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96)
96.
잭 댄포스.
맞은편에 앉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확신했다.
‘그 남자다.’
KOG의 아버지.
40주년 기념 영상에서 이름이 자주 언급되었던 ‘신입 사원’.
생생하게 바라본 젊은 얼굴 앞에서, 과거에 본 영상이 파노라마가 펼쳐지듯 머릿속에 잇따라 떠올랐다.
······아니, 시기적으로 보면 이쪽이 과거이기는 한데, 어쨌거나 전생의 기억이 있는 내게는 옛날의 일이니까.
그 영상은 쌓이고 쌓인 역사책의 페이지를 펼치듯, ‘Knight’s of the wisdom’이 40년의 세월 동안 어떤 결과를 이루어 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뮤직을 시작으로 평원 아래에 모여선 군대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세 국가 중 하나인 리네르 왕국의 깃발이 드높이 치솟았다.
르네르 왕국군은 용맹한 장군의 진두지휘 아래 돌진했다.
그리고 반대편에 있던 다른 군과 충돌이 이루어졌다.
Boom-!
암전.
곧이어 다시 빛이 찾아오고, 모험가들의 탐색을 묘사한 그림이 지나갔다.
1980년대의 일러스트부터 시작해, 2020년대의 일러스트까지.
화풍의 변화와 함께 그림은 라이브 2D 기술이 적용되어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 영상을 보면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저 상상의 산물에 불과한 세계가 이토록 깊이 있는 서사를 쌓아 올릴 수가 있다니.
여러 작가와 삽화가, 기획자 등이 모여 만든 이야기는 40년에 걸쳐 실제 이런 세계가 존재하더라도 놀랍지 않겠다 싶을 정도의 영역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나는 그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신입 사원’ 잭 댄포스의 이야기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아동 교육 관련 출판사의 방향성을 바꿀 정도로 대박이 난 ‘KOG’를 처음 제시한 남자.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과거로 돌아와 그런 사람과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크나큰 영광이었다. 전생에 이때의 나는 TRPG의 세션을 진행해 보기는커녕, 같이 플레이할 친구조차 제대로 없어서 규칙서만 사서 읽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랬던 내가 이제는······ 크으.
내심 감동에 빠져 있던 찰나, 그가 입을 열었다.
“이야, 이거 참. 오는 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네?”
“캘리포니아로 오는 비행기에서 작가님 보내주신 원고하고 10화를 너무 재미있게 읽다 그만 멀미가 나서, 비행기 타기 전에 먹은 타코를 완전히 다 게워내 버렸지 뭡니까. 하하하!”
첫 만남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으며 호탕하게 웃는 잭 댄포스.
순간 내가 느끼던 모든 감동과 영광스러운 마음에 살짝 금이 갔다.
“······.”
생각보다 훨씬 더 호탕하고, 과도할 정도로 솔직한 사람이군.
***
시간은 흘러, 깊고 어두운 밤.
어느 한 남자의 방.
“Frrrrrrr······.”
한바탕 작업을 끝마친 두피 킹스턴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책상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둔 상태에서 두 시간이 넘게 작업에 집중했던 그는 뒤늦게 몰려드는 짙은 피로감을 느꼈다. 안경을 들어 올려 눈을 가볍게 비비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파츠가 잘 붙지 않아 고생을 좀 했다.
‘역시, 아직 갈 길이 멀군.’
아버지의 장난감 회사에 외주 디자이너로 몇 가지 작업을 진행했지만, 두피는 인정받는 한편 자신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좋은 재료와 복잡한 디자인을 써서 팍팍 진행할 수 있는 자신의 작업과 양산에 중점을 둬야 하는 장난감은 크게 달랐다.
그래도 그러한 차이까지 조금씩 알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오늘도 하나를 배웠다.’
