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95)
95.
나이츠 오브 더 위즈덤 사에서 내게 요구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Other worlds’라는 새로운 확장판 규칙서에 담길 시나리오 하나를 만들어 달라.]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론, 여러 작업이 필요했다.
특히나 작가는 자신이 가진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 신이 되어 그 세계의 역사를 상상해야 했다. 괜히 ‘J.R.R. 톨킨’의 작품이 그렇게 추앙받으며 톨키니스트가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하나의 세계를 ‘완벽하게’ 창조해 냈으며, 그것은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작품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내게 요구된 작업은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세계’가 아니라, ‘시나리오’였으니까.
‘KOG라는 기존의 세계관 위에 건물을 하나 올리는 개념이라고 해야 할까.’
바닥에 기존의 KOG 세계관이 깔려 있으므로, 그 위에 건물 하나를 올리는 일쯤이야 비교적 쉬운 작업에 해당했다.
기존에 나와 있던 KOG 세계관에 내 상상력을 덧붙이는 작업은 마치 팬픽을 쓰듯이 즐거웠다. 친구들과의 플레이 기록 역시 거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래.’
생각하면 할수록 ‘Princess quest’는 나 혼자서 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에게 캐릭터의 사용 허가를 맡고 실컷 보드게임을 하면서 논 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대낮의 더위가 다 무엇이었냐는 듯이 밤이 되자 캘리포니아는 선선해졌다.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캘리포니아의 새벽 공기.
모두가 잠든 이때가 내가 집중하기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나는 일단 친구들이 ‘요구’했던 바를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 업무적으로 표현하면 뭔가 좀 웃기는데.’
어쨌든 각자 룰북에 실릴 자기 캐릭터가 어땠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말하기는 했으니까.
처음에 떠올린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우였다.
‘제이나도 저처럼 기타를 쳤으면 좋겠어요!’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오는 햄스터 클라이언트처럼 말했던 그녀.
하지만 그걸 말이 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작가의 일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아이디어는 금방 떠올랐다.
‘제이나를 음유시인으로.’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 같기는 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KOG 세계관에는 ‘듀얼 클래스’나 ‘멀티 클래스’라고 하는 개념이 딱히 없다는 사실이었다.
캐릭터의 직업을 변경하는 ‘듀얼 클래스’나 복수로 가지는 ‘멀티 클래스’는 1977년에 발매된 D&D의 확장판 개념인 ‘Advanced D&D’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이걸 이렇게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니, 왠지 내가 좀 싫어졌다.
어쨌거나 정해진 신분과 위치를 중시하는 KOG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신분이 상승하는 행위 자체가 그 세션 하나하나에 특별함을 부가하기 위한 장치였다. 일반적으로 KOG 세계관의 인물은 정해진 위치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며 살아갔다.
‘뭐, 신분 상승은 있으면서 듀얼, 멀티 클래스는 없는 것이 자기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내후년쯤에 나올 확장판에서 추가되기는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내가 그 부분을 제시하는 방법도 물론 있겠지만, 굳이 지금 건들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맡은 일은 어디까지나 ‘심연’이라는 세계의 설정과 거기에 어울리는 NPC 캐릭터의 조형, 규칙서에 제공할 기본 시나리오의 작성이었다.
자리에 앉아 곰곰이 여러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클래스 변경이 불가능하면 태생부터 음유시인으로 가야 한다는 건데.’
음유시인 제이나. 흑마법사 제이나.
그 두 가지가 머릿속에서 한데 얽혔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나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예 다른 캐릭터로 해 버려? 평행 세계로?’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게 말이 될까 싶었으나, 이내 흥미가 생겼다.
‘그래, 이게 맞지.’
‘Princess quest’의 결말에서 제이나는 클레어와 스탠을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고 심연 속에 홀로 갇힐 예정이었다. 그리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불명인 채로 심연 속을 떠돌고 있다.
추가 규칙서에 들어갈 정식 NPC 설정은 그렇게 가되, 기본 제공 시나리오에서는 그와 다른 과정을 거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흑마법사 제이나가 맞이할 결말은, 결국 저런 식일 테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느껴졌다.
‘정확히 말해서, 플레이어나 마스터가 직접 자신이 함께, 혹은 직접 플레이할 제이나를 고르게 만들면 어떨까?’
흑마법사 제이나로도 모험할 수 있고.
음유시인 제이나와도 모험할 수 있다.
‘재미있겠는데?’
마치 ‘IF’ 같은 느낌으로.
거기까지 결론을 내린 나는 구체적인 설정을 상상해 나갔다.
제이나가 바뀐다면 로드 두푸스나 스탠, 클레어와의 관계 설정도 바뀌어야 옳았다.
‘그래야 이야기가 개연성이 생기니까.’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방안이, 음유시인 제이나는 설정을 바꿔 처음부터 로드 두푸스의 양녀로 들이는 것이었다.
이 역시 괜찮은 생각 같았다. IF 시나리오의 참맛은 원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있으니까. 스파이더맨의 삼촌이 살아 있다든가. 배트맨의 부모님이 살아 있다든가.
