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62)
62.
지우는 애지중지 기르던 강아지, 토미와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토미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강아지와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이별을 겪은 후로 그 사실이 가슴에 대못처럼 박힌 채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지우는 어머니를 따라 옆집에서 하는 ‘Garage sale’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흑마술 입문서’를 발견했다. 집에서 쓰지 않는 잡동사니를 모아 차고에서 파는 그 자리에 도대체 왜 그런 게 있었는지는 아마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할 터였다.
“판매자 본인도, 지우도.”
그냥 물건이 줄어서 기분 좋다고 여기며 판매자는 약간의 달러를 받고 책을 팔았고, 그렇게 지우는 흑마술과 만났다.
19세기에 살던 기인, ‘알레이스터 크로울리’로부터 내려온 오컬트 문화의 정수.
피와 죽음, 사악한 저주가 동반되는 어둠의 책.
어쩌면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이 닥쳐오는 그런······.
“그, 그만해!!”
내 설명을 듣던 알렉사 플레어가 꽥 비명을 내질렀다.
“정말로 그런 책이 있어?! 사람을 저주할 수 있다고?!”
주말의 카페테리아.
나는 지우 본인에게 허락을 맡고 그 사정을 알렉사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직업병(?) 때문에 설명은 굉장히 정교하게 이루어졌고, 그걸 들은 알렉사는 공포에 떨었다.
‘아, 얘 겁 되게 많았지.’
나는 반쯤 잊고 지내던 기억을 떠올렸다.
알렉사는 성미 자체가 민감해서인지 이야기에 몰입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었다. ‘Mother’를 읽을 때조차 꽥꽥 비명을 질러댈 정도라서 작가로서 그 앞에서 표정 관리가 힘들었더랬지.
옆에서 두피가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이다.”
“너, 너무 위험한 일이잖아! 정부는 대체 뭘 하는 거야?! 왜 나는 이걸 몰랐지?!”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큰 혼란이 일어날 테니까. 게다가 저주를 건 상대가 죽으면 주문을 왼 사람도 그와 비슷한 불행을 겪을 테니 이야기가 퍼져 나가기 어려웠겠지.”
“끄악!”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우는 상대를 저주하는 주문을 외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 그럼?”
“죽은 토미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모양이다.”
알렉사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그리고 이내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 어쩜 그럴 수가!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잖아······!”
“흑마술을 써서 말이다.”
“아, 그건 좀.”
곧바로 선을 긋는 알렉사.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혹시 벌어질 수 있는 오해를 바로잡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우도 진심으로 토미를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힘들다 보니 뭔가 기댈만한 게 필요해서 그러지 않나 싶더라고.”
“힘들 때는 운동하는 게 최고 아닌가?”
“······어?”
“응?”
두피와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니 알렉사가 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운동으로 땀 쫙 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
아무래도 성향 차이로 인해 서로에게 메워질 수 없는 간극이 있는 듯했다.
운동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지? 운동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행위 아닌가?
“······아니, 어쨌든.”
알렉사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그 부분은 대충 넘기면서 말을 이었다.
“저번에 학교에서 벌어진 불링도 있고 해서, 그냥 놔두고 싶진 않단 말이지.”
“음, 그래서?”
“도와주고 싶은데, 협력해 줄 수 있어?”
“······흠.”
“왜, 왜?”
“아니, 왠지 내가 처음에 봤던 너랑 다르다 싶어서 말이야.”
알렉사가 순간 테이블 위에 턱을 괴고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바다처럼 파란 눈동자, 새하얀 피부와 금발은 어디 미국 하이틴 로맨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그 얼굴에서 오는 압박감은 무시무시했다.
나는 순간 풍겨오는 좋은 냄새에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내, 내가 뭘?”
“너 처음에 내가 말 거니까 왜 시비냐고 하지 않았나?”
“그건 네가 말을 이상하게 했으니까 그런 거잖아.”
“그런데 그랬던 애가 지우한테는 또 친절하니까······ 음, 이거 뭐지?”
