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6)
46.
한 첩보물의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Super spy’가 ‘Super enemy’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Special gear’가 필요하다.]그 말을 한 게 누군가 하면······ 바로 나다.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서로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느낀 칼과 한 두 사람은 좀 더 본격적인 장비를 꺼낸다.
전형적이지만, 이 작품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는 그렇게 해서 독자들이 이 작품에 더 큰 ‘기대감’을 가지도록 유도했다.
두 스파이는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 치열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칼이 먼저 한의 거처를 찾아내 돌입하기는 했으나 그에 따른 한의 대응도 훌륭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거처가 파괴되며 한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살짝 다치기까지 했으나, 이전까지 칼이 그의 손에 계속해서 놀아났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면 나름대로 적절한 밸런스였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면서 과학자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 나갔다.
칼은 쿠바 카르텔 ‘따위’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는 점에서부터 의심하며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분명 배후가 있을 터였다. 처음에는 한을 의심했으나, 만약 그랬다면 자신을 그냥 그 자리에서 죽게 놔뒀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는 새 장비를 이용해 카르텔을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새 장비란 바로 ‘바이크’였다.
‘여기에서 고민이 많았지.’
나는 칼이 본격적으로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는 ‘Part Karl’ 12화의 묘사를 보면서 쓰게 웃었다.
『밤의 산길을 바람이 스쳤다.
만약 옆에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느꼈겠지만, 그건 바람이 아니었다. 바이크였다. 할리 데이비슨의 스포츠 모델과 유사한 형태의 바이크는 임무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물건이었다. 빠른 이동을 위해 조금 더 날렵하고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무광 블랙은 날렵한 형태를 가졌고, 특수 기술이 적용되어 배기음도 전혀 나지 않는 게 특징이었다.
거기다 이 바이크의 특별한 점은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최대 200km/h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정확히 17.1초. 거기에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CIA에서 자체 개발한 특수 서스펜션 장치를 달았으며, 7.92mm의 소형 기관총과 후미에 가스와 오일 분사 장치, 그리고 차량을 포착하고 자동추적 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특수 기술의 결정체였다.
이름하여, MM-09-02 ‘블랙 스톰’.
검은 가죽 재킷과 팬츠로 온몸을 감싼 칼 로버츠는 헬멧 너머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바이크를 몰았다. 반쯤 엎드려 바이크와 일체화가 된 채 호흡조차 조절하고 있었다. 이런 특수한 장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부분이 바로 칼의 운전 실력이었다. 굽이진 산길을 거의 나무를 타는 원숭이처럼 빠른 속도로 올라가며, 마치 밤에 부는 고요한 태풍처럼 산기슭의 저택에 도착했다.
지난번에는 이탈리안 마피아로 변장해 침입했던 저택.
그곳에 칼 로버츠는 지금, 스파이가 되어 돌아왔다.』
칼은 저택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하고, 한 이탈리안 마피아와 카르텔의 보스가 만나기로 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여기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이 이탈리안 마피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던 칼의 얼굴에 순간 작은 불빛이 비추어졌다.
순식간에 책상 뒤로 몸을 숨긴 칼은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주의하며 주변의 상태를 점검하자 미행이 하나 따라붙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한인가? 아니, 그가 밀고했을지언정 적어도 그는 아니었다. 카르텔도 아니었다.
칼은 모르는 척 저택을 빠져나왔고 블랙 스톰을 이용해 산길을 내달려 추적해 오는 적들을 뿌리쳤다.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온갖 특수 장비의 향연.
13화와 14화를 거쳐서 15화의 초반부까지, 나는 칼의 특수 바이크를 최대한 멋지게 묘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바이크 진짜 개 쩔어!”
“크, 할리를 모델로 특수 제작한 바이크라고?!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스포츠 모델에서 좀 더 날렵하다니! 장난 아닌데! 야야, 이거랑 좀 비슷한가?”
“반쯤 엎드려서 탄다잖아! 이것보다 더 유선형에 가까운 느낌인데!”
남학생들이 진짜 미친 듯이 좋아했다.
이른 아침의 학교.
다들 이제는 매일 하는 아침 행사처럼 나를 찾아온 알렉사가 있는 교실에 모여들어 칼의 새로운 장비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걸 옆에서 들으면서 나는 참 아이러니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다 개 뻥인데.’
200km/h까지 도달하는 속도가 몇 초라느니 뭐니 모조리 다, 내가 적당히 창작한 거짓말이었다. 자동차는 그래도 어느 정도 아는 편이었지만, 바이크까지는 많이 아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미국인 남성은 달랐다.
