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80)
80.
이런 말이 있다.
고독을 받아들이고 홀로 지낼 줄 알아야 그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건 인간이 나이를 충분히 먹은 뒤, 적어도 서른 살 이상이 됐을 때나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기 이전에 인간은 먼저 자신과 다른 세계와 만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우는 이제 고작 열여섯 살이 된 꼬마에 불과했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친구도 사귀고 하면서 자아를 좀 더 확장해 나가야 할 때였다.
하지만 그런 시기에 타인과의 분리를 계속해서 경험했다. 내가 심리학 쪽의 전문가는 아니라지만, 내 입장에서 봐도 나중에 성격 쪽에 문제가 생기기 딱 좋은 상황처럼 보일 정도였다.
과거의 나와 같은 지우에게, 나는 어디를 가도 절대 바뀌지 않는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TRPG 세션을 개최했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함께하자고 권유했다.
다행히 지우는 거기에 응했고, 나는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멋진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Princess quest’의 이야기를 클라이맥스까지 이끌어 오는 데 성공했다.
나는 지우의 캐릭터 제이나를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세션을 준비했다.
‘노 원’으로 시작해 모험을 거듭하며 믿음직한 동료들과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소녀의 일대기.
그것은 또한, 지우가 자신을 찾는 과정과 유사했다.
그 결말에서 맞이한 현실은 차가웠지만, 나는 그 장면을 플레이할 때의 감정이 카타르시스라는 형태로 치환되어 지우의 삶에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했다.
······근데 순간 RP를 깰 정도로 슬퍼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훌쩍, 훌쩍.
해바라기 씨를 떨어뜨린 햄스터처럼 어깨를 떨어뜨린 채 우는 지우.
잠깐 침묵하던 나는 두피와 알렉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두피는 이런 상황에 아예 면역 자체가 없는지 식은땀만 뻘뻘 흘렸으며, 알렉사는 어떻게든 해 보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지우야.”
“죄, 죄송해요.”
“그런데 왜 편지를 써 달라고 한 거야?”
“야-!! 애가 슬퍼하잖아!!”
결국 알렉사 플레어 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넌 애가 어쩜 공감 능력이 하나도 없니?!”
“아니, 일단 왜 슬픈지 물어봐야지.”
그게 당연하지 않나.
동의를 구하듯 두피를 바라봤지만, 그도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 중에서 나만 사고형 인간이었나.
“이리 와! 지우! 아구 슬퍼써! 누가 그래써어!”
“······히잉.”
알렉사의 가슴에 안겨 목구멍 아래로 참았던 울음을 토해내는 지우.
잠깐 이유 없는 공감(?)의 시간이 지나갔고, 지우는 진정한 듯 얼굴이 새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진짜 죄송······.”
“그래서, 편지 써 달라는 게 무슨 말이야?”
알렉사가 눈을 흘기는 가운데, 나는 꿋꿋이 의견을 듣고자 질문했다.
그리고 지우는 우리 앞에서 그동안 감춰 두었던 감정을 털어 놓았다. 이전에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과 이사한 뒤로도 계속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현실을 말이다.
“여기 와서도, 사실 친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괜히 상처만 받을 뿐이니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알렉사나 두피, 신 오빠까지 다들 정말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이런 즐거운 시간까지 가지다 보니까······ 이곳을 떠나는 게 두려워졌어요.”
“아구 그래써! 누가 그래써!”
“알렉사. 무지성 공감은 나중에.”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제지했다.
“그래도 언젠간 떠나가겠지?”
“············네.”
지우가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이렇게 모두와 함께 있는 시간도 다시 멀어질 걸 생각하면 너무 무서워요.”
“그렇겠지. 그렇기 때문에, 편지를 써 준다고 확답은 못 하겠어.”
“신, 너어······!”
“왜냐하면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 말해도 지우 네가 믿지 못할 테니까. 지금까지 겪어 온 일이 있으니 말이야.”
