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59)
59.
문득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전생의 지금과 비슷한 시기.
저녁이 되어 살짝 쌀쌀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으로 봐서는 겨울이었을 터였다. 그래서 이맘때인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가게 문을 닫고 돌아온 나는 어머니와 함께 밀린 집안일을 했다. 세탁기를 돌린 뒤 모아둔 쓰레기를 버리러 뒤뜰로 나간 찰나, 막 울타리 문을 열고 옆집 정원으로 들어가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옆집 여자애, 지우 장이었다.
그녀는 딱 봐도 굉장히 수상해 보이는 행색이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썼고,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든 채였다. 그리고 그 비닐봉지에서는 뭔지 모를 액체가 한 방울씩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집 측면 바닥에 달린 문을 열어 지하실로 내려갔고,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오밤중에 어디를 다녀오는 거지?’
우리 집은 코리아타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한인 밀집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밤에도 치안이 엄청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 혼자서 이 늦은 밤에 어디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여겨진 것이었다.
사방이 어두워서 바닥에 뚝뚝 떨어지던 게 무슨 액체였는지까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날 밤은 웬일로 비가 심하게 쏟아져서, 다음 날이 되어 나가봤을 때 바닥에 떨어진 액체의 흔적은 싹 사라진 뒤였다.
그때 느꼈던 어딘가 석연찮은 기분이,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이 순간과 연결되었다.
‘흑마술용으로 어딘가에서 구한 사체······였나?’
한참이나 TRPG 코너에서 책을 살펴보던 지우가 돌아갔다.
근처에 숨어 있던 나는 그녀가 방금까지 서성거리던 매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흑마술 입문서’와 비교해 가며 유심히 보던 책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바로 ‘킹덤즈 오브 글로리’의 룰북이었다.
이때 당시에 ‘던전 앤 드래곤’과 쌍벽을 이루던 TRPG 시스템.
순간 의아했다. 이걸 보며 흑마술 입문서를 볼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두꺼운 책을 넘겨본 나는 설마 싶은 부분을 찾아냈다.
책의 중간쯤에 위치한 『마법과 마법사』 파트.
‘이거 때문에 이 책을 봤나?’
이 챕터에서는 세계관에서 마법이 어떤 식으로 작용되며,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마법을 쓸 수 있는지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개중에는 ‘흑마법’ 역시 존재했다. 죽은 자를 되살리고 타인에게 저주를 거는 계통의 마법을 그렇게 일컬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에도 존재했다. 일종의 문화적 개념만으로 말이다.
‘실제로 저주 같은 게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한 번의 삶을 다시 살게 된 나의 존재 자체가 흑마술의 표상 아닐까. 나 설마, 흑마술로 되살아났나? 아니, 아니아니. 설령 그런 주술이나 능력이 실존한다고 해도 지우가 쓰는 게 그거일 리는 없었다.
어쨌든 상식적으로, 흑마술은 존재하지 않는 힘이었다.
그 사실을 의식했는지, 킹덤즈 오브 글로리의 룰북에서는 ‘흑마법(Dark magic)’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현실의 ‘흑마술(Black magic)’과는 분명 다른 이름이었다.
흑마술(Black magic)은 인류의 기나긴 역사와 함께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장르’였다.
나는 흑마술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을 법한 ‘악의’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존재였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굉장히 비합리적인 선택과 행위도 할 수 있었다. 문화권마다 그 형태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도는 대부분 유사했다. 섣불리 건들 수는 없으나 죽거나 불행해졌으면 하는 상대에게 저주를 쏘아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저주의 개념이 움트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것이 은밀히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다가 현대까지도 영향을 크게 끼치고 있는 흑마술이란 개념을 정립한 사람이 바로 19세기의 영국에 살았던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라는 양반이었다. 오컬트에 깊이 빠져 있던 그가 당시까지 이어져 오는 여러 문화권의 오컬트 체계를 마음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흑마술 역시 하나의 ‘장르’로 만든 셈이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크로울리의 사상이 변화해 60년대에서 70년대의 락밴드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굉장히 마이너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파생되어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하지만 흑마술을 배우기 위해 가상의 영역인 TRPG 룰북마저 염탐한다라.
‘······그야 그럴 수 있지.’
지금은 1980년대였으니까.
미래에는 구글에 대충 ‘사람 저주하는 법’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검색 결과가 쏟아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게다가 어떤 정신 나간 정부가 상대를 저주하고 괴롭히는 비과학적 미신이 적힌 인쇄물에 대한 출판 허가를 내주겠는가?
지우로서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경이었으리라.
‘그런데, 대체 누구를?’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곧바로 답이 나왔다.
피부색으로 자신을 차별하고 괴롭힌 이들.
