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99)
99.
1982년 10월 14일, 목요일.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코믹북 마스터 빌의 호출을 받은 모두가 같은 시간에 코믹북 스토어로 모여들었다.
주유소 알바를 하고 있던 이부터 시작해서 멀끔하게 회사를 다니던 이로 이어져, 마지막으로 하우스 키퍼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던 너드 가이까지.
그렇게 모인 이들은 바로 그날 발매된 건즈 앤 소드 매거진에 실린 ‘Princess quest’ 15화를 읽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열었던 낭독회였다.
누군가는 참지못해 아침에 소설을 미리 읽었고 누군가는 낭독회 때 감동을 받고자 일부러 참았다. 하지만 대망의 클라이맥스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공유한다는 목적 앞에서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낮고 깊은 동굴 목소리의 소유자인 빌은 가감 없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15화를 읽어나갔다.
제이나는 꿈을 꾸었다.
아니, 꿈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눈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이나는 눈물과 함께 사죄드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저는 두 분에 대한 걸 잊고 지냈어요. 죄송해요. 제이나의 어머니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다. 제이나. 네 여정을 모두 지켜보았단다. 내가 죽기 직전에 바랬던 대로 되었구나.
“‘어머니······?’ 제이나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너드 가이 중 몇몇의 눈은 이미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낭독.
“‘너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으면 했어.’”
“으아아아아아아-!!”
너드 가이 중 하나가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좋은 부분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
“······후우. 진짜 미쳤군.”
“제이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친구는 원수의 딸.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을 수가.”
몸만 컸지 속은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던 너드 가이들 중 몇몇은 참지 못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럴 때 너드들은 눈물을 감추거나 숨기지 않았다. 좋은 작품을 읽고 거기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앞에서. 가상의 세계를 긍정하는 그들이 아니면 어느 누가 이럴 수 있을까.
빌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계속 소설을 읽어나갔다.
“‘어머니, 하지만······ 저는······.’ ‘다 알아. 많이 힘들었지. 괜찮아. 우리는 괜찮아. 제이나. 너의 마음을 따르렴. 우리와 함께한 기억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모험하며 만난 친구를 생각하렴.’”
“크으으으······!!”
“어머니이이이이-!!”
너드 가이들이 소설을 읽고 감격해 크게 소리를 질러대는 탓에 키튼이 대체 뭔가 싶어 슬쩍 플레이 섹션 쪽을 보러 왔다. 하지만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로 돌아섰다. 그래도 요즘은 덜 어지럽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의 시선 끝에 막 문을 열고 들어오던 신 작가의 모습이 비춰졌다.
“오······! 어서 오세요!”
주변에 다른 손님이 많아 티는 내지 못했지만, 키튼은 일부러 평소보다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이곳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잠깐 문을 연 채로 굳어져 있던 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문을 닫았다.
“시, 실례했습니다.”
“······?”
그의 행동을 또 이해하지 못하는 키튼.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본능이 신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지금 들어가면 산 채로 뜯어 먹힌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진 신은 그대로 뒤돌아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
“졌다아.”
건즈 앤 소드 매거진 근처에 있는 한 카페.
오늘 편집자와 미팅을 가지게 된 ‘레인보우 월드’의 작가, 윌 존스는 탈력감에 휩싸여 의자에 추욱 늘어졌다.
멀끔한 인상의 흑인 남성인 그는, 이제 막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나이였으며 번역가 일을 병행하면서 동시에 소설을 집필 중이었다.
본인이 직접 말하길,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는 작품이 바로 현재 건즈 앤 소드 매거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품 중 하나, ‘레인보우 월드’였다.