“······맞는 말이에요.”
“그래도 재미있는 게, 벌써 편지를 대신할 페이퍼가 한 장쯤은 생겼잖아?”
나는 지우의 앞에 놓인 캐릭터 시트지를 가리켰다.
다소 오글거렸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종이.
“그렇지?”
“······푸훗,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우리의 이야기가 실린 잡지 역시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결과물로 말해 줄게. 편지보다 더 대단한 걸로 말이야.”
“나는 편지 보내 줄 거야! 정말로!”
“······멋진 녀석으로 준비하지.”
번쩍 손을 드는 알렉사와 안경을 밀어 올리는 두피.
무척이나 믿음직스러웠다.
“······고마워요. 처음에는 뭔가 안 좋게 만난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챙겨 주실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우리 ‘팀’의 징크스 같은 건데, 원래 다 첫인상이 별로였어.”
“그, 그래요?”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진정됐으면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지.”
나는 싱긋 웃으며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이 모험을 멋지게 마무리 지어 보자고.”
그리고 이야기는 마지막을 향해 나아갔다.
***
제이나는 어린 시절에 흑마법으로 위장한 ‘심연’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연구하던 귀족 가문의 딸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체도 모를 심연을 연구해 왔던 그녀의 가문은 어느 날, 누군가의 모함으로 인해 반역죄가 씌워져 멸족당하고 말았다.
그때 소왕국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게 제이나였다. 그녀는 도망칠 때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대륙을 떠돌았으며, 그 때문에 마지막까지 탈출을 옆에서 도운 베르그의 존재도 기억하지 못했다.
한편 소왕국 기사단의 추적으로 인해 제이나를 놓치게 된 베르그는 연구를 거듭하면서도 계속해서 그녀를 수소문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실험을 자행하며 심연을 이 세계에 강림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는 제이나가 자신을 추적해 오는 파티에 속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모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연의 강림’을 준비했다.
대를 이어 심연을 연구해 온 마법사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은 적통이었기에, 제이나는 대륙의 누구보다 가장 그 장소와 맞닿은 존재였다. 그녀가 마법에 실패할 때마다 임프가 나오고 하던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마 제이나는 이전까지의 ‘노 원’일 뿐이었다면 심연을 강림시키는 데 기꺼이 협조했을 터였다.
하지만 클레어와 로드 두푸스, 거기에 스탠과의 만남이 그녀를 바꿔 놓았다.
그녀는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접한 다른 누군가의 순수한 호의에 더 이상 세상을 이전과 같은 눈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자신을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 주는 유대감이 자신이 있을 곳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제이나는 자신의 기억에 있는 마지막 주문을 이용해 이 심연을 막아내고자 마음먹었다.
그러면 안 된다며,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만류하는 클레어.
마스터의 선언에 따라 주사위가 굴러 갔다.
20이 나왔다.
하지만 클레어의 손은 제이나의 손을 잡지 못했다.
이곳은 ‘심연’이었다.
그들이 살던 세계와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반전 세계.
그렇기에 이곳에서는 주사위의 눈에 의한 결과값이 정반대로 적용되었다.
이 세계에서 클레어의 ‘운명’은 통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클레어. 괜찮아.”
제이나는 각오를 마쳤다.
운명의 주사위가 굴러 갔고, 1이 나왔다.
그녀의 마법은 대성공했다.
헬베로스가 머리가 세 개 달린 채 불꽃을 휘감고 그 모습을 드러냈고, 까마귀는 검은 불사조가 되었다. 주변의 악마들이 쓸려나갔다. 이곳에서 제이나는 유일하게 심연의 근원과 대항할 수 있는 존재였다.
정확히는,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아무리 혈통을 타고났다고 한들 심연은 인간의 인지와 통제가 닿을 수 없는 공간이었다. 제이나는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고마워요. 친구가 되어 줘서. 말을 걸어 줘서. 노 원이라고 무시하지 않아 줘서. 같이 마주 웃어 줘서. 나의 착한 뼈멍이와 까악이를 편견을 갖지 않고 대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두 사람 모두.”
