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1)
41.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따스해 활동하기 무척 좋았다.
‘Double spy : Part Karl’이 연재를 시작하고 바로 주말,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 해변으로 놀러 나왔다. 어머니는 가게 문 열어야지 무슨 해변이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내가 반쯤 억지를 부렸다. 이 좋은 날씨에 가게만 보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크리스마스에나 추수감사절에나 가게 문을 열었다. 물건을 한 개라도 더 팔아서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한 시라도 빨리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만 신경 쓰느라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누리지 못한 삶이 너무나도 많았음을 느꼈다.
‘사람이 살면서 해변가에서 일광욕 정도는 해줘야지.’
나는 그런 삶을 되찾으려 했다.
어머니도 그랬으면 했고, 그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신아. 저기 돌고래.”
“어머니, 저건 부표에요.”
나는 싱긋 웃으며 해안선 너머로 뻗은 어머니의 손을 바라보았다.
해변가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채 우리는 이 시간을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즐겼다.
곳곳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느긋하고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 해안의 전형적인 풍경이었다.
‘Double spy’의 연재와 학교 공부, ‘Mother’의 종이책 출간 준비 등으로 바쁘게 지냈던 나도 오늘 하루는 확실히 쉴 예정이었다.
어머니가 하는 이야기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서 일광욕을 즐기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쪽으로 대화 주제가 넘어왔다.
“요즘에 학교에서는 어떠니?”
“평소랑 똑같죠. 뭐 별거 있겠어요?”
“저번에 그 아가씨하고는 계속 데이트해?”
“······예? 걔는 그냥 친구예요.”
“그래? 저번에 뭐 잔뜩 차려입고 나가서 걔 만나러 가나 했네.”
“언제요? 아,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했을 때?”
“어어, 그때. 그때 그 아가씨 집에 간 거 아니었어?”
“보통, 그러지는 않죠? 그리고 그때 저, 그······.”
설명이 필요함을 느끼면서 나는 살짝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왠지 좀 부끄럽다.
겉보기에는 어린이, 하지만 두뇌는 어른.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어머니 앞에서 학교의 치, 인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창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 해본 적도 없는 데다가 나이 먹고 하자니 어딘가 쑥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이겨내고 이야기했다.
‘나는 열여섯, 나는 열여섯.’
어머니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알렉사는 저와 같은 학년이고 학교 치어리더에요.”
“그래? 어떻게 친해졌는데?”
“자리에 있는데 갑자기 와서 ‘Mother’ 내용을 알려달라고 하지 뭐예요.”
“네가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서 그랬어?”
“아뇨, 그건 아니었고······.”
아마 지금 학교에서 내가 ‘SEEN’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누군가 알았으면 벌써 소문이 쫙 퍼졌겠지.’
한인 사회 사람들이야 거의 다 알았지만, 내가 따로 부탁한 데다가 외부인을 경계하는 특성 때문에 아직까지 딱히 소문이 퍼져나가지 않은 듯했다.
게다가 나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또래 중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테지. SNS가 없는 이 시절의 위대함이란.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비밀 아닌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말할 생각은 없어?”
“괜히 귀찮아지기만 할 거 같아서요. 그거 한다고 10센트 한 닢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다소 냉정하게 말한 뒤, 두푸스 킹스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중지와 약지를 모아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는 동작과 보타이가 매력적인 흑인 소년. 그리고 ‘Mother’의 팬(?)이었다. 과연 그렇게 부를 수 있나 싶었지만 말이다.
그런 우리 세 사람은 꽤나 ‘기묘한’ 조합이었다.
나는 전생의 동료 교사, 잭 말론과 사만다 그린을 떠올렸다.
‘그 녀석들과도 이런 느낌이었지.’
서로 좀 다른 면이 있어도 곧잘 어울렸던 우리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진 내 설명을 들은 어머니는 대견하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엄마는 우리 아들이 학교 들어가서 문제없이 잘 적응할지가 걱정이었는데, 좋은 친구도 여럿 사귀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 공부도 잘하고, 글도 열심히 쓰고, 친구도 만나고, 엄마 일도 도와주고. 신아. 힘들지는 않니? 일은 엄마가 할 수 있으니 좀 집에서 쉬어도 괜찮은데.”
“뭐, 가게 보면서 공부하고 글 쓰면 되니까 괜찮아요. 오히려 손님이 많이 없는 편이라서 그런지 집보다 집중이 더 잘 돼요.”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아, 말이 나온 김에······.”
