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37)
37.
사이먼, 줄리아와 함께 진행한 미팅은 생각보다 더 큰 소득을 가져다주었다.
두 명의 주역을 내세워 버디물의 특징을 부여할 예정이었던 ‘Double spy’를 시작부터 두 개 작품으로 나눈다. 그리고 제각각 토런스 뉴 미디어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연재한다.
분명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했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나는 싱긋 웃고 있는 줄리아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 사람, 확실히 프로다.’
경력이 더 기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확실히 비즈니스적인 감각이 사이먼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내가 흥미를 보이는 것을 알았는지 줄리아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떠신가요. 작가님. 작품 두 개를 각각의 신문사에서 동시 연재, 가능하실까요?”
“글쎄요. 정말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네요.”
나는 곧바로 거기에 응하는 대신,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들을 정리했다.
가장 먼저, 같은 분야에 있는 두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게 되는 만큼, 자칫하면 내 입장이 아주 곤란해질 수 있다. 가령, 업계에서 박쥐로 찍힌다거나.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철저히 신경 써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구두로라도 확인을 미리 받아놓고 싶었다.
“네, 어떤 부분이 우려가 되실까요?”
“첫째로, 같은 시간대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두 개의 신문사에서 동시에 연재했을 때 각각의 신문사가 이해해 줄지가 먼저 걱정이 되네요. 로-탐이 판매량에서 훨씬 더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토런스가 최근 들어 바싹 치고 올라온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런 구도에서 과연 두 신문사가 동시 연재라는 방식을 과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까 싶은데요.”
“저는 오히려 이 작품이 ‘문화 섹션’에 실린다는 특수성 때문에 서로의 판매량에 더욱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어요. 입소문이 나면 두 개의 신문 모두 팔리겠죠. 작가님이 걱정하시는 부분도 이해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저를 믿어주셨으면 해요. 확실하게 책임지고 이 연재가 문제없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어떤 신문사에서 어떤 연재를 하느냐가 있겠네요.”
줄리아의 제안이 성사되면 ‘Double spy’는 플롯이 크게 바뀌고, 소설의 몇몇 부분은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 하지만 그건 오롯이 나의 문제이고, 신문사 측은 전혀 다른 문제를 맞이하게 된다.
칼과 한을 주인공 삼아 나눠진 두 개의 소설을, 각각 어떤 신문에 싣는가.
두 캐릭터가 극명하게 다른 설정인 만큼, 연재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내 질문을 들은 줄리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작가님과 토런스 측 담당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한발 물러서는 줄리아.
사실 당연했다. 만약 이 비즈니스 제안이 어그러지더라도, 사이먼과 나는 ‘Double spy’를 ‘Mother’처럼 2부작으로 연재하거나 분량을 추가해서 종이책으로 팔면 그만이었다.
우리가 잃을 게 없는 상황인 만큼, 줄리아는 선택할 권리를 순순히 내려놓았다.
그녀로서는 이 캘리포니아에서 크게 유행한 ‘Mother’를 쓴 작가의 신작을,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로 가져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이득 보는 일일 테니까.
그리고 줄리아의 말을 들은 ‘사람 좋은’ 사이먼이 부드럽게 말했다.
“저 역시 작가님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그래도 의견 정도는 내렴? 사이먼.”
내게 전적으로 선택을 맡기는 사이먼과 그 옆에서 살짝 핀잔을 주는 줄리아.
서로 성격, 성향, 모두 정반대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두 담당 기자 앞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걸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
버디물인 ‘Double spy’를 두 개의 연재작으로 나눈다.
멋진 아이디어였다.
코믹스 같은 데서 자주 사용하는 크로스오버의 개념으로 봐도 무방했다. 크로스오버가 기존에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던 두 캐릭터가 엮이면서 재미를 끌어낸다면,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 달랐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잘만 쓴다면 서로 굉장히 이득을 볼 수 있을 만한 구조였다.
