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94)
94.
나는 공포란 이해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해는 공감의 감정이었다. 그것이 형성되는 순간 공포심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연민이 대신하며 대응의 여지를 갖추게 된다. 그래서 나는 ‘Mother’를 쓸 때도 1부의 마더나 2부의 정신병 같은 공포 요소를 읽는 독자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로 느껴지게 노력했다.
그리고 ‘Princess quest’에서도 그런 방식을 쓸 예정이었다.
역전의 용사인 로드 두푸스조차 쉽게 대응할 수 없었던 검은 점액질과 그 너머의 세계.
나이츠 오브 더 위즈덤 사에 보내는 원고에서 나는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설명하기에 앞서, 미노스의 시점으로 소설을 작성해 그곳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코즈믹 호러’라고 하는 콘셉트를 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차근차근 빌드 업을 해서 작품 후반부에 터뜨릴 미지의 공포. 회사 측에서 그 뒤로 내가 작성한 구체적인 설정을 읽을 때 작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즐겨줬으면 했다.
그리하여 대략 500 단어 남짓한 분량으로 작성된 단편 원고는, 베르그의 마법 스크롤이 폭주하면서 최후를 맞이한 미노스가 아공간 너머로 도착한 세계에서 겪는 이야기를 공포 소설처럼 묘사했다.
당연히 그 캐릭터를 플레이한 사이먼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허락을 맡았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저도 보여주세요!’
그리하여 건즈 앤 소드 매거진의 아서 앞으로 우편을 한 통 보낸 뒤, ‘Princess quest’를 담당하고 있는 줄리아, 사이먼에게도 복사한 원고를 각각 팩스로 보냈다.
줄리아나 아서는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정도로만 짧게 회신했으나, 사이먼의 반응은 남달랐다.
[······작가님, 이거 공식 설정입니까?]“어, 아마 그렇게 되겠죠?”
학교가 끝난 뒤의 가게.
나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진지한 그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역시, 죽었다고는 해도 자신이 오랜 시간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해 온 캐릭터가 그런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 만약 그렇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절대로 들지 않았다.
이 상황을 당연히 좋아할 테니까.
[제가 이런 영광을 누려도 될까요?]예상했던 대로 사이먼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식 설정에 자신의 캐릭터가 편입된다. 팬이라면 그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굉장히 멋진 일이었다.
더군다나 제대로 된 TRPG의 플레이어라면 자신의 캐릭터를 소중하게 여길지언정, 그들이 항상 멋진 결말만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다.
이 캐릭터의 설정과 스토리에 걸맞은 결말.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7레벨 하프 오크 파이터 ‘미노스’가 맞이한 결말은 정말로 훌륭했다.
약간은 무식한 떠돌이 용병이었던 그는 돈에 혹해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 확인조차 않고 마법사 베르그와 결탁했다. 그 끝에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고 마지막까지도 편안해지지 못했다.
[진짜, 진짜 이거 너무 멋진 이야기잖아요. 제가 오랫동안 플레이해 온 캐릭터의 최후로 이만큼 훌륭한 결과가 있을까 하네요. ······거기다가 공식 설정으로까지 편입이 된다니!!]“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요! 작가님이 구상한 이 ‘심연’이란 설정이 KOG를 확장하면서도 기존 세계관과 잘 어울려서 굉장히 흥미롭고 좋았어요. 그 세계를 떠돌다가 결국에는 수없이 뻗어 나오는 손에 먹혀 검은 점액질이 되어가는 미노스의 모습과 심리를 담은 소설도 정말 재밌었고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던데요? 하하.]“미노스의 캐릭터가 이 공포를 묘사하기에 정말 좋더라고요.”
돈과 음식, 그리고 폭력.
그 순수한 뇌만큼이나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왔던 미노스는 난생처음, 아니, 사실상 죽기 직전에서야 비로소 처음 겪는 그 압도적인 공포에 점점 미쳐갔다.
그는 자신이 원래 살던 세계와 굉장히 흡사한, 하지만 온통 잿빛으로 물든 이곳에서 도망을 거듭하다 결국, 수많은 손에 붙잡힌다.
그리고 그 절규를 끝으로 짧은 소설은 막을 내렸다.
