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63)
63.
‘이걸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알렉사의 말을 들은 나는 쓰지도 않은 안경을 찾아 콧등에서부터 스윽 밀어 올렸다.
‘그래, 나도 이런 반응쯤은 예상했어.’
단순히 상황에 맞춰 주사위를 굴리는 게 TRPG의 전부는 아니었다.
TRPG의 진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를 가상의 자신으로 모험하며 얻는 귀중한 경험과 이야기로부터 왔다.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알렉사.”
“응.”
“지금 훌쩍 떠나고 싶은 곳, 없어?”
“집.”
“······말고.”
반쯤 농담이었는지 짓궂게 웃은 알렉사가 다시 턱을 괴고 이야기했다.
“캠핑? 요즘 많이 바빠서 그런가 좀 어디 풍경 좋은 곳 놀러 가서 힐링하고 싶네.”
“우리는 상상 속에서 그런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 멋지지 않아?”
“나는 기왕이면 직접 가는 걸 더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있긴 하지. ······대충 이해는 했어.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우리는 그 멋진 캠핑장에서 활약할 캐릭터를 만들 거야.”
하해와 같이 넓은 아량을 보이는 알렉사의 앞에서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미리 프린트해 온 세 장의 캐릭터 시트지를 꺼내 나눠 주었다.
그걸 받아 든 알렉사가 한 차례 읽어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무슨 시험 쳐?”
“걱정하지 마. 알렉사. 이 위에 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면 돼.”
그걸 위해 나는 우리가 플레이할 시스템부터 먼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킹덤즈 오브 글로리, 줄여서 KOG는 여러 문제에 시달리는 일곱 개의 왕국이 존재하는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각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는 직업과 계급이 존재했으며, 그들은 운명의 소용돌이(시나리오)에 휘말려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직업은 스스로 정하고 계급은 주사위를 굴려 정할 거야.”
나는 20면체 주사위를 건넸다.
그러자니 두피가 손을 들었다.
“신. 나에게는 이미 플레이하고 있던 캐릭터가 하나 존재한다.”
“그래? 어떤 캐릭터인데?”
내 말을 듣고 두피가 가방 속에서 캐릭터 시트를 꺼내 스윽 내밀었다.
“이거다.”
그걸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18레벨의 성직자, 계급은 공작.
KOG는 기본적으로 D&D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진 시스템이었고, 강함의 숫자 개념을 거의 비슷하게 잡았다. 말인즉슨, ‘20’을 인간의 한계로 규정한다는 이야기였다. 즉, 레벨 1은 이제야 막 모험을 시작한 신참, 20은 한 나라의 수장이나 검, 혹은 마법의 마스터 급이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18레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다양한 고난도의 세션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면, 정말로 굉장한 수준이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이 떨리는 걸 느끼면서 물었다.
“두피, 이건······.”
“로드 두푸스라고 불러주게. 신.”
두피가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며 말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TRPG를 플레이해 왔는지가 느껴졌다. 또래와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어렵게 여기던 그였지만, TRPG라는 시스템 안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단순히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블 캐릭터여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에 진지하게 몰두해 온 두피의 삶이 느껴져서 경이로웠다.
“좋아. 두피는 이걸로 플레이하는 것으로 하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일단 본격적인 TRPG를 진행하기에 앞서 말해둘 부분을 언급했다.
“우리가 한 플레이를 소설로 각색해서 써보려고 하는데, 혹시 괜찮을까?”
“뭐?! 신작이야?!”
“리플레이 소설인가?!”
“와아······.”
다들 내 이야기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어진 그들의 반응에는 도리어 내가 놀라고 말았다.
“너희가 동의해 준다면 나중에 작품을 냈을 때 수익도 같이 셰어할까 하는데.”
“어? 네가 쓴 소설의 수익을 왜 우리한테 셰어해 줘?”
고개를 갸웃거리는 알렉사.
