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85)
85.
‘Princess quest’ 7화는 로드 두푸스에게 바치는 헌화와도 같은 이야기였다.
미노스를 쫓아 다시 도심을 질주하던 두푸스는 경비병들을 맞닥뜨린다.
무장한 그들은 철퇴를 들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두푸스를 거동수상자로 생각해 체포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두푸스가 아니었다. 그는 경비병들을 가볍게 제압하고 다시 움직였다.
영웅의 행동을 오해하고 돌을 던지는 소시민들. 흔한 상황이었다.
배트맨, 로난, 캡틴 아메리카, 램, 모두가 그런 일을 겪어 봤다.
하지만 영웅을 영웅답게 만드는 지점은, 그들이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부분이었다.
오해를 사더라도, 그로 인해 자신이 상처를 받더라도, 그들은 그렇게 오해하고 상처 주는 이들을 위해 싸웠다.
로드 두푸스는 계속해서 나아갔고, 왕국의 수도 곳곳에 크게 횃불이 치솟았다.
경비병들은 거동수상자가 경비병들을 쓰러뜨리고 배회 중이라는 보고를 듣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두푸스의 머릿속에는 오직 미노스를 잡아 그가 가진 불온한 물건을 빼앗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에게 아직 마법 스크롤이 남아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어깨 갑옷 위에는 여전히 점액질이 매달린 채였다.
“크으으······.”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마스터, 빌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다시 읽어봐도 이 부분의 묘사는 일품이었다. 그리고 장면은 자연스레 로드 두푸스의 과거로 들어가면서 그가 왜 싸우는지, 무엇을 위해 철퇴를 드는지를 더욱 깊게 보여주었다.
그러니 독자로서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빌은 계속해서 ‘소리를 내’ 소설을 읽어나갔다.
『로드 두푸스는 과거, 자신이 어마어마한 실패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온전히 그의 실수는 아니었다. 후임 양성을 위해 데리고 다니던 제자 둘이 독단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던전 지하에 봉인되어 있던 리치가 깨어났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희생으로 큰 사고는 막았지만, 두푸스에게 있어 그 기억은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였다.
렝커스터 왕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영지에서 그는 내내 고민에 잠겼다.
‘그들은 왜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을까?’
‘그들은 왜 나를 믿지 못하고 내가 자는 사이에 나섰을까?’
그리고 생각은 결과에 이르렀다.
로드 두푸스는 당시만 하더라도 자신만의 철학과 정의감에 빠진 남자였다. 그는 ‘질서’라는 가치를 수호하는 것만이 모든 인류가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었다. 세상을 위협하는 악에 맞서기 위해서는, 다소 무언가를 희생하더라도 질서를 절대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그래서 제자 둘에게도 그걸 강요했다.
그들은 얼핏 두푸스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해 보면 아니었다. 로드 두푸스는 자신의 아집을 강요했을 뿐이며, 그 반동으로 제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두 전도유망한 영웅을 잃었다는 생각에 두푸스는 몇 년간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클레어와 제이나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듣지 않는, 세상과 맞서는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두 사람.
두푸스는 그 두 사람을 어느 순간부터 제자, 아니, 딸처럼 여기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결심했다. 이번 모험이 끝나면 두 사람을 데리고 렝커스터 왕국의 영지로 가자. 그곳에서 마치 아버지가 딸에게 선물을 주듯이, 두 사람에게 모아둔 아이템을 주자. 제이나는 정식으로 양녀로 들여 ‘노 원’이라는 신분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자.
두 제자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자신이 할 일만 하며 살았던 로드 두푸스는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꿈’을 꾸게 되었다. 두 소녀에게 감화되어 ‘질서’만을 생각하던 아집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났고, 두 제자를 잃었다는 슬픔을 조금씩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클레어와 제이나에게 있어 두푸스가 동료인 동시에 스승이었다면, 두푸스에게 있어 두 사람은 딸이자 제자인 동시에 과거의 상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구원자였다.