이때가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져온 가방에서 통장을 꺼냈다.
“여기 선물이에요.”
“또?!”
그걸 본 어머니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나는 이처럼 글을 써서 번 돈의 대부분을 어머니께 드리고 있었다. 집안의 대출금부터 갚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익적인 부분을 생각하자면 가게는 접는 편이 맞겠지만, 그곳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추억이 있기에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버는 돈을 모두 대출금을 갚는 데만 쓰지는 않았다. 적당히 분산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훗날에 최고가 될 기업에 투자하면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했던 어머니였지만, 결국은 받아들였다.
그만큼 우리 집이 어렵다는 반증이었다.
“아들, 엄마가 많이 미안해.”
“뭘요. 아들이 돈 벌면 어머니 용돈도 드릴 수 있는 거지.”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잖니······.”
“그마저도 대부분은 대출금 갚는 데 쓰잖아요. 나머지는 저 맛있는 거 해주시고 옷도 사주시면서. 괜찮아요. 열여섯 살이 돈 쓸데가 어디 있다고. 그걸로 어서 대출금부터 갚으세요.”
내가 이렇게 확인하듯 말하는 이유는, 이 돈이 혹시나 다른 곳에 쓰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어머니가 지금 이 돈을 대출금 갚기 위해 쓰지 않고 내가 대학에 갔을 때를 대비해서 모아둘 수도 있으니까.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나는 앞으로도 이 80년대에서 계속해서 나를 담아낸 글을 쓸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글들이 내가 잘만 한다면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Double spy’의성공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였지만, 딱히 불안한 마음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계속 나아가자고.’
끝없이 펼쳐진 이 캘리포니아 해변처럼.
나는 싱긋 웃으며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았다.
***
[Double spy : Part Karl]Written by. SEEN.
토런스 뉴 미디어를 펼쳐 든 후안 베가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Part Karl?’
말인즉슨, 다른 파트도 있다는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신문 연재 소설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준 ‘SEEN’ 작가의 신작이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소설을 읽었다.
CIA 소속으로 국장으로부터 임무를 받아 쿠바로 출발하는 첩보원, 칼 로버츠의 이야기.
‘첩보물이라고?’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하지만 그 재미는 그대로였다.
쿠바라는 배경과 미친 과학자의 존재를 상상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음 화가 기대됐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쿠바는 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이자 동시에 매혹적인 남미의 정열을 간직하고 있는 모순된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과연 주인공은 쿠바로 가서 어떤 일을 겪을까.
‘칼’이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항상 과학자가 문제라는 말에서 후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지.’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위협이 되는 모든 물건은 다 과학자가 만들었으니까.
핵미사일부터 시작해 전쟁에 사용되는 온갖 위험한 무기에 이르기까지.
그래서인지 후안은 칼이 쿠바에 잠입해 최대한 쿨하고 멋진 방식으로 악에 물든 과학자를 물리치고 생화학 무기의 설계도를 탈취하는 그림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사장인 펠릭스 피셔는 조금 다른 부분에서 흥미를 느낀 듯했다.
“이탈리안 마피아에서 좀 웃었지.”
“왜요?”
후안은 그의 감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Mother’라고 하는 작품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조금 더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함께 신문 연재 소설을 읽고 대화를 나누거나, 재밌는 작품을 본다면 서로 추천하는 정도는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 계기가 된 신 작가의 신작은 굉장히 멋진 대화 소재였으나, 두 사람의 감상은 항상 지극히 달랐다.
“카스트로가 쿠바를 먹기 전만 하더라도 이탈리안 마피아 놈들이 쿠바에 들어가 여럿 해 처먹었거든. 이 작가 양반, 거기까지 알고 쓴 걸 보면 상당히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호오, 저는 그건 캐치하지 못했네요.”
“‘대부’라고 하는 영화가 있지. 한번 보게나.”
“그거 재미있어요?”
“재미있어. 세기의 명작이지.”
가볍게 웃는 펠릭스 피셔.
“아, 그리고.”
“음?”
“어제 새벽에 라디오 들었나?”
“아뇨, 사장님이 라디오 치웠잖아요. 일이나 하라면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신 작가의 작품이 하나 더 연재된다는군.”
“정말요? 어떤 작품인데요?”
“그것도 제목이 더블 스파이라던데?”
“같은 소설을 연재해요?”
“아니, 아니. 1화 마지막 부분에 언급하지 않았나. 스파이는 두 명이라고. 다른 쪽의 이야기를 쓸 모양이야. 흥미롭지 않나?”
