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3)
43.
『모자를 푹 눌러써 눈빛을 감춘 사내가 하바나의 밤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한. 쿠바에서 보기 드문 동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죽지 못해 이곳에서 자신만의 전쟁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는 남자. 그는 미국과 쿠바 간에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고 있었다. 미국 측에서 보자면 한은 무척 골치 아픈 존재였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신념을 계속해서 밀고 나갔다.
그게 아니라면 살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오랜 쿠바 생활 때문일까.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의 모습은, 가까이서 눈을 직접 보는 게 아니면 누구도 그를 동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은 밤이었다. 한은 거리에 어둠처럼 녹아들어 서서히 공산당 건물로 다가섰다.
건물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은 눈뜬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은 맨손으로 거침없이 건물을 타고 올라가 창문 앞에 앉았다. 침입할 흔적을 남길 생각은 없었던 터라 그는 허리춤에 찬 유틸리티 벨트에서 쿠바 페소로 위장한 자석을 꺼냈다. 그러고는 창문 틈새로 밀어 넣어 반대편으로 보낸 뒤, 만년필로 위장한 장비를 가져다 댔다.
일반 자석보다 자성이 훨씬 더 강한 특수 디바이스. 그걸 위로 들어 올려 창문에 걸린 걸쇠를 풀고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또 다른 보안의 흔적은 여전히 없었고, 그는 곧바로 당 최고위직 간부의 책상 안쪽에 나무 조각으로 위장한 도청기를 설치했다.
모두 그가 CIA에 재직하던 시절에 가졌던 장비의 개량품이었다.
‘이걸로 끝이군.’
오래 설치해 둔 도청기를 회수하고 새로 도청기를 설치한다. 각 공산당 사무실과 카르텔의 근거지는,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얻기에 좋은 곳이었다.
도청기 설치를 끝마치고 다시 창문 밖으로 나온 그는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없던 사람처럼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린 뒤, 거처로 돌아왔다.
첩보원의 기본은 절대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었다.
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며 계속 쿠바에서 지내고 있는 한. 마치 밤의 유령처럼 하바나의 어딘가를 소리 소문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마침내 자신의 거처에 들어가 앉아 도청 수신 장치의 볼륨을 최대한 높여둔 상태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얕은 잠을 자면서 기다리던 한은 이내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왜 또 약의 운송 장소가 바뀌었어?]쿠바 카르텔의 목소리였다.
30분의 수면을 끝마친 한은 마치 기계처럼 주의 깊게 그 소리를 들었다.
-Double spy : Part Han 3화에서 계속』
한의 이야기는 칼의 이야기와 비교해서 훨씬 더 무겁고 진지했다.
그것은 신이 철저하게 의도한 바였다.
‘Part Karl’이 5화에서 소피아를 데리고 멋지게 탈출하는 칼의 모습을 보여주며 특유의 호쾌한 분위기를 유지한 데 반해, ‘Part Han’의 2화는 하드보일드를 계속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자신이 첩보원으로 지내던 시절에 가지고 있던 장비를 개량해서 사용했다. 신식인 칼의 장비에 비해 보수적이었고, 낡았으나 효율적이었다. 바로 그 점이 무척 하드보일드했다.
더군다나 3화에서는 담당 기자인 줄리아 챈들러가 한의 상징적인 장비가 될 것 같다고 말한 ‘와이어’가 나왔다.
칼은 주된 무기로 넥타이를 풀어 전기 신호를 흘려보낸 뒤 방망이처럼 단단하게 굳혀 사용했다. 한은 거의 보이지 않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장비인 와이어를 사용했다.
비즈니스 관계상 읽지 못한 상대의 소설을 읽으면서 두 기자는 그 차이가 각 작품과 주인공의 개성을 드러내는 한편, 서로의 매력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했다.
칼과 한은 각자의 방식대로 과학자를 찾아 나갔으며,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방식을 용납하지 못해 계속해서 대립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 지점을 마치 교차해서 보여주듯 연재가 진행되었다.
‘Part Han’의 3화 마지막, 한은 자신이 심문한 카르텔 간부로부터 마약 거래를 위해 아메리칸 마피아 하나가 온다는 정보를 얻는다.
