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5)
45.
열 살 남짓한 아들, 바스코의 손에는 신문이 들린 채였다.
헤븐즈 코믹스에 출근하기 전, 사라는 필리핀의 전형적인 아침인 판데살 빵과 버터크림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아들의 모습을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바라보았다.
“바스코, 뭘 보고 있니?”
“더블 스파이요.”
“누구의?”
“한의 이야기요. 역시 한이 멋지네요.”
아버지도 없이 자라나 외로움을 겪을 어린 아들. 그 소년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싼 가격에 많은 양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
만화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아들이 더 좋아할 만한 코믹스는 잘 사주지 못하는 자신을 다시금 원망스러워하며 사라는 입을 열었다.
“어떤 점이 멋진데?”
“과격하면서 뒤를 남기지 않는 부분이요.”
“그렇구나.”
“애들한테도 보라고 권유해 봤는데, 다들 소설은 읽기 싫다면서 거절하더라고요. 몇몇 애들은 읽기는 했는데, 다 칼을 좋아하고. 그런 양아치 같은 인간을 대체 왜 좋아하지?”
“그, 그러게 말이다.”
“아뇨, 칼도 멋져요. 어머니도 칼을 좋아하잖아요.”
“······.”
“잘생기고 온갖 특수한 스파이 장비도 있으니까요. 애들이 홀리는 것도 당연하죠.”
“너, 너는?”
“저는 그런 거에 넘어가지 않아요.”
그 말과는 달리, 사라는 얼마 전 아들이 실을 엮고 휘두르며 놀던 걸 잊지 않았다.
혼자 아파트 구석에서 한의 흉내를 내면서 놀고 있던 아들.
아직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더블 스파이는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문자로만 이루어진 소설의 특징 때문인지 대부분은 읽지도 않았고, 혹여 가족이나 친구가 추천해도 이런 건 지루하다면서 넘기는 일이 많았다.
아들이 그로 인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사라는 똑같이 더블 스파이를 읽고서 함께 자주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러다 보니 여성인 자신이 봐도 흔쾌히 읽을 수 있는 이 첩보물에 덩달아 빠져들게 되었고, 얼마 전에 신 작가가 헤븐즈 코믹스를 찾아왔을 때 나름대로 그 팬심을 전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때의 일을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얼마 전에 신 작가를 만났어.”
“에이, 거짓말.”
“진짜야! 아주 똑똑해 보이는 형이던데! 조만간 더블 스파이가 만화로 나올 것 같아.”
“······정말요?”
“그럼! 엄마가 거짓말하는 거 봤니?”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아들 앞에서 사라는 미소를 지었다.
분명 만화로 나온다면 더블 스파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 터였다.
***
그로부터 3일이 지난 뒤, 헤븐즈 코믹스 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줄리아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달받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진행하자네요.’
‘Double spy’의 연재가 완전히 끝나 독자들의 열기가 식기 전까지 어떻게든 코믹스판을 낸다.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두 스파이의 이야기를 완성된 하나로 묶어서 먼저 내고, 각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다루는 추가 이슈를 뒤이어 연재해 보충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 나는 시간 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이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기존 작품을 다른 형식으로 제작해 새로운 독자층의 확보를 노리는 전략이었다. 가령 이번 코미컬라이즈의 경우에는,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저연령층 어린아이까지 대상을 확장하려는 계산이 있었다.
반대로 헤븐즈 코믹스 입장에서 보자면,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새로운 연재작에 대한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덜 짊어지려는 전략에 가까웠다. 이 소설의 기존 독자는 무엇 때문에 ‘Double spy’의 코믹스판을 보겠는가? 물론, 글로 묘사된 세계를 그림으로 보려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거기에 하나의 이유가 더 추가된다면?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
나는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내가 만들어 낸 세계 자체를 재미있게 즐겨주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만화판은 원작과 다르게 오직 만화만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라디오 드라마 때는 차이를 두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했다.
다음 날.
곧바로 헤븐즈 코믹스를 찾아가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뒤, 나는 고된 밤샘 작업을 목전에 두고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툰 워리어(?)들을 믿고 뒤로 돌아섰다.
***
그 사이에도, 연재는 계속되었다.
Part Karl 9화, Part Han 6화.
마침내 두 스파이가 서로를 마주한다.
나는 두 소설을 함께 놓고 읽으며 이게 만화판으로 나온다면 어떤 식으로 전개가 이루어질지 생각해 보았다.