[그 소설을 보고 나니 이어지는 설정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검은 점액질에, 사람의 손과 온통 잿빛뿐인 세계. 끝없이 확장되며 창조되기를 거듭했다가 이내 허무하게 사라지고 마는 인간 세상의 오브제들. 누구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거인이 나타나 지면을 휩쓰는 모습까지.]사이먼의 감상을 들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그럴 만하지.’
호러 장르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로, 긴장감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오는 안도감도 존재했으니.
미노스라는 캐릭터에 이입해서 읽으며 내가 묘사한 세계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쾌감에 사로잡혔던 사이먼은, 원고 구성상의 해소를 겪으면서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지.
의도했던 아웃풋이 그대로 나와서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이후로도 한창 신이 나서 글에 대한 감상을 말해주는 사이먼.
아직 시카고 쪽에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
『어둠을 상징하는 찬탈자, 라미아를 따르던 이가 존재했다.
이름이 지워진 신으로부터 세계를 찬탈한 라미아를 마음 깊이 따르던 인간 흑마법사, 커스.
그는 신이 자신의 오만함을 표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남겨둔 흔적을 모두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태양과 달, 별을 끌어내려서 깨부수고, 오직 인간이 정벌하고 이용할 수 있는 땅과 바다, 용암 같은 것만을 남겨 인간만의 세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들은 라미아는 커스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물러가라 이야기했다.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제대로 된 이유조차 말하지 않은 채.
하지만 커스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커스를 가만히 지켜보던 라미아는 이내 그에게 저주를 내렸다.
커스는 그의 바람대로 태양과 달, 별, 그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 갇혔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다.
혐오에 빠져 그런 당연한 진리를 등한시했던 커스는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그 공간에 버려졌다. 자신의 생살을 씹어 굶주림을 견뎌내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 사라진 이곳에서 라미아를 원망하며 영원히 고통받았다.
결국 커스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그의 존재는 어둠에 스며들었다. 칠흑보다 더 어두운 곳으로 끝없이 떨어지면서 심해의 해류처럼 퍼져갔다. 그리고 신들의 시체가 버려진 공허에까지 맞닿았다.
그는 새로운 뿌리이자 근원이 되었으며, 자신이 증오하던 태초의 원형과 하나가 되었다.
‘심연’의 탄생이었다.』
“멋진데요?”
거기까지 읽은 크리스 다나카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텍스트 디자이너로서 그의 업무는 말 그대로 규칙서에 들어가는 모든 글자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편집자인 동시에 작가였으며, 총괄 디렉터인 잭 댄포스와 함께 주로 이야기를 상상하며 글을 썼다.
그런 그가 보기에도 신 작가가 보낸 원고는 굉장히 훌륭했다.
내용도 흥미로웠고, 문장도 깔끔했다.
“더 읽어봐.”
회의실 안, 담배를 피우며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잭.
크리스의 ‘스포일러’대로 원고를 받아 먼저 읽어본 그는 연신 웃기만 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원고를 읽는 크리스 다나카.
커스는 인간의 격을 벗어나 일종의 개념이 되었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흑마법의 비밀스러운 한 갈래가 되었다. 그 마법은 라미아가 신격 중 하나가 될 만큼 영원과도 같은 세월이 흐른 뒤에 비밀스럽게 한 귀족 가문을 통해 발견되었다.
그게 바로 제이나의 가문······.
“엥?!”
“크하하하! 어떠냐! 걸렸지?!”
“제, 제이나가 이 심연하고 연관이 있어요?!”
“이제야 진짜 스포일러를 당했구나. 크리스.”
사악하게 웃는 잭.
그 앞에서 완전히 당해버린 크리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납득했다.
“······하긴, 영 말이 안 되는 설정은 아니네요. 로드 두푸스가 제이나가 소환에 실패할 때마다 나오는 임프 같은 괴물을 보고서 어딘가 좀 이질적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제이나가 계속해서 이상한 꿈도 꿨으니까.”
“독자들도 뭔가 있겠구나 예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게 뭔가······ 우리 입장에서는 확실시되니까 어딘가 즐길 수 있는 부분 하나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단 말이지.”
