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6)
6.
『나의 어머니를 어떤 분이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나는 어렸을 적부터 고기를 먹어보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침에요. 하지만 어머니는 고기는커녕 어느 순간 개 사료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집 안에 돌아다니는 작은 생쥐를 잡아먹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생쥐는 찍찍대며 온 집 안을 돌아다녔고 곰팡이가 핀 빵을 훔쳐 먹었습니다. 나는 아주 똑똑한 아이예요. 곰팡이가 핀 빵을 먹지 않고 기다렸다가 생쥐를 덮쳐서 잡은 뒤, 먹었답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멍하니 창문 밖을 봅니다.
밑에서부터 올려다보는 창문에서는 빛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다리를 꼿꼿이 세워 창문 밖을 봅니다. 쇠창살이 쳐진 창문. 노오란 버스가 출발합니다. 이제 기다려야 해요. 그걸 보면서 신기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니, 어머니가 드디어 방에서 나왔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걷어찼습니다.
아파요. 아파. 나는 바닥을 뒹굽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놔두고 어기적어기적 걸어 냉장고로 향했습니다. 그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꺼내 먹습니다. 하지만 나는 맛있는 음식은 구경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좋은 냄새가 나서 다가가면 어머니는 나를 다시 걷어찹니다. 나는 바닥을 뒹굴고 어머니는 외출합니다.
나는 어머니를 애타게 부릅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디 가셨어요. 아무도 없잖아요. 다 나를 떠나갔잖아요.
어머니가 없는 집 안은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어머니는 떠났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울어댑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돌아왔고 나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미친 듯이 매달렸습니다.
어디 가셨어요! 왜 이제 오셨어요!
거기에 어머니가 말합니다.
“■■■ ■■■! ■■ ■ ■■?!”
나는 다시 걷어차였습니다. 바닥을 나뒹굽니다. 어머니는 그러고도 화가 안 풀렸는지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나는 두려워서 벌벌 떨었어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바깥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을까요? 모르겠어요. 무섭습니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갔습니다. 그리고 날카롭고 빛나는 무언가를 가져왔습니다.
불타는 듯한 통증이 스쳤습니다. 나는 비명을 지릅니다. 어머니는 몇 번이고 나에게 불타는 듯한 통증을 전해주었어요. 그 끝에서 나는 숨을 헐떡였고 뒤이어 큰 문이 열렸습니다.
“토미?!”
화들짝 놀라며 주인님이 달려왔어요. 나는 숨을 헐떡거리며 그 품에 안겼습니다. 주인님이 항상 좋아하셨던 내 황금색 털은 빨갛게 물들고 말았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주인님의 냄새가 너무나도 좋아요. 나는 주인님의 얼굴을 핥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 기르던 개가 죽었다.
어머니는 식칼을 든 채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서 오렴. 수지.”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다녀왔어요. 어머니.”
천국을 꿈꾸는 이 집은, 지옥이었다.
Mother 2화에서 계속.』
“What the·······.”
5화까지의 원고를 다 읽고 다시 1화로 돌아온 사이먼 카버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퇴근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났다. 하지만 그는 오늘 들어온 원고를 계속해서 읽고 있었다. 업무를 대강 다 마친 상태에서 뭔가 싶어서 열어본 게 화근이었다. 깔끔한 손 글씨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싶었더니 2화, 3화, 4화, 그리고 5화까지 몇 번을 반복해 읽었고, 지금 이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오늘 들어온 소설을 반복해 읽어본 사이먼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죽여주는군.’
그는 마지막으로 기획서를 살펴보았다.
지금은 퇴사한 문화 섹션의 선배 기자로부터 받은 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을 먼저 읽어라. 기획서를 먼저 읽으면 기대감이나 실망감에 소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돼.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도록 노력해라. 사이먼.’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주었던 선배의 조언에 따라 사이먼은 자신에게 흥미로운 소설일수록 더욱더 다양한 시각에서 글을 보고자 노력했다. 말인즉슨, 오늘 우연히 집어 들게 된 이 소설이 그야말로 사이먼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의미였다.
제목은 ‘Mother’.
주인공 ‘수지’가 어떤 미지의 종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 밑에서 살다가, 갑작스레 어떤 환각을 보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오컬트적인 사건을 다루는 공포 소설이었다.