······어째, 결말이 전부 이상하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로군.
대략적인 결론을 내리니 설정이 척척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만년필로 글을 써나갔다.
『어린 시절, 제이나의 가문은 금지된 비술을 썼다는 이유로 멸문당했다. 베르그의 손에 이끌려 도망친 제이나는 계속되는 병사들의 추격으로 어느 순간 홀로 남겨졌다.
그렇게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은 채 헤매고 있는 여섯 살 남짓한 소녀를 우연히 발견한 로드 두푸스는 제이나를 자신의 양녀로 들인다.
렝커스터 왕국의 공작이었던 두푸스 아래에서 제이나는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자라난다. 또한 아내를 전염병으로 잃고 홀로 살아가던 두푸스에게 있어 그녀는 다시 떠오른 태양과도 같았다.
하지만 때때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했다. 제이나의 손에 들린 꽃이 돌연 시들어 버리거나, 주변에서 날아다니던 나비가 갑자기 땅에 푹 고꾸라지거나.
그 현상을 기이하게 여긴 로드 두푸스는 왕궁의 궁정 마법사에게 제이나의 상태를 봐달라 의뢰한다. 그리고 마법사가 그녀에게 기초적인 주문을 걸어 확인해 보려던 그때, 제이나의 내부에 존재하던 거대한 무언가가 검은 점액질과 같은 형태로 똬리를 틀고 바깥으로 나왔다.
노련한 경험에 의해 로드 두푸스는 곧장 앞으로 나서서 마법사를 보호했으나, 점액질은 그의 좌반신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신성한 주문을 외워 겨우 그것을 퇴치한 두푸스는 고통으로 신음했다.
그렇게 몸의 절반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있던 로드 두푸스의 리타이어 설정을 이쪽으로 편입시키고.’
그에 따라 제이나가 음유시인이 되는 이유도 자연히 나왔다.
로드 두푸스는 제이나의 몸에 깃든 마(魔)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딸을 억압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라도 눈을 뗐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딸도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홀로 견디는 법을 터득한다.
그리하여 제이나는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악기로 연주하며 부르는 음유시인이 되었다.
오랜 훈련이 끝나고 자신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된 제이나는 아버지처럼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겠다며 의견을 피력한다. 딸의 성장을 차마 막을 수 없었던 로드 두푸스는 옆에 시종 겸 안내역으로 수도사 스탠을 붙이고 두 사람은 함께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선량한 정의감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음유시인 소녀.
이 기본 시나리오의 제이나라면 클레어와 만났을 때 마찬가지로 죽이 잘 맞을 것 같았다.
거기다 직업적 이미지도 뭔가 잘 어울렸다.
음유시인인 제이나가 뒤에서 열정적으로 류트를 치고, 무희인 클레어가 화려하게 춤춘다.
그리고 적들이 우수수 쓰러진다.
······뭔가, 일반적인 소드 앤 소서리의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지만. 아무렴 어떠랴. ‘Princess quest’를 읽을 사람이라면 이쪽의 버전도 사랑해 줄 것이다.
당찬 두 소녀가 숨겨진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글을 써나갈수록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느꼈다.
***
기상 악화로 인한 난기류가 마치 탈수기처럼 비행기를 탈탈 털었다.
그럼에도 잭 댄포스는 백팩에 넣고 탄 잡지와 그쪽으로부터 도착한 자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상황이 아무리 급박해도 인간은 흥미가 생기면 집중하는 법이었다. 그는 비행기 탑승 전에 서점에서 구매한 건즈 앤 소드 매거진과, 그쪽에서 보내준 자료를 정신없이 읽었다.
‘Princess quest’ 10화.
망자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는 마법사, 베르그의 흔적을 쫓아 셸딤 왕국의 서부로 나아가는 일행. 9화에서 공포를 이겨내고 탐색을 무사히 끝마친 뒤, 클레어와 스탠의 사이도 어느새 많이 누그러들었다.
일행은 킹 오셀롯의 무덤 앞에 도착해 하룻밤 야영했다. 그리고 제이나는 그동안의 악몽 중에서 가장 불길한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안색이 안 좋다며 걱정하는 클레어에게 악몽을 꿨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숨겼다. 평소에도 그런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으니까. 지금껏 마주한 모든 단서가 킹 오셀롯의 무덤 안에 베르그가 있음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 무덤 앞까지 온 이상 더 이상 괜한 일로 마음 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행은 차근차근 정비를 끝마치고 다시 나아갔다.
킹 오셀롯의 무덤 근처 숲은 뒤숭숭했다.
세 사람은 알 수 없는 오싹함을 여러 번 느꼈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에서 그러하듯이,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걸 유령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에서 제이나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소환한 헬베로스가 돌연 숲 너머로 달려 나갔다. 일행의 불안한 감정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황급히 그 뒤를 쫓아간 일행은 헬베로스에게 제압당한 무덤지기와 마주쳤다.
수상한 곳에 있던 그를 심문하는 일행.
