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69)
69.
또다시 원고가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로탐의 사무실을 나와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줄리아는 시나몬 가루를 팍팍 뿌린 카푸치노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리플레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클레어와 제이나, 그리고 두푸스의 모험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그들은 망자의 부활을 주도하는 마법사 ‘베르그’의 흔적을 쫓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건을 겪었다. 그러던 중 대륙 서부의 셸딤 왕국에 도착한 일행은, 베르그에게서 명령을 받고 미리 기다리던 ‘미노스’라는 인물과 마주하게 되었다.
Minos.
이름의 철자를 눈으로 확인한 줄리아는 피식 웃고 말았다.
‘사이먼이네.’
전 직장의 후배는 신 작가의 담당이자 열렬한 팬이었다. 그가 짠 시나리오의 세션에 그토록 참가하고 싶다면서 노래를 부르더니만 결국은 잘 풀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모험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파티의 적대적 플레이어 역할로 소설에 등장한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 부분을 상기하면서 이어지는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나가던 중, 줄리아는 저도 모르게 킥킥거리면서 웃고 말았다.
‘미노스 캐릭터도 재미있네!’
7레벨의 하프 오크 파이터 미노스는 어딘가 어설픈 면이 매력적인 악역이었다.
베르그로부터 주인공 파티를 옥죄기 위한 온갖 주문과 스크롤을 받았음에도 그는 그 절반조차 이해하지 못했고, 미행부터 시작해 온갖 실수를 남발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한 스크롤이 폭주했다.
‘어라?’
줄리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클레어가 지하 묘지에서 붉은 구두로 호쾌하게 스켈레톤을 짓밟던 상황이었는데, 돌연 작품의 분위기가 180도 전환되었다.
시전하던 주문이 폭주하면서 거대한 공간의 균열이 생겼고, 미노스는 그대로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끔찍한 비명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이윽고 아공간을 뚫고 기어 나오는 혼돈.
검은 점액질 같은 물체는 클레어의 다리를 휘감으려 들었다.
바로 그때, 모든 것이 정지한 가운데에서 오직 로드 두푸스만이 움직였다.
그는 지금 아공간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존재의 정체를 감지해 내고는, 온갖 마법을 퍼부어 클레어에게 재빨리 접근했다.
태초의 악신.
태초의 괴물.
주문이 실패한 여파였다.
로드 두푸스는 그가 모시는 신, 태초의 신을 살해하고 신격에 오른 존재로부터 받은 자신의 메이스, ‘카무스-엘레나’를 전력으로 휘둘렀다.
‘쩌억!’ 공간이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점액질이 처음 나왔던 곳으로 밀려들어 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직후, 그물처럼 갈기갈기 분열하며 압도적인 질량으로 뻗어 나왔다.
거대한 지하 묘지 전체를 감싸는 검은 점액질.
사이사이로 미처 소화되지 못한 미노스의 살점과 뼛조각이 파묻혀 있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클레어는 순간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두푸스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 다시금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라! 빨리!! 그리고 수도의 사람들을 대피시켜!!’
그는 승산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
“······뭐, 뭐야?”
리플레이 소설은 거기까지였다.
줄리아는 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코믹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나아가던 소설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그리고 그 기묘한 이질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대체 이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로드 두푸스는 미노스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를 막아냈을까? 이 아공간을 뚫고 나온 괴물은 무엇일까?
“푸후우.”
한숨을 내쉰 줄리아는 카페 바로 앞에 공중전화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끔찍하게 비명횡사한 하프 오크 파이터의 본체는, 한창 토런스 뉴 미디어에서 일에 치이고 있을 시간이었다.
‘뭐, 어때.’
줄리아는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커피잔을 손에 든 채 카페 밖으로 나갔다.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기억하던 번호로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 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네에, 토런스 뉴 미디어입니다.]“사이먼. 나야, 줄리아.”
[아, 선배. 잘 지내셨나요.]“물론이지.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네 캐릭터가 죽어서 슬픈 모양이네.”
[네에,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 보니까 좋은 장면이 나왔더라고요. 아주 멋지게 산화했죠. ······아니, 사실 괜찮지 않아요!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면서 열심히 키운 캐릭터인데! 으흐흐윽!!]“진정하고. 이후에 내용 어떻게 돼? 두푸스는 죽어? 아니면 살아?”
[몰라요. 말 안 해줄래요. 신 작가님 작품인데 제가 어떻게 함부로 말해요.]사회인답지 않은 불퉁한 목소리에 피식 웃는 줄리아.
“이거 내용 장난 아닌데? 코미디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네 캐릭터가 죽으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 그만큼 신 작가가 진행하면서 밑밥을 잘 깔아둔 거겠지. ‘망자의 부활’이라. 그래,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밝은 느낌의 소재가 아니었단 말이야.”
