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50)
50.
두푸스 킹스턴은 흑인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취급을 받지는 못했다.
완구 회사 사장님을 아버지로 두고 부자 동네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학교의 흑인 무리로부터 배척받았다. 보타이에 셔츠를 자주 입으며 사회에 순응하는 모습은 엄밀히 말하자면 상류층 백인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 무리에 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에 얼마 안 되는 상류층 백인은 두피를 흑인 취급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의 건강으로 인해 장르만이 유일한 친구였다가, 학교에 입학한 직후 복잡한 입장이 얽히며 그걸로 괴롭힘을 당했다. 결국 그 이후로 좋아하는 코믹북이나 소설을 학교에 가져오지 않게 되어 자신과 비슷한 너드 성향의 친구들도 사귀지 못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두피는 홀로 지내는 법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 대신 집에 혼자만의 성채를 만들고 그 나름대로 혼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왔다.
그랬기에 그에게 ‘Mother’는 의미가 깊은 소설이었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인기를 끈 ‘장르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신문 연재작이 이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던 경우가 많이 없었다. 있더라도 너드들 사이에서나 그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Mother’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쓰면서도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기에 ‘SEEN’이라는 작가는 두피에게 의미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던 알렉사가 ‘Mother’를 읽고 싶다 해오고, 그렇게 해서 신과도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모두 친구가 되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이었다.
신에 대한 두피의 첫인상은, 자기 할 일을 잘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최소한으로 맺는, 그렇기에 동경할 수밖에 없는 소년이었다.
그렇다. 두피는 학생으로서 신을 꽤나 쿨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으면서도 항상 당당했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 원인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신이 바로 ‘신’이었다니.
그런 이중 신분(?)이 있기에 쿨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그렇진 않은데······.”
그의 고해를 들은 신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두피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방과 후, 근처의 코믹북 스토어.
주변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너드들로 가득했고, 두 사람도 그중 하나였다.
***
레지앤베이 토이스와의 미팅 이후, 두피는 나를 더 가깝게 여기는 눈치였다.
‘‘작가’라고 하는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겠지.’
심지어 학교가 끝난 뒤에 여기저기 가자고 먼저 권유해 올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은 일에만 몰두하느라 그가 권유하는 장소는 가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의 순수한 호의를 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지릴 뻔했다.
핀볼 머신과, 검은 화면에 빨간색과 노란색, 흰색만으로 표현되는 아케이드 게임.
쿼터 동전 수십 개를 쓰고 낄낄대면서 놀다가 근처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3단짜리 슈퍼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우리는 코믹북 스토어에 들렀다.
이미 석양이 졌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예 외박을 해버릴까.’
나는 되찾고 있었다. 슬픔과 회한으로 얼룩진 나의 어린 시절을.
······아니, 그건 반쯤 과장이고.
어쨌든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곳곳에 가득한 만화 잡지와 온갖 ‘맨’들의 향연. 80년대는 ‘맨’의 시대였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치타맨, 기타 등등 맨. 나무로 된 벽으로 둘러싸인 채 온갖 슈퍼 히어로 코믹스가 매대에 걸려 있는 이곳은, 이 이상 존재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나는 그걸 살 수 있었다!
‘아직 그럴 마음은 없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그래, 나중에 더 부자가 돼서 차라리 마블 코믹스를 구매하자. 책이 아닌 회사를.
옆에서는 두피가 코믹북을 쓸어 담았지만, 나는 미래를 생각하며 참았다.
그리고 별안간 두피가 이렇게 말해왔다.
“신, 너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내가?”
“응, 정말 대단한······ 작품을 썼으니까.”
말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본 두피에게 나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학교가 아니면 괜찮아.”
“그, 그래?”
기다렸다는 듯이 ‘SEEN’의 작품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두피.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이 ‘Mother’에 대해 논문에 가까울 정도의 비평글을 써왔던 게 문득 떠올랐지만, 서로 그 부분은 적당히 익스큐즈 하고 넘어가기로 했으므로 신경을 껐다.
그보다, 그 찬사가 너무 노골적이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니, 그렇진 않은데······.”
나는 서둘러 그 착각을 정정해 주려고 했다.
‘Mother’의 성공은, 내가 이 시대에서 압도적으로 글을 잘 써서 이루어진 결과가 결코 아니었다. ‘Mother’가 성공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로널드 레이건의 당선으로 인한 낙수 효과라고 생각했다.
토런스 뉴 미디어를 처음으로 읽게 된 사람들은 분명 신문을 꼼꼼하게 읽을 텐데, 마침 거기에 막 연재를 시작한 소설이 있다? 그야 당연히 흥미로워하며 읽어보지 않겠는가.