“그래, 신. 네가 시나리오도 준비해 줬으니 나는 그 무대를 ‘로드 두푸스’로서 누비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야. 굳이 수익까지 셰어해 준다면 오히려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저, 저도 괜찮아요. 오히려 소설에 제가 나오면 신기하고 좋을 것 같아요.”
“아, 그건 나도 동의! 이거 진심으로 해야겠는걸?”
두피는 물론, 지우까지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더욱이 알렉사는 TRPG를 하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 듯했다.
확실히 10대 청소년들에게 수익 셰어라는 제안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어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중에 특별한 선물이라도 하나씩 사서 나눠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상태에서 나는 18레벨 캐릭터를 들고 온 두피에게 물었다.
“두피, 시나리오는 초보자용으로 준비했는데 괜찮겠어?”
“후후, 걱정하지 마라. 나도 내 역할을 확실하게 견지하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이는 두피, 아니, 로드 두푸스.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20레벨에 가까운 초고수 캐릭터가 있으면 플레이가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RPG는 단순히 레벨만으로 모든 게 정해지지는 않으니까.
“그럼, 나머지 둘도 각자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
그렇게 본격적인 캐릭터 메이킹이 시작되었다.
TRPG는 플레이할 캐릭터의 조형부터가 무척이나 중요한 게임이었다. 본격적으로 하려면 밑도 끝도 없이 파고들 구석이 수없이 존재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나는 두 사람이 최대한 흥미로워할 만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이끌어 주었다.
“지우는 흑마법사를 선택할 거지?”
끄덕.
“주사위를 굴려봐. 높은 숫자가 나올수록 초기 계급이 높아질 거야.”
또르르.
1.
“······.”
“······.”
나와 두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상 최악의 다이스 운이다. 그야말로 길 가다 갑자기 날벼락 맞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악운. 그리고 KOG의 룰북에 의하면, 다이스 1은 최하 중의 최하 계급으로 시작했다.
노 원(No one).
노예마저 되지 못한,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희박한 계급이었다.
“다, 다시 굴릴래?”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초보에게 너무 가혹한 역할 수행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괜찮아요. 게임이잖아요. 공정해야죠.”
“그, 그래. 이제 올라갈 일만 생길 거니까.”
결국 나는 지우를 설득하지 못한 채, 다음 순서인 능력치 분배를 진행했다.
KOG는 현재 일반적인 TRPG 룰과 비슷하게 ‘힘, 민첩, 체력, 지혜, 매력’의 다섯 가지 스탯이 존재했다. 각 직업에 주어진 기본 스탯에 주사위를 굴려 나온 결과를 반영해 정하는 방식이었다.
“······이건, 너무······.”
하지만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주사위의 눈이 계속해서 낮게 나와서 나와 두피 쪽이 안절부절못할 정도였다. 어떻게든 리롤을 시키고 싶었지만, 초심자인 지우 쪽이 이대로 괜찮다며 룰을 수호하려 했다.
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마지막으로 스킬을 고르게 시켰다.
“흑마법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락되지 않은 위험하고 음습한 주문을 사용해. 그리고 그만큼 강력한 면모가 있지. 그 힘은 죽은 자를 땅에서 되살리고 온갖 저주를 행하며 끝내는 암흑 공간을 생성해낼 정도야.”
“와, 와아.”
지우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네 첫 스킬은, ‘까마귀 소환’ 정도면 어떨까.”
“저, 혹시······.”
“음?”
“이름도 지어줄 수 있을까요?”
“그, 그럼. 되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마스터로서의 자신이 흔들렸다.
나는 왠지 지우가 자기 캐릭터 이름보다도 흑마법을 써서 소환한 까마귀의 이름을 더 정성스레 지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흑마법사, ‘제이나’가 생성되었다.
자기 이름의 첫 글자인 J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했다. ······반면, 예상대로 까마귀의 이름은 아직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럼 내 차례네!”
다음은 알렉사 플레어의 턴이었다.
앞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다이스 운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일말의 불안감을 안은 채 물었다.
“직업은?”
