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79)
79.
오늘은 수개월에 걸쳐 이루어진 세션의 최종전이 있는 날이었다.
벌써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다.
신의 집으로 나가려던 길, 지우는 계단에 멈춰 서서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겨울 날씨는 한풀 꺾였고 이제 슬슬 봄이 오려는 게 느껴졌다. 그래봤자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사시사철 날씨가 좋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푹 뒤집어쓰면 얼굴까지 감출 수 있는 검정 후드 티셔츠의 재질이 기모에서 면으로 바뀐 정도랄까.
옷의 감촉을 느끼며 시간의 흐름을 상기한 지우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지금껏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의식을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우야~!”
계단 아래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아, 응. 엄마.”
지우는 꼬리를 밟힌 햄스터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계단을 총총 내려갔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니, 또 뭔지 모를 음식을 ‘Bo-ja-gi’에 가득 싸두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이거, 가져가서 애들하고 나눠 먹어. 양갱 좀 만들었다.”
저번에 가져간 약과가 호평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어머니는 신이 난 기색이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우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손사래 쳤다.
“아, 아냐.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다들 놀자고 모이는 자리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고 싶지는 않았던 소녀의 작은 저항.
하지만 엄마의 ‘열심히 만들었는데······.’ 하는 표정에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었다.
지우는 밖으로 나와 바로 옆집으로 향했다.
어느덧 방금까지 하던 고민은 휘발되었다. 양갱이 생각보다 무겁기 때문이었다.
150을 갓 넘기는 조그마한 소녀는 낑낑거리며 걸었고, 그 직후, 누군가 옆에서 함께 양갱을 들어주었다.
“안녕~!”
알렉사 플레어였다.
“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뭘, 같이 들면 좋지. 그런데 이거 뭐야?”
“양갱이요.”
“Yang-Gang?”
“음, 팥을 어떻게 잘 조물조물해서······.”
“Pot?”
“······단 음식이에요.”
지우는 자세한 설명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디저트냐면서 알렉사가 화색을 띠었다.
두 사람은 바로 옆에 위치한 신의 집까지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쉼 없이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Princess quest’였다. 소설과 세션, 양쪽 모두.
“이번에 잡지 받은 건 봤어?”
“네, 재밌었어요. 알렉사는 어땠어요?”
“신의 머리통을 차서 날려버리려고.”
“네······?”
“아니, 클레어가 처음 나올 때 석고상의 머리통을 차서 날려버리잖아! 그거 말이 돼?!”
“으, 으음.”
지우의 어깨가 갑자기 큰 손가락이 눈앞에 다가온 햄스터처럼 움츠러들었다.
블랙 맘바(?)는 그 앞에서 상대가 약간 겁먹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소리쳤다.
“아, 생각할수록 화나네! 왜 클레어를 그런 식으로 묘사해?”
“······으, 응. 너무했어, 요.”
지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았어. 오늘 세션에서 완전히 복수할 거야!”
“복수요?”
“응, 지난 세션에서 엄청 위기 상황에서 끝났잖아. 분명히 그거 신이 우리 고생시키려고 하는 거겠지. 훗훗,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너와 나, 두피가 힘을 합쳐서 잘 이겨내자! 신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준비했어도 멋지게 뒤집어 보이는 거로!”
“······.”
“왜 그래. 지우?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어?”
“아뇨. 왠지 믿음직하다 싶어서요.”
“히히, 오늘도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
환하게 웃는 알렉사.
그런 그녀를 앞에 두고 지우는 방금까지 휘발되었던 감정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우가 시간의 흐름을 상기하게 된 이유는 그것이 ‘아쉽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존재한다. 지금의 TRPG 세션처럼.
그리고 한 가지 비참한 사실은, 현실의 지우는 자신의 결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를 알았다는 점으로부터 기인했다.
다시 전학 가고, 이 순간도 분명 끝이 날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예전처럼 그 누구와도 관계 맺지 않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상실의 두려움보다도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사의 말마따나 그녀는 자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제이나’의 결말을 보고 싶었다.
집 앞에서 초인종을 기다리고 잠깐 기다리자 신이 문을 열고 나왔다.
“오, 왔어?! 빨리 들어와!”
드물게 잔뜩 흥분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그.
알렉사도 순간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신은 이처럼 흥분해서 사람을 재촉하는 경우가 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양갱이 든 보자기를 건네도 ‘아, 고마워. 잘 먹을게.’라며 대충 대답할 뿐이었다.
신은 곧바로 두 사람을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기다란 테이블에 펼쳐진 광경을 본 지우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알렉사 역시 돌처럼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두피! 애들 왔어!”
“마침 딱 좋은 타이밍이군.”
테이블 앞에서 무언가를 매만지며 허리를 숙이고 있던 두피가 일어섰다.
그 위에는 ‘회랑’이 펼쳐져 있었다.