“하지만 신! 그 반응을 끝까지 이어간 건 네 실력이잖아······!”
거기에는 할 말이 없었다.
미래의 내가 가지고 있던 발전된 지식과 실패에서 비롯된 경험을 과거에서 활용하면 그건 실력인가? 타임 패러독스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들을 이용하는 했다.
‘적당히 융합하는 방향으로, 말이지.’
나의 색깔, 이 시대의 니즈, 그리고 발전된 장르 문법까지.
그것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던 터라 나는 그냥 적당히 웃고 말았다.
‘이 부분이 또 고역이군.’
그의 찬사를 가만히 듣고만 있기는 어려웠던 나는 반대로 두피를 칭찬해 주었다.
“그러는 두피 너도 굉장하잖아.”
“나, 나?”
“그래, 이번에 사운드 이터 말이야. 네가 아니었으면 누가 그런 걸 만들겠어?”
“아, 아직 상품으로 나오지도 않았는걸, 뭐.”
머쓱한 듯 시선을 피하는 두피.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덩치도 어마어마한 녀석이 그러는 모습이 좀 귀엽게 느껴졌다.
낄낄거리며 웃은 나는 약간의 복수심(?)으로 두피를 조금 더 칭찬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뒤이은 녀석의 말에 순간 입이 다물어졌다.
“나도, 할 수 있을까?”
“······.”
“여기 있는 수많은 만화책의 작가들처럼, 그리고 너처럼.”
그 말을 들은 나는 두피가 왜 나와 내 작품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지 이해했다.
나도 그처럼 불안했었으니까.
어떤 한 분야에 깊이 빠진 인간이라면 흔히 하는 생각이 있다.
그건 바로, ‘나도 할 수 있을까?’였다.
인간은 모방의 동물이고, 그렇기에 인상적인 바를 접했을 때 흉내 내려는 성향이 존재했다.
그것이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왔는데, 두피의 경우에는 ‘굿즈 제작’이었다. 내가 글을 쓰듯이 녀석은 굿즈를 제작했다.
그래, 녀석 역시 옛날의 나처럼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인정받고······ 거기에 더해 돈까지 벌면 좋겠다는 꿈.
그렇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만약, 내 작품이 그의 꿈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두피는 3단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을 정도로 소중한 친구였으니까.
***
누군가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났다.
‘치어리딩의 세계는 냉혹해. 실력이 전부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렴.’
지역 예선에서 아쉽게 2등을 차지한 이후, 1등을 차지한 학교의 에이스가 건네고 간 말이었다.
사실 그 말을 들은 알렉사 플레어는 ‘쟤가 누구더라?’ 하고 넘겼다. 자신은 그저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에 불만은 없는데, 저쪽에서 나서서 라이벌 취급을 하고 간 셈이었다.
알렉사가 하는 건 ‘스턴트 치어리딩’이었다.
일반적인 치어리딩이 스포츠 경기의 응원을 위한 거라면, 스턴트 치어리딩은 앞에 하드코어한 단어가 붙은 만큼, 치어리더들을 던지고 받는, 굉장히 격렬한 안무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리고 알렉사의 학교는 그 분야에서 캘리포니아의 명문 중 하나였다.
센트럴 시티 밸류 하이스쿨 스턴트 치어리딩 팀, ‘블랙 유니콘즈’. 검은 스커트를 입은 여전사들. 스턴트 치어리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름이었다.
올해에는 작년의 황금 세대가 모두 졸업해 아쉽게 지역 예선에서 2위로 그쳤고, 그 결과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들 내년을 기약하며 계속해서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년에 팀의 에이스가 거의 확실시된 알렉사는 치어리딩 연습보다는 마음이 영 딴 곳에 가 있는 상태였다.
‘쟤네 또 같이 돌아가네.’
오늘도 그녀는 함께 교문을 나서는 두피와 신의 뒷모습에 싱숭생숭한 눈빛을 보냈다.
최근 들어서 두 사람이 방과 후에도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그걸 뒤로한 채 연습장으로 가는 알렉사의 마음은 그 나이대의 소녀가 그러듯이 꽤나 복잡했다.
약간은 잘됐다 싶고, 약간은 같이 어딜 가나 궁금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아주 약간은 질투도 생기고.
‘나한테는 권유도 안 해주면서.’
알고는 있다. 학교가 끝난 뒤에 알렉사는 치어리딩 클럽에 가야 했다. 그러니까 두 사람도 굳이 권유하지 않는 것이었다. 코치가 내년에는 저 부자 동네의 부자 아가씨들의 Ass에다가 유니콘의 뿔을 처박아 주자면서 난리를 피우니깐 말이다.
