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7)
47.
레지날드 킹스턴은 여섯 형제의 장남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형제들을 돌봐야 했던 그가 택한 수단은 칼과 나무였다.
손재주가 꽤 괜찮은 편이었던 그는 나무를 깎아 배나 오리, 인형을 만들어 동생들에게 주었고, 동생들은 레지날드가 깎아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일을 나간 부모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렸다.
이후, 나이를 먹은 레지날드는 운 좋게 자신의 능력을 살려 장난감 회사에 취업했다.
사장은 좋은 사람이었다. 그 시대에는 참으로 드물게도 흑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일이 끝나면 동생들과 나눠 먹으라고 아침마다 사모님이 구웠다는 마들렌을 나눠주었다. 비록 사장 자신이 먹기 싫어서 준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방황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레지날드는 어려운 상황이어도 항상 올바른 길을 추구하라는 부모님의 말씀 아래에 열심히 일했다.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60년대 초반부터 팔려나갔고, 그 결과 회사는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특히 1968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리고 나온 3단 플라스틱 기차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걸 계기로 레지날드는 캘리포니아 완구 업계에서 단숨에 유명해졌다.
그 일을 바탕으로 그동안 모은 돈과 투자자의 협조로 독립한 레지날드는 ‘레지앤베이 토이스’를 세웠고, 머잖아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소개로 좋은 아내를 만나 똑똑한 아들까지 얻었다. 일에도 가족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남부러울 게 없는 인생이었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레지날드가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부분은,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쌓아온 완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어렸을 적 동생들에게 나무를 깎아 기차를 만들어 주던 레지날드 킹스턴은 회사에 취직해 플라스틱 성형 틀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 3단 기차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캘리포니아 완구 시장을 주무르는 거대한 손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런 남자가 아들이 만든 제품을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어두운 밤, 1층의 식탁에 앉아서.
‘나쁘지는 않아.’
소니 워크맨을 사다가 만든 시제품.
여기저기 손볼 구석이 많아 보였지만, 디자인의 기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워크맨 같은 제품을 아이들이 원하지만, 비싼 가격을 치를 엄두는 내지 못하는 부모가 워크맨의 대용품으로 사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디자인은 조금 바꿔야겠지만.’
그리고 마감 처리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면 내구성도 튼튼하고 안전해야 하니까, 뾰족한 부분은 치우고 좀 형태를 투박하게 바꾸고. 워크맨에서 헤드셋으로 연결되는 줄 부분은 혹시 휘감아서 목을 조를 수도 있으니 없애버릴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벌레 모양은 좀 크기를 키워야 할 듯하고.’
아이들이 씹거나 삼키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무독성 플라스틱을 써서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더블 스파이를 애들이 얼마나 잘 알고 있지?’
캘리포니아 내에서 ‘Double spy’의 인기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어른이고 학생들이고 가리지 않고 다들 토런스 뉴 미디어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읽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레지날드 역시 ‘한’이라는 인물의 독특함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12세에서 15세 미만의 아이들은, 더블 스파이를 좋아할까?
‘분명 이 ‘사운드 이터’는 그 정도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팔릴 만한 제품인데 말이야.’
레지날드는 아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똑똑.
“두푸스, 잠깐 들어가도 괜찮겠니?”
[아, 네.]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레지날드는 이제 자려는지 잠옷 차림으로 갈아입은 아들을 발견했다. 가장 좋아하는 슈퍼맨 파자마. 레지날드는 아들의 소년 같은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 씨익 웃고는 두피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피,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 아빠.”
“더블 스파이가 요즘 애들한테 인기가 좋은 편일까?”
“아빠도 아시잖아요. 인기 짱이예요.”
“아빠 말은, ‘애들’한테서.”
“아.”
“열두 살에서 열다섯. 장난감 기차는 졸업했되,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며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찾는 친구들. 예를 들자면 여기 이, 내가 아는 가장 전도유망한 토이 디자이너가 만든 창작물인 ‘사운드 이터’ 같은 거 말이야.”
“아, 아빠?”
“두피, 만약 네가 정말 즐거워서 이 일을 한다면······ 이 아빠는 네 재능을 사고 싶구나.”
“그야 물론이죠! 아, 근데 모르겠어요.”
“뭐가?”