플라스틱에 정교하게 색을 칠해 재질감을 표현하고, 오른쪽 끝에 위치한 ‘제단’ 위에는 팔을 벌린 채로 서 있는 미니어처 피규어가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회랑 바깥에 배치된 몬스터의 미니어처 피규어와 ‘검은 점액질’을 표현하기 위한 추가 타일, 마지막으로 클레어, 제이나, 스탠의 미니어처 피규어까지.
이 TRPG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환상적인 도구였다.
“내가 이번 세션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다 보니 이걸 준비하게 되었다. 미천한 손재주를 부려서 우리의 ‘마지막 상황’을 연출해 봤지. 물론, 모두 움직일 수 있고.”
“어때?! 진짜 멋지지! 여기 이 미니어처 피규어의 디테일을 보라고! 내가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베르그가 여기에 있어! 크, 나도 마스터링만 아니면 플레이어가 되어서 직접 플레이해 보고 싶을 정도야!”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을 듯이 허리를 숙인 채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신.
알렉사가 손을 들었고, 신이 거기에 반응했다.
“클레어! 멋지지 않아?!”
“······일단, 나는 아직 ‘알렉사’고.”
지극히 합당한 말을 꺼낸 알렉사는 이어서 질문을 이어 나갔다.
“도대체, 그걸로 뭘 하는 거야?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 놀이?”
“로난 더 바바리안 보드게임, 기억 나지?”
“나지. 오퍼레이션 다음으로 재밌었던 거.”
그리고 알렉사 플레이어가 로난 외에 플레이한 보드게임은 오퍼레이션뿐이었다.
“거기에서도 기물 움직이잖아. 그거랑 비슷해.”
“아.”
바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알렉사.
TRPG 참관 경력이 있던 지우도 지금 상황을 이해했다.
신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두피를 돌아보았다.
“두피, 넌 정말 최고의 친구야.”
“나도 널 그렇게 생각한다. 신.”
“두피.”
“신.”
“······.”
“······.”
금방이라도 브로맨스(?)의 영역으로 빠질 듯한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알렉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 옆에 있던 지우는 그와 반대로 자신의 룰북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며칠 전, 그녀는 신과 따로 만나 자신의 ‘기억’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대한 추가적인 룰을 작성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싸움에 있어서 키 아이템이 될 예정이었다.
***
두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파티에 큰 도움이 되는 플레이어였다.
초반에는 ‘로드 두푸스’로서 TRPG라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알렉사와 지우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중반부에는 수년간 열심히 키워온 캐릭터를 희생하면서 이야기의 전환에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나중에 따로 물어보니 앞으로도 로드 두푸스는 사용할 마음이 없다는 모양이었다. 수없이 많은 모험을 거쳐온 캐릭터의 은퇴를 받아들였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참된 카우보이······!’
두푸스 킹스턴은 남자 중의 남자였다. 나는 그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
어쨌든, 이후로도 두피는 새로운 캐릭터인 ‘수도사 스탠’으로 세션에 계속 함께했다. 그러면서 그 플레이는 로드 두푸스 때와는 정반대가 되었다. 먼저 나서며 두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같은 수준의 캐릭터로서 조금씩 발걸음을 맞춰나갔다.
그는 마치 나를 이은 또 한 명의 마스터 같았다. 내가 앞에서 지시하는 입장이라면, 그는 뒤에서 두 초보의 플레이를 받쳐주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세션에 이르러서는 거의 오십여 개에 달하는 미니어처 피규어와 최종 결전이 벌어지는 장소인 ‘지하 대회랑’을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내가 딱히 고증해 주지도 않았건만, 그가 자신의 상상을 문자 그대로 ‘빚어서’ 만들어 낸 무대와 배우는 정말이지 완벽했다.
나는 그곳에서 세 명의 영웅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다.
가장 먼저 그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도록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받은 핍박과 모멸은 필연이 되어, 그대는 심연과 우리가 약속한 대로 오늘 즉위식을 통해 여왕의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를 무시했던 이들은 적법한 대가를 치르며 파멸하겠지요.’”
“제이나······! 이게 대체 무슨······!”
“검은 점액질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대화할 시간은 없었다.
세 사람은 급한 대로 베르그가 소환한 몬스터와 맞서 싸우며 어떻게든 활로를 뚫고자 노력했다. 나는 세션이 시작되기 전 계산해 둔 길이에 맞춰 턴마다 검은 점액질 말판을 전진시키면서 스탠, 클레어 그리고 제이나를 서서히 압박했다.
물론, 이곳까지 온 이상 호락호락 물러날 그들이 아니었다.
세션을 거듭해 오면서 서로 가진 스킬과 합을 맞추는 방법에 대해 익힌 세 사람은 몬스터를 처치하고 기둥을 무너뜨려 발판으로 삼으면서 재단 위에서 주문을 외고 있는 베르그를 향해서 전진했다.
어느덧 검은 점액질이 바닥 타일을 가득 채웠고, 이제는 쓰러진 기둥 위까지 뻗어오는 상황.