‘Mother’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 토런스 뉴 미디어를 보는 사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은 사람, 신 작가의 팬인 사람.
그들 모두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Double spy’가 두 개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캘리포니아 내에 알려졌다.
“워후······.”
사장을 통해 관련 정보를 처음으로 전해 들은 후안은 살짝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Part Karl이었구나.’
그 1화가 나쁘지 않았기에 다른 쪽 작품 역시 기대가 됐다.
그리고 연재가 진행될수록 그 생각은 더 강해졌다.
CIA 측에서 미리 매수해 둔 쿠바의 군 장교와 접촉한 칼은 동독의 사업가로 위장해 공산당 관계자와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그와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다가 화장실을 가는 척 자리를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잠입한다.
거기까지가 Part Karl의 2화였다.
‘여기서 끊냐!’
이게 상상이건 아니건, 쿠바 공산당에 대한 절묘한 묘사에 빠져들었던 후안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것은 사장인 펠릭스도 마찬가지라 두 사람은 다음 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들 기대하던 3화가 연재되었다.
***
『칼은 수없이 늘어선 서류함 가운데에서 눈썹을 찡그렸다.
CIA의 국장, ‘스피터’는 이렇게 말했다.
‘쿠바 정부에서도 이 일을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연했다. 과학자 한 명이 개발 중이던 생화학 무기의 설계도를 가지고 잠적했다. 그들로서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과학자가 그걸 가지고 다른 세력, 미국 같은 곳에 망명한다면 분명히 골치 아픈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분명 ‘정보’를 남겨뒀을 터였다.
과학자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비밀스럽게 말이다.
칼은 재킷 안에서 헤드폰을 꺼내 썼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자 워크맨의 형태를 한 디바이스에 불이 들어왔고, 칼은 워크맨에서 작은 벌레 같은 장비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평범한 워크맨과 헤드폰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이 물건은, CIA의 연구원이 개발한 특수 장비였다.
그 이름은 ‘사운드 이터’. 벌레가 방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벽에 붙었고, 거기에서 나는 아주 미세한 소리가 증폭되어 칼이 쓴 헤드폰으로 들어왔다.
칼은 이 방 안에 있을 벽 뒤의 공간을 찾았다. 분명히 검증된 인원만 볼 수 있도록 서류를 감춰뒀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운드 이터의 성능이 워낙 출중해 벽 너머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공산당 경비원의 발소리까지 들려줄 정도였다.
미세하게 주파수를 조작해 잡음들을 없애고,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침잠시키면서 칼은 계속 탐색을 이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벌레가 쿠바의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의 작은 흉상 위에 걸터앉았고, 칼은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가 흉상의 가슴을 열어보았다.
‘빙고.’
그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후, 장면이 한 차례 바뀌고 칼이 과학자가 쿠바 카르텔의 도움 아래에 잠적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쪽으로 향하는 것으로 3화가 종료되었다.
‘나쁘지 않군.’
오늘 연재된 ‘Double spy : Part Karl’의 3화를 다 읽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로-탐 쪽에 문의가 많이 온다는 모양이었다. 연재가 언제 시작되는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인지 하는 질문 말이다.
다들 충분히 기대하고 있는 모양으로, 나는 이틀 뒤에 시작할 4화를 기대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니 내 반대편에서 소설을 읽은 두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이야.”
“······그래?”
“응, 소리는 파동이니까.”
“무슨 말이야. 두피?”
함께 소설을 읽은 알렉사가 물었다.
이 녀석, ‘Mother’ 때는 남북전쟁을 승인하는 링컨 대통령처럼 굳은 결심을 하고 읽더니만 더블 스파이는 재미있다며 같이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첩보물에서는 비밀문이나 숨겨진 시크릿 같은 게 많이 나오지. 지금 신 작가는 그 클리셰를 CIA의 장비로 단숨에 타파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호쾌해. 작가가 이 장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큰 과학적 조사를 했을지가 눈에 선하군. 무서운 작가야.”
“진짜 CIA에 이런 장비가 있어?”
“있겠지. CIA니까.”
“와, CIA!”
“············.”
잔뜩 흥분한 채 안경을 연신 밀어 올리는 두피와 그 옆에서 순진하게 그걸 또 믿는 알렉사.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 글쎄다.’
작가가 그걸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고 쓰진 않았을걸? 그냥 이때는 워크맨이 먹어줬으니까 적당히 표절로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만 카피해서 나중에 혹시 이걸로 돈 좀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썼을지도······.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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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연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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