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49)
49.
오늘은 아침부터 시간이 더디게 가는 기분이었다.
학교에서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어서 수업이 끝난 뒤 회사로 가, 더블 스파이의 완구화 미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일개 팬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이터’의 제작자로서 그 자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두푸스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소년은 언제나 어른을 꿈꾸는 법이고, 두피 역시 그랬으니까.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서 본인이 가진 상상력을 발휘해 스스로 굿즈 만들기를 즐겼던 두푸스.
그 실력을 처음으로 인정받는 순간의 기쁨은, 인생에 있어서 자주 느끼기 어려운 멋진 기억이었다. 아버지로부터의 인정, 더 나아가 현직에서 일하는 프로들의 인정까지 더해졌으니.
‘물론, 다들 상품화를 위해서는 좀 더 고쳐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신 작가와 직접 만나서 자신이 한 작업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두피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했다.
비록 멀지 않은 과거에 ‘Mother’와 ‘Double spy’를 냉엄한 시선에서 비판했던 그였으나, 어디까지나 팬으로서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의 꿈을 인정받는다는 기쁨.
좋아하는 소설가를 직접 만난다는 쾌감.
그 두 가지로 인해 남들보다 적어도 세 배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두푸스 킹스턴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총알같이 튀어 나가, 아버지의 회사인 레지앤베이 토이스로 향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주의를 받은 뒤, 자리에 앉았다.
레지날드 킹스턴의 요구는 간단했다.
‘나나 작가님이 뭔가를 물어볼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다. 알겠지?’
두피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곧바로 이해했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꿈을 이루는 자리였지만,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에게는 준엄한 사업이었다.
그리고 사실, 너무 긴장해서 말하라고 해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았다.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장르와 함께 자라온 삶.
두피에게 있어서 장르 소설 작가는 거의 스타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태어나서 처음 만나보는 작가가 최근 들어 그 행보를 적극적으로 지켜봐 왔던 ‘SEEN’이라니.
무엇보다,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작가 앞에서 팬심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
‘좋아해 줄까?’
그랬으면 했다.
‘사운드 이터’는 혼신을 다해, 밤을 새워가면서 만들었으니까.
‘어떤 사람일까?’
노련하고 담백한 필력을 생각해 보면 중후한 이미지가 연상됐다. 하지만 최신 트렌드를 벗어나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선을 지키는 것을 보면, 통통 튀는 젊은 작가로 느껴지기도 했다. 미팅이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가 중구난방으로 뒤얽혔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자리에 앉아 있던 두피는 이윽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 중 한 명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
순간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안녕하세요. 레지앤베이 토이스의 레지날드 킹스턴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토런스 뉴 미디어의 사이먼 카버입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아버지와 백인 남성이 인사를 나눴다.
그런 가운데 두피와 신의 시선 역시 한 차례 교차했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돌처럼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설마설마 싶던 찰나, 소개가 이어졌다.
“이쪽이 신 작가님이십니다.”
“아, 작가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아뇨. 어, 신입니다.”
“······.”
담당 기자의 소개를 인정(?)하며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는 ‘신’.
두피는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조졌다······.’
자신이 그동안 신 작가 앞에서 신 작가의 작품을 얼마나 신랄하게 비평해 왔는지를 말이다.
***
형식적인 이야기가 오가리라고 생각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약간 어색한 가운데, 그쪽에서 작가님 나이가 이렇게 젊으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껄껄 웃는 그런 분위기. 그러면 헤븐즈 코믹스 때와 비슷하게, 나는 그 말을 듣고 대부분 그러신다면서 넉살을 떨고.
전형적인 흐름이었다. 그렇게 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두푸스 킹스턴 선생과 눈이 마주치자 그런 모든 가정은 의미가 없어졌다.
‘어, 어떻게?’
나는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감각을 느꼈다.
두툼한 체격. 흰색 셔츠에 보타이, 중지와 약자를 엮어 밀어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안경.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두푸스였다. 학교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고, 녀석 역시 나를 보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어지는 회의는 지금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싶을 정도로 집중이 안 됐다.
“풍선 완구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설명은 계속 이어져서 겨우 들었는데, 내 머릿속은 혼잡했다.
“아, 여기 이건 현재 개발 중인 제품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에 나온······.”
“와, 정말 멋진데요. 저희가 상상하던 사운드 이터 그대로······.”
나를 대신해 사이먼이 화기애애하게 미팅을 끌어나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가 ‘Mother’와 ‘Double spy’를 쓴 ‘SEEN’이라는 사실.
친구들에게는 그냥 밝히기 ‘귀찮아서’ 놔뒀고, 때가 되면 뭐 알게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닥쳐오고, 두피의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보자 나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마치 내가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에 나오는 다스베이더가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I am your father’를 외칠 때가 이런 기분이겠군.’
이제 어떻게 하지.
