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2)
42.
‘Double spy : Part Karl’의 콘셉트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잘생긴 외모에 호쾌한 성격을 가진 스파이가 CIA의 여러 특수한 스파이 장비를 가지고 쿠바에 잠입해 문제를 해결한다.]굉장히 전형적인 이야기였고, 따라서 나는 다양한 요소를 통해 재미를 주고자 노력했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스파이 장비나 쿠바에 대한 묘사라든가.
이전까지 세상에 없던 첩보물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현 미국의 상황과 독자의 니즈를 더해, 아주 조금 색다른 첩보물을 쓰고 싶었다.
이언 플레밍, 존 르카레, 렌 데이턴까지, 이미 이 시대에는 수없이 많은 첩보 소설 전문 작가들이 있다. 내가 아무리 미래에서 돌아왔다고 한들 전후 상황을 직접 겪거나, 심지어 첩보 기관에서 일까지 했던 선배 작가들의 디테일을 따라갈 수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내게는 미래에서 왔다는(T-1000처럼) 장점이 존재했다.
그 점을 활용해 미래의 발전된 문물을 지금 시대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변형해 칼 로버츠의 장비로 넣었다. 3화에 등장한 ‘사운드 이터’는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더 흥미로운 장비가 여럿 등장해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즐겁게 해줄 터였다.
그래서 사실, ‘Part Karl’이 보다 모험물의 성향이 강한 첩보물이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내 기획 의도는 훌륭히 들어맞아 새 연재는 데뷔작인 ‘Mother’ 못지않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장르가 대중적인 데다가 전작의 영향 덕인지 예상보다 빨리 반응이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는 초대형 신문사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힘 역시 크게 작용했다.
‘Part Han’가 시작되기 전, 홍보를 위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산하의 라디오 방송에서는 매일 같이 ‘Double spy : Part Karl’에 대한 언급을 이어 나갔다.
그걸 듣고 사실 좀 놀랐다.
‘토런스 뉴 미디어에서 연재하는 작품이라 괜찮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동시 연재’가 작품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라 사소한 부분은 넘기려는 듯했다.
[내일이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Double spy : Part Han’의 연재가 시작되는군. 어때. 3화를 극찬했던 시점에서, 기대가 돼?] [그럼 기대되지. 서로 다른 시점에서 쓴 같은 사건. 두 스파이의 대결. 어떤 작품이 될까.] [‘Han’이라는 캐릭터가 어떨지 참 궁금하던데.] [칼이 흥미로운 캐릭터여서 더 그런 것 같아. 쿠바 공산당 관계자 앞에서 시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이야. 나는 시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정말 멋진 장면이었어.] [맞아. 칼이 참 재미있는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이거 내일 아침이 기대되는군.]‘줄리아가 제대로 말해준 모양인데.’
두 진행자는 확실히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 이들이 ‘Double spy’라는 작품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포장해 주었다. 그들의 멘트를 들으면서, 나 역시 내일 아침에 ‘Part Han’을 읽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기대됐다.
‘Part Karl’이 모험물에 가깝다면, ‘Part Han’은 하드보일드물이었으니까.
***
1981년 8월 21일.
토런스 뉴 미디어에 ‘Double spy : Part Karl’의 4화가 실렸다.
일반적인 연재 소설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은 분량으로.
신이 특별히 부탁했고, 토런스 뉴 미디어 측에서는 그걸 받아들였다. 때문에 원래는 문화 섹션의 기사가 나가야 할 자리까지 4화가 채우게 되었다.
『매끈한 검은 세단이 정글 사이의 대저택으로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칼 로버츠는 정장 차림이었다. 쿠바의 강한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이 그런 복장을 고집한 이유는, 이 또한 CIA의 옷이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을 추구하는 쿠바의 카르텔 조직원이 보기에는 어이가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안내를 받아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칼은 호랑이의 가죽을 그대로 벗겨 만든 양탄자 위에 앉아 있는 한 사내와 만나게 되었다. 그 옆에는 드레스 차림의 미인도 보였다.
쿠바 카르텔의 수장, 라미레스.
그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세뇨르 도나텔로?”
“세뇨르 라미레스. 반갑습니다. 카사니 패밀리의 도나텔로입니다.”