두 사람이 코리아타운을 떠나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Double spy’의 플롯을 정리하며 칼과 반대에 있는 한의 시점에서 이 작품을 써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일단은 이후에 쓰려고 했던 플롯을 떠올렸다.
수영장 아래의 비밀 수로를 통해 카르텔의 손아귀로부터 빠져나간 칼.
하지만 그건 함정 아닌 함정이었다. 한이 한 말과는 달리 수로 반대편은 카르텔의 마약 창고였다. 칼은 그곳을 지키는 경비병을 어렵사리 돌파한 끝에 한과 약속했던 술집에서 만나······지 못한다.
한은 칼을 믿지 못했다. 만나는 대신 전갈을 남겨 그를 이용하려고만 들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CIA를 나와서 쿠바에 정착한 그.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칼 못지않았으나, 그가 취한 방법은 정반대인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원래 구상했던 ‘Double spy’는, 칼을 조금 더 이야기의 중심에 둔 상태에서 미스테리한 인물인 한을 조금씩 독자에게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해 버디물로서의 재미를 완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이 주인공인 소설을 함께 연재하게 된다면 그쪽의 플롯은 아무래도 포기하는 게 맞을 듯했다.
‘재미 요소를 완전히 다시 잡는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기존의 ‘Double spy’, 또 하나의 ‘Double spy’의 플롯을 각각 잡아나가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주말이 찾아왔다.
사이먼과 줄리아의 앞에서 말했던 대로,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건 작가로서가 아닌, 열여섯의 소년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점심을 막 지난 시간, 나는 집에서 식사를 든든하게 먹은 뒤 출발했고 집 앞의 정류장에서 오는 버스에 올라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두푸스 킹스턴에게 받아둔 주소를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했다.
로스앤젤레스 서부에 위치한 산타 모니카.
‘여기, 부자 동네로 기억하는데.’
역시 두푸스의 그 패션(?)은 실제 본인의 생활에서 기반한 듯했다.
잘 다림질된 셔츠에 멜빵 바지, 매일 색깔이 바뀌는 보타이.
······심지어 알렉사는 요즘 들어 그 보타이로 하루 운세를 점쳤다. 빨간색 보타이면 ‘오늘은 좋은 일이 벌어지겠네!’ 하는 식으로 말이다.
‘1980년대에 부촌에 사는 흑인이라.’
겉으로 보이는 화사함과는 달리, 굉장히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아왔겠지 싶었다. 두푸스 본인이나 가족 모두가 말이다.
이 시절에는 다른 인종 간의 교류가 많이 없는 편이었고, 따라서 세간에서 정한 흐름을 벗어나면 어려운 일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도 두푸스는 학교에서 항상 혼자 지냈다. 일반적인 흑인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어렵군.’
그걸 알았기에 나는 두푸스가 용기 내 말을 걸어올 때마다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순수하게 좋은 본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었다.
내 안에는 이미 미국 사회에서 닳고 닳아버린 아저씨가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사회의 규칙대로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두푸스의 집에 나쁜 이미지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했다. 두푸스가 보드게임 회사 사장님과 연관될 정도의 부잣집 도련님이라면, 언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굳은 결심은, 두푸스의 집 정원에 놓인 실물 크기의 ‘R2-D2’ 동상을 눈으로 직접 보자 깨지고 말았답니다.
R2-D2.
C-3PO와 함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나오는 최고의 로봇.
“Holy mother.”
나는 후들거리는 무릎에 힘을 주며 성모를 찾았다.
“시, 신!”
몸소 나를 맞이하시는 두피 킹스턴 ‘형님’.
나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 물었다.
“이거, 설마, 그거임?”
“어, 어! 아는구나? ‘제국의 역습’ 상영 때 영화관 앞에 전시되었던 모델이야.”
“어, 어떻게 구했어?”
“아버지가 아는 분이 영화사 쪽에서 일하셔서.”