함께 황제를 쓰러뜨리고 은하계를 지배하자고 해야 하나.
‘······아니, 그나저나.’
두피가 만들었다는 ‘사운드 이터’.
상당히 걸작이었다.
워크맨의 상표를 떼어내고, 플라스틱으로 네임택을 붙인 뒤 색칠하고, 스파이 기어처럼 보이도록 여러 디테일을 더했다. 단지 그뿐이었지만 요소 하나하나가 정성스러웠다. 일반적인 워크맨처럼 보이면서도 또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좋다고나 해야 할까.
‘글’을 쓰는 작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렇게 구현하다니.
회의가 이어지던 중, 두피와 나의 시선이 다시금 마주쳤다.
‘아무래도 끝나고 이야기 좀 하고 가야 할 것 같군.’
일단은 입막음(?)도 해야 할 것 같았고 말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회의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주 간단했다.
‘일단은 넥타이 배트로 시장 간을 좀 볼 테니까, 잘 되면 추가 계약해서 진행하고 안 되면 거기까지로 합시다.’였다. 자칫해서 악성 재고를 만들어 작품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쪽에서 오늘 구두로 협의한 계약 내용을 정리해서 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사이먼과 나는 인사를 마친 뒤, 레지앤베이 토이스를 빠져나왔다.
1층 엘리베이터 앞.
나는 배웅을 나온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의 두피를 보고 사이먼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사이먼, 죄송한데 잠깐 이 앞 카페에서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네. 뭐 깜빡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그게에······.”
나는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사이먼은 웃음을 터뜨렸다.
“참 기막힌 우연이군요! 친구 분하고 편하게 말씀 나누고 오세요. 어차피 돌아가는 길에 읽으려고 소설을 잔뜩 가져왔거든요.”
“가, 감사합니다아.”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그렇게 사이먼이 먼저 빌딩 밖으로 나가자, 두피가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시, 신. 네가······ ‘신’이었어?”
“그래, 내가 ‘신’이야. 두피.”
나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두피의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미쳤어! 이건 정말 미쳤다고! 내 친구가 그 ‘신’이었다니! ······아, 우리 친구 맞지?”
“그럼. 친구지.”
“······아.”
“응?”
“어, 그, 그그그그, 그게! 내가 네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거 있잖아!”
“아, 그거. 진짜 좋은 감상이었지.”
“그, 그래?!”
“응. 냉철하게 비판해 준 거잖아. 그거 작가한테 무척 도움이 많이 되거든.”
상처는 받지만, 세상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인제 와서 비평 한두 개로 무너지기엔 내 멘탈은 여러모로 찌들어 있는 상태다.
두피의 우려 섞인 말을 가볍게 받아넘긴 뒤, 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좀 놀랐어. 네가 사운드 이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었지만, 설마 그게 레지앤베이 토이스로 연결이 되어서 제품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니.”
“아, 아직 모르는 일이기는 해! 그래도 나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봐! 아버지가 그러셨는데, 더블 스파이는 사내 테스트에서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꽤 많았다고 하나 봐!”
“······그래?”
“응! 넥타이 배트가 나가서 아이들이 더블 스파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작품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 같은데?”
“나쁘지 않겠는데. 그보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어떤 부탁?”
“혹시 이 일은 우리 사이의 비밀로 해줄 수 있어?”
“응? 어떤 거, 네가 ‘신’이라는 사실?”
“맞아. 그거. 학교 다니는데 괜히 귀찮아지기만 할 것 같아서. 같은 사회인으로서.”
“······사회인?”
“두피 너도 ‘사운드 이터’가 제품으로 발매되면 어엿한 사회인이 되잖아.”
그 말을 듣고 약간 감동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 두피.
순수로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본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 외로 우리 사이에 벌어진 해프닝은 쉽게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과연 그렇게 될까 여전히 걱정되지만 말이다.
***
그리고 다음 날.
더블 스파이가 연재되는 날이라 그런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시끌시끌했다. 그것도 평소보다 더한 느낌이었다.
“안녕, 알렉사.”
“신, 왔어?”
한창 다른 애들과 오늘 연재본에 대한 이야기를 요란스럽게 나누던 알렉사가 내 쪽으로 다가와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포지션이라,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서 수업에 필요한 도구를 꺼내면서 나는 알렉사에게 물었다.
“오늘 더블 스파이는 어땠어?”
“드디어 칼과 한이 협력하기로 했잖아?”
“그렇지.”
“······하필 여기서 끊냐 싶더라니까. 그리고 악의 조직? 같은 게 나왔지. 지금 다들 난리도 아니야.”
“그래?”
“아, 이틀에 두 편씩 보니까 너무 감질나. 작가 가둬놓고 글만 쓰게 하고 싶어.”
“그, 그러면 오히려 글이 안 나올 텐데.”