혼자 잘 이야기하다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고민하는 알렉사.
나는 긴 한숨과 함께 대화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너나 두피가 아니었다면 그대로였겠지. 지우가 괴롭힘당하거나 말거나 그냥 지나쳤을 거야.”
“······음, 그렇지? 응?”
“또 뭐가 있나?”
“아니, 혹시 뭐가 있지 않나 싶어서.”
“그 혹시가 뭔데.”
“나도 몰라.”
눈을 가늘게 뜬 알렉사는 결론이 나자 다시 원래의 호의적 태도로 돌아섰다.
“그래서, 뭘 어떻게 도와주고 싶은데?”
“일단 협력하겠다고 약속해 줘.”
“OK. 치어리더 클럽에 들어온 1학년 여자애들한테 돌봐달라고 이야기할까? 아니, 그건 너무 노골적인가. 아니면 그 애들을 동원해서 ‘괴롭힘은 쿨하지 않아.’, ‘인종 차별은 쿨한 애들은 하지 않지.’라고 말하고 다니게 하는 건 어때? 나는 이거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아니,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거야. 나중에 기회 되면 지우를 괴롭혔던 애들 이름이나 좀 알려줬으면 하는데.”
“알고 있어. 안드레, 말릭, 칼림, 미셸.”
“······역시 네 슈퍼 파워는 대단해.”
“왜? 저주하려고?”
“아니, 열일곱 살답게 좀 유치한 복수를 하려고.”
“이름 뒤에다가 ‘엉덩이’를 붙여서 부르고 다닐 거야?”
“알렉사. 나는 그런 식으로 드러나게 행동하지 않을 생각이야.”
“어······ 그럼 지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알렉사.
그녀가 ‘OK.’라고 분명히 말한 걸 기억한 나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했듯이, 우리는 TRPG를 할 거야.”
그 선언을 듣고 잠깐 굳어져 버린 알렉사.
“······그러니까, TRPG가 뭔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거.”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건 ‘춤’인데.”
“그건 ‘너희’ 세계의 이야기고.”
“그나저나 지우는 언제쯤 도착해?”
나는 모험과 환상이 가득한 세계로 알렉사를 초대했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관심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알렉사에게 이번 회동의 이유에 대한 설명을 끝마칠 때쯤, 지우가 도착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검은 후드를 푹 눌러 쓴 그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알렉사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지우-!”
그래, 그녀에게는 슈퍼 파워가 존재했다.
그건 바로 가만히 숨만 쉬어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슈퍼 파워를 지닌 휴먼이 그렇듯이, 그녀는 그걸 딱히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알렉사와 친구가 되었다. E.T.와 엘리엇처럼. 물론, 내가 엘리엇이다.
알렉사는 그냥 웃으며 친근하게 상대에게 다가가면 곧바로 친구가 되었다. 나는 그 힘을 여러 번 목격했으며, 그때마다 경외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재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은 보험 판매원(다단계) 같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슈퍼 파워가 잘 발휘되지 않는 상대 역시 존재했다. 슈퍼 히어로의 아치 에너미처럼.
그 첫 번째는 코믹북 스토어의 몇몇 너드 가이들이었고, 두 번째는 지우 장이었다.
“이쪽이야, 이쪽!”
지우는 곧바로 뒤돌아 뛰쳐나갔다.
“어, 어째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알렉사.
나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사람 많은 카페테리아에서 알렉사가 번쩍 손을 들어 외치자, 안 그래도 스포티한 매력을 뽐내는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두던 사람들이 동시에 지우를 돌아보았다.
검은 후드를 쓰고 다닐 정도로 타인의 관심을 거부하던 지우는 그것만으로도 벌에 쏘인 작은 불곰처럼 도주해 버렸다.
“······알렉사.”
“왜, 왜? 내가 뭐 잘못했어?”
“어.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려.”