그들밖에 더 있겠는가.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우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
생각해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였다.
열여섯 살짜리 여자애가 마음을 둘 곳이 없어 흑마술에 빠지게 되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차별을 당할 때면, 그 짓을 저지른 놈의 불행을 바랐으니까.
문제는 그게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느냐였다.
단순히 책을 읽고 저주의 주문을 외우는 정도라면야 내가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전생에 보았던 광경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르고 말았다.
그날 밤, 분명히 지우는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게 새끼 고양이의 사체, 그것도 직접 만든 사체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일단 가게로 돌아온 나는 어머니를 대신해 카운터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어렵군.’
괜히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우가 학교에서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게 된 이상 그냥 손 놓고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 애가 정말로 흑마술을 통해 자신을 ‘챙챙’거리며 놀린 애들을 저주하고 있다면, 그러한 방법은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전생의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지우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할 것인가.
다짜고짜 찾아가서 그냥 ‘나 너 흑마술 하는 거 암.’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당연히 ‘어떻게 암?’하고 질문이 돌아오겠지. 그러면 나는 거기에 ‘나도 동류니까. 후후.’ 하면서 흑마술사 시늉을 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었다.
‘너 미행해서 알았음’.
······당장 신고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대답이었다.
‘알렉사 핑계를 대는 게 가장 낫겠어.’
처음에는 적당히 무시할 테지만, 흑마술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지우 역시 흑마술에 관해서는 궁금한 점이 많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후의 행동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가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이 무슨 우연이 또 있단 말인가. 장지우였다.
“······.”
후드를 뒤집어쓴 채 퀭한 눈으로 날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 또 스니커즈를 가져왔다.
나는 참 타이밍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스니커즈 좋아해?”
대답은 없었다.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신 한이다. 교사 경력 십수 년을 자랑하는 아이들 돌보기의 귀재. 이런 열여섯 소녀를 상대하는 일이야 얼마든지 해왔다.
“안에 카라멜 부분이 꾸덕한 게 진짜 맛있단 말이지.”
“······.”
계산을 끝마치고도 내가 계속 말을 이어가자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서 있는 지우.
“아, 이것도 한번 먹어봐. 서비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초콜릿 바 중 하나인 ‘트윅스’를 가져와 지우에게 쥐어 주었다.
그걸 받아 들고 또 한참이나 침묵하는 그녀.
나는 겁먹은 햄스터에게 해바라기씨를 건네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니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이어졌다.
“······저기.”
“응?”
“그쪽이, ‘신’이라면서요?”
“······그렇지? 신 한. 너는 지우 장이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지우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 속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바로 ‘Mother’의 단행본이었다.
“이, 거.”
겨우 말을 꺼내는 그녀.
그 앞에서 나는 깨달았다. 전생의 어린 시절과는 달라진 나의 가장 큰 변화가, 이 모든 문제를 생각보다 쉽게 해결해 줄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이던 지우가 이야기했다.
“······읽었어요.”
“응?”
“재밌게.”
“어, 어어. 고마워.”
의외로 지우 장은 수줍음이 많은 성격 같았다. 아니, 자기가 재밌게 본 소설의 작가 앞이라서 그런 걸까.
그동안 경험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태도에 내심 당황하면서도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말하려 했다.
“수지가 겪는 상황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
그게, 흥미로웠다고?
······왜?
순간 드는 의문을 뒤로 하고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Mother’는 언제 읽었어?”
“어제요.”
단숨에 대답하는 지우.
“엄마가 신 오빠 소설이라면서 받아와서요.”
“······아아.”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은 한인 사회 내부에 익히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근래 이사 온 지우의 어머니에게도 ‘아들 자랑’을 하고 싶어서 어머니가 먼저 내가 신문 연재를 하는 작가임을 알려주고 책을 준 거겠지. ‘Mother’의 단행본이야 그동안 실컷 나눠주고도 아직 집에 다섯 권쯤 있었으니까.
“뭐, 물어봐도 돼요?”
“응, 괜찮아. 뭔데?”
“수지의 그, 종교에서 그거······ 진짜예요?”
“아니. 다 허구의 산물이야.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일반론적으로 대답했고, 순간 지우의 어깨가 미묘하게 처지는 걸 보았다.
‘······아.’
실수했다.
나는 황급히 수습했다.
“혀, 현실에서 그런 게 없지는 않겠지만! 나도 잘은 몰라서!”
“아무것도요?”
“어, 그런 게 공공연히 알려졌다면 사람들이 다 악용하지 않았을까. 진짜 마법이나 주술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은 알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확실히 그렇겠죠.”
좋아. 슬슬 이야기의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마법이나 그런 거 좋아해?”
“음······ 네.”