하지만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그녀는 거침없이 자신을 불태울 것을 결의할 수 있었다.
“······제이나.”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스탠.
“제이나아아아-!!”
그리고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절규하는 클레어까지.
“언젠가 또 만나요. 여러분.”
그들을 향해 활짝 웃어 준 제이나는 이별을 고하고 홀로 심연을 향해 돌진했다.
제이나는 주사위를 연속해서 굴렸다.
1, 2, 1.
최악이 이곳에서는 최고가 되었다.
그녀가 외운 마지막 주문에 의해, 클레어와 스탠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것으로 세션은 종료했다.
“······자, 그럼.”
각자가 맞이한 엔딩을 설명하기 전, 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흡, 흐읍······!”
“흐윽······!”
“······나는 눈물이 난다고 선언하겠다.”
고개를 테이블에 박고 흐느끼는 알렉사와 후드 줄을 쭈욱 당겨 얼굴을 가린 지우, 마지막으로 카우보이답게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턱 아래로 떨구고 있는 두피까지.
사실 나 역시 감정이 벅차서 목소리가 떨린 것이었다.
우리는 다들 이 세션의 여운에 젖은 채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지우우-!”
“알렉사아-!”
결국 두 소녀가 참지 못하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거실에서 통곡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와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세션이었다.
오프닝부터 결말까지, 모두가 훌륭했다.
각 캐릭터는 각자의 엔딩을 맞이했고, 우리 네 사람은 서로 눈이 퉁퉁 불은 채 코를 훌쩍거리며 헤어졌다.
집 앞까지 세 사람을 배웅하러 나왔다가 옆집에 사는 지우가 먼저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떤 놈이 우리 딸을 울렸냐며 지우의 어머니가 뛰쳐나왔는데, 우리도 얼굴이 엉망진창인 것을 보고는 별 미친놈들 다 보겠다는 눈을 한 채 머뭇거리며 돌아가는 헤프닝이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떠난 한참 뒤에도 나는 깊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울어 본 게 얼마만인지.’
패앵-!
약간 남은 코를 마저 풀고 내 방 책상 앞에 앉은 채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나는 평소에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면서 사는 성격은 아니었다. 특히나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꾹꾹 눌러 담는 편이었다. 항상 나보다 더 슬퍼함에도 그것을 티 내지 않았던 어머니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작품을 통해 우는 것이 어딘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거기다 내 작품으로 이렇게 운 게 좀 창피하네. 뭔가 나르시스트 같잖아.’
그래도 그것을 플레이해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만들어 준 사람은 다른 이들이니 괜찮지 않을까.
오늘의 플레이부터가 전부 좋았지만, 지우가 마지막에 했던 ‘나하고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맙다’라는 그 말이 특히 심금을 울렸다.
나중에 꼭 작중 대사로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마지막 리플레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이 조금 진정이 되자, 다른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베르그라는 존재로 인해 드러난 ‘심연’이라는 세계.
세션에서는 아주 잠깐 등장했지만, 나는 생각보다 애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로부터 기인해 조금 더 이 부분을 살려 보면 어떨지 고민했다.
사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심연의 근원’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해 일부러 디테일하게 묘사하지는 않았고, 제이나와의 충돌도 생략했다. 조금 더 이 부분을 자유롭게 상상했으면 해서였다.
설정에는 확장성이 필요하다. 그로써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KOG라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새롭게 확장해 만든 이 ‘심연’이라는 설정은, 본래 세계관과 그다지 분위기가 동떨어지지도 않았고 오히려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플레이어들도 다 무서워했고.’
나는 내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심연을 묘사할 때, 알렉사의 표정이 어땠는지 생생히 떠올렸다. 부디 독자들도 그렇게 느껴 줬으면 했다.