일반적인 소드 앤 소서리와는 달리,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몽환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유쾌하고 신비한 모험물에 가까운 하이 판타지인 그의 작품은 최근 들어 좀 좌초 중이었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편집자는 그걸 모조리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그 뿌리에는 신 작가의 ‘Princess quest’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편집부로 직접 찾아온 브이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신 작가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었다. 처음에는 안정적으로 중위권에 정착하는 듯했던 ‘Princess quest’는 중반부에 크게 분위기를 내리깔더니, 이제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윌 존스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담당 편집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 아직 모르잖아요?”
“아뇨, 이건 안 됩니다. 최근 읽어본 소설 중에 제일 감동했어요. 제기랄, 처음에는 배틀 부츠로 걷어차기만 하던 웃긴 글로 이렇게까지 빌드 업을 해서 멋진 이야기를 써내다니.”
“지금도 걷어차긴 하는데요.”
“근데 더 이상 웃기진 않죠. 감동적인 의지가 담겨 있지.”
윌 존스는 투덜투덜 설명했다.
이 이야기는 분명 가볍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제이나와 클레어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위기를 겪고 더 깊은 곳까지 나아갔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신 작가가 제시한 흐름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이 겪는 고통을 함께 공유하면서 오랜 세월 잊지 못할 감동을 얻었다.
윌은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의 15화를 기억하리라고 확신했다.
제이나는 애초부터 클레어를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혼란스러웠을 뿐이다.
그럼에도 상처를 주었다. 그게 너무도 미안해 사과하고 싶었다.
클레어 역시 여전히 제이나를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잿빛으로 물든 세계 안에서 두 사람은 쉽사리 대화할 수 없었다. 수없이 많은 손이 튀어나와 두 사람을 붙잡고 가로막았다.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되는 가운데, 두 사람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스탠이 나섰다.
그는 손과 함께 뻗어 나온 검은 점액질에 빨려 들어가면서도, 빛의 마법을 써 두 사람을 방해하는 손을 일순 쳐냈다.
마침내, 그의 도움으로 클레어와 제이나의 손이 맞닿았다.
그것은 마치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느껴졌다. 이 잿빛 세계 안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빛나는 듯했다.
서로 미안하다면서 사과하고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고.
그렇게 해후가 끝났을 때, 자신들이 현실과 다른 세계로 넘어와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클레어는 더 이상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실컷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클레어······.”
“널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제이나. 로드 두푸스가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우리, 실패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잖아?”
“아뇨, 실패하지 않았어요.”
“응?”
“베르그의 계획은 제가 이곳에 와서 ‘여왕’으로 즉위하는 거였어요. 그래야 대륙과 이 세계를 연결하는 게이트가 열리고 악마들이 침공할 테니까. 하지만 저는 즉위를 거부했죠. 클레어가 제 이름을 불러주고, 저를 찾아주고, 저를 구하려 해주었기 때문이에요.”
“하하, 그럼 우리 둘 다 인간으로서 죽을 수 있는 건가?”
“아뇨, 그것도 아니에요.”
제이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피 한 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클레어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이나, 너 피가······!”
“괜찮아요. ‘이해하면 안 되는 걸 이해해서’ 그럴 뿐이에요.”
이곳에 온 뒤로 제이나는 많은 걸 깨달았다. 왜 베르그가 자신을 택했는지,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곳의 망령들이 왜 자신을 여왕으로 추대하고자 하는지. 전부 다.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제이나의 등 뒤로부터 떠올랐다. 눈에 닿는 모든 것이 그 존재로 가득 찼고, 클레어는 돌처럼 굳어졌다.
그저 사람과 같은 형상을 한, 산보다도 훨씬 거대한, 마치 하늘 같은 존재.
그것이 천천히 손을 뻗어왔다. 팔을 휘둘러 지면으로부터 뻗어 나온 검은 손을 마구 움켜쥐었다. 마치 머리카락을 뽑듯이 거대한 존재의 손에 붙잡힌 손은 이내 그 몸에 흡수되었다. 클레어는 왠지 모르게 그 존재가 조금 더 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내 이런 시간이 계속되었다가는 저 존재가 인간의 세계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클레어는 제이나를 생각했다.