그렇기에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눈앞에서 그들이 죽게 두지는 않겠다고.
그게 설령 자신을 희생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크으으······!!!”
“미쳤다! 이 부분은 미쳤어!”
“딸인 동시에 제자! 그리고 자신의 구원자!”
“로드 두푸스······! 아니, 킹 두푸스······!”
자리에 모인 여섯 명의 코믹북 너드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 내부의 엑스트라 존.
긴 테이블에 모여 앉은 그들은 칩과 음료수를 각기 지참하고 건즈 앤 소드 매거진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코믹북 마스터 빌의 주최로 이루어진 이 일종의 ‘감평회’는 마치 TRPG 세션과도 같이 이루어지는 게 특징이었다.
동굴 보이스를 가진 빌이 소설을 읽었고, 그가 호흡을 고를 때마다 다들 환호(?)했다. 마치 중세의 여관에서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자리에 모인 농민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술집 주인(코믹북 스토어의 사장)이 음식은 안 시키고 시끄럽게만 구는 이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비슷했다.
“마, 마스터! 이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야!”
벌써 빌과 같이 소설을 세 번이나 읽었음에도 프레드는 촉새처럼 물었다. 그 재촉이 또 이 무대를 위한 연출처럼 느껴졌다.
여섯 명의 사내들은 맥주잔처럼 닥터 페퍼, 펩시, 코카콜라, 마운틴듀 병으로 테이블을 연신 두들기며 빌이 낭독할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테이블이 크게 흔들리며 칩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걸 지켜보는 키튼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돋아났다.
“크흠.”
빌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계속 소설을 읽어나갔다.
로드 두푸스는 미노스가 남기고 간 흑마법의 흔적을 계속 쫓은 끝에 수도 외곽에 있던 지하 묘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 먼저 도착해 몬스터를 때려눕힌 클레어와 제이나를 발견하고 놀라서 소리쳤다. 너희가 왜 여기에 있느냐고. 그 말을 들은 제이나가 먼저 대답했다.
『“까악이가 길을 인도해 줬어요.”
“두푸스, 왜 혼자 싸우려고 해요? 저희가 함께하고 있잖아요!”
“마, 맞아요.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그 말을 들은 로드 두푸스는 자신이 아직도 아집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클레어와 제이나라는 존재를 은연중에 자신보다 밑으로 두어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동료인데.
눈을 동그랗게 떴던 그는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를 믿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다오.”』
“참된 카우보이······!”
“드래곤까지 때려잡은 용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편협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다니!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을까! 나도 이런 남자가 될 수 있을까?!”
“이야, 근데 이 부분 클레어 진짜 예쁠 듯. 금발 휘날리면서 배틀 부츠 신고 발차기 날리고.”
“무슨 소리야. 진심으로 걱정해 준 제이나가 훨씬 더 귀엽지. 그녀는 나의 신부라고.”
“빠, 빠빠, 빨리 다음 부분을 읽어줘! 마스터! 더는 못 참겠어!”
“후후, 그렇게 보채지 말라고. 프레드.”
빌은 부드럽게 웃으며 눈앞의 코믹북 너드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리액션 하나하나에서 자신이 이 소설을 읽을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마스터로서 소설을 읽어야 하지 않았다면 분명 빌 역시 똑같이 큰 리액션을 보여줬을 터였다.
분명 각자 소설을 읽었음에도 그들은 이 자리에서 처음 ‘Princess quest’ 7화를 읽는 것처럼 행동했다. 좋은 감정은 나누면 배가 되는 법이고, 그런 식으로 ‘노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머나먼 미래, 유튜브의 리액션 비디오와도 같았다.
이렇듯 주기적으로 모여서 유명 작품의 좋았던 부분을 읽으며 리액션을 나누는 여섯 명의 코믹북 너드들.