“············이, 이이이, 이거 설마, 진짜로 불 들어오니?”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걸 견디며 간신히 되물었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미국의 신화였고, 이 시대를 산 미국인이라면 다들 그러듯이 나 역시 엄청난 팬이었다.
그리고 제국의 역습 개봉 당시, 어머니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 실물 크기 ‘R2-D2’를 보기는 했는데, 사진기 같은 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함께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다들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대는 가운데, 굉장히 슬펐었는데.’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불? 응.”
게다가 불까지 들어온다!
두피가 내 요청대로 R2-D2의 뒤통수를 누르자 불이 들어왔다. ‘삐롭삐롭.’ 하는 특유의 소리까지 들려왔고, 그 앞에서 나는 어른(?)으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잔뜩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두피, 나 나중에 사진 찍으러 와도 되냐.”
“으, 응? 그, 그래. 괜찮아.”
“고맙다. 정말 고마워. 너는 내 어린 시절의 구원자야.”
“······다들 거기서 뭐 하고 있어?”
바로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빨개진 채로 돌아보니, 눈앞에 알렉사 플레어가 서 있었다. 나는 무시하고 지나친 두피네 리트리버를 자기 강아지처럼 데리고 들어온 채로.
오늘 그녀는 야구 모자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청바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빨간색 저지 차림이었다. 학교에서와는 어딘가 이미지가 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인사를 건넸다.
“딱 맞춰서 왔네.”
“응, 오늘 보드게임 하자면서. 나 ‘오퍼레이션’ 진짜 잘해. 그런데, 그 깡통은 뭐야?”
“당장 사과해.”
“미, 미안?”
내 진지한 표정에 알렉사가 반사적으로 사과했다.
마찬가지로 두피 역시 일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우리 두 사람은 알고 있는 것이다. R2-D2는 우주를 구한 영웅이지 깡통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착각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초대해 줘서 고마워. 두피. 오늘 즐겁게 놀자.”
“······아, 나도. 오늘 초대해 줘서 고마워.”
R2에 정신이 팔려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나에게 두피가 환하게 웃어 주었다.
***
우리는 집 안으로 안내되었다.
역시나,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집이었다.
2층짜리 전원주택.
전반적으로 우리 집과 비슷한 스타일이었지만 크기가 훨씬 더 컸고, 이때 기준으로 최신식 인테리어에 가구도 죄다 최고급이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멋진 해변가가 존재했다.
‘도대체 부모님이 뭐 하는 분이시지.’
나는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만 하는 나와 달리, 알렉사는 직접 물었다.
“두피 너, 엄청 부자였네.”
“아, 아냐. 부모님이 그렇지.”
“무슨 일 하시는데?”
“어, 그냥 작게 회사 경영하셔.”
‘······혹시 그 회사가 코카콜라 아니냐.’
그렇게 물어보려다가 관뒀다. 궁금해도 차마 먼저 말을 꺼내기는 뭣해 입을 다물고 있는 사항을 알렉사가 계속 먼저 물어봐 줬기 때문이었다.
땡큐, 알렉사.
“오늘은 어디 가셨어?”
“잠깐, 쇼핑.”
짧게 대답하고 자신의 방 안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가는 두피.
그 안을 살펴본 나는 ‘부모님이 백화점을 사러 가신 거냐.’라고 물어볼 뻔했다.
그곳은, 성지였다.
“미쳤네.”
“으, 응?”
나는 눈이 휙휙 돌아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반면에 내 옆에 서 있던 알렉사는 이 환경에 적응이 잘 안 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퍼레이션은?”
1980년대에 유행한 수술 보드게임, 오퍼레이션.
하지만 오늘, 그런 시시한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훨씬 재밌는 게 산더미였다.