그들은 바이크에 환장했다. 크고 시끄러운 소리가 날수록 더 열광했다.
처음에는 장르의 불문율을 알면서도 이걸 넣을까 말까, 넣으면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칼이 모험물의 탈을 쓴 첩보원이라고는 해도, 너무나 현실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적당히 핍진성을 무시하고 ‘Part Karl’에 바이크를 넣었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매번 본드카라고 불리는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따라서 칼의 바이크 ‘블랙 스톰’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터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이 주로 그랬다.
“야, 근데 스파이가 바이크를 타는 게 말이 돼?”
“맞아, 맞아. 아무리 그래도 바이크는 너무 심한데. 폭주족이야?”
토런스 뉴 미디어를 들고 있던 여학생들이 핀잔을 주자 순간 발끈한 남학생들이 소리쳤다. 그중에서는 미식축구부의 미래를 책임지리라고 여겨지는 말콤도 존재했다.
“야, 멋있으면 장땡이지!”
“그리고 소음 안 난다고 나와 있잖아! CIA의 기술이라고!”
“CIA! CIA!”
스크럼을 짜고 외치는 반복 구호처럼 CIA를 외치는 말콤 선생.
여학생들은 그런 남학생들을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야. 저거.”
“이상해······.”
“우리끼리 이야기나 하자.”
이 부분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한’은 주로 여성들에게서 인기를 끄는 편이었다. 그 이유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Part Han’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더불어 하드코어한 면이 강했다. 그런 점이 아무래도 여성들의 어떤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결국 나로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이전에 줄리아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었다.
[모성애네요, 모성애. 한이 되게 그런 면이 있죠. 뭔가 울리고 싶은 매력.]전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었지만, 어쨌든 그렇다는 모양이었다.
***
칼의 특수 장비가 ‘바이크’라면 한의 특수 장비는 ‘모니터링’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육포와 건빵을 씹으며 칼의 모습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 쿠바 시내를 내달리는 검은 돌풍을 목격한다. 분명히 칼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없다.
CIA의 특수 장비인가. 아무도 없다고는 해도 저런 걸 몰고 쿠바 시내를 내달리다니. 제정신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류라고 느끼며 한은 모니터를 통해 칼의 움직임을 쫓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하바나 시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은 칼이 하바나를 빠져나가 이동하는 경로를 통해 목적지가 어디일지를 예상하고는 본부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미리 준비해 둔 차량에 탑승해 쿠바 카르텔의 저택을 향해 산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거진 나무로 달빛 하나 들지 않는 산길. 쿠바 사람들이 많이 타는 소련 차를 타고서 그 위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내달린 뒤, 한은 저택으로부터 3km 떨어진 위치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이동했다.
주변 지리를 훤히 파악하고 있던 한은 능선 위쪽으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저택 내부를 살펴보았고 이내 경비병이 아닌 인영을 발견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을.
덩치와 움직임을 통해 어느 쪽이 칼인지 금방 알아차린 한은 그가 다른 쪽으로부터 추적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 움직임은 굉장히 긴밀했으며 프로의 솜씨였다. 한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역시, 죽게 놔둘 수는 없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어쩔 수 없군.’
그는 망원경에 장착된 플래시 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근거리에서라면 적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장치로 칼이 가만히 서 있을 때 그쪽을 비췄다. 칼이 몸을 감추는 걸로 봐서 성공이었다.
이제 따라붙고 있는 적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겠지.』
한의 호의는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칼의 요란한 방식을 감내할 인내심이 없었다. 저런 머저리 같은 자식을 상대하느라 기운을 다 뺐다면서, 알아서 이후의 작전을 수행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쿠바의 군인으로 변장한 그는 공산당 건물에 침입했고, 적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한을 붙잡은 것은 카르텔 저택에서 칼을 미행한 쿠바 공산당의 특수 공작원이었다.
“Oh, No-!!”
“한이 위험에 빠졌어······?! 어떡해!”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얼굴이 너무 가엾을 것 같아!”
여성들의 의견이었다.
옆에서 남자들은 그야말로 ‘분통’을 터뜨리며 반발했다. 스파이가 왜 붙잡히냐부터 시작해서 고추 떼라(?)에 이르기까지, 다들 한의 ‘실수’에 과도한 반발심을 보였다.
나도 작가의 입장을 떠나 독자로서 생각하자면, 남자들의 의견에 더 공감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애초부터 한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게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한은 어딘가 좀 음침하고 피해망상이 있으며, 남이 적당히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과민반응 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 아니던가?