“위험······.”
“괜찮아요. 클레어. 저건 이곳에서는 자연적인 일이니까.”
어느새 제이나의 양쪽 눈이 붉게 물들었다. 클레어는 왠지 그녀가 사람이 아닌 존재로 변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든 제이나는 양쪽 손 모두가 잿빛으로 물든 상태였다.
“아, 아아······?!”
그저 그런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씁쓸하게 웃은 제이나가 말했다.
“이래서야, 마지막 악수는 나누지 못하겠네요.”
“제이나······! 제이나아······!”
“괜찮아요. 눈을 감았다 뜨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가 있을 거예요. 스탠도요. 제가 그렇게 할 거예요.”
붉게 변화했지만 그녀의 눈 안에 여전히 담겨 있는 선량한 마음이 단호하게 빛났다.
“당신에게 선언할게요. 베르그는 주문을 외운 대가로 죽었고, 당신은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어요. 클레어.”
“왜, 왜 거기에 너는 없는 거야?!”
클레어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이나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떠올랐다.
그 상태로 그녀는 클레어에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말을 남겼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클레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혼자 세상을 떠돌며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고 살았어요. 그런 저를 발견해 줘서 고마워요. 깊은 밤, 잠에 들지 못할 때면 옆에서 같이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그때 당신과 나눈 대화가 저에게는 그 어떤 대화보다도 값졌어요.”
친구를 향한 감사와,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을 향한 걱정이 뒤섞인 채로.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로드 두푸스에게만큼은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제이······!!”
클레어가 마지막으로 낸 간절한 외침은 닿지 못했다.
세계가 환하게 빛나는 듯하더니, 이윽고 눈앞이 어두컴컴해졌다.』
“아니, 이걸 어떻게 이겨요!”
윌은 주변 사람이 순간 놀라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사기잖아요! 몇 화 전에 클레어가 했던 사과를, 제이나가 감사로 돌려준다고?! 와, 솔직히 이거 몰입하면서 읽은 사람들은 100% 눈물 콧물 질질 흘릴 겁니다! 확신해요!”
그리고 15화는 현실로 돌아온 클레어와 기절한 스탠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되었다.
두 사람의 우정은 모험을 진행하는 동안 서로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세계를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방황하던 제이나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클레어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을 택했다. 클레어는 끝까지 제이나를 믿고 구하고자 애를 썼고, 결국에는 그 굳건한 의지로 말미암아 세상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의 교류로 여운을 남기는, 퀘스트의 완수.
훌륭했다. 그렇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분석을 끝마치고 흥분한 윌을 보며 편집자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래도 이제 다음 호면 ‘Princess quest’ 완결 나니까······.”
“끄응, 어떻게든 갚아주고 싶은데.”
“꼭 갚아줘야 하나요?”
“그럼요! 우리 딸이 요즘 들어서 ‘Princess quest’에 푹 빠져들었다고요! 공주님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라 좋다나 뭐라나. 덕분에 내 소설보다 잠들기 전에 읽어주는 소설로 신 작가님의 작품이 더 많이 선택되고 있습니다. 아비로서 가슴이 찢어지죠.”
그 말을 들은 편집자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소설가’라기보다는 딸 가진 아빠로서 가지는 경쟁의식. 그게 어딘가 참 정겹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윌 존스 작가는 일반적인 작가들처럼 장르 소설의 마니아라기보다는, 스스로 말한 대로 아들과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 가까웠다.
장르를 읽고 그 인풋으로 글을 쓴다기보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오며 겪은 경험을 가지고 상상해서 글을 쓰는 부류. 본업도 글과 관련되어 있다지만 다른 방향성의 영역인지라, 결코 계산해서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독특한 단발적인 상상력과 언어적 센스로 승부하는 타입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 역시 특별한 재능이었지만, ‘신’처럼 철저하게 계산해서 터트리는 글을 쓰기에는 상성이 맞지 않았다.