[그렇죠. 저도 설정 읽어보니 뭔가가 더 있겠다 싶더라고요.]“나도 왠지 참관하고 싶어졌는데. 혹시 또 세션에 참가할 일은 없니?”
[저는 죽었잖아요. 선배.]“무슨 흉흉한 말을 해. 죽은 건 미노스잖아.”
[그 미노스가 저였다고요. 으윽, 그래도 괜찮아······. 베르그 님의 위대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갈가리 갈려 죽었잖아.”
[그래서 이제부터 미트로프는 안 먹으려고요. 아, 맞다. 줄리아. 그쪽도 KOG 규칙으로 캐릭터 하나 가지고 있었죠. 신 작가님이 적대적 플레이어 역할을 맡을 분을 또 찾고 있던데.]“······아니, 굳이 내가 참가하고 싶지는 않고.”
줄리아는 이마를 짚었다.
KOG 캐릭터, 물론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 캐릭터는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생각해서, 웬만하면 다시 어둠으로부터 꺼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먼은 그녀의 미묘한 심리는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이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줄리아도 TRPG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줄리아는 세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알고 싶어 한다. 신 작가는 적대적 플레이어 역할을 할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러니 그 역할을 할 사람으로 추천하자!
놀랍게도 줄리아의 의견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어, 저기. 사이먼? 듣고 있니? 미안한데. 굳이 추천해 줄 필요는 없거든? ······진짜로란다? 응? 나, 이제 나이도 서른인데 10대 애들 사이에서 그다지 연기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줄리아.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사이먼은 순수하게 웃을 뿐이었다.
***
신 작가로부터 원고가 도착했다.
줄리아가 신의 TRPG 세션에 ‘적대적 플레이어’로 참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과연 줄리아는 이 이야기에 어떤 형태로 녹아들었을까.
사이먼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곧바로 원고를 펼쳐 들었고, 자신의 죽음 이후에 이어진 내용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셸딤 왕국의 수도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 로드 두푸스는 더 이상 모험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전투를 해왔던 그였지만, 미노스의 마법이 실패하면서 나온 ‘무언가’는 그가 가진 지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것은 ‘혼돈’이라고 칭해졌다.
사이먼은 그때 세션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앞에 둔 로드 두푸스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모두 활용해 어떻게든 물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크게 날뛸 뿐이었고, 로드 두푸스는 자신의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 지하 묘지에 어떻게든 다시 그걸 봉인하려 했다.
그리고 그것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그의 좌반신은 새까맣게 타버린 뒤였다.
검은 점액질이 뒤덮은 부분은 끔찍하게 괴사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주문서를 활용해도 간신히 괴사의 진행만을 막는 정도에서 그쳤다.
묘지로 돌아온 클레어와 제이나가 쓰러진 로드 두푸스를 발견하고 놀라 소리쳤다.
‘로드 두푸스!!’
‘······사람들은, 무사한가.’
‘아, 아아! 안 돼! 안 돼! 제발!’
‘나는 괜찮다. 너희는 무사한가?’
‘크으윽······! 절대,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베르그으으!!’
‘너무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TRPG에 완전히 몰입한 클레어(알렉사)와 제이나(지우)는 마스터링을 맡고 있던 신을 원망과 분노가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스터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선언했다. 세션은 이것으로 종료되었다고. 그러고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지우의 시선을 살짝 피했다.
‘재미있었단 말이지.’
미노스를 잃은 건 뼈아팠으나, 그만한 대가를 얻었다 믿고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기는 만족감은, 사이먼이 자신이 키운 캐릭터인 미노스를 마음속으로부터 보내줄 수 있게 만들었다.
로드 두푸스는 렝커스터 왕국에서 나온 지원 병력에 의해 수도로 후송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3레벨의 성직자, 일명 ‘수도사 스탠’이라고 불리는 사내였다.
그는 두푸스와는 반대로 젊은 수도사였고 클레어, 제이나와는 성향이 잘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신분의 고하를 따지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어는 같을 텐데 말이지.’
그 변화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직접 세션에 참가해 보았던 사이먼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내성적인 흑인 소년, 두피 킹스턴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마스터인 신의 의도를 파악하고 ‘좋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자 미련 없이 3년 동안 키운 로드 두푸스 캐릭터를 버렸다. 물론, 이후에 다른 특별 세션을 통해 능력을 복구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 하나는 바로 두피가 이야기와 대의를 위해 ‘현실’에서 3년간 들인 노력을 포기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TRPG 플레이어로서는 쉽게 하지 못하는 행위였다.
‘아까우니까.’
하지만 결국, TRPG는 다 함께 힘을 모아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콘텐츠였다.
실제로 리플레이 소설도 로드 두푸스라고 하는 인물의 리타이어를 통해 조금 더 흥미롭게 나아갔다.