나는 동의를 구하기 위해 두 친구에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
“뭐, 딱 너네.”
“······뭐?”
“너잖아. 신.”
그리고 알렉사의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분열된 자아가 순간 통합되었다.
그래, 한은 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니 어느 정도는······ 아니, 꽤나 많이······ 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친구였다.
“······미안, 내가 미안.”
“응? 아냐. 나도 처음에 말 세게 했잖아.”
사람의 마음에 가시밭길 같은 상처를 남겼는지도 모르고 환하게 웃는 알렉사.
이어진 그녀의 의견은 간단했다.
“나는 둘 다 재밌는데 왜 저렇게 싸워대는지 몰라.”
바로 그때, 옆에 있던 두푸스 킹스턴이 숨을 내뱉었다.
“Huuu······. 그게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응?”
“다들 둘 다 재미있게 보니까 저런 말을 하는 거야. 어느 한쪽만 본다면 저렇게 의견에 반발하지 못하지. 이제 한이 칼을 구했으니 반대로 칼이 한을 구하겠군.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로써 두 사람의 ‘Buddyship’은 더더욱 강해지겠지. 신, 이 무서운 작가.”
“두피, 너는 어느 주인공이 좋은데?”
“나는 둘 다 좋아한다는 개념에 넣을 수가 없어. 분석하고 있으니까.”
알렉사의 물음에 대답하는 두피의 손에는 오토바이 잡지가 들려 있었다.
나는 차마 물어볼 수 없는 대답을 속에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니, 두피야. 설마 너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까지 척척 살 정도의 부자는 아니지······?
***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두푸스는 상상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사둔 할리 데이비슨 잡지를 넘기면서 온갖 모델의 디자인에 흠뻑 빠져들었다.
‘오토바이라.’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는 좀 무리일 것 같았다. 돈 때문이 아니라, 건강 때문에.
심장 쪽에 문제가 있어 제대로 된 유년기를 보낼 수 없었고, 어려서부터 침대에 누워서 지내느라 살이 많이 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설이나 만화 같은 콘텐츠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런 아들을 안쓰럽게 여기면서 다 자신들 탓이라 생각했던 부모님은 많은 용돈을 주며 아들의 취미를 지원했다.
그렇게 점점 장르에 깊이 빠져들게 된 두피는 디오라마를 제작하거나, 플라스틱 모델 키트를 개조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이제 좀 그만 보내주라며 타박했지만, 본인의 취향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소비를 넘어서서, 소설에 나오는 온갖 물건을 직접 만드는 수준이 되었다.
워낙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지 그 결과물들은 겉보기에 꽤나 그럴듯했다.
그리고 거기에 ‘아버지’도 도움을 많이 주었다.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두피, 잠깐 들어가도 될까?]“아, 네!”
아버지였다.
두푸스의 아버지, 레지날드 킹스턴은 아내와는 달리 아들의 취미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이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즐기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피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아버지였다.
“학교 잘 다녀왔니?”
“네! 오늘도 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네가 만들고 있다는 그 물건의 완성품을 볼 수 있을까 기대돼서 하루가 좀 더디게 가더구나. 어떻게, 잘 만들었니?”
“아, 네. 아직 어딘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긴 하는데요.”
으레 열일곱의 소년이 그렇듯이 두피는 쑥스럽다는 듯 아버지의 말에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만든 굿즈를 보여주었다.
더블 스파이에 나오는 ‘사운드 이터’였다.
“오호, 이거 꽤 잘 만들었는데?”
“옆에 누르면 소리도 나게 해놨어요.”
브스스-. 브스스스-.
레지날드가 옆의 버튼을 누르자 벌레가 우는 듯한 전자음 소리가 났다.
“이거 좋구나. 더블 스파이 관련 제품이면 스파이의 목소리가 나와도 좋을 것 같은데.”
“저는 고증에 맞지 않아서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좋아하겠네요.”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할걸?”
“저는 어느 쪽도 아닌가 봐요.”
“후후후,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가늘어진 눈으로 두푸스가 워크맨을 개조해 만든 사운드 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는 레지날드.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오갔다.
‘이거 저작권에 안 걸리게 잘만 내면, 어른들도 워크맨인 척하면서 들고 다니려고 살 것 같기도 한데.’
레지날드 킹스턴.
두푸스 킹스턴의 아버지이자 샤멜 킹스턴의 남편인 그는, ‘레지앤베이 토이스’라고 하는 완구 회사의 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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