나는 침착하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빠른 걸음으로 도주하던 지우의 뒷덜미(후드)를 잡아 멈춰 세웠다. 보폭이 워낙 작아서 쫓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잡히고도 몇 번인가 팔을 휘적거리던 지우가 이내 퀭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놔, 놔주세요.”
“안 돼.”
“싫어요.”
“약속했잖아.”
“무,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있잖아.”
차분하게 타일렀다.
잠깐 머뭇거리던 지우는 마음의 결심을 마친 듯 돌아섰고, 마침내 우리는 카페테리아로 모일 수 있게 되었다.
‘뭔가 집 근처 공원에 처음으로 애를 데려가는 기분이군.’
실제로 지우는 내 뒤에 매미처럼 착 달라붙은 채였다.
그렇게 간신히 우리 네 사람의 다시 만남이 이루어졌다.
“······.”
“아, 안녕?”
침묵하는 지우와 어색하게 인사하는 알렉사.
“······안녕, 하세요.”
“잘 지냈어? 학교 연결 통로에서 보고 처음이지? 그때 많이 놀랐을 텐데 마음은 좀 추슬렀어? 그 이상한 애들이 이후로 너한테 무슨 짓 하지는 않았고? 만약에 그렇다면······.”
“알렉사. 그만.”
나는 다시금 도망치려는 지우를 붙잡고 말했다.
“진정하고, 일단 자리에 앉을까.”
“······웅, 나는 조용히 하구 있을게요.”
살짝 침울해진 알렉사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두피가 알렉사의 옆에 앉고, 내 옆자리에는 지우가 앉았다.
그 상태에서 메뉴를 시킨 뒤, 우리는 화창한 햇볕을 맞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연히 진행(?)은 내가 맡았다.
“일단 서로 알고 있으니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고. 다들 시간 내서 와줘서 고마워.”
“그런 말 하지 마. 신. TRPG를 위해서잖아.”
두피가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고 나는 지우를 돌아보며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
“······TRPG가 아니라 흑마술의 이해를 위해서지?”
“뭐, 뭐야, 그런 거였어?! 나 안 해! 저주받기 싫어!”
“아니, 알렉사.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지우의 목적이고.”
나는 차분하게 타일렀다.
“우리는 그냥 TRPG를 하면 돼.”
“그러니까 대체 TRPG가 뭔데?!”
“테이블-토크 롤-플레잉 게임.”
“······전에도 말했지만, 방금 네가 말한 것 중에 왜 그렇게 엮이는지 알아들은 단어가 단 하나도 없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즉석에서 간단하게 플레이해 볼까?”
나는 환하게 웃으며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맞은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두피가 돌연 ‘상황’을 제시했다.
“갑자기 멀리서 누군가 총을 겨누고 쏩니다.”
“너희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뭐?”
“······?”
“누가 총을 쏜다고 하잖아. 어떻게 할 거야?”
“응? 어디서?”
“가게 바로 앞입니다. 권총이고, 남자는 코트를 입고 있네요.”
두피는 차분함을 잃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TRPG는 ‘게임 마스터’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스토리에 따라 어떠한 상황을 제시하면, 거기에 맞춰 ‘플레이어’가 자신의 캐릭터에 맞춘 대사나 행동을 선언하고, 주사위를 굴려 성공이나 실패, 혹은 또 다른 결과가 도출되며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했다.
그냥 제시되는 상황에서 상상을 통해 놀면 그만이었다.
잠깐 머뭇거리던 알렉사 플레어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 맞아야지?”
“저항하지 않겠다는 말이야?”
“어떻게 저항해? 갑자기 쐈다면서.”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갑자기?”
“총알이 빗나갈지 아닐지를 판단해야지. 두피, 총을 쏜 사람의 민첩 능력치는?”
“상당히 높습니다. Frrrr······. 아마도 마피아의 저격수인 것 같군.”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린 두피가 알렉사에게 미리 탁자 위에 올려놓은 주사위를 내밀었다.
“행동 제시를 하지 않았으니 ‘수정치’는 0으로 하고, 3d20으로 58 이상이 나오면 빗나가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극악의 확률이었다.