기획서에 세세히 적힌 플롯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토한 사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갈 수밖에 없겠는데.’
정말 잘 쓴 공포 소설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작가에게 연락해 계약을 제안하고 싶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으로 싱글벙글 웃는 사이먼. 그런 그를 살짝 멀리서 지켜보던 미스 브라운이 크리스탈로 된 재떨이를 들고 가까이 다가왔다. 사이먼은 말보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고 미스 브라운은 럭키 스트라이크를 꺼내 서로 불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졌다.
“애인한테 편지라도 받았어요?”
“흐흐, 애인보다 더 낫죠.”
“뭔데 그래?”
“소설이요. 아주 좋은 소설이 들어왔습니다.”
“그게 애인보다 좋아요?”
“그럼요. 내가 가끔 들어오는 이런 좋은 소설 때문에 이 일 못 그만둔다니까요.”
“······아까 작가랑 전화로 싸웠던 ‘골든 퀘스트’도, 시작할 때 비슷한 말 하지 않았나?”
“크흠, 그건.”
“아, 그래요. 작가라는 인종이 원래 좀 그렇게 예민하다고 했지.”
“뭐, 그런 편이죠.”
“괜찮아요? 같이 일하기 피곤할 것 같은데.”
“제 일이니까요.”
가볍게 웃는 사이먼.
그 앞에서 어깨를 으쓱한 미스 브라운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돌아섰다.
“힘내요. 사이먼.”
연기가 길게 남았다.
사이먼은 반쯤 피운 말보로 담배를 입에 물고 ‘Mother’를 다시 살펴보았다.
‘예민하다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작가란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이들이었다. 사이먼은 작가들이 에고가 너무 강하다 보니 그걸 풀고 보여줄 공간이 필요해 글이라는 장소를 택했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는 이유도 자신의 세계와 외부의 충돌이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이먼은 그런 작가를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가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고, 심지어 어린 시절에는 직접 써볼 생각을 품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거기다 평소 성격 자체가 유한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미스 브라운의 우려와는 달리, 사이먼은 그다지 작가들의 그런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받아주기만 할 수도 없으니 적당히 선을 긋지만.’
하나의 독립된 세계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기대가 됐다.
***
사이먼 카버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원고를 보내고 대략 일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집에서 전화를 받은 나는 계약을 진행하고 싶다는 그에게 먼저 계약서를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이야기한 뒤, 약속을 잡았다. 지금 시대도 통용되는 작가와 편집자 간의 관례인지, 그쪽에서 직접 오겠다고 말해서 장소는 코리아타운 안에 있는 커피숍으로 정했다.
‘나’를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숨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거부해야겠지.’
상대가 나를 차별적으로 대한다면 토런스 뉴 미디어에서 연재하는 방향도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머릿속을 정리해두며 3일 뒤에 도착한 계약서를 확인했다.
작가에게 있어 ‘계약’은 언제나 중요한 부분이었다.
‘특히나 지금은 더 그렇겠지.’
미래에는 이런 부분이 잘 정립되어 속을 일은 거의 없었고,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업계의 태동기였던 만큼, 많은 부분이 확실하게 정립이 되지 않은 데다가 작가를 속여서 등쳐먹고자 하는 사람들도 버젓이 존재했다.
‘신문사인 만큼 대놓고 그러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가장 중요한 금액부터 살폈다.
회당 10달러.
토런스 뉴 미디어는 격일 연재로 하루에 네 개씩 총 여덟 개의 작품을 돌리니, 한 달에 대충 150달러 정도. 기획대로 어그러짐 없이 간다고 하면 ‘Mother’는 25화에 완결될 예정이었으니 250달러를 받게 되는 셈이었다.
‘대충 현재 시점에 커피가 3달러 정도 되니까.’
학생의 용돈으로 쓰기에 나쁜 액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한 명의 작가로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이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렇다고 해서 금액을 올릴 수는 없겠지.’
윗선에서 탐탁잖게 여길 테니까.