“열두 살에서 열다섯짜리 애들이 더블 스파이를 볼 것 같지는 않은데요.”
“으음, 그러면 상품으로 내기는 좀 어려울 것 같구나.”
“아니면······ 더블 스파이를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흥미를 느낄 만한 제품은 어때요?”
“뭐?”
“더블 스파이에서 넥타이 배트 나오잖아요! 애들은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하죠. 평소에는 넥타이 모양을 하고 있다가, 바람을 넣으면 부풀어 오르는 장난감은 어떨까요.”
그 말을 들은 레지날드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확실히 그런 제품이라면 수요가 있다. 사실 굉장히 흔한 형태라서, 길쭉한 종류의 풍선 중에는 넥타이 모양 비슷한 기존의 제품도 있을 터였다.
거기에 프린팅을 하고 ‘더블 스파이’라고 하는 이름을 붙인다면?
‘안 그래도 과포화 상태인 풍선 시장에서 눈에 띌 수 있겠군. 아이들이 더블 스파이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스파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좋아할 수도 있겠고 말이야.’
작품의 로열티를 생각해 봐야겠지만, 한번 논할 가치는 있을 듯했다.
그리고 그 제품을 계기로 더블 스파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두푸스.”
“네, 아빠.”
“한번 진행해 보자.”
“저, 정말요?”
“그래, 그리고 만약 신문사 측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그 자리에서 네가 만든 ‘사운드 이터’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소개하고 싶구나.”
“아싸~!”
잔뜩 흥분해 소리치는 두푸스.
그 앞에서 레지날드는 부드럽게 웃었다.
일단, ‘계기’만 있다면 과연 더블 스파이가 아동을 대상으로도 먹힐지를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그러면 ‘사운드 이터’의 제품화도 현실성이 있었으니까.
***
그리고 다음 날, 레지앤베이 토이스의 몇몇 직원이 사장 앞으로 불려 갔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디자인 팀의 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페리 로저스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전 중에 팀장이 와서 ‘애가 몇 살이지?’ 하고 개인사를 물어보더니, 갑자기 이렇게 됐다.
그리고 사장, 레지날드 킹스턴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다들,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만 해야겠네. 대신 성과에 따라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는 없네만. 회사 비용을 털어서 조만간 있을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라도 하나씩 돌리지.”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며 이야기하는 사장.
직원들은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고 레지날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들 ‘더블 스파이’는 알고 있겠지? 그 작품을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어떤지 감상을 가져와 줬으면 하네. 기왕이면 직접 읽게 하면 더 좋고 말이야.”
“예?”
“더블 스파이요?”
“그래, 요즘 신문 연재로 핫한 그거 말이야.”
몇몇 직원은 더블 스파이가 뭔가 싶어서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페리는 아니었다.
더블 스파이는 요즘 들어 출퇴근 버스 안에서 그녀의 유일한 활력소였다. 글이라면 질색하는 바보 남편과 아들은 함께 봐주지 않아서, 주로 회사에 출근해 몇몇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 회사에서 더블 스파이 쪽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을까 싶어서 말이야. 어린애들이 접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혹시 나중에 만화로라도 나올 수 있는 일 아니겠나?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좀 시장 반응이 어떨지 조사해 두고 싶거든.”
“아아.”
“이해했습니다. 사장님.”
과거의 경험 덕에 레지날드는 직원 복지를 상당히 신경 쓰는 편이었고, 레지앤베이 토이스의 사원들은 상당히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했다.
다들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사장은 아들인 두피가 모아둔 더블 스파이 소설의 카피본을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Part Karl’과 ‘Part Han’.
그걸 받아 든 페리는 상당히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걸 아들에게 보게 하라고?’
이제 막 열두 살이 된 아들이 과연 이걸 읽을까?
여덟 살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핑크 팬더 쇼’를 즐겨보다가, 이제는 좀 머리가 컸는지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 나오는 ‘슈퍼 프렌즈’를 자주 봤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첩보물이라? 그것도 만화가 아닌 소설을?
페리는 고민에 빠진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아들이 보기 쉽게 정리해 볼까?’
아들이 읽기에 어려울 만한 단어는 싹 빼고서 말이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페리는 사장으로부터 받아온 소설의 내용을 최대한 알기 쉽게 요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쭉 읽고 정리하는 동안, 어느덧 ‘Part Han’의 최신화까지 이르렀다.