같은 날 연재되는 ‘Part Karl’의 6화, 칼은 CIA 본부와 연락을 취해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다른 요원의 존재가 없는지를 묻는다.
‘Part Han’의 4화. 한은 간부가 말한 마피아가 위장한 CIA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함정에 빠뜨려 이 사건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한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말을 해도 들을 상대가 아니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서 죽는다면 국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간단했다. 이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나게 하면 그만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는 일부러 위험한 탈출로를 알려주었다.
난관에서 간신히 탈출해도 도망치지 않는다면, 선라이즈로 왔을 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Part Karl’의 7화.
본부와 연락한 칼은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다 선라이즈라는 이름의 술집으로 간다. 그로서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등에 업어야 하는 행동이었지만,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내버려 둔 채로 임무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한산한 가게, 그는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바텐더와 대화를 나눴다.
『“선라이즈라. 멋진 이름이군요. 왜 이런 이름을 붙이셨습니까?”
“아침만 되면 저 창문으로 태양이 떠오르거든. 그걸 보고서 지었지. 문제는, 점심부터 영업을 시작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점이지만. 하하하하.”
“장사는 좀 되는 편입니까?”
“잘된다고 말할 수는 없겠군. 좀 아는 사람은 저기 아래의 큰 술집으로 가지.”
“흐음.”
그 말을 들은 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 테이블 밑을 더듬거렸다. 주크박스 쪽을 살펴보다가 이내 그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텐더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는 팁을 넣는 유리병 안에서 작게 반짝이는 동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말을 건넸다.
“페소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거 아닌가. 감시자 양반.”
그것은 아주 잘 만든 도청기였다.』
칼에서 이미 나왔던 이야기가 한의 시점에서 뒤늦게 쫓아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했다.
두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 뒤얽히면서 한곳으로 모였다.
‘Part Karl’의 8화에서 칼은 놀라운 추리력과 CIA 장비의 도움을 받아 한의 거처를 찾고 그곳으로 난입했다.
반면, ‘Part Han’의 5화도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한은 갑자기 선라이즈에서 모습을 감춘 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색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거처가 들통난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얕본 대가는 한에게 치명적인 실수로 돌아왔다.
『정말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장소였다.
그게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그 낡은 생활 공간에서는 사람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그 내부는 일부러 그렇게 해뒀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내리깔린 상태였다.
칼은 바닥에 깔린 와이어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그 위를 넘어 집 안으로 들어섰다.
분명 이곳이다. 이외에는 없다.
칼은 무전기에 대고 말하며 손목시계 모양의 디바이스로 전파를 추적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곳이었다. 천천히 복도를 따라 들어갈수록 스파이의 감이 더해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칼은 품 안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빼 들고는 돌입을 준비했다.
푸슉-!
문고리의 잠금장치를 부순 칼은 단숨에 방 안으로 들어섰다.
-Double spy : Part Karl 9화에서 계속』
『CIA는 세계 최고의 첩보 단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길러내는 요원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였다.
그럼에도 한은 쿠바에 한해서라면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그의 홈그라운드였다. 갑자기 모습을 감춘 칼이 다시 나타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그는 도청기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기다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푸슉-!
날카로운 소리가 이어졌다.
-Double spy : Part Han 6화에서 계속』
“이걸 여기서 끊냐!!”
두 소설을 모두 읽은 알렉사 플레어는 분통에 차 소리쳤다.
‘Part Karl’과 ‘Part Han’을 동시에 읽고 싶다는 가족 중 누군가의 의견으로, 덴젤은 전과 달리 다음 날 새벽에 발매될 토런스 뉴 미디어를 플레어 패밀리에 들고 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이른 아침 터져 나온 알렉사의 고성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독자들 대부분의 의견과 일치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끊었다.
***
“분명 맞다니까! 칼이 한의 거처를 찾아낸 거라고!”
“아직 모른다니까? 이래 놓고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이 벌어지는 거라면 어떻게 할래?”
아침부터 학교는 완전히 난리가 났다.