게다가 다른 계약 조항도 영 내키지 않는 항목투성이였다.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내가 갖지만, 신문사도 함께 권리를 소유했다. 만약에 이후 작품을 책으로 엮어서 낼 시에 나는 출판사, 신문사와 돈을 나눠 가져야만 했다. 종이책을 냈을 때 내게 떨어질 인세는 8퍼센트였지만, 거기에서 3퍼센트를 신문사가 가져갔다.
‘4퍼센트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이 시대에서 펄프로 뽑아낸 종이책은 대략 4달러 정도에 팔렸다. 말인즉슨, 출판사에서 책을 한 권 뽑는다고 했을 때 내게 떨어지는 돈은 0.32달러. 하지만 거기에서 0.12달러를 신문사에서 가져간다. 빌어먹을 자식들.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을 것이지.
내게 떨어지는 돈은 0.2달러. 2,000권을 뽑으면 400달러가 손에 들어왔다.
“Holy mother······.”
나는 완강한 갑의 입장을 취하는 계약서를 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은 자본가니까. 책을 뽑아내고 그 책을 유통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출판사와 신문사가 안 팔렸을 때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만큼 더 많은 이득을 챙기는 건 당연······하기는 개뿔. 말도 안 되는 횡포였다.
‘진짜 거지 같은 시대였군.’
이러니 작가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직업과 병행하거나. 아니면 2,000권이 아니라 20,000권을 팔거나. 하지만 그마저도 세금이라고 하는 개자식이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고 찾아오기에 그보다 더 많이 팔아야 오롯이 작가로서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되었다.
뭔가 변경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 보였다.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기는 했지만.’
데뷔작이었다. 나는 작가로서 검증되지 않은 입장이었고, 뭔가를 주장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별문제는 없어 보이니까.’
그대로 가는 게 맞을 듯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
나는 그런 마음을 갈무리한 채 사이먼 카버를 만났다.
***
금요일, 느지막한 오후 시간.
학교를 마치고 코리아타운으로 간 뒤 나는 가게에 가방을 놔두고 약속한 커피숍으로 향했다.
어머니에게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지만, 코리아타운 안에서 만나는 거니 아마 오늘 저녁쯤에는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알게 될 터였다.
‘딱히 상관은 없겠지.’
내가 무슨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커피숍······ 한인 사회 안에서는 ‘다방’이라고 불리는 장소에 도착한 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백인인 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갈색 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그리고 재킷까지 말끔하게 갖춰 입은 남자.
뿔테 안경을 썼으며 금발의 머리는 깔끔하게 포마드를 발라 넘겼다.
“카버 씨?”
“······? 네, 맞습니다만.”
내 얼굴을 본 카버의 눈이 순간 동그랗게 뜨였다.
그 이후의 대답이 우리의 향후 계약이 어떻게 될지를 정하겠다 싶을 무렵,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악수를 청해왔다.
“혹시 한 작가님이신가요?”
“네, 신 한이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사이먼 카버라고 합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다행히 아시아 소설이라고 해서 진짜로 아시아 놈이 나올 줄은 몰랐다거나 눈이 작은데 글씨를 어떻게 쓰냐는 ‘농담’은 해 오지 않았다.
······뭐, 실제로 요즘 시대에 그런 농담을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건넬 만한 사람은 머나먼 옛날,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놈들을 죽였던 참전 용사 노인네 정도밖에는 없겠지만.
“앉으시죠. 아, 혹시 커피는······.”
“아직 안 시켰습니다.”
“제가 사겠습니다. 경비 처리가 있으니까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죠.”
일단,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허둥댄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 앉아 내 얼굴을 어안이 벙벙한 채 바라보는 사이먼을 통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제가 좀 어려서 놀라셨나요?”
“아, 음. 넵.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아직 학생이신가요?”
“네, 저쪽 고등학교에······.”
“졸업반?”
“올해 입학했습니다.”
“세상에. 아, 시, 실례했습니다.”
너무 놀라신다.
“혹시 제가 학생인 점이 문제가 될까요?”
“아닙니다! 전혀요.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작품이 워낙 좋아서 자연히 원숙한 분이 나오시리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가진 일종의 편견이 깨져서 놀랐을 뿐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소를 지으면서 나는 확실히 괜찮은 상대를 만났음을 깨달았다.
첫 스몰 토크에서 인종적인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면 이제 ‘계약’을 진행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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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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