‘3d20’은 ‘20면체 주사위(dice)’를 ‘3개’ 굴리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숫자의 합이 58 이상이면 총알이 빗나가고, 그 이하면 그보다 얼마나 낮느냐에 맞춰서 게임 마스터가 상황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수정치’라고 각 캐릭터의 능력치에 맞춘 숫자를 더하기도 했지만, 알렉사는 본인이 회피 행동을 취하지 않았으니 그 수정치도 없었다. 즉, 주사위 힘만으로 이겨야 했다.
딱히 확률을 계산해 보지 않아도 회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20면체 주사위를 본 알렉사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이게 뭐야. 주사위에 뭐 이렇게 숫자가 많아?”
“어서 굴리세요.”
“아, 알겠어.”
또르르.
20.
20.
19.
“······.”
“······.”
“뭐,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보니?”
“······회피 성공. 갑자기 시공간이 뒤틀리며 총알이 사라집니다. ······그렇게밖에 묘사할 수가 없군.”
극악에 가까운 확률을 뚫은 알렉사를 보고 두피가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며 탄식했다.
나는 다음으로 옆에 있던 지우를 돌아보았다.
“지우, 너는 어떻게 할래.”
“네······?”
“회피할 거야?”
“어, 음.”
“너는 흑마법사잖아. 어떻게 할래?”
“······!!”
지우의 눈에 순간 빛이 번쩍였다.
“저는 저주의 주문을 외워서 총알을 쏜 상대방에게 돌아가게 하겠어요.”
“좋아. 3d20으로 40 이상이 나오면 통과. 지우는 초보 흑마법사이니 수정치는 5로.”
“후우.”
심호흡한 지우가 주사위를 굴렸다.
1.
3.
6.
“······.”
“······.”
우리는 다른 의미에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알렉사와는 정반대로 정말 파멸적인 운이었다.
“어, 어떻게 됐어요?”
“총알은 지우의 이마를 관통하고 지나갔습니다.”
“죽었나요?”
그걸 또 차분하게 되묻는 게 당황스러웠다.
“······원래는 대미지 판정을 하는 게 맞지만, 일단은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설정하지 않았으니 죽었다고 치고 넘어가자.”
“그럼, 마지막으로. 신.”
두피가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행동할 거지?”
믿는다는 표정.
그 앞에서 싱긋 웃은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나는 총소리가 난 순간, 테이블 밑으로 숨겠어.”
“1d20, 10 이상이면 성공으로.”
두피의 말에 주사위를 든 나는 가볍게 굴렸다.
9.
“······.”
“······.”
······실패였다.
그것도 굉장히 아슬아슬한 실패.
“수, 수정치는?!”
“안타깝게도 굴리기 전에 제시하지 않았으니 없는 걸로.”
“제기랄!”
나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피가 내 실패에 의한 상황을 제시했다.
“이렇게 가면 어떨까. 신. 당신은 재빨리 테이블 밑으로 숨었지만, 그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치고 맙니다. 대미지를 입고 넘어갑니다. 대미지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또르르.
3.
“으음, 내 체력이 얼마 정도 되지?”
“17 정도면 어떨까.”
“손가락을 다친 대가치고는 조금 비싼데.”
“그래도 훌륭하게 총알을 피해냈어. 멋지군.”
“후후, 내 캐릭터 설정에 따르면 예전에 마피아였거든. 테이블 아래에서 한마디만 할게. ‘익숙한 상황이로군.’”
“훌륭한 롤-플레잉이다.”
나는 두피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음을 느끼며 씨익 웃었다.
그러자니 우리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던 알렉사가 입을 열었다.
“저기, 얘들아.”
커다랗고 파란 눈망울은 혼란에 빠진 채였다.
그리고 그녀가 원론에 가까운 질문을 던졌다.
“············이걸 도대체 ‘왜’ 하는 거야?”
나는 그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 역시 알렉사의 질문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