“내가 맥앤치즈는 제법 잘 만들거든. 굶기진 않을 거야.”
“······.”
나는 위험한(?) 발언을 일삼는 알렉사의 앞에서 당황스러움을 간신히 숨겼다.
버디물적인 요소를 살리느라 전개 속도보다는 감정 묘사를 조금 길게 가져갔는데, 그 부분이 재밌으면서도 이후 내용이 기대되어서 좀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가장 중요한 떡밥을 풀었으니까.
‘좋은 반응이긴 한데.’
나는 오늘 연재된 ‘Part karl’의 23화를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남자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음을 나눈 친구가 도움을 청할 때. 마지막으로, 자신의 신념이 모욕당했을 때. 그리고 지금의 경우는 바로 그 마지막이었다.
칼 로버츠는 한의 멱살을 붙잡고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정말로 네놈이 미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래, 내가 하는 행동은 확실히 조국을 위함이지. 그 신념에 변함은 없어.”
“그러면 좀 그 빌어먹을 에고를 내려놓으라고! 올드 스파이 양반!”
“······그럴 수는 없지. 그 조국이 날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한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내 칼의 복부를 걷어찼다.』
‘Part Karl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지.’
칼이 자신이 왜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심리 묘사가 많이 들어갔다.
반면 ‘Part Han’은 그러한 칼의 태도를 본 한의 열등감이 해소되는 과정에 가까웠다.
『혼신의 발차기에 뒤로 밀려난 칼.
한은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샘솟는 걸 느꼈다. 눈앞의 ‘최신식’ 스파이가 불편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네놈이나 나나 결국은 소모품에 불과하다.”
“······.”
“너도 알고 있겠지. 네가 그렇게 조국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스파이’이기 때문이다. 본명인지 아닌지도 모를 ‘칼’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그걸 경험했고, 그렇기에 CIA를 떠났다. 조국을 등졌지. 사랑하는 조국의 안에 ‘미국’은 있어도 ‘인간’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물밑의 병사들은 목숨과 영혼이 소모될지언정 조국과 자유를 위해 싸웠다. 그리고 한은 그러는 가운데 점점 망가졌다. 그리고 망가진 그가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계속 싸워나가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는 최신식 스파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의 존재가 마치 자신의 모든 걸 부정하는 듯했다.
“이봐, 올드 스파이 양반.”
칼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
너무도 올곧은 눈이었다.
“그래도 나는 내 일을 할 생각이야.”
“······빌어먹을.”
그 상대에게서 한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과거, 빛을 섬기기 위해 어둠에서 살았던 그때의 자신을.
“다 떠나서 생각해 볼까. 미국이라는 땅이 있어.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그들의 자유와 권리는 수호되어야 해. 그리고 지금, 그걸 위협하는 이가 존재하지. 생화학무기의 설계도를 훔쳐서 잠적한 쿠바의 과학자야. 나는 그를 막아야 한다고.”
“알아. 나도 알고 있어. 나도 그럴 생각이고. ······푸후우, 그래서 말인데.”
길게 한숨을 내쉰 한이 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칼이 ‘오해’하고 있던 한 가지를 정정해 주었다.
“왜 이곳에 온 이탈리안 마피아가 너 혼자라고 생각하는 거지?”
“······뭐?”
그 말을 들은 칼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한은 그 앞에서 지금까지 CIA의 슈퍼 스파이조차 알지 못했던 미국의 비밀을 이야기했다.
“파이오니어.”
그것은 변질된 제국주의 정신이 모여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밝혀진 중요한 떡밥.
이것을 위해 그동안 두 사람의 대립에 주목하고 과학자 추적의 전개를 미룬 것이다.
오늘 연재분으로, 작품의 클라이맥스로 가기 위한 한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는 쿠바 카르텔 및 이탈리아에서 온 마피아, 다시 말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어떤 비밀 조직과 협력 관계에 있다.
이제 한이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CIA 본부에서 도움을 주고, 칼과 한이 함께 협력하며 소설은 끝을 향해 나아갈 예정이었다.
‘이 부분은 특히나 신경 써서 구성했지.’
나는 마지막 싸움에서 ‘적’에게 집중하기보다, 칼과 한이 협력했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가 나오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연재가 9부 능선에 다다른 순간까지 비밀 조직에 대해서는 숨겼다. 한이 어째서 이렇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일종의 반전을 보여주고 싶었으며, 동시에 칼조차도 몰랐을 만큼 이 비밀 조직이 얼마나 대단한 집단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비밀 조직’과 함께하는 쿠바 카르텔과 공산당 방첩 기관을 동시에 상대하는 두 스파이의 싸움.
‘얘네들의 반응을 보면, 분명 다들 좋아하겠지.’
그걸 생각하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이후의 비즈니스 전개도 확실하게 잡혀 있고.
────────────────────────────────────
────────────────────────────────────
두 남자의 싸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