“뭐어, 그래도 아예 기대가 안 되는 건 아니네요.”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채, KOG 세계관의 ‘노 원’으로서 세상을 떠돌다 클레어를 만나면서 조금씩 자신이 인정받는 경험을 하는 제이나.
세상 물정에 어두운 클레어 역시 제이나와의 모험을 통해 좁았던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겪는다.
이 두 사람의 관계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설정을 버무리자, 그것만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독자들은 클레어와 제이나라는 캐릭터에게 큰 애정을 품고 있었다.
‘Princess quest’는 작품 자체의 재미와 더불어, 캐릭터 자체를 사랑스럽게 그려내 그 부분이 작품의 포인트 중 하나였다. 독자들은 클레어와 제이나의 우정이 계속되기를, 두 사람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랐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은 제이나가 일행이 그토록 쫓았던 ‘심연’과 연관된 존재란 게 밝혀진다?
‘어라?’
순간 고개를 갸웃거린 크리스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잭을 바라보았다.
“이거 설마, 나중에 클레어랑 제이나가 입장 차이로 치고받으면서 서로를 끝내 죽이고 마는 그런 전개로 끝내지는 않겠죠?”
“작가가 미쳤다고 그러겠어? 지금까지 묘사된 이야기만 보더라도 이건 그런 문제를 이겨내고 화합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야. 이 부분도 그걸 위해서 쓰이겠지. 난 그래서 마음에 들어.”
“확실히 그렇게 끝난다면 메시지가 좀 더 강해질 것 같긴 하네요. ······저희가 짜놓은 신의 설정이 코즈믹 호러풍이긴 한데, 또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대항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하는 건 저희 세계관에 그다지 맞지 않아서 고심이 많았었잖아요. 이거, 무척 절묘한 해답이에요.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핫케이크 위에 한 장 더 얹고, 초콜릿 시럽을 조화롭게 끼얹은 느낌?”
“작가가 왠지 그 부분까지 고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에이, 설마요.”
“그렇겠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나 정확히 우리가 기획해 놓은 ‘Other worlds’와 콘셉트가 겹치냐. 무슨 예언자라도 되나?”
“어쨌든, 그쪽도 이기고 우리도 이기는 그림 같은데요. 언제 계약하실 거죠?”
“너희는 괜찮겠어? 일정 빠듯해질 텐데.”
“뭐, 어쩔 수 있나요. 지금 신 작가님이 주신 원고 수정해서 저희 쪽 기존 규칙서와 비슷하게 문장도 다듬고 하려면, 연말까지 풀 야근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커피랑 도넛쯤이야 디렉터님이 사주시겠죠.”
“얼마든지 사주지.”
씨익 웃으며 대답하는 잭.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윗선에 계약 허가를 받고,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신 작가와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그 전에 팩스로 그쪽에다 계약 조건을 확실히 제안해야겠지 싶었다.
***
한가로운 주말.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대략 25~29도 정도로 비교적 온도가 일정한 편이었지만, 이따금 태양이 높게 뜬 날에는 밖에 나가기 귀찮아질 정도의 더위가 눅눅히 내리 앉았다.
그럴 때 우리는 밖에서 활동하기보다 누군가의 집에 모여 아이스크림 바와 스낵, 소다를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는 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에어컨이 있는 로드 두푸스의 집이 선택되었다.
그는 현실에서도 공작이었다. 배경적인 측면에서.
아무튼 별거 없는 하루라도 친구들과 지내면 즐거운 법이었다.
‘거기에 따로 할 말도 생겼고.’
Knight’s of the wisdom 사로부터 회신이 돌아왔으니까.
사실 처음에는 가볍게 대화하면서 보드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두피가 우리가 한 명 한 명 도착할 때마다 못 끝낸 일이 있어서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가져온 물건으로 딱히 이야기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두피는 허겁지겁 꿀을 퍼먹는 곰처럼 큰 등을 웅크린 채 책상 앞에 앉아 꼼지락대는 가운데, 그 뒤에서 나는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면서 가져온 원고를 확인했다.
지우는 이따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가져온 베이스를 쥐고 헤드폰을 낀 채 연습했다.
