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01
툭.
그때, 내 오른쪽 볼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움츠리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리사야.”
내 옆에서 알리사가 얼음과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잔을 내 얼굴에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기야. 방금 아이스 라떼 만들어봤는데 한 번 마셔봐 줄 수 있어? 자기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건 알고 있긴 한데···.”
“네가 직접 만들었어? 그럼 마셔야지.”
나는 알리사가 준 아이스 라떼를 빨대로 쭉 들이켰다.
입 안에서 퍼지는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맛과 향.
영락없는 카페라떼였다.
“으음! 진짜 괜찮은데?”
“정말? 내가 만든 거라 일부러 좋게 말해주는 건 아니고?”
“과장 1도 없이 카페에서 마셔봤던 거랑 똑같아.”
“다행이다···.”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알리사는 볼을 붉은빛으로 상기시켰다.
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생도들은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우리 사이에 흐르는 핑크빛 기류를 멈출 순 없었다.
“혹시 도와줄 건 없어?”
“음···, 지금은 딱히 없어. 혹시 필요하면 부를 테니까, 여기서 푹 쉬고 있으면 돼.”
“그래. 조금이라도 필요할 것 같으면 꼭 불러.”
“응 자기야. 아직 준비할 거 좀 많으니까 이만 가볼게!”
알리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를 만들고 있는 생도들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걸 확인한 나는 알리사가 만들어 준 라떼를 빨면서 다시 관찰을 시작하려고 했다.
톡톡.
그 순간, 이번엔 왼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건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뭔가 머뭇거리는 표정의 백설의 모습이 보였다.
“강대용···.”
“왜?”
“아, 그···. 지금 내가 교실 창문에 커튼을 달아야하는데, 의자 좀 잡아줄 수 있나 해서.”
“의자?”
그녀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건 보통 남자들이 하지 않나. 왜 백설이 담당한 거지.
“장식 만들기나 쿠키 구워보는 건 안 하고 왜 힘든 걸 해.”
“···그, 그런 건 시시하거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여자들이 하지 않을 법한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린다.
···아무래도 세밀한 작업을 하는 게 젬병인 걸 자기도 아니까, 최유성에게 부탁해서 무모하게 커튼을 담당한 게 분명하다.
“의자만 잡아주면 돼?”
“어, 응···. 의자만.”
“그러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잠깐 알리사 쪽으로 눈을 돌렸다.
다행히(?) 그녀는 한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백설에게 조용히 말했다.
“마침 할 일 없어서 도와주긴 할 건데, 의자는 네가 잡아라.”
“응?”
“커튼 달려면 드릴질도 해야 할 거 아니냐. 너 그런 거 못할 것 같으니까 그냥 내가 할게. 커튼 달 때만 좀 올려줘.”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백설이 입술을 샐쭉 내밀었다.
“···하. 날 뭐로 보는 거야? 드릴질 할 수 있거든?”
“그래? 꽤 요령이 필요한 거라 못할 줄 알았는데. 정 그렇다면 내가 의자 잡···.”
“아, 알았다고. 드릴질이 하고 싶은 거지? 나도 아주 능숙하게 잘하지만···, 이번만 특별히 양보해줄게.”
그렇게 변명한 백설은 그 뒤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창문 쪽으로 데려갔다.
창문 앞에는 커튼을 달기 위한 고리 네 개와 봉 하나, 그리고 카페 느낌을 내기 위한 커튼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젤 중요한 게 보이지 않았다.
“공구는?”
“아직 안 가져왔는데···.”
“공구도 없이 커튼은 어떻게 달려고 했냐. ···머리도 똑똑하신 분이 왜 그러실까?”
내가 살짝 놀리는 투로 말하자, 백설은 얼굴을 잔뜩 붉혔다.
“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러지!”
“···그래. 그럼 내가 공구 세트 빌려 올 테니까, 일단 다른 애들 도와주고 있어.”
그렇게 말한 나는 곧장 교실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때, 백설이 내 소매를 살짝 붙잡았다.
“야.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것 같거든···?”
“그래서?”
백설은 어깨를 쭈뼛거리면서 내게 물었다.