‘대충 이렇게 되겠지.’
방 안, 칼과 한이 서로를 총으로 겨누고 있다.
정장 차림의 칼과 검은 티셔츠 차림의 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없어. 감시자 양반.] [······.]먼저 입을 연 것은 칼이었다.
한은 침묵으로 대응한다.
한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을지,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상상이 뻗는다.
하지만 그건 ‘Part Han’에서의 묘사지, 코믹스에서는 생략될 터였다. 이후에 타이 인으로 한의 시점을 다룬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캐릭터의 설명을 위해 잠깐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만화판은 소설판보다 좀 더 빠르고 경쾌하게.’
그렇기에 칼의 생각도 다루지 않는다.
애초에 칼은 한만큼 생각을 깊게 하는 스파이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깊이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눈앞의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기보다도 행동을 통해서 직접 알아내고자 했다.
마침내, 한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바닥을 밟자 서서히 연막이 피어오른다. 원래는 돌입해 오는 적을 눈치채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조용히’ 깔아두는 물건이지,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 쓰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은 충분히 괜찮은 대응이라고 생각하며 옆에 두었던 방독면을 들었다.
상대의 시야가 확실히 연기에 가려지면 제대로 쓸 생각이었던 방독면.
[오, 쿠바산 시가인가. 좋은데.]하지만 칼도 거기에 호락호락 당해주지는 않았다.
그 역시 품 안에서 방독면을 꺼내 들었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한의 방독면과는 달리, 훨씬 더 경량화되어 펼치기 전까지는 손수건처럼 작은 크기였다. 두 스파이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고 이내 거의 같은 타이밍에 방독면을 썼다.
그러면서 한 쪽에서 먼저 발포했다.
BAM-!
곧장 비스듬한 경로로 몸을 날리는 칼.
연기로 자욱한 가운데, 두 스파이는 서로를 정확히 노리고 달려들었다.
충돌.
BUMP-!
칼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당신, CIA로군. 아니, 예전에 그랬었다고 해야 하나.]마찬가지로 대답하지 않는 한.
[몸에 남아있어. 확실히 ‘그쪽’ 움직임이로군. 하지만······ 너무 구식이야.]칼이 좀 더 발전된 움직임으로 한의 몸을 순간 튕겨냈다. 하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몸을 뒤로 빼면서 허리춤의 벨트에서 와이어를 꺼내 상대방의 목에 휘감으려는 한.
하지만 연기 속에서 신형 방독면 너머로 그걸 포착해 낸 칼은 몸을 뒤로 빼며 순간 회피했다.
[아니었군? 그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잡혔다면 끝장이었다.
간담이 서늘해진 채 감탄하는 칼과 그의 반응을 보고 도리어 놀란 한.
두 사람의 격투가 이어졌다.
여기에서 비용을 아끼려면 미국 만화의 효과음과 연기 속에서 뻗어 나오는 손만을 보여줄 테고, 확실히 보여주려면 두 사람의 움직임을 상세히 그리겠지.
어쨌거나 두 사람은 서로의 능력을 알아차리면서 놀라고, 소설은 각각 10화와 7화로 이어졌다.
『칼은 일부러 차갑게 웃으며 상대를 조롱했다.
“베트남의 패잔병이 이곳으로 들어와 지내고 있는 건가? PTSD에 걸려서 자기가 미국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군. 안타까운 시대의 망령이란 말이야.”
상대를 철저하게 깎아내렸다. 이유야 어쨌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전사들마저 이용해서.
하지만 그건 정말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칼은 한의 움직임과 행동을 통해 자신과 같은 수준의 요원임을 알아차렸다. 정확히는 요원‘이었을’ 터였다. 그리고 얼핏 보이는 손의 모습으로 나이를 추정해 상대가 물기를 기대하면서 던졌다.
그리고 한이 거기에 걸려들었다.
“스파이로서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녀석이 뭐라는 건지 모르겠군.”
“기본? 무슨 기본.”
“어둠에 살며 빛을 수호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
“그건 옛날 방식이고. 시니어 스파이 양반. 스피터가 안부 전해달라는군.”
“······이 쿠바에서 눈에 띄기만 할 뿐인 정장에, 여자와 눈이 맞지를 않나.”
