운을 즐겼다.
“신 작가가 확실히 이런 글을 매력적으로 잘 쓴다니까?”
“그래? 나는 좀 이질감이 들었는데?”
“어째서?”
“이번 소설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어두운 느낌이라서. ‘Losers’ 시리즈나 ‘Kung-fury’와는 영 느낌이 다르잖아. ‘Country of losers’는 은근히 그런 편이었지만, ‘Universe of losers’는 전혀 그렇지 않은 느낌으로 엔딩을 냈으니까.”
“후후, 그건 네가 신의 진면목을 알지 못해서 그래.”
“진면목? 허, 그럼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 작가가 쓴 데뷔작으로 ‘Mother’라는 작품이 있거든? 공포 소설인데 진짜 재밌어. 한번 읽어 봐. 암울함의 극치를 달리는 그런 소설이지.”
“으, 난 공포 소설 별로던데.”
“뭐? 공포 소설이 별로라고? 참나, 넌 힘든 일 없이 순탄하게 너드질해서 그래. 난 진짜 그 어떤 소설보다 재밌던데. 살면서 힘든 일 여러 번 겪고 나니까 이제는 그것도 너무 순하게 느껴져서, 신 작가가 옛날 그 독했던 ‘Mother’ 같은 작품 하나만 더 써줬으면 좋겠다야.”
심지어는 네바다 주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뉴욕에서도 어찌어찌 소포를 받아 ‘Magician’s end’를 읽은 이들끼리 너드 부심을 곁들인 소소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반응이 엇갈리기는 했다.
신의 초기작을 아는 독자들은 굉장히 염세적이고 드라이한 ‘Magician’s end’에 미소를 지었지만, ‘Losers’ 시리즈나 ‘Kung-fury’로 입문한 이들은 ‘인간 찬가’적인 색채가 전혀 없는 신의 소설이라는 점에 신기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에 관해 ‘Kung-fury : Comics’를 제작하는 D.C. 코믹스 쪽에서도 한 소리가 나왔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점심시간.
D.C. 코믹스의 편집국장, 로버트는 사내식당에서 돌연 이런 소리를 듣게 되었다.
“국장님, 이번에 신 작가 단편 보셨습니까?”
“아, 그거? 읽어 봤지. 왜?”
D.C. 코믹스에는 곳곳에서 발매되는 코믹북과 잡지, 소설 단행본 등을 구매해 사내에 비치해 두었다.
가끔 숨을 돌리고 싶을 때마다 그것을 찾던 로버트는, 우연히 ‘레전더리 스토리즈’라는 잡지의 홍보 문구를 읽고 신 작가의 단편 소설을 읽게 된 것이었다.
“확실히 이 작가는 뭔가, 단순하지가 않다 싶어서요.”
“어떤 의미에서?”
“‘Kung-fury’ 같은 작품도 쓰면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히는 글도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더라지 뭡니까.”
“반대지.”
의사로부터 다이어트를 권유 받은 로버트는 싫어하는 샐러드를 받으며 대답했다.
“기본적으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으니까 ‘Kung-fury’ 같은 걸 쓸 수 있는 거야. 실제로 그 작품은 재미있고, 유쾌하고, 인간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지만······ 그리고 그것들이 인기의 요인이지만, 근간에 깔린 기조는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야.”
“아, 그렇죠. 그래서 유쾌한 부분이 더 빛나는 거기도 하고요.”
따라서, ‘Kung-fury’는 절대 단순하게 볼 작품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자면 놀라운 일이었다. 블랙 코미디로 시작된 ‘Kung-fury’는 개인의 한계를 영웅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 나가면서 최후에는 완벽한 결말을 짓는 데 성공했다. 작품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말이다.
‘그 어린 나이에.’
작품성, 장르성, 그리고 상업성.
세 박자가 고루 떨어진 작품, 그리고 그러한 작품을 빛낸 ‘캐릭터’는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
‘Kung-fury : Comics’는 원작의 연재를 따라잡은 이후에도, 신이라는 재능 넘치는 작가와 협업해서 새로운 시리즈, 혹은 확장된 유니버스가 나오게 될 터였다. 그만큼 현재 D.C. 코믹스 내의 라인업 중에서도 큰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로버트는 신이 ‘Magician’s end’ 같은 작품을 썼다는 사실에 별반 놀라지 않은 채, 이후에 어떤 신작을 낼지 궁금해 하면서 사내식당에 적당히 앉아 샐러드를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
3학년 가을 학기를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나는 의외의 인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바로 줄리아 챈들러였다.