“···같이 가도 돼?”
“굳이 둘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정 할 거 없으면 그냥 쉬고 있어.”
“···아.”
나는 단호하게 거절한 뒤 등을 돌렸다.
백설이 “바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애써 무시한 채 복도로 나왔다.
***
“1학년 A반 강대용···. 확인됐다. 쓰고 난 후에는 꼭 반납해야 한다?”
“넵.”
학교 본관 옆에 딸려있는 작은 창고.
나는 담당경비에게 부탁해서 공구함을 하나 챙긴 뒤 바로 본관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음···?”
한데,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을 하나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후후···. 배신자 주제에 아주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니는구나. 그대는 정녕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냐.”
“배신이라···. 웃기지도 않는군. 나는 그저 평생 사부로 모셔도 모자를 분을 만나서, 그분의 뜻대로 협력관계를 끊은 것뿐. 애초부터 그들을 동료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운동장에서, 최성은과 최성아가 서로 노려보며 중2병 배틀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서는 재밌는 구경거리라는 듯 구경하고 있지만,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좀 위험해 보였다.
“역겹다! 배신자 주제에 그런 식으로 입을 놀리다니! 아무래도 본 황녀는 그대를 이곳에서 처단해야 마음이 풀릴 것 같구나!”
“할 수 있다면 해보시지! 검으로는 날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주제에 입만 살았구나!”
그녀들은 환영검까지 소환하고서 대치하는 중이었으니까.
게다가 최성아가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착각에 단단히 빠져있다는 것도 위험 요소 중 하나였다.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야! 어서 덤벼보도록 하라!”
“오냐! 그 나불거리는 혀부터 뽑아주마!”
아무래도 진짜 싸우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그녀들이 방출한 마나에선 살기마저 느껴진다.
말리지 않으면 분명 주변에 있던 생도들이 휘말려서 대형사고가 터질 수도 있는 상황.
“다크 플레임 마스터의 이름으로 명하니···. 내 왼팔에서 심연의 힘을 해방해라, 흑염룡!”
결국, 나는 그녀들을 말리기 위해 흑염룡을 해방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46 : 개막(開幕)
나는 끼고 있던 렌즈를 뺀 다음, 최성은을 보면서 외쳤다.
“느려!”
당연히 [사안의 저주]를 걸기 위함이었고 성공적으로 걸린 듯 보였다.
나는 최성은이 살짝 느려진 걸 보고서, 재빨리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들었다.
“사부!”
“···지금 뭐하는 짓이냐 제자야.”
나는 그녀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런 내 기세에 살짝 움츠러든 최성아는 뽑았던 검을 다시 칼집에 집어넣고서 말했다.
“저 오만방자한 여자가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제자여. 무인이라면 그런 사소한 일에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 너에게는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는 것 같다만, 그저 내 착각인가?”
최성아는 내 말에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 사부. 내가 잠시 내 권능을 잊은 것 같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지. 깨달았으면 다행이구나.”
그 반응을 확인한 나는 그녀에겐 더는 말이 필요 없겠다 생각하며 최성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녀여. 본디 고귀한 혈통을 가진 자라면, 그에 걸맞은 격식과 품위를 가지고 행동해야지 않겠는가···. 하나, 그대는 굉장히 유치한 방식으로 내 제자를 건들고 있구나.”
“···무엄하도다. 감히 본 황녀가 저 여자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을 폄하하는 것이냐?”
그녀는 발산하는 마나를 거두지 않고 최성아와 나를 노려보았다.
“게다가 이 기분 나쁜 저주는 또 무엇이냐? 마치 거대한 바위가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 드는구나. 어서 풀지 않으면 내 그대에게 엄벌을 내릴 것이야···.”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면 풀어주도록 하겠다. 지금 이곳에서 그대와 내 제자가 무기를 들고 붙게 되면, 분명 무고한 시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테니.”
“뭐라? 나보다 하등한 그대가 감히 내게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냐?”
그 말을 들은 나는 저절로 조소를 흘리고 말았다.
“쿠쿡···.”
“···허. 지금 나를 비웃어?”