처음에는 ‘SEEN’이라는 작가가 쓴 ‘Princess quest’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그들이지만, 연재가 계속되고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이 작품을 리스펙하면서 즐길 만큼 엄청난 팬이 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는 밝고 유쾌한 소드 앤 소서리 패러디 소설이었으나, 그 사이사이에 드리운 어둠은 그들이 실컷 웃고 난 뒤에도 많은 논의를 하게 할 정도로 정말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가볍게 읽고 넘길 만한 소설인 것 같지 않았다고나 해야 할까.
세 사람의 영웅은 지하 묘지로 들어섰고, 미노스와 마주했다.
먼저 도망쳐 베르그의 말대로 음험한 흑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세 사람을 보고는 죽은 자를 땅에서 되살려냈다. 앞으로 나선 클레어와 두푸스가 스켈레톤 병사들을 상대하고 뒤에서는 제이나가 보조하며, 세 사람은 미노스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로 뭉친 파티원들이 호쾌한 활약을 벌이며 지금까지의 모험처럼 상황은 무사히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미노스는 그들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허리춤 가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마법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베르그가 혹시라도 가장 위험한 순간이 오면 사용하라고 했던 스크롤.
그것을 펼쳐 땅에 내려놓은 미노스는 자신의 피를 바쳐 주문을 외웠다.
두푸스와 제이나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주변에서 풍기는 기운만 봤을 때도 저 스크롤이 얼마나 위험한 힘을 담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로드 두푸스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검은 점액질이 반응했다. 그것은 삽시간에 두푸스의 갑옷을 먹어 치우며 부풀어 올라 그를 집어삼켰다.
“‘두푸스!’, ‘안 돼······!’ 클레어와 제이나가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로드 두푸스는 이미 집어삼켜진 뒤였다. 공포와 적막이 흘렀고, 그 가운데에서 미노스의 영창은 계속 이어졌다.”
“와, 진짜. 나 여기서 두푸스가 죽는 줄 알았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그리고 마침내 미노스가 주문을 완성했다.
『지하 묘지가 진동했다. 석관의 뚜껑이 떨어져 깨졌고 망자를 고이 모시기 위한 장식물이 천장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공간은 갈라진 뒤였다.
“뭐, 뭣······?!”
미노스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직으직. 그 안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공간 속으로부터 검은 점액질이 흘러나왔다. 미노스의 살점과 뼛조각이 뒤섞인 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마저 넘어선 그것은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런 것에 면역이 부족한 클레어는 어찌할 줄 모르고 진저리 쳤고, 제이나는 울렁거림을 가라앉히며 흑마법사로서 그걸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문제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는 지점으로부터 발생했다.
“끄흑······?”
제이나의 코와 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인간의 몸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탓에 몸에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주변으로 모여드는 검은 점액질.
그리고 그것이 굳어 있던 클레어의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번쩍 빛이 일었다.
지하 묘지의 천장을 꿰뚫고 빛이 떨어졌다. 검은 점액질이 튀겨지며 산화했다.
로드 두푸스가 서서히 광명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그 몸에서는 신성한 빛이 일렁거렸다. 얼굴은 평소와 달리 분노로 물들었지만, 동시에 초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두 가지 양면성을 품은 로드 두푸스는 인간이 아닌, 그 이상의 격을 가진 신성한 존재로 각성한 것처럼 보였다.
안광이 번뜩였고, 그는 클레어와 제이나를 향해 다가서는 검은 점액질에게 경고했다.
“당장 그 손 떼고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더러운 미물아.”』
거기까지 빌이 소설을 읽자,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너드들이 들고 있던 병으로 테이블을 연신 내리치며 외쳤다.
[Doob! Doob! Doob! Doob! Doob! Doob! Doob! Doob! Doob! Doob! Doob!]“······.”
여기저기서 튀어 오르는 콜라와 음료의 향연.
설탕으로 끈적이는 바닥을 본 키튼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더 새겨졌다.
로드 두푸스는 클레어와 제이나에게 이야기했다.
“‘주변의 사람들을 대피시켜다오. 이곳은 내가 맡을 테니, 어서······!’, ‘두, 두푸스!’, ‘괜찮아. 이번만큼은 나를 믿어다오. 그리고 이 싸움이 끝나면······ 아니, 이다음은 나중에 말하마.’.”