온갖 보드게임이 다 전시된 거대한 장식장, 그리고 그 옆의 장식장에는 거의 수백 권은 되어 보이는 장르 소설과 코믹스가 가득했다. 텔레비전 앞에는 VTR 머신이 보였고, 벽에는 온갖 포스터와 액션 피규어를 장식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것은 이 시대의 너드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배트맨의 유틸리티 벨트와 007의 슈퍼카 미니어처였다. 참고로 저 슈퍼카에는 기관총이 달려 있고, 뒤에서는 가스가 분사된다.
나보고 여기서 살라고 하면 못해도 10년쯤은 질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두피, 너 어쩌다 이런 천국을 만들게 된 거냐.”
“그, 그냥, 아버지가 좋은 성적 받으면 사주시고 그러시면서······ 어. 이렇게 됐네.”
“진짜 멋지다. 환상적이야.”
“고, 고마워. 신.”
“어어······ 이거 모으느라 진짜 고생 많았겠어. 두피.”
“고마워. 알렉사.”
“이, 이건 뭐야? 되게 귀엽게 생겼는데.”
“그건 만지면 안 돼!!”
두피 킹스턴이 버럭 절규하자 알렉사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멎었다.
나는 그의 반응을 이해했다. 알렉사가 만지려던 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것이 느껴지는 밀리터리 디오라마였기 때문이다. 본드로 붙여놓고 굳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건드리려고 한다면 저런 반응도 당연했다. 방금 M4 ‘셔먼’ 전차 위의 병사가 죽을 뻔했다.
“뭐, 뭐야. 내가 뭐 잘못했어?”
“알렉사.”
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알렉사에게 말했다.
“으, 응?”
“룰 넘버 원. 주인의 허락 없이는 절대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다.”
“··················왜?”
“우리는 로난 더 바바리안 게임을 하러 온 거야. 지켜.”
“아, 알았어. 으, 뭔가 되게 무섭다. 너네. 학교에서랑은 영 딴판이네.”
잔뜩 쫄아서 쭈글쭈글 내 옆에 붙는 알렉사.
이 방의 ‘규칙’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있던 나는 두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두피. 부디 ‘로난’을.”
내 엄숙한 태도에 두피도 긴장을 푼 것 같았다.
그는 학교나 일상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을 조금 드러냈다.
“······.”
중지와 약지를 엮어 안경의 브릿지를 스윽 밀어 올린 녀석이 드디어 ‘그걸’ 꺼냈다.
로난 더 바바리안 보드게임.
박스의 윗면에는 근육질의 전사, 로난이 용맹하게 검을 치켜들고 있었고, 그 품에는 젖꼭지만 겨우 가리는 사이즈의 브라를 찬 여성이 안겨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알렉사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드는 걸 확인했지만, 나는 그 반응을 무시한 채 두피와 마주 보고 테이블 앞에 차분하게 앉았다.
아니, 이제 여기는 테이블이 아니었다.
로난 더 바바리안의 세계지.
“너희 두 사람. 아니, 나까지 셋.”
“그래.”
“어, 어? 두피, 그리고 신. 뭔가 목소리가 굵어, 졌네요?”
주춤거리며 앉는 알렉사의 질문을 무시하며 두피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걸’ 가져왔나?”
“‘그거’? 당연히 가져왔지.”
“······‘그거’라니? 무슨 소리야? 얘들아? 나도 이야기에 껴줄래?”
“‘그거’가 없으면 안 된다. 알렉사.”
“그러니까 ‘그거’가 뭐냐고!”
참지 못하고 소리치는 알렉사.
그 앞에서 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용기’.”
로난 더 바바리안의 험난한 세계를 헤쳐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그건 바로 ‘용기’였다.
“가자. 전사들이여.”
두피가 상자를 열었다.
하드보드지 재질의 보드판, 온갖 조그마한 피겨들.
그 안에 담긴 건 ‘로난’의 세계였다.
그리고 알렉사가 나직이 말했다.
“······오퍼레이션은?”
물론, 두피와 나는 전혀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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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spy』 (4)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