두피는 만족스러움이 담긴 두툼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을 위한 무독성 접착제는 접착력이 떨어져 큰 파츠를 붙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파츠 사이에 핀을 꽂아버리면 단가가 올라갔고, 그것은 판매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굳이 그러한 리스크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두피는 두 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하나는 아예 파츠 자체를 통으로 제작하는 방식. 하지만 그 경우 금형을 제조할 때 디테일을 포기해야 했다.
다른 하나는 접착 방식 자체에 변화를 주는 방식. 그것을 위해서 두피는 평소에 쓰던 접착제와 무독성 접착제를 섞여서 여러 실험을 거듭했고, 답을 내렸다.
두 접착제는 섞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예 층을 나누자.
말인즉슨, 접착 부위의 안쪽에는 일반 접착제를 바르고 그 주변에 원형으로 무독성 접착제를 쓰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면 일반 접착제가 밖으로 새어 나올 염려가 줄어들고, 접착력도 순식간에 상승했다.
이제 남은 건 접착제가 마른 뒤의 강도 테스트뿐이었다.
무언가에, 그것도 좋아하는 일에 몰두한 이후에 찾아오는 이 피로함은 어느새 두피의 삶에서 깊은 낙이 되었다. 원래도 장난감 만드는 일은 취미로 종종 즐겨왔으나 이처럼 하나의 일이 되자 책임감도 느끼고 의욕도 생겼다.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해준 신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언제나 두피에게 큰 영감이 되어주고는 했다. 그것은 이번 ‘Princess quest’도 마찬가지였다.
“아.”
잠깐 눈을 감고 있던 두피는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자신이 아직 ‘Princess quest’ 10화를 안 봤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손이 안 뜯은 감자칩 너머에 있던 건즈 앤 소드 매거진을 쥐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펼치고 권두 일러스트 다음으로 가장 먼저 나오는 신의 소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내 친구가 이런 소설을 썼다니.’
그 소설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다니.
그리고 자신과 알렉사, 지우가 이 소설의 등장인물로 나오다니.
소설을 읽으면서 기존에 했던 플레이를 상기하기도 하고, 신이 각색한 부분과 원래 플레이하던 세션의 차이를 느끼며 왜 그렇게 했는가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미소를 지은 채 소설을 읽어나간 두피는 일행이 킹 오셀롯의 무덤 안으로 들어갈 때의 묘사에 감탄했다.
‘세션에서는 이 정도로 무덤지기와 제이나의 관계를 묘사하지 않았었는데!’
제이나는 기억을 잃은 무덤지기에게 동질감을 느꼈고,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후에 이르러 이런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버릴 예정이었다.
두피는 그 전개가 독자들에게 좋은 충격을 주리라 예상했다.
10화는 내내 어두운 톤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싸움은 치열했고 일행은 지쳐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베르그가 있는 거대 회랑에 도착한 시점에서 무덤지기의 머리가 폭발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었다.
“오늘도, 좋았군.”
손에 땀을 쥐며 소설을 읽었던 두피는 평상시와 같은 감상을 내뱉었다.
으스스한 킹 오셀롯의 묘지를 나아가며 각 캐릭터가 느끼는 공포. 그것을 이겨내고자 서로 자연스럽게 협력하면서 계속 희망을 붙들다가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파국으로 막을 내렸다.
‘아주 좋아.’
다음 화에서는 과연 어떻게 될까.
자연스럽게 그런 기대감이 들면서도, 뇌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조금, 이르지 않나?’
기억에 의하면, 이다음이 마지막 세션이었다.
격렬한 전투 끝에 베르그의 주문이 완성되며 검은 점액질에 먹힌 세 사람은 아공간 너머로 빨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지금껏 겪어본 적이 없었던 세계를 마주하게 되고 착란에 가까운 패닉에 빠진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모든 걸 깨달은 제이나의 희생과 함께 이야기가 끝난다.
이 과정을 세션으로 플레이했을 때는 그저 재밌기만 했어도, 소설로 쓸 때는 조금 더 묘사가 보충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10화에 베르그를 만나는 전개는 아직 좀 빠르지 않나 싶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단 하나.