클레어와 제이나,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수도사 스탠은 미묘한 갈등 속에서도 베르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레벨이 상승해 흑마법에 더 깊은 조예를 가지게 된 제이나는 지하 묘지에 남은 흔적을 조사해 베르그의 주문을 일부나마 이해했고, 그 정보를 토대로 그가 이 셸딤 왕국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를 파악했다.
셸딤 왕국에는 머나먼 과거에 이 대륙을 뒤흔들고 통일 직전까지 이르렀던 ‘킹 오셀롯’의 무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복의 꿈을 꾼 병사들이 거기에 함께 묻혔다.
지금껏 일어난 소동, ‘망자의 부활’을 통해 베르그가 그곳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 예상한 제이나와 일행은 다시금 모험을 떠났다.
그리고 킹 오셀롯의 무덤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마을.
한 정착 기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킹 오셀롯의 무덤에 가겠다고? 너무나도 위험한 여정을 자처하는군. 그곳은 과거에 이 대륙 전체를 집어삼키려고 했던 괴물들이 잠든 장소야. 흑마법사 아가씨. 괜히 그곳에 남은 원념에 휘말리지 말고 돌아가는 편이 본인 신상에도 좋을 텐데?”』
그 대사를 읽으면서 사이먼은 생각했다.
‘아, 이거 줄리아네.’
시니어 기자는 꿈이 꺾이고 현실에 적응한 자신을 환상 속에서 연기했다.
‘정착 기사’란, KOG 월드 안에서 방랑을 끝마치고 마을이나 영지를 지키면서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보호비를 받는 기사를 의미한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여기사 ‘리아’는 기존의 규칙을 바보 취급하며 무시하고, 심지어 파괴하려 드는 클레어의 행태를 보고는 그들을 킹 오셀롯의 무덤으로 보낼 수 없다고 선언한다.
KOG 월드는 분명 과도하리만치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했다. 그렇게 해서 질서를 유지하지 않으면 절대로 세계적인 위협에 대항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몬스터와 다른 적대 국가의 위협은 개개인에게는 치명적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신분이라는 기틀 아래에서 하나로 뭉쳤다. 그 과정에서 위와 아래가 나뉘고, 각자 맡은 역할에만 충실한다. 개개인은 말살되지만, 그 질서 안에서는 안전을 얻고 행복할 수 있다.
정착 기사 리아는 클레어가 신분을 부정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신분제를 통해 특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온실 속의 화초는 잡초의 삶을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리아의 논리는 제이나의 의지에 의해 파괴되었다.
노 원.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던 존재는, 자신을 인간으로 대해주는 사람을 통해 구원받았다.
『“클레어는, 제······ 친구예요.”』
“크흐읍-!”
사이먼은 눈물을 삼켰다.
이 아저씨, 정말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
세션 내내 부끄러운지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던 소녀가 첨예한 갈등 상황 속에서 이 말을 했을 걸 상상하니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마침내 리아에게 인정받은 클레어와 제이나, 스탠 파티는 킹 오셀롯의 무덤으로 나아갔다.
***
줄리아가 정착 기사 ‘리아’로 잠깐 합류한 오늘의 세션은 내가 구상한 전체 시나리오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시점에 해당했다.
이제 킹 오셀롯의 무덤에 도달한 일행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마법사 베르그와 만나 그 음모를 저지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파티원의 수준과 공정함,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밸런스를 모두 고려해서 만든 세션이니까.
과연 어떤 결말이 나올까 내심 걱정되면서도, 일단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특히나 ‘리아’의 존재가 이 작품에서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보여주었다.
그녀는 KOG 월드가 단순히 상하 관계를 나누기 위해 신분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파티원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킨 것이다.
역시 줄리아답다고 해야 하나. 내가 제공한 기초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곧바로 의도를 파악한 듯, 그녀는 세션 자리에 와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었고, 창피해했다.
서슴없이 굴던 사이먼과는 달리, 틴에이저 사이에서 무척이나 어색해하는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그렇기에 세션이 끝나고, 나는 먼저 돌아가려는 줄리아를 일부러 배웅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예, 작가님 말이라면 뭐든 들어야죠. 그래야 나중에 저하고도 작품 또 해주시지.”
“하, 하하.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제안이면 될 텐데요.”
머쓱해하는 나를 뒤로한 채 줄리아는 운전석 문을 열어 시트에 앉았다.
“아무튼 생각은 해 보셨어요? 잡지 연재.”
“아직 확실히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싶지만, 아마 그러는 그림이 맞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TRPG 너드들은 진짜 좋아할 이야기예요.”
“그럼요. 이야기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더 그럴 겁니다.”
“여기에서 보여주실 이야기가 더 있으세요?”
차 키를 꽂아 시동을 걸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줄리아.
나는 혹시나 다른 애들이 가까이에 있지는 않나 확인하고, 차창 가까이에 고개를 들이밀며 나지막이 말했다.
“코즈믹 호러, 아시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