그동안 잘 지냈냐며 오랜만에 이야기 좀 나누고 싶다 이야기하는 그녀.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대답한 뒤 곧바로 하드보일드 퍼블리셔로 향했고, 나는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녀와 마주하게 되었다.
눈이 마주치고 바로 인사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뭔데 갑자기 이렇게 예의를 차리지?
평소에는 ‘왔음?’ ‘넹.’ ‘이야기하죠.’ 같은 식으로 대충 대화가 시작되지 않았던가.
역시나 뭔가 있겠다 싶더라니, 줄리아가 테이블 위로 슬쩍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드보일드 퍼블리셔.
편집 및 마케팅 제1팀 총괄 매니저.
줄리아 챈들러.
“작가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나 모르는 사이에 언제 이야기가 오갔대요?”
“사이먼이 엉엉 울면서 빌지 뭐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뭐, 줄리아라면 믿음직하죠. 잘 부탁합니다. 로-탐에 남은 레베카가 슬퍼하겠지만.”
“그쪽 업무도 일단은 외주 형태로 계속 맡기로 했어요. 제가 물어온 일인데 인수인계 마쳤다고 그냥 무책임하게 놔 버리면 업계인으로서의 면이 서지 않을 거 같아서.”
······나는 문득, 퇴사를 결심하자마자 사장에게 소리 지르고 난동을 부렸던 미친 인간을 하나 떠올렸다. 참고로 그 미친 인간은 지금 외부 미팅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어쨌든, 지금 사이먼이 담당하는 작품을 나눠 받고 작품 담당이나 전반적인 마케팅과 관련된 사항을 주로 맡게 될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기획으로, 신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온갖 잡지에 게재했던 단편 작품을 모아 단행본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죠. 미국 전역에 여기저기 퍼진 작가님의 단편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분명 많을 테니까요. 소장 가치를 팍팍 높여서 만들까 해요. 빠른 시일 내로 작가님께 기획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유능하다. 확실히 유능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나는 새삼 줄리아의 능력을 재발견하고는 감탄했다.
확실히, 언젠가는 각종 잡지에 게재 중인 원고를 모아서 책으로 내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벌써 기획을 진행 중이었다니.
“그런 의미에서 여쭙고 싶은데, 레전더리 스토리즈에는 왜 원고를 주신 거예요?”
“아, 그 부분은 사실 사이먼이 전담해서.”
“역시 그랬군요. ······나중에 좀 혼내야겠네.”
나의 발언으로 직원이 대표를 혼내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려고 했다.
“아, 아니, 저도 동의했으니까요?”
“왜죠?”
“······굳이 안 줄 필요가?”
“앞으로는 원고 청탁 쪽도 제가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작가님 작품을 어중이떠중이 잡지사에서 막 가져다 쓰게 할 수는 없죠. 단순히 잡지 크기 문제가 아니라, 표지에서부터 작품의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을 용납했을까 모르겠네요.”
무섭다.
정말 무섭다, 줄리아 챈들러.
내 작품을 제대로 쓰는 곳에만 연재를 허가하겠다는 그녀의 선언을 듣고,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믿음직하지만 그만큼 옆에서 들들 볶일 사이먼이 걱정이 좀 되었던 터라, 나는 흥분한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슬쩍 말을 돌렸다.
“어, 여기에서 첫 작품은 어떤 거 맡게 되셨는데요?”
“일단은 작가님 신작이요.”
“오우, 그거 기대되는데요. ······네? 저요? 왜요?”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니 나긋한 눈웃음을 지은 채 줄리아가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우리 자주 같이 일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다음 신작으로 뭘 써올 줄 알고 줄리아가 맡게 됐죠?”
“대충 알 거 같은데요.”