“어, 치어리더?”
“······악사나 무희가 있는데.”
“오, 무희(Dancer)? 어떤 직업이야?”
“춤 스킬을 통해 파티의 사기와 능력치를 올려줄 수 있어.”
“좋아. 그걸로 할래.”
“그럼 계급을 정하자.”
알렉사가 주사위를 굴렸고.
당연하다는 듯이 20이 나왔다.
“······.”
“······.”
아니, 대체 어떻게 한 파티의 두 명이 서로 운이 정반대일 수가 있지? 무언가의 암시인가?
“······신, 20이면 초기 계급이 어떻게 되지?”
“자, 잠깐만.”
두피의 물음에 룰북을 확인한 나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소국의 왕자나 공주.”
여기서 말하는 ‘소국’은 설정에서 제시하는 일곱 개의 왕국에 공물을 바치는 작은 국가를 의미했다.
말인즉슨, 알렉사는 무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공주라는 계급을 부여받은 것이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지만, 이내 이렇게 제멋대로 가는 편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리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콘셉트와 플레이가 나오겠지만, 그런 만큼 잘 각색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TRPG에서 주사위의 결과를 무시한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이어진 주사위 굴림에서도 알렉사는 최소 16을 마크하며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낮은 시작 스탯이 힘 14. 왕국의 기사를 힘으로 찍어 누를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이런 공주님이 있으면 나라가 무척이나 평화롭지 않을까.
그렇게, 파티가 결성되었다.
18레벨의 성직자. 칠왕국 중 하나인 렝커스터 왕국의 공작, 로드 두푸스.
1레벨의 흑마법사. 인권을 부여받지 못한 노 원, 제이나.
1레벨의 무희, 기사단장을 힘으로 찍어 누르는 소국의 공주, 클레어.
‘플레어를 비틀어서 클레어라는 이름을 썼군.’
과연 이 파티로 모험을 떠나는 게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주사위가 이 모든 것을 결정한 이상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마스터링을 시작했다.
“일곱 개의 왕국 사이에 속한 아주 작은 국가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마스터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나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했다.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실감 나는 연기.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존중하는 유연함.
정해진 시나리오를 완수하도록 유도하는 스토리텔링 능력.
결론적으로, TRPG의 게임 마스터(GM)는 이 세 가지 능력을 섞어 플레이어가 접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야 했다. 그렇기에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TRPG의 마스터링을 진행해 보는 게 좋다는 조언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일단 첫 번째 세션이니까.’
나는 각 플레이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가벼운 던전 탐험물을 짜왔다.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던 여러분은 왕이 내건 공고를 보고 흥미를 느껴 모여듭니다. 공고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왕국의 지하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정한 심사 끝에 탐험대로 선정된 여러분은 왕궁의 알현실에서 처음으로 만납니다.”
나는 두피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가 연기를 시작했다.
“작지만 그 나름의 멋이 있는 왕국이군. 나의 왕께서 이곳을 찾으라고 하신 이유가 있었어. 이번 탐색에서 선두에 서겠으니, 다들 나만 믿고 따라오게나!”
그의 연기를 본 알렉사와 지우가 노골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왕관을 쓴 성직자, ‘로드 두푸스’가 눈앞에 있음을 절절히 느낄 뿐이었다.
무척이나 훌륭한 역할 수행(Role-Playing)이었다.
‘진짜, 와. 개멋있네.’
18레벨, 렝거스터 왕국의 공작 작위를 받을 정도의 위업을 쌓은 성직자.
자칫 시나리오를 엉망으로 만들 ‘먼치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두피가 알아서 잘 대처하겠지.
나는 남은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로드 두푸스의 말에 프린세스 클레어가 대답합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라는 알렉사.
원래 GM이 이런 식으로 대화를 강제하는 건 자제해야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을 테니 어쩔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며 지우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을 돌아보던 알렉사가 이야기했다.
“아빠, 나 집에 가도 돼?”