“나도 관심은 있어. 저번에 미스테리 라디오에서 그랬잖아. ‘투탕카멘의 저주’로 인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그런 거 들으면 괜히 무서우면서도 흥미가 가지 않아?”
현재 시대의 초침은 1980년대를 가리키고 있다.
이때의 사람들은 미신을 신봉하는 경향이 미래에 비해 훨씬 더 강했다. 이후에는 통계적으로 밝혀진 ‘투탕카멘의 저주’가 가진 실체도, 이때는 사람들이 모르는 게 많으니 다 실제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순수한 시대였고, 그렇기에 지우가 흑마술에 심취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느꼈다.
“마, 맞아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던 지우가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크게 말했다고 느낀 걸까.
“······맞아요오.”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하는 지우.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갔다.
“사실, 저번에 내 친구가 너 코믹북 스토어에서 봤다고 하더라고.”
“아, 정말요?”
“그래. 혹시라도 마술 관련해서 흥미가 있으면 어때, 언제 같이 이야기해 보지 않을래?”
“조, 좋아요. 음. 오빠는 뭘 알아요?”
“글쎄,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라거나······.”
“크로울리 님을 아세요?!”
“그, 그럼. 알지.”
“엘로임 엣사임.”
“······.”
“모, 몰라요?”
그건 모른다.
순간 시무룩해지려는 지우의 앞에서 나는 다시 기지를 짜냈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을 알지.”
그 남자는 ‘Master’였다.
***
“엘로임 엣사임-.”
“에, 엘로임 엣사임.”
두피 킹스턴 씨와 장지우 씨가 만나자마자 음산한 인사말을 나눴다.
두 사람 사이에 낀 나는 그저 웃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방과 후.
나는 지우와 두피를 텅 빈 교실에서 만나게 했다.
두피에게는 미리 다 상황을 설명해 두었다. ‘지우는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흑마술을 쓰고 싶어 하며, 나는 그걸 막으려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으며, 그녀에게 다른 전직 루트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두피는 내 생각을 충분히 이해해 주었고, 지우와 만나 본격적인 흑마술에 대해 이야기하며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두피, 진짜 멋있다.
나는 이런 남자를 본 적이 있던가.
세상 모든 너드질에 통달한 ‘마스터’를.
“그대의 그리모어를 보여줄 수 있겠나.”
“······여, 여기.”
지우가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흑마술 입문서’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두피가 내용을 살피기 위해 그것을 펼쳐 들었고, 바로 옆에서 책의 내지를 처음으로 보게 된 나는 곧바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굉장히 조잡한 카피본 같은데.’
정식 루트로 나온 책이 아니었다. 그야, 당연하겠지만.
19세기에 나온 흑마술 책이라기보다는 적당히 관련 자료를 엮어서 제본한 종이 뭉치를, 그녀가 우연히 구하게 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흑마술 입문서를 본 두피가 이야기했다.
“제목은 이렇지만, 내용은 ‘검은 수탉의 밤’이로군. 상당히 다루기 어려운 그리모어야.”
“그, 그런가요.”
“흑마술 초보가 쓰기에는 버겁지.”
“역시. 그래서 마술이 발동되지 않았군요.”
인사를 나눈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서로 신이 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두피와 지우.
나는 그 앞에서 황망한 기분을 느끼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저기. 두피?”
“무슨 일이지, 신.”
“어떻게 그렇게 흑마술에 대해 정통해······?”
“Frrrrrr······. 남자에게는 과거가 있는 법.”
나는 입술을 터는 두피 앞에서 이 이상 묻기를 그만두었다.
중학교 시절의 두피가 흑마술에 심취해 자신을 괴롭힌 다니엘(가공의 인물)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상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소녀여. 무엇을 원하지?”
“네?”
“흑마술은 대가를 지불하고 결과를 받아내는 기술. 나는 네가 바라는 ‘결과’가 궁금하다.”
“어, 음······. 꼭 말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
두피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지우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이나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나는 속에서 피어오르는 쾌재를 막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이야기하기 어려울 테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감정을 털어놓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을, 흑마술의 힘이라도 빌려서 극복하고 싶어 했던 소녀의 감정이 여기까지 전해져 왔다. 그리고 나와 두피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충분히 마친 상태였다.
‘두피, 잘 위로해 주는 거야.’
내가 눈짓을 보내자 두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우는 고개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기르던 강아지가, 교통사고로 죽어서······.”
“······응?”
“혹시라도······ 되살릴 수 있지는 않을까······.”
말을 채 맺지 못하고 글썽거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지우.
그 앞에서 편견의 대가로 다시금 뭔가를 단단히 오해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꼈다.
마스터 두피도 나를 쓰레기처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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