공산당 장교의 도움을 받아 만든 새로운 신분으로 자신을 소개한 칼은 라미레스가 손짓하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그 우아한 동작은 라미레스 뒤에 앉아 있던 여인의 눈길을 잡아끌었지만, 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공산당과 카르텔은 긴밀한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게 국영화되고 국가의 이름 아래에서 통제당할 수 있는 이곳에서 범죄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에게 충성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칼이 이들을 찾아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비즈니스 이야기가 하고 싶다고.”
“예, 마이애미에서 헤로인의 수요가 꽤 늘고 있거든요.”
“미국 놈들을 엿 먹이는 거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미국인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나?”
“저는 시칠리 사람입니다. 세뇨르 라미레스.”
슬쩍 경계하는 시선을 보내는 라미레스의 앞에서 칼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처음에는 경계했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라미레스는 칼의 언변 앞에서 완전히 무장 해제가 되고 말았다. 수없이 많은 임무에 투입되며 비즈니스를 위해 남의 마음을 사는 일을 자주 해왔던 칼은 세 치 혀로 라미레스의 경계를 풀어 그가 기어코 럼까지 가져오도록 만들었다.
“한잔하지. 아주 좋은 술이라네.”
“쿠바산 럼이라. 이거 원,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술 중 하나를 맛보게 되었군요.”
“그 정도는 아니야. 이 친구, 너무 띄워주는데? 파하하하!”
사실,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다.
사탕수수로 만드는 쿠바산 럼은 공산권 국가에서나 맛볼 수 있는 진미였다. 독한 술이었음에도 넘기기 쉬웠고, 풍부한 요거트의 향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즐기고 싶었으나, 칼은 적당히 라미레스에게 맞춰주면서 계속해서 그의 환심을 샀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쿠바 사내들이 이렇게 화통한 성격인 줄은 몰랐는데요?”
“파하하! 다들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서 거칠고 단단한 놈들이지!”
“술도 잘 마시겠군요.”
그런 식으로 경비원들에게까지 술을 마시게 하던 중, 칼은 스윽 여인을 바라보았다.
두 남녀의 눈이 마주쳤다. 칼의 매혹적인 푸른 눈동자는 술을 마시는 보스의 옆에서 무료한 듯이 하품하던 여인의 호흡을 순간 멎게 만들었다. 잘 발달된 하관과 매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눈매. 칼은 아쉬움만 남겨둔 채로 돌아가는 척하다, 그녀의 방에 잠입했다.
보스의 여자, 소피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칼을 맞아들였다.
“돌아가신 거 아니었어요?”
“내가 쿠바에서 가장 맛보고 싶은 술이 있어서 말이지.”
“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독주인데.”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파격적인 전개로군.’
소설을 읽던 두푸스 킹스턴은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
자신의 방. 온갖 너드 굿즈와 개인적으로 작업 중인 프라모델, 그리고 수많은 미니어처 사이에 파묻힌 채로 그는 ‘Double spy : Part Karl’을 읽어나갔다.
여인의 방으로 함께 들어가 달콤한 무드에 빠지려는 순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쿠바 카르텔의 흉탄이 날아들었다.
칼은 재빨리 소피아의 손을 잡고 소파 뒤로 숨었다. 비명을 지르는 소피아의 모습에서 지금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은 칼은 입고 있던 방탄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는 진짜배기 사내다.’
두푸스는 코 밑을 쓰윽 닦으며 감탄했다.
위기의 순간, 이윽고 걸려 오는 전화.
그걸 받은 칼은 의문의 상대가 권유하는 바와는 달리, 여인을 데리고 함께 빠져나가는 길을 선택한다. 자신으로 인해 사건에 말려든 여자를 그냥 놔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할머니에게 그런 식으로 배웠다.
어려운 길이었음에도 사람을 구하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칼.
4화를 다 읽은 두푸스는 떨리는 손으로 다음 신문을 펼쳐 들었다.
‘이 의문의 상대가 바로 ‘Han’이겠지?’
표지에서는 레이건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 로스앤젤레스 내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었지만, 두푸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건 열여섯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주제였고, 지금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Double spy : Part Han’뿐이었다.