하지만 세 영웅은 포기하지 않았다.
제이나가 주문을 이용해 클레어의 발밑 그림자를 길게 뻗어 나가게 했고, 그로써 발판이 만들어졌다. 스탠이 검은 점액질에 휘말리면서도 클레어에게 방어막 주문을 걸어주었다. 이 모든 도움을 받은 클레어는 힘차게 뛰어올라 베르그를 향해 돌진했다.
바로 그 순간, 절망의 꽃이 마침내 만개했다.
베르그의 주문 영창이 끝났고, 검은 점액질 안으로부터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손이 뻗어 나와 각 플레이어를 붙잡았다. ‘주사위 판정’ 따위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나는 차분하게 각 플레이어에게 이 검은 점액질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잇는 통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베르그는 이렇게 말했다.
“‘적법한 곳에 적법한 자가 들어섰다. 이제 문이 열리고 즉위식이 거행되리라.’ ······그와 함께 베르그의 몸 역시 수많은 팔에 붙잡혀 검은 점액질로 빨려 들어갑니다. 여러분은 그 몸이 산산이 찢겨 나가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봅니다. 다음 턴.”
“어, 어떻게 해? 빠져나갈 수 있어?”
“몸부림칠 수는 있습니다.”
“그, 그럼 내 스킬······ ‘배틀 부츠 허리케인’으로 점액질을 밀어내면?”
“판정.”
또르르.
“20! 20이야! 크리티컬이지?!”
“네, 클레어의 발차기가 검은 점액질을 부쉈고, 당신은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거대한 파도처럼 검은 점액질이 다시 덮쳐옵니다. 당신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말도 안 돼······!”
“온갖 손이 당신을 억누르고 옥죕니다.”
“으윽······.”
클레어는 신음했다.
“나도 빛의 방어막을 펼쳐보겠다.”
“판정.”
또르르.
16.
“빛의 방어막이 훌륭하게 펼쳐집니다만, 이내 검은 점액질에 먹혀 사라집니다.”
“제길, 여기까지인가······.”
절망에 빠진 스탠.
세 사람은 그렇게 검은 점액질에 먹혀들었다.
나는 눈을 뜬 세 사람이 본 ‘다른 세계’를 설명했다.
그곳은 ‘절망’ 그 자체를 형상화한 장소였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에 검은 점액질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달라붙은 채 빠져나오려는 듯이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다. 이리저리 뒤엉킨 채 서로를 밀어내고 있는 그들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온갖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임프부터 비롯해 기독교적 신앙에서 악마라고 일컬어지는 모독적인 형태의 몬스터들이었다. 그들은 검은 점액질과 그곳에 들러붙은 인간을 괴롭히고 짓밟으면서 쾌락을 즐겼다.
그 광경 너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곳곳에 달라붙은 인간을 벌레처럼 짓밟으며 그것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거인은 눈에 띄는 곳마다 마구 팔을 휘저어 댔고, 추수되는 호밀처럼 점액질의 인간들이 쓸려나갔다.
나는 차분히 광경을 묘사한 뒤, 선언을 잇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클레어와 스탠은 안색을 창백하게 물들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무력감. 기존의 물리 법칙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세계. 그 공포 앞에서는 누구든지 이런 반응일 터였다.
그리고 나는 모든 걸 다 떠나, 이 이야기를 이토록 몰입해 주는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감정을 느꼈다. 게임 외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플레이해온 바를 완전히 부정하는 상황에서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들은 나를 믿어주었다.
이윽고 내 뒤를 이어, 계속해서 침묵하고 있던 제이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클레어, 스탠.”
“제, 제이나? 어디에 있어?”
“눈앞에 있다.”
“······.”
이 부분은 소설로 쓸 때는 제외하는 편이 좋겠군.
“······미안해요.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에요.”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저 거대한 존재를 본 순간, 모든 기억이 돌아왔어요. ······믿을 수 없겠죠. 나를 분명 의심하고 있겠죠. 그래도 달게 받아들일게요.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러분을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겠어요. 그것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책무니까요. 나는, 돌아왔으니까.”
마지막에 이르러 제이나의 목이 살짝 잠겼다.
나는 배우의 연기를 관찰하는 감독처럼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다시 푹 눌러쓴 후드.
고개를 푹 숙인 지우는 무척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제이나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는 채 세상을 떠돌았다. 지우 역시 비슷했다. 머리로는 이해함에도 아버지의 부대 전출이란 ‘불가항력’은 분명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을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흑마법과 흑마술을 통해 마음을 지탱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을 찾은 순간, 제이나는 다시금 떠나야 했다.
지우가 기껏 친구들과 친해질 때쯤 다시 떠나야 하듯이.
환상이 현실을 은유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가만히 다음 대응을 기다렸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주인공에게 달린 것이니까.
그리고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나, 나, 나······.”
훌쩍, 훌쩍.
“나 이사 가도 편지 써줄래요?”
지우가 울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