곳곳에서 학생들이 토런스 뉴 미디어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들고 토론을 벌였다. 진귀한 풍경이었다. 센트럴 시티 밸류 하이스쿨은 기본적으로 장르 소설을 들고 오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신문은 그런 교칙으로부터 절묘하게 벗어난 매체였다.
나는 그들 사이에 앉아 침묵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전반적으로 ‘Mother’ 때와 비슷했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소설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교류가 어딘가 고대 그리스의 토론회 같은 느낌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변화가 일어난 이유가, 알렉사 플레어의 적극적인 토론 참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Mother’ 때의 그녀는 소설을 읽지 ‘못’해 토론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모인 이들이 눈치만 보면서 서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이 토론에 있어 적극적인 화자 중 일부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모두가 더욱 뜨거워졌다.
문제는, 그로 인해 가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근데 진짜 너무하지 않아? 어떻게 여기서 끊을 수 있지?”
분통 섞인 알렉사의 투덜거림에 그쪽으로 대화의 주제가 선회했다.
······작가를 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서로 마주하는 장면이라도 좀 보여주던가!”
“이러면 이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제기랄!”
“SEEEEEEEEEN-!!”
다소 과장되고 과열되었다 싶을 정도의 열기.
1980년대의 학생들은 이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식은땀이 나는 걸 느끼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치 나치당원 사이에 잠입한 영국인 스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나중에 이 감정을 소설로 쓸 수 있다면 좋겠군.
그리고 나는 옆자리에 묵묵히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피에게 물었다.
“두피, 같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두피는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괜찮아.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
“도움이 된다고?”
“내 의견을 정리하는 것에.”
“혹시 어떤 의견인지 물어봐도 돼? 이번 작품은 어떤 것 같아?”
“‘Part Karl’은 굉장히 전형적인 작품이라서, ‘Mother’처럼 색채가 강한 작품을 쓴 SEEN 작가의 신작으로 봤을 때는 솔직히 좀 실망했어. 하지만 ‘Part Han’이 연재되면서 내 생각은 변할 수밖에 없었지. 두 스파이의 대조적인 모습과 각자의 이야기가 얽히는 장면들을 보면, 굉장히 설계가 잘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자료 조사도 그래. CIA에서 실제 사용되는 장비를 가져다 쓰면서 굉장히 리얼리티를 높였지. Han의 극세사 와이어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
“시, 실제로 그런 장비를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
“······응. CIA의 보안을 평범한 작가가 어떻게 알겠어?”
“역시 같은 ‘신’이라서 그런가. 정확히 지적하는군.”
“아, 그렇네.”
두피의 말을 들은 알렉사가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불길한 기분을 느꼈다.
“여기에도 신이 있었네. 신 한. 그리고 SEEN. 재미있는 우연이잖아?”
다행히 그런 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알렉사.
나는 능숙하게 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사용하는 장비 말인데, 어디가 좋다고 생각해?”
“넥타이 배트. 그거 멋지더라.”
“나는 와이어가 역시······.”
제각각 의견이 나왔다.
알렉사는 자석 만년필을 선택했다. 그걸 쓰면 왠지 모르게 테스트에서 정답에 딱 달라붙을 것 같다나 뭐라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두피가 조심스럽게 귓속말을 건네왔다.
“신, 나중에 우리 집에 와.”
“응······?”
“나 사실, 사운드 이터 만들고 있거든.”
“오.”
나는 ‘Double spy’에 나온 특수 장비들에 상품성이 있다고 새삼스레 느꼈다.
사춘기를 겪으며 어린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을 부정할 고등학생들도 이런데, 분명 그보다 더 어린 꼬맹이들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문제는 그걸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여럿 있다는 점이겠지.’
그러나 곧 그 부분에 대한 걱정도 덜게 될 예정이었다.
오늘 학교가 끝난 뒤, 나는 줄리아 챈들러의 소개로 코믹스 전문 잡지인 ‘헤븐즈 코믹스’의 편집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Double spy’ 시리즈에 대한 사업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스파이 장비에 대한 열망은 높겠지만, 그런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신문 연재 소설에 대해 쉽게 흥미를 갖지 못한다.
바로 그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콘텐츠의 확장.
‘Double spy’의 코미컬라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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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comics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