하지만 알렉사는 치어리딩 클럽과 그곳의 친구들보다는, 신이나 두피와 함께 있을 때가 더 마음이 편했다. 그런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이 상황이 내심 꺼림칙했다.
‘조만간 기회가 있겠지.’
그저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다른 방향에서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두 남자’가 연관되었다.
알렉사 플레어는 치어리딩 클럽 활동 때문에 한동안 ‘Double spy’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체력 소모가 워낙 큰 운동이라, 며칠간 집에 가자마자 밥만 먹고 바로 뻗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짬을 내서 읽으려고 한다면야 읽었겠지만, 한 편 한 편 기다리는 게 감질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해서 모아서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며칠 정도 참았다.
그러는 바람에 주변에서 ‘더블’이라는 말만 해도 그게 더블 버거건 더블 스윙이건 귀를 막고 피해야 했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마침내 오늘, 알렉사 플레어는 일주일간 27화까지 모인 더블 스파이를 치어리딩 클럽 활동이 끝나고 집에 가서 읽을 생각이었다. 다행히 오빠인 덴젤이 그녀의 사정을 알고서 따로 연재본을 모아두었다. 이제 알렉사는 집으로 돌아가 뭘 먹으며 함께 읽을까만 고민하면 됐다.
‘아무래도 초콜릿 칩 쿠키가 좋겠지?’
내일은 주말이니까 좀 늦게 자도 될 테고,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제대로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살짝 가벼워진 마음으로 치어리딩 클럽으로 향하자, 내년에 캡틴을 맡게 될 레이첼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Okay, Ladies-! 한번 오늘도 해보자고!”
그렇게 이어지는 클럽 활동.
알렉사는 한껏 땀을 빼며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했고, 해가 지고 난 뒤에야 후들거리는 몸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일반 클럽 활동과는 달리 밤까지 연습하는 미친 근성을 지닌 그녀들이기에, 누군가는 ‘블랙’ 유니콘즈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냐고 술회하고는 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한 그녀는 마중 나오는 오빠에게 어리광부터 부렸다.
“으허어······.”
“지금 들어온 거야?”
“응, 오늘도 죽는 줄 알았어.”
부엌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사! 어서 씻고 밥 먹으렴!”
“네에. 아, 오빠. 나 오늘 더블 스파이 보려고.”
“스포일러 해도 돼?”
짓궂은 말을 상냥하게 말하는 덴젤.
“그 대신에 초콜릿칩 쿠키랑 우유 준비해 줘. 따뜻한 걸로.”
“오, 완전 작정했구나. 오늘.”
“내일 쉬잖아~. 나도 문화 좀 즐겨야지.”
장난스럽게 웃은 알렉사는 손을 씻고 어머니가 준비해 준 저녁 식사를 깔끔하게 해치웠다.
“죄송해요. 엄마. 저 때문에 괜히 저녁 두 번 차리게 해서.”
“그럴 땐 고맙다고 하면 되는 거야. 그렇죠, 여보?”
“그래, 그래. 치어리더 활동은 재미있니?”
“음, 뭐. 그냥 하는 거지.”
“오늘 이후에는 다시 우리 집에서 더블 스파이 이야기할 수 있니?”
“······아빠는 그게 묻고 싶었구나.”
배려해 준 가족들에게는 정말 고마웠지만, 이 정도면 중증이지 싶었다.
가족 모두가 ‘SEEN’이 쓴 작품의 팬이라. 흔한 상황일까. 문제는 자신 역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오빠가 건네주는 초콜릿칩 쿠키 두 개가 놓인 접시와 핫 밀크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알렉사는 방 안에 준비된 그것(?)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많이 기다렸지?”
23화 이후, 칼과 한은 어떻게 되었을까.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알렉사는 벅스 버니가 그려진 잠옷을 입은 채 ‘Double spy’를 읽기 시작했다.
『칼 로버츠는 블랙 스톰에 올라탔다.
그 귓가로 목소리 하나가 들어왔다.
[슬러거, 이쪽은 세터.]한이었다.』
소리도 없이 쿠바의 산길을 내달리는 검은 폭풍.
81년 가을, 캘리포니아에 있던 알렉사는 서서히 70년대 후반의 쿠바로 들어갔다.
오도독, 오도독.
첫 번째 쿠키는 우유에 적시지 않고 아주 조금씩 갉아 먹으며 그녀는 더블 스파이에 깊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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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싸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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