결의에 찬 두푸스의 표정에 그를 믿고 클레어와 제이나는 묘지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소설은 로드 두푸스의 마지막 싸움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그가 클레어, 제이나와 과거의 두 제자를 겹쳐보고 있음을. 이번만큼은 결코 죽게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그는 맞섰다. 눈앞에 있는, 도저히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존재에게. 거기에 공포를 느끼고 순간 마음이 꺾일 것도 같았지만, 그는 사랑하는 두 딸이자 제자, 구원자를 생각하며 버텨냈다.
철퇴가 지면을 가르고, 광휘가 기어 오는 악을 심판했다.
사람들을 대피시킨 클레어와 제이나가 돌아왔을 때, 로드 두푸스는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회랑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신은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리플레이와 다른 전개로 갔다.
그는 결말의 임팩트를 끌어올리기 위해 로드 두푸스가 완전히 죽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그렇게 소설을 썼으며······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너드 가이들은 그 전개를 읽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크윽, 로드 두푸스······!!”
“그야말로, 참된 카우보이!”
“으으으으······! 신, 너를 저주하겠어어어어······!!”
“참아. 마이클. 네가 각성하면 우리 모두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신은 분명히 소설의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썼다.
『그것이 로드 두푸스라는 모험가의 최후였다.』
죽음이 아니라, 최후.
일종의 서술 트릭으로, 사실 8화에서 로드 두푸스가 죽지 않았고 모험가를 은퇴해 왕국으로 돌아간다는 전개를 감동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보여줄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대타로, 랭커스터 왕국 수도회의 한 수도사가 합류할 것이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로서 일품이군.”
다들 흥분한 가운데, 빌이 안경의 팁 부분을 슬쩍 눌렀다.
그 말에 모두가 냉정을 되찾았다. 코믹북 스토어의 너드 가이들은 소설에 깊이 몰입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해체하고 분석해 음미하는 미식가적인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마스터?”
“스타워즈의 오비완 케노비처럼 정말 멋지게 퇴장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맞아. 진짜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 전개였다고.”
“이야기의 복선을 잘 깔아뒀지. 마스터.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어. 그는 신이야.”
스윽, 스윽, 스윽.
코믹북 너드 가이들이 제각각 안경을 밀어 올렸다.
빌은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너희를 ‘소집’한 데는 이유가 있다.”
“뭐지. 내 시간을 빼앗다니.”
하우스 키퍼(집 수호자)인 데이빗의 말에 빌이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여기 등장하는 ‘로드 두푸스’ 말인데. 우리가 아는 ‘그 녀석’인 것 같지 않나?”
너드들의 몸이 흠칫 떨렸다.
“어, 어이어이! 농담하지 말라고!”
“우연이겠지! 그 녀석일 리가 없잖아!”
“제길, 그 녀석이 진짜 이 로드 두푸스면······!! 부럽다!!”
“확인해 볼 필요성은 있을 것 같다. 만약 이 두푸스가 그 녀석이라면, 신 작가가 주최한 세션에 참가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
“······.”
그 ‘추측’까지 들은 코믹북 너드 가이들의 몸이 완전히 굳어졌다.
7화까지 이어진 ‘Princess quest’를 읽으며 신 작가의 어마어마한 팬이 된 그들.
그런 상황에서 빌의 추측이 가지는 의미는, 간단했지만 엄청난 함의를 담아냈다.
어찌 보면 ‘신 작가’를 직접 만날 수도 있는 상황.
“문제는, 그 녀석이 지금 두 달째 이 코믹북 스토어를 안 오고 있다는 거다.”
“총에 맞았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에 데이빗이 경악했다.
그리고 너드들의 회의를 듣고 있던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사장, 키튼은 생각했다.
‘진짜, 다 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들은 진지했다.
[ 로드 두푸스의 최후 (5) > 끝(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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