나는 약간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줄리아는 농담으로라도 두루뭉술한 말을 쉬이 꺼낼 사람이 아니었다. 말인즉슨, 진짜로 내가 어떤 소설을 쓸지 대충 감을 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닿자, 나는 왠지 모르게 발가벗겨진 듯한 감각을 느꼈다. 소설가란 누군가가 자신의 소설을 파고들어 생각을 알아맞히는 상황일 때 허술해지는 법이었다.
‘소설은 본인의 자아를 투영한 결과니까.’
뺨이 순간 붉어진 나를 보고 줄리아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요즘 좀 다크하시잖아요?”
“······제가요?”
“최근에 실린 단편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걸 제가 언제 쓴 줄 아시고.”
“대충 분간이 가죠. 작가님에 관해서라면 뭐든 알고 싶으니까.”
“······굉장히 위험한 발언입니다. 조심해 주시죠.”
나는 혹시 누가 들을까 걱정된다는 듯 주변을 슬쩍 돌아보며 목소리를 깔았다. 물론 줄리아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결국 피식 웃으며 어깨에 힘을 풀었다. 사이먼은 이런 조크는 잘 받아치지 못하는 편인데, 역시 줄리아는 다르다. 막장 상황극도 서로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라니.
“그래서, 언제 눈치채셨어요?”
“사실, 먼저 알아차린 건 사이먼이에요. 작가님 쓰시는 원고가 요즘 뭔가 초창기 작품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신경 써서 읽어 봤고, 그에 대해 한번 말씀을 듣고 싶었죠. 워낙 다작을 하시니까, 확실히 더 티가 나더군요.”
“음, 부정할 수 없겠네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아 챈들러는 사이먼 카버와는 다른 의미에서 유능한 편집자였다.
가령, 내가 갑자기 예술성에 과할 정도로 심취해 사실 그동안의 소설이 모두 주인공의 꿈이었다는 전개로 하겠다 선언했다고 치자.
사이먼은 거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고, 그것이 확실히 내 의지를 반영한다고 하면 오히려 덩달아 맞불을 놓고 그 광기에 함께 빠질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줄리아는 ‘작가님, 지금 웃음이 나와요?’라고 하면서 나를 진정시킬 스타일이었다.
평소에는 내가 냉정한 스타일이다 보니 칼같이 굴기보다 가만히 기운을 북돋아 주는 사이먼과 합이 더 잘 맞는다는 느낌이지만, 줄리아 역시 충분히 훌륭한 작업 파트너였다.
더욱이 이번 소설에는 그녀와 작업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줄리아는 ‘하드보일드’ 하면 뭐가 떠올라요?”
“글쎄요. 시대별로 굉장히 다양한 작품이 있지만, 당연히 ‘필립 말로’죠.”
필립 말로.
줄리아 챈들러의 혈육인 ‘레이먼드 챈들러’가 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로, 그야말로 하드보일드의 대명사와 같은 탐정 캐릭터였다.
하지만 하드보일드의 기나긴 역사에서 당당히 최고로 언급될 만한 캐릭터였다고 해서, 그 장르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나는 하드보일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조금 욕을 써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하드보일드는 ‘좆같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관철하는 남자에 관한 소설이죠.”
“오, 작가님이 욕하니 왠지 모르게 좀 섹시한데요.”
내 말을 부정하지 않고 키득키득 웃는 줄리아.
“신작의 장르는 하드보일드였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범죄물, 추리물 등의 요소들을 섞을 겁니다.”
“일종의 느와르인가요. 이번에는 또 어떤 마약 같은 소설을 제조하실는지.”
어째 이 자리의 분위기조차 무척 ‘하드보일드’해진 와중, 나는 머릿속에서 이번 소설의 주인공을 떠올렸다.
거대한 범죄 조직이 지배하는 도시.
공권력조차 무능하고 부패한 가운데,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직 투쟁만이 가득하던 그의 삶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혹시 주인공의 버디인가요?”
“아뇨. 소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단 하나입니다. 그저 ‘존재’하는 거죠. 그로써 남자에게 어떤 의미가 부여된다고 해야 할까요.”
‘어머니의 좋은 아들’이라는 목표와 함께, 어떻게든 이 미국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믿지 못하고 홀로 살았던 전생의 나의 모습을 일부 차용해 창조해낸 주인공.
그의 이름은 잭 비터스.
그가 등장하는 ‘Nightmare of Bitters’는 이미 집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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