“왕이 말합니다. ‘허허허, 클레어. 여기가 네 집이지 않느냐.’”
“으아······ 쓸데없이 연기 잘해서 더 기분 나빠.”
“······‘사랑스러운 내 딸. 모험을 할 나이가 되었구나.’”
“보통 아빠면 딸을 위험한 던전으로 내몰 생각은 안 하지 않음?!”
“‘기사단장의 팔을 으스러뜨린 경험이 있는 너이니 알아서 잘하리라고 믿는다.’”
“지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예, 예?”
“지우가 아니라 제이나.”
“······그래, 제이나.”
“제이나, 어떻게 행동할 건가요?”
“까마귀를 소환할래요.”
“······그, 왕의 앞에서 흑마법을 사용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요?”
“네에, 불쌍하잖아요.”
······대체 뭐가 불쌍하다는 걸까.
설정상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는 했다. 노 원은 애초부터 이런 자리에서 말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하물며 흑마법으로 까마귀를 소환한다라. 마스터로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이런 결정을 내렸다.
“주사위로 판정하죠.”
또르르.
······3이 나왔다.
플레이 기록지를 확인하던 나는 순간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까, 까마귀 소환에 실패한 당신의 옆에 차원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서 임프가 한 마리 소환됩니다.”
“······뭣.”
“응······?”
“임프가 뭐예요?”
“악마입니다. 여러분, 전투 준비해 주세요.”
이야기가 쉽사리 진행되지 않을 듯했다.
“이 사악한 악의 하수인이 왕궁에 나타나다니! 상황이 많이 좋지 않은 모양이로군!”
“······아, 두피. 조금만 작게 말해줄 수 있을까?”
“로드 두푸스. 행동해 주세요.”
“나는 일단 왕을 보호하겠네! 왕이시여! 이 로드 두푸스의 뒤로 숨으소서!”
“‘오오······! 로드 두푸스! 렝커스터 왕국의 수호신! 당신이 있어 꼬마 악마 임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군!’ ······다음, 클레어의 턴입니다.”
“뭐,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
“하고 싶은 건 뭐든지.”
“어, 음······. 악마를 공격한다?”
“주사위.”
또르르.
20. 크리티컬 히트.
······이제는 예상했다.
나는 대미지 계산을 끝마치고 임프가 한 방에 소멸한 것을 알리고 물었다.
“뭘로 공격했죠?”
“주먹?”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내뻗은 클레어의 정권이 임프의 가슴을 꿰뚫습니다. 몸통을 뚫고 나온 손에는 힘차게 뛰는 심장이 들려 있고, 임프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절명합니다.”
“으, 으윽?! 잔인해!”
“네가 죽였잖아.”
“나 피 싫어한단 말이야! 재빨리 임프인지 님프인지를 떨쳐내고 손을 닦겠어!”
슬슬 TRPG의 방식에 적응하고 있는 알렉사.
“갑작스러운 임프의 등장으로 인한 문제는 프린세스 클레어의 활약으로 단숨에 무마됩니다. 여러분은 각자 2포인트, 임프를 직접 공격한 클레어는 4포인트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임프와의 전투로 인해 일어난 상황을 대강 정리한 나는, 마지막으로 까마귀 소환에 실패해 왕궁에 임프를 불러내 버린 마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왕이 로드 두푸스의 뒤에서 빠져나와 말합니다. ‘이 더러운 ‘노 원’ 년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그 더러운 힘을 함부로 사용했지? 대답 여하에 따라 네년의 목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잘 생각하고 입을 여는 게 좋을 것이다.’”
“······.”
“······.”
나름대로 훌륭한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피와 알렉사를 바라본 나는 두 사람이 경악과 혐오감이 가득 담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라, 잠깐만.
“Holy moly.”
“신!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정말 실망이다.”
“아니, 이건 다 연기잖아. ‘왕’으로서 대사를 친 거라고. ······제이나?”
“······.”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옆을 돌아본 순간, 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고 있는 지우를 발견했다.
눈앞이 아찔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