‘설마, 신.’
여기에서 또 세션과 다르게 전개를 비트는 건가?
그 가능성을 떠올린 뒤 두피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도대체 여기에서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두피는 ‘Princess quest’ 10화가 끝나는 페이지를 펼쳐둔 채 한동안 고민에 잠겼다.
***
계약은 무사히 끝이 났다.
시카고에서 한달음에 날아온 잭 댄포스는 그 첫인상만큼이나 허물없이 내 작품이 아주 좋았다며 극찬하고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금액 역시 깔끔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1만 달러.
아무래도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다른 주에서는 내 경력이 딱히 계약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터라, 따로 협상하지 않고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Knight’s of the wisdom’ 사는 시카고에서 전국으로 작품을 발간하는 회사라, 사실 작품을 싣는 것만으로도 이력에 크게 도움이 될 터였다.
‘SEEN이라는 이름도 슬슬 캘리포니아 바깥으로 나가야지.’
미래를 생각하면서 돈에 대한 욕심은 잠깐 내려놓은 것이다.
그렇게 계약을 무사히 끝마치고 며칠 뒤.
줄리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3위예요.]“지난 호하고 똑같군요.”
[음, 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는데요.]“그런가요?”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그러자니 줄리아가 자신이 분석한 바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거 아세요, 작가님? 이번 화에 개그라고 불릴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물론, 의도한 바죠.”
[그럼에도 3위에요. 처음에는 소드 앤 소서리 장르의 패러디물로 여겨지면서 가볍고 유쾌한 모험물이라 사람들이 좋아했다지만, 이제는 이 소설이 가진 인기의 범주를 그렇게만 볼 수 없게 되었죠. 작가님이 의도한 분위기의 반전이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 같네요.]맞는 말이었다.
이야기의 분위기가 반전되려면 여러 가지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이 작품의 경우, 꾸준히 복선을 깔아두면서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리고 그들이 고난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독자들이 짜증을 내며 책을 내려놓기보다도 이야기의 전개 자체에 집중하도록 설계했다.
로드 두푸스의 영웅적인 희생과 죽음을 앞둔 분위기에 불평을 터트렸어도, 결국 그의 은퇴를 받아들이고 감동했던 것처럼.
나는 이 ‘코즈믹 호러’로 뒤바뀌는 분위기를 독자들이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한 자 한 자 주의를 기울였고, ‘Princess quest’의 인기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면 이제 여기에서 이 어두운 분위기를 제대로 활용해 ‘터뜨릴’ 때였다.
[······그런데 작가님,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뭐죠?”
[저번에 리플레이를 정리해서 보내주셨던 내용과 이번 주 목요일에 나갈 11화의 내용이, 상당히 다르단 말이죠. 좋은 의미로는 충격적이고, 나쁜 의미로는 진짜 이거 읽으면 독자들 멘탈이 산산이 갈려 나갈 것 같은데요. 작중 클레어와 제이나처럼. 음, 의도된 바죠?]“복선이 좀 불충분했을까요?”
[아뇨, 그러니까 복선의 문제라기보다는······. 하, 작가님. 악마예요?]“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고난이 있어야 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요. ······제이나의 가문을 멸문시킨 사람이 르네르 왕국으로부터 정치적인 사주를 받은 클레어의 아버지였다니.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그런가?”
[정말이지, 작가들은 독자가 받을 충격 같은 건 배려하지 않는다니까.]“하지만 제이나의 가문이 멸문당했다는 언급이 나왔으니 그걸 작품에서 활용해 줘야죠. 체호프의 총이라는 문학 기법도 있잖아요.”
[그걸 굳이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지내던 두 사람한테?]“말했듯이, 작품의 메시지에 더 힘을 주기 위함이라.”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세션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별개로 나는 소설에 나만의 색을 조금 더 불어넣고 싶었다. 그것은 오롯이 세션의 전개에만 기대지 않으려는 작가로서의 에고의 발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한 세션은 무척 즐거웠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조금 더 수렁으로 빠졌으면 했다.