‘레인보우 월드’ 역시 자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썼는데, 그것이 독자들의 니즈와 겹치면서 대성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무튼 글 자체를 잘 쓰기는 해도 결코 노리고 만들어 낸 결과는 아니었다.
편집자는 그것을 언급하면서, ‘지금도 운 엄청 좋은 거니, 이대로 폼만 유지합시다.’라고 항시 말했지만, 그는 결국 브이가 그러했던 것처럼 작품 내에서 진지한 테이스트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약간의 변화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해 순위가 하락했다.
······사실 편집자는 필사적으로 말리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윌 작가는 비축분을 잘 쌓아두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울며 겨자먹기로 원고를 실은 끝에 이런 결과가 나오고야 말았다.
요즘 들어 폼이 다시 살기 시작한 브이 작가의 ‘디피스트 던전’에도 따여서, 이제 이번 호의 순위는 4위.
하지만 윌은 거기에 화를 내거나 아쉬워하기보다도, 여전히 이런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하, 진짜. 어떻게 이런 글을 쓴담······. 놀랍단 말이야.”
신의 솜씨를 인정하면서 여전히 그 작품을 분석하려고 한다.
이전까지는 장르 소설 자체에 딱히 흥미를 드러내지 않았던 윌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 모습에 편집자도 더는 말리지 못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
1982년 10월 28일, 목요일.
연재가 시작한 이래 장장 30주, 16화에 걸쳐서 이루어진 ‘Princess quest’가 완결되었다.
대망의 최종화가 실린 이번 호 건즈 앤 소드 매거진의 투명한 비닐 포장지를 뜯으면서, 나는 왠지 모르게 감회가 새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지우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베이스 기타에 맛을 들였으며, 나와 두피, 알렉사와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친구가 된 이래 내내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신났던 경험은 바로 ‘Princess quest’의 원전이 된 TRPG 세션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기억했다.
클레어, 제이나, 로드 두푸스, 스탠.
그 외에도 수많은 외부 협력자들과 NPC와 함께한 세션.
세션이 끝난 시점에서 우리는 좀 더 나아졌다고 확신했다. 다른 세 사람이 그렇게 말했고, 나 역시 앞으로 일평생 잊을 수 없는, 나의 마음을 든든히 받쳐줄 학창 시절의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두피, 알렉사와 함께 3학년으로 진급했다. 마찬가지로 지우 역시 2학년으로 진급했다.
······이별이 곧 다가온다는 실감이 다가왔지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야지.’
미소를 지은 채 나는 16화가 담긴 펼쳐 그 내용을 확인했다.
로드 두푸스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Princess quest’의 마지막 화는 클레어와 스탠, 마지막으로 제이나가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를 알려주는 후일담 형식의 구성이었다.
그걸 천천히 읽던 나는 왠지 모르게 그동안의 추억이 하나하나 떠오르는 걸 느꼈다.
‘Mother’와 ‘Double spy’를 이은 내 세 번째 작품, ‘Princess quest’.
분노와 울분에 가득 차 있던 나를 드러내고, 사이먼이라는 동료를 만나 조금은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순간을 지나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낸 작품.
‘아, 물론. 거기에 코즈믹 호러는 좀 너무했다 싶긴 한데.’
그마저도 나의 모습이니 어쩌겠는가.
어쨌든, 독자들은 좋아했고.
그렇게 맨 뒷자리에 실린 소설을 다 읽은 뒤, 두 페이지가량을 더 넘겨 잡지 마지막에 실리는 앙케트 순위 페이지를 펼쳤다.
[4위 : [Rainbow world>] [3위 : [Deepest dungeon>] [2위 : [Ronan the babarian>]그리고 대망의 1위.
[1위 : [Princess quest>]결과는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인쇄된 활자로 확인하니 기분이 전혀 달랐다.
내 안에서 수많은 감정이 요동쳤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