그건 어디까지나 미인계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여자와 눈이 맞았다가 그걸 미리 알았던 카르텔의 습격을 받은 셈이었지만, 칼은 굳이 거기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거만하게 눈을 치켜뜨고 있는 한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쿠바 카르텔이 요즘 남자 하나를 쫓고 있다더군. 검은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남자. 보니까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다는 모양인데. 그것보다는 이탈리안 마피아로 변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쪽에게도 그쪽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하지만 칼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게 CIA의, 아니 칼 ‘슬러거’ 로버츠의 방식이었다.』
Part Karl의 10화에서는 이렇게 나왔던 묘사가, Part Han의 7화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왔다.
『칼의 비릿한 미소는 순간적으로 한의 감정을 크게 건드렸다.
“베트남의 패잔병이 이곳으로 들어와 지내고 있는 건가? PTSD에 걸려서 자기가 미국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군. 안타까운 시대의 망령이란 말이야.”
한은 그 뻔한 의도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전략이다. 괜히 마음을 동요시키려는 수작이다. 이쪽의 정체를 속을 살살 긁어 알아내고자 하는 행동이겠지. 거기에 걸려드는 건 아마추어나 하는 짓거리였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떻단 말인가.
한은 그딴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스파이로서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녀석이 뭐라는 건지 모르겠군.”
“기본? 무슨 기본.”
“어둠에 살며 빛을 수호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
“그건 옛날 방식이고. 시니어 스파이 양반. 스피터가 안부 전해달라는군.”
“······이 쿠바에서 눈에 띄기만 할 뿐인 정장에, 여자와 눈이 맞지를 않나.”
한은 그런 식으로 칼을 조롱했다.
“쿠바 카르텔이 요즘 남자 하나를 쫓고 있다더군. 검은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남자. 보니까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다는 모양인데. 그것보다는 이탈리안 마피아로 변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은 그 말을 듣고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쯤이야 이미 모조리 파악하고 있다. 스파이 활동을 하면서 그 정도 리스크조차 짊어지지 않는다면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변장했다고 하지만, 이탈리안 마피아로 위장해 적의 본거지에 걸어 들어가는 행동보다는 나았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한은 상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칼의 표현에 따르면, 이게 바로 ‘베트남의 망령’ 한의 방식이었다.』
서로 다른 시선에서 본 같은 이야기.
‘Double spy’는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얽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거기에서부터 더 나아갔다.
한은 결국,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 거처를 탈출한다. 바로 폭탄이었다.
첩보물이라면 흔히 등장하는 시한폭탄. 칼은 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걸 해제하고 싶어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 역시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폭탄은 거처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Kaboooooommm-!
쿠바 경찰이 와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그곳에 남은 건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한다.
『한은 힘겹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칼에게 갈비뼈를 걷어차인 충격이 진하게 남았다. 부러진 건 아닌 듯했으나 통증이 상당했다. 역시 CIA의 요원다운 실력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한은 항상 그렇듯 다른 방법을 준비한 상태였다.
산 중턱에 올라선 그는 나무 아래에 위장해 둔 작은 바닥 철문을 열었다. 사다리를 타고 깊이 내려갔다. 그러자 그 아래에서 ‘본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CIA 본부를 작게 축소한 듯한 모습. 곳곳에는 하바나 시내를 감시할 수 있는 모니터가 존재했고, 칼의 습격으로 인해 파괴할 수밖에 없었던 ‘임시’ 거처에 존재했던 통신 장비도 갖춘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3년은 너끈히 버틸 식량과 직접 개량한 CIA의 오래된 장비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한은 과거 전우들의 비명을 들으며 자신의 HQ 앞에 섰다.』
『칼은 어둠이 짙게 드리운 바닷가에 서 있었다.
안경이 걸쳐진 귓바퀴를 통해 메시지가 들어왔다.
[슬러거, 곧 타석에 섭니다.]감청의 위험을 의식한 낮고 비밀스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말을 이해한 칼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쿠바의 해안, 아무도 없는 가운데 서서히 수면으로부터 무언가가 올라왔다. 튜브에 넣어 3km 떨어진 수중의 잠수정으로부터 쏘아 보낸 그것은 ‘장비’였다.
임무에 부적절한 대상이 포착되었을 때 사용하기 위한 CIA의 특수 장비.
튜브를 나이프로 찢어서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본 칼은 씨익 웃었다.
“올드 스파이로부터 만루홈런을 때릴 차례군.”
그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서로의 존재를 지극히 위험하다고 인식한 상태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장비’.
“소설 쪽도 슬슬 본격적으로 나아가야지.”
그게 연재된 오늘자 신문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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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comic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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