이야기 초반부에는 가벼운 패러디 형태의 소설로 가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한 차례 반전되어 종국에는 코즈믹 호러를 끼얹는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 처한 순간, 이야기의 근간에 존재하는 클레어와 제이나의 우정이 더욱 부각된다.
나는 바로 그것이 이 소설의 메인 테마라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신분을 가진 두 사람이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
‘아, 거기에 로드 두푸스와 스탠도 있지.’
하지만 어쨌든 두 명의 공주에 비해 그쪽은 좀 곁가지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부분 역시 마음에 걸렸다.
‘로드 두푸스야 완성형 캐릭터이니 그렇다 쳐도, 스탠은 좀 더 캐릭터를 확장시켜 볼까.’
나는 이런저런 고민이 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앞으로가 기대되어 절로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잡지 연재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엔딩까지 갈 길이 멀었다.
***
작품을 ‘어느 페이지’에 싣느냐는 분명 중요한 문제였다.
별로 생각하기 싫어하거나 극한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잡지사 같은 경우에는 제목 순서대로 실었지만, 선 벨트 지역의 왕좌를 노리고 있는 건즈 앤 소드 매거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통 가장 잘 나가는 작품은 제일 뒤쪽에 배치되었고, 그다음으로 잘 나가는 작품은 앞 페이지에 실렸다. 뒤, 앞, 중간 순으로 인기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은 편집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각 편집자들이 예상한 그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Princess quest’는 달랐다.
그 2화가 게재된 잡지에 들어 있던 앙케트 엽서가 편집부로 날아들었다. 집계가 진행되었고, 직원들은 로봇처럼 남아서 엽서에 쓰인 점수를 합산했다.
그리고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결과의 양상을 포착한 편집장 아서 레이놀즈는, 편집부 인원만 모인 회의에서 드물게 먼저 나서서 다음과 같이 오더를 내렸다.
“다음 호에 ‘Princess quest’를 첫 번째로 넣어 볼까 싶은데.”
그 말을 들은 편집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너무 파격적인 변화인가?”
“어, 음. 편집장님. 그 작품 싫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편집장과 신 작가, 부사장 아치발트 파이퍼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미 사내에 쫙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다들 편집장이 월권에 가까운 짓을 저지른 신 작가를 고깝게 생각하리라고 여기던 와중에 이런 오더가 나오다니,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아서 레이놀즈는 피식 웃었다.
“원래부터 안 싫어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신 작가 본인이 증명했잖아. 자기가 돈이 된다는 걸.”
“쪼잔하지 않으셨군요.”
“쪼잔함을 극복하셨나?”
“헛소리들 그만하고. 이유는 두 가지야. 이 작품, 분명 재미있어. 독자들 반응도 아주 뜨겁지. 오랜만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소드 앤 소서리’가 나왔으니까. 특히나 얼마 없는 여성 독자들로부터 아주 큰 지지를 받고 있지.”
“저희가 여성 독자가 있나요?”
“있어. 극소수지만. 글씨체나 글 쓴 내용 보면 대충 알 수 있지.”
“······그걸로 알아차리시다니, 좀 기분이 나쁘네요.”
편집자 중 유일한 여성인 안나의 힐난에도 아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서, 당사자 의견은 어떤데?”
“클레어하고 제이나 둘 다 귀여워요. 로난보다 좋음.”
“어,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캐릭터도 귀엽고, 일단 웃겨서 가볍게 보기 좋죠.”
“그래서 더더욱 처음에 넣자는 거야. 잡지를 처음 펼쳐서 나오는 작품이 그런 가벼운 느낌이면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아서 레이놀즈의 의견은 분명 타당했다.
다른 편집자들도 딱히 반박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는 가운데, 신 작가의 ‘Princess quest’는 건즈 앤 소드 매거진 다음 호에 첫 번째 작품으로 실리는 것이 결정되었다.
더군다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존재했다.
3위.
‘Princess quest’ 2화의 현재 앙케트 순위는 무려 3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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