알렉사는 패션 잡지를 읽는 것 같더니,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지우 옆으로 가서 헤드폰 외부에 귀를 대 음악을 훔쳐 들었다. 지우는 연주에 집중하는지 딱히 반응도 않았고, 알렉사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두피가 건설한 ‘마운틴 오브 너드(Mountain of nerd)’를 쓰윽 둘러보고는 두피 뒤로 가서 까치발을 들어 뭘 하는지 보고 돌아왔다.
발소리가 날 때마다 그 모습을 힐끗힐끗 보며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나는 실버타운에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옆자리 노인에게 묻는 노인처럼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어땠어?”
“지우의 연주는 좋았고 콜렉션은 신기했어.”
“두피는 뭘 하고 있어?”
“뭔가, 조그마한 사람 같은 걸 조립 중이던데?”
더블 스파이 피규어인가.
슬쩍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뒷목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두피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얼음을 탄 소다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고개를 숙인 채 원고를 읽어나갔다. 혹시라도 오탈자나 원치 않은 문장이 발견되면 타자기로 한 페이지를 모조리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는 당연한 작업이지만, 워드 프로세서를 썼을 때의 감각 때문인지 영 껄끄럽달까.
나를 옆에서 빤히 바라보던 알렉사가 물었다.
“신.”
“응.”
“나랑 나가서 뛰자.”
“와. 진. 짜. 너. 무. 재. 밌. 겠. 다.”
“······나빠.”
뾰로통해진 알렉사.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 밖은 32도였다. 무려. 나가면 타죽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들 각자의 일을 하며 소다를 마시고 가끔가다 과자를 집어 먹고.
그러다가 두피가 꿀을 먹다가 벌에 눈을 쏘인 곰처럼 활짝 기지개를 켰다.
“다 끝냈다!”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돌아보았다.
“미안하군. 친구들. 물감과 접착제가 되도록 균일하게 마르려면 한 번에 마무리하는 게 나아서 말이야.”
“괜찮아. 우리도 덕분에 쾌적하게 쉬었는데.”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의 세계에 빠져볼까?”
바로 그때였다.
“나, 아이스크림.”
알렉사가 손을 들며 의견을 피력했다. 날씨에 걸맞은 훌륭한 생각이었다.
우리는 냉장고에서 각자 골라온 아이스크림 바를 가져와서 먹기 시작했다.
알렉사는 민트초코, 지우는 딸기, 나는 바닐라, 두피는 소다.
입 안에 퍼지는 차가운 달콤함.
그리고 나는 바로 이 순간이 오늘 해야 할 이야기를 꺼내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나 할 말 있음.”
“무엇이지?”
“‘Princess quest’ 공식 설정 편입에 대해 논의하다가 어떤 회신이 왔는데, 너희가 플레이했던 캐릭터를 NPC로 만들어서 규칙서에 넣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더라고. 이번에 확장되는 새로운 배경에 대해 알 수 있게 하는 요소로 사용하기 좋을 것 같다고.”
“······!! R2-D2를 포장하겠다!”
“아, 아니. 기다려 봐. 여기에서 끝나지 않으니까.”
나는 벌떡 일어서려는 두피를 제지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하나 더. 마찬가지의 이유로 우리가 플레이했던 ‘Princess quest’를 기본 제공 시나리오로 넣고 싶은 모양이야.”
알렉사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고 내가 지목했다.
“응, 알렉사.”
“저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됨.”
나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클레어는 이제 연예인이야.”
“연예인보다 낫다! 강철 부츠를 휘날리며 오크의 골통을 부수는데!”
“············어, 거절해도 될까? 안 그래도 부모님이랑 덴젤이 요즘 들어 나를 클레어라고 부르기 시작해서 말이야.”
“규칙서는 두피나 빌, 아니면 나 같은 사람만 봐서 그쪽이 절대 안 볼 텐데.”
“아, 그럼 오케이.”
바로 납득하는 알렉사.
다음은 지우의 차례였다.
내가 말하는 내내 눈을 반짝거리고 있던 그녀가 손을 번쩍 들었다. 신난 햄스터 같아서 귀엽다.
“응, 지우.”
“저, 저 제이나에게 기타를 들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나온 말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중세풍 소드 앤 소서리에서 기타를 치는 흑마법사라.
어떤 의미로는 재미있겠군.
[ Knight’s of the wisdom company (4) > 끝(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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