장르 소설은 일반 대중과 마니아 팬의 간극이 큰 편이었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대중은 좋아하는 반면, 반대로 마니아는 혹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장르는 결국 하나의 ‘약속’ 아래에서 진행이 되는 소설인데, 마니아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진부한 작품이어도 대중은 좋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두푸스는 이 ‘Double spy : Part Karl’을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운드 이터처럼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첩보물의 클리셰에 크게 기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Part Karl’에 이어 ‘Part Han’의 1화를 읽은 뒤,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작가, 확실히 노련하군······.’
그는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Part Karl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상태에서 연재된 Part Han은, 그 무거운 분위기로 인해서 솔로로 연재되었다면 분명히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리고 Part Karl 하나만을 냈다가는 그저 그런 흔한 첩보물 작품 중 하나로 남았을 공산도 컸다.
하지만 두푸스는 두 작품을 연이어 읽으면서, 두 소설이 서로가 가진 단점을 커버하고 있음을 느꼈다.
“후후.”
이제 막 아침 해가 뜨는 캘리포니아.
두푸스는 신 작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것이 그가 장르를 즐기는 방법이었다. 두푸스는 수없이 많은 장르 소설과 그에 관한 덕질을 해온 만큼, 이쪽을 한계까지 깊이 파고드는 작업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이 시도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꼈다.
“파트 칼은 그저 그랬지만, 파트 한이 받쳐주면서 ‘파트 신’이 되었군. 이것이 바로 명불허전인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영 안일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푸스는 이제 슬슬 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툼한 햄 같은 몸집으로 어지럽혀진 방안을 서둘러 지나치던 그는 하마터면 작업 중인 물건을 하나 쓰러뜨릴 뻔했다.
“어이쿠.”
어제 부모님께 부탁드려서 사 온 일본의 워크맨이었다.
······놀랍게도 ‘Part Karl’이 안일하다니 뭐니 생각하던 두푸스 킹스턴은, 3화에서 작품에 등장한 CIA의 비밀 병기 ‘사운드 이터’를 직접 만들고자 하고 있었다.
***
한 사람이 두 개의 신문.
그건 꽤나 이상한 풍경이었다.
아침에 회사를 가기 위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신문을 두 개씩 사 갔다. 아니, 하나만 사가는 손님도 크게 늘어 가판대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손님의 숫자 자체가 크게 많아졌다.
그렇게 판매되는 신문은 각각 토런스 뉴 미디어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였다.
가판대 상인들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신문을 사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로 인해 두 신문에서 동시에 연재되는 한 작가의 작품 때문임을 깨달았다.
“‘Part Han’ 연재 시작했냐?”
“어, 1화 나왔네.”
“빨리 읽어. 나도 읽고 싶으니까.”
“너나 ‘Part Karl’ 4화 빨리 읽어.”
“그럼 이거부터 읽던가.”
“싫은데. 가위바위보 내가 이겼잖아.”
개당 50센트짜리 신문 두 개.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하나는 구독해 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할 때마다 사서 읽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따로 신문을 구하거나 번갈아 읽는 과정조차 잠깐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두 신문의 판매 부수는 순간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토런스 뉴 미디어는 거의 일만 부 가까이 올랐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오천 부 가까이 상승했다. 양쪽 신문사 모두 소설 하나를 동시에 연재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이득을 본 셈이었다.
보통 신문 하나를 사서 많은 이가 나눠 읽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Double spy’라는 작품에 들어오는 관심은 ‘Mother’ 못지않을 정도로 높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길거리 가판대에서 신문을 들고 툭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줄리아 챈들러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빠앙-!
그리고 속도를 줄여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던 탓에 뒤편의 차가 참다못해 경적을 울렸다.
반쯤 내린 선글라스를 다시 고쳐 쓴 줄리아는 액셀을 밟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이른 아침의 로스앤젤레스는 출근하려는 사람과 차로 인해 꽤 복잡했다. 그럼에도 신문을 사고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풍경이라니. 이 상황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이 있는 입장에서 그 광경을 보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줄리아는 ‘Part Han’은 ‘Part Karl’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주는 만큼, 분명히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소설이 도움이 되어 반대되는 ‘Part Karl’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겠지. 이른바, 상부상조의 구조라고나 해야 할까.
그리고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연재가 이어지며 두 스파이가 치밀하게 엮이면 엮일수록, 사람들은 이 소설에 더 크게 열광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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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연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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