페리는 아직 감상의 여운이 남아 있는 그 부분을 즐겁게 읽어 내려갔다.
『한은 단단한 수갑에 팔이 묶인 채로 생각했다.
‘방첩 기관의 요원인가.’
아니, 요원이 얼굴을 이렇게 쉽게 보여줄 리가 없었다. 분명히 직원 중 하나겠지. 질문 사항을 정리해서 들어와 물어보지만, 답변은 아마 매직 미러 너머에서 다 듣고 있을 터였다.
‘너무 급하게 움직였나.’
그동안은 그래도 조심하면서 활동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어디서부터 들통난 걸까. 아니, 일단은 눈앞의 일에 대처하는 게 우선이었다. 눈앞의 사내는 모진 고문을 견뎌낸 한을 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지?”
없었다.
애초에 뭔가를 얻을 마음으로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한은 이미 죽을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최후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한편, 같은 날 연재된 ‘Part Karl’.
무사히 도주한 칼은 잠시 몸을 숨기며 얻은 정보를 정리하고는 이전에 매수해 둔 군 장교와 접촉한다. 그는 상황이 변했다며 접촉 자체를 무척 난처해했고, 칼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그는 쿠바에서 오래도록 활동해 온 ‘나이트 워커’의 존재를 설명한다.
『“나이트 워커?”
칼은 그 단어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당의 방첩 기관에서 오래도록 뒤를 쫓고 있던 녀석이야. 그 녀석이 붙잡혔다는군.”
“당에서도 알고 있었다고?”
그 말을 들은 칼은 여러 가능성을 계산했다.
만약, 저택에서 뒤를 쫓아온 이들이 CIA의 요원인 칼이 아니라 ‘나이트 워커’ 한으로 생각했던 거라면? 뭔가 잘못 생각해도 단단히 잘못 생각했다.
그러자 문득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쳤다.
그때, 미행해 오는 쿠바 요원의 존재를 알려준 게 만약 한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실력적으로 봤을 때도 한 이외에는 그렇게 자신에게 위기 상황을 알려줄 만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파이에게는 언제나 임무가 우선인 법이었다.
칼은 한의 존재를 무시하고 임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를 구하고 정말 저택에서 도와준 게 맞냐며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직후, 장교의 말 하나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그 자식이 우리 쿠바에 관한 정보를 얼마나 모았을지······ 상상만 해도 두렵군.”
첩보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것.
한을 구하러 갈 명분이 생겼다.』
한은 모진 고문을 견뎌내는 동시에, 베트남 전쟁의 PTSD 역시 견뎌내야 했다.
더 험한 꼴을 보기 전에 어금니에 숨겨둔 독약으로 자살할까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순간 의아해하며 뒤돌아보는 심문자.
그리고 그 장면까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의 ‘Part Han’을 읽었던 페리는 모두가 기다리던 전개를 기대하면서 토런스 뉴 미디어의 ‘Part Karl’로 시선을 돌렸다.
정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한 화를 전부 읽지 않고 지문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며 읽어도 소설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구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칼은 주먹을 힘껏 내리쳐 쿠바인의 안면에 꽂아 넣었다.
퍼억-!
턱이 돌아간 그는 줄이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한의 모습을 본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 원, 시니어 스파이의 이름이 울겠는데.”
“······미친 건가?”
“그쪽에게 빚을 지워두면 미국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칼은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정리는 대충 다 끝내두었다. 이제는 나가는 일뿐이었다.』
거기까지 읽은 페리는 반대로 ‘Part Han’을 읽어 내렸다.
『“그쪽에게 빚을 지워두면 미국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칼은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먼저 빚을 진 건 너다.’
한은 그렇게 말할 기운도 없었다.
하지만 칼이 던져준 열쇠로 수갑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순식간에 날카로운 전사의 풍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손목을 가볍게 꺾으며 몸 상태를 확인한 그가 짧게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나갈 때까지만, 네놈과 협력하지.”』
“크으으으, 미쵸따아아아-!”
서로 대립하던 두 사람이 드디어 손을 맞잡게 된 순간.
페리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많은 독자들이 ‘임시 동맹’에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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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oy’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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