클레어와 스탠은 기억을 잃었다고 말하는 무덤지기를 수상히 여기며 냉철한 판단을 내리려 한다. 하지만 자신 역시 똑같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갖지 못한 자로서 동질감을 느낀 제이나는 그를 무덤의 안내에 동행시키고자 한다.
거기에서 처음으로 클레어와 제이나 사이의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이전과는 달리, 밝은 분위기를 상당 부분 도려낸 10화는 소설을 계속 읽어온 잭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것은 마치 비극의 예열처럼 느껴졌다.
일행은 결국, 제이나의 설득에 힘입어 무덤지기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본격적인 탐색이 시작되었다.
“크으으······.”
다시금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감탄에 빠진 잭은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고 계속해서 소설을 읽어나갔다.
『“아가씨의 말도 맞소.”
무덤지기는 횃불을 든 채 중얼거렸다.
“나는 지금까지 무덤지기로 지내면서 이곳의 구조는 알아도 항상 안으로 들어오는 건 꺼려왔지. 하지만 맞는 말이오. 내가 할 일을 위해서는 이런 일도 해야 하는 법이야. 두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라고.”
어깨는 잔뜩 움츠린 채였으며, 그림자가 일렁인 것만으로도 흠칫 놀랐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일행에게 길을 안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할 일······.”
그의 말에 제이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신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상하게도 이곳은 꺼려졌다. 간밤에 꾸었던 악몽도, 기억을 잃은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강박도, 계속해서 마음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제이나.”
“네, 클레어.”
가시 함정 너머에서 손을 뻗어오는 클레어.
그녀의 손을 잡고서 제이나는 조심스럽게 건너갔다. 약간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순간 어색해질 뻔했던 두 사람의 사이는 그것만으로 다시 봉합되었다.
두 사람이 지금껏 함께 해왔던 모험은, 두 사람에게 있어 무엇보다 진실된 것이었다.
클레어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낸 제이나를 존중했고, 네 사람은 무덤을 통해 되살아나는 이들을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희망이 조금 드리웠다.
제이나는 기억을 잃은 자신이 아니라, 클레어와 함께한 모험을 통해 단단히 쌓아 올린 자신을 믿었다.
그렇게 대형 회랑으로 나아간 일행은 제단 위에서 의식을 진행 중이던 베르그를 발견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무덤지기는 사실 베르그가 되살려낸 시체 중 하나였다. 그의 마법은 인간과 죽은 자를 구별할 수 없게 만드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충격에 빠진 일행. 개중에서도 제이나가 느낀 충격은 다른 두 사람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
이 끔찍한 상황에 제대로 된 반응도 하기 전, 베르그는 무덤지기의 머리를 터뜨리며 미친 듯이 웃었다.
이윽고 검은 점액질이 사방에서 스멀스멀 기어 오기 시작하며 10화는 마무리되었다.
잭은 무릎을 탁 쳤다.
‘이래야 라스트 보스답지!’
벌써부터 다음 화가 보고 싶어졌다.
제이나의 행동은 산산이 부정당했다.
자신을 믿고 싶어 무덤지기를 믿어 주었던 그녀의 마음을 베르그는 시궁창에 빠뜨린 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 게다가 스스로 의도한 행위는 아니었으나, 일행 전체를 크나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클레어는 뭐라고 반응할까? 스탠은?
그리고 제이나는 대체 무엇이지?
이렇게 긴박하게 끝내놓고, 11화는 어떻게 전개할까?
많은 의문을 남긴 채로 마무리된 10화.
코믹북 스토어의 사람들이나 다른 독자들은 모두 SEEN을 저주하면서 또 2주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으나, 그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업계 관계자로서 이후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파악해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신 작가로부터 도착한 다른 원고까지 읽은 만족감에 잭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제이나에게 또 다른 설정을 부여해 평행 세계로 간다라. 뭐, 나쁠 거 없지.’
이렇게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수요가 있을 테니까.
게다가 IF를 넣어 ‘로드 두푸스의 딸로 키워진 제이나’라는 부분이나, 그에 따라 변형된 로드 두푸스의 서사 역시 훌륭하게 느껴졌다.
만약 시나리오에 로드 두푸스가 포함되었다면 굉장한 ‘OP’ 유형의 캐릭터였을 터였다. 레벨이 무려 18에, 차고 있는 장비와 주문도 묘사에 의하면 상당히 뛰어났으니까.
그러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초반부터 배제하는 점이 참으로 영리하게 느껴졌다.
‘여러모로 훌륭한 작가란 말이야.’
단순히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외적인 부분도 확실히 신경을 쓰는 듯했다. 물론, 글 몇 자만으로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말이다.
이미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 만큼 많은 기대감을 충족시킨 ‘SEEN’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며, 잭은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지는 5시간가량의 비행을 즐겼다.
······아니, 사실은 그러지 못했다.
“우, 우웨엑!”
사정없이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두 개의 원고를 정신 없이 읽은 대가로, 비치된 멀미 봉투를 집어 들어 이륙 전에 먹은 타코를 게워 내야 했으니까.
[ Knight’s of the wisdom company (5) > 끝(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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