그래도 줄리아까지 감정적으로 지적할 줄은 몰랐던 터라, 슬쩍 눈을 돌려 다시금 11화의 원고를 확인했다.
『‘프린세스’ 제이나.
그 호칭을 들은 순간, 일행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베르그는 십수 년에 걸쳐 계획하고 실행한 주문에 거의 다 도달했다는 마법적 황홀감에 취해 그동안 자신이 감춰두었던 모든 진실을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이곳까지 프린세스 제이나를 데리고 와줘서 고맙다! 프린세스 클레어, 과거에 네 아버지가 지은 죄를 네 목숨과 이 위업의 완수로 갚아라!”
그 말을 들은 클레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베르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호오, 그 표정을 보니 몰랐던 모양이지?! 네 아비가 제이나 님의 가문에게 한 짓을! 그 하찮은 왕국의 자치권을 인정받고자 르네르 왕국의 귀족 가문을 멸문시키지 않았더냐!!”
“나,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
“모른다고 해서 그게 죄가 아닐까?! 넌 제이나 님의 가문이 흘린 피로 인해 자란 곡물로 지금까지 호화를 누리며 살았지! 하, 어처구니가 없더군. 그런 네가 제이나 님을 동정하고 신분 따위는 상관없다면서 위선을 떨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베르그!! 스탠, 제이나······! 제이, 나?”
클레어는 애써 의지를 다잡고 배틀 부츠를 박찼지만, 두푸스에게 교육받은 대로 파티원의 협응을 확인하기 위해 옆을 돌아본 뒤 그 기세가 죽었다.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로워하고 있는 제이나.
그녀의 옆으로 다가선 헬베로스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려는 듯 코를 들이댔다. 늘 무뚝뚝하던 스탠도 혼란에 빠진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든 제이나는 클레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경악과 슬픔이 뒤섞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기억이 났어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자신에게 익숙한 흔적으로 가득한 장소.
모험이 계속될수록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악몽.
“저 사람의 말이, 맞아······.”
그리고 제이나는 마침내 떠올렸다. 가문의 영지를 짓밟던 소국의 기사들을.』
‘확실히 좀 너무한가?’
사실, 내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였던 쪽은 이 부분이 아니라 ‘베르그가 마지막에 자신의 모든 계획을 이야기하고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는 전개’ 그 자체였다.
그것은 내가 일반적으로 쓰던 방식이 아니었다. 애초에 미래에는 상당히 낡은 클리셰로 취급받는 전개였고, 인기작이 대놓고 이러한 방식을 쓴다면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런 식의 전개가 켜켜이 쌓인 시간 동안 너무 남용된 결과일 뿐이다.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획책한 최종 보스의 위엄을 살리기 위한 장치였다. 사건의 전말과 연출에 공을 들일지언정, 아직 코믹스나 소설, 영화 등의 매체에서는 이 전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는 과감히 이 전개를 선택한 것이었다.
[작가님?]“아, 네.”
[설마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니죠?]“······반쯤은 그랬는데요. 줄리아가 말은 항상 세게 하면서 어딘가 감수성이 여린 부분이 좀 있으시지 않나,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우후후후, 타자기는 잘 쓰고 계시죠?]“아, 옙. 너무나도 잘 쓰고 있습니다. 항상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처신 잘하라고요.]자신에게 빚이 있음을 어필한 줄리아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말아요. 주변에 작가님이 ‘SEEN’ 작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없으니까, 현실에서까지 원망의 소리를 듣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로드 두푸스 때처럼 엽서가 우르르 오긴 하겠지만.]“······뭐어, 그렇겠죠.”
나는 어딘가의 코믹북 스토어를 떠올리며 말을 줄였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소설일 뿐인데.
······체호프 씨. 제가 총에 맞진 않겠죠?
[ Get to the top > 끝(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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