최성은이 방출하는 마나의 기세가 더욱 올라간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도리어 똑같이 마나를 방출하며 깔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황녀여. 나는 너무 우습구나. 이 짐에게 ‘격’으로도 밀리는 그대가, 이 나를 보고 열등하다고 하는 것이.”
나는 왼손에 묶고 있던 붕대를 풀어내며 마력을 상승시켰다.
“날뛰어라 흑염룡!”
쿠오오─!
한층 더 강해진 [용의 투지]와 [흑염룡의 그림자]가 순간 최성은이 방출한 마나를 억눌렀다.
그것에 당황한 듯 최성은은 이빨까지 드러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정녕 내가 그대보다 뒤떨어진다 생각하는 것인가? 짐은 지고한 흑염의 용왕. 이 세상의 모든 용이 날 따르며, 모든 어둠 또한 날 따른다. 그대에겐 무엇이 있지? 백성? 신하? 아무것도 없지 않더냐.”
“큭···.”
“이 내가 자비를 베푸는 지금 멈추는 게 좋을 것이야. 짐의 시야에서 멀어지면 그대에게 걸린 그 저주도 자연스럽게 해제될 테지만, 이대로 싸움을 지속한다면 영원히 해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만 여기서 끝내는 게 어떻겠나.”
여러 번 사용해 본 결과, [사안의 저주]는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저절로 해제되었다.
뭐, 영원히 해제되지 않는다는 건 뻥이지만.
“원통하구나···.”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최성은은 두 손을 움켜쥐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하지만 무모하진 않다.
즉, 마나로 나한테 밀렸다는 걸 그녀도 눈치챘을 테니 무작정 덤비지는 않을 터이다.
“두고 보자! 내 세력과 힘을 키워서 그대를 반드시 내 앞에 무릎 꿇게 하겠노라!”
그 예상대로, 최성은은 눈물샘이 촉촉해진 채로 도망치듯이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
백설은 의자에 앉아서 뾰로통한 표정으로 교실 뒷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어?’
그녀는 하도 그가 오지 않아서, 강대용이 나가기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되뇌는 중이었다.
-장식 만들기나 쿠키 구워보는 건 안 하고 왜 힘든 걸 하고 있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자신을 걱정해주던 그 한마디와,
– 굳이 둘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정 할 거 없으면 그냥 쉬고 있어.
확실히 선을 긋는 그 한마디를.
그는 가볍게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백설에게 있어선 상당히 무겁게 다가오는 말들이었다.
‘쓸데없이 정직하고 착한 놈···.’
백설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강대용이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남의 남자친구에게 꼬리 칠 생각은 절대, 또 절대 없었지만, 강대용에 대한 마음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뭐···. 일단 단둘이 붙어있을 수 있게 된 지금이 타이밍이겠지.’
물론 그런 마음과 별개로, 그녀는 오늘 강대용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정보창.’
띠링-
─────
이름 : 백설
생년월일 : 2014년 12월 24일
신장 : 167cm
몸무게 : 49kg
혈액형 : A형
능력치 : 힘 315/ 체력 313/ 마력 611/ 민첩 310
마나 속성 : 철(鐵), 화(火)
기술 : 강철비, 텔레포트(S), 아이언 기요틴·····
재능 : 마나의 샘(S), 순환하는 마력, 마나 판별···
특성 : 강철의 주인
■■ : 강ㄷㅇ의 ㅍㅍ
─────
쓰러진 날 저녁에 비약적으로 상승한 능력치와 갑자기 추가된 마나속성, 그리고 정보창에 추가된 수상한 항목.
그녀는 ‘강ㄷㅇ의 ㅍㅍ’이라고 적혀있는 저 항목에서 ‘강ㄷㅇ’이 자신이 좋아하는 강대용일 것이라 예상하는 중이었다.
‘화 속성의 마나가 추가된 이유도 저 이상한 항목 때문인 것 같고···.’
그런 이유로, 백설은 강대용과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을 좀 가지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려면 강대용이 빨리 오는 것이 좋은데, 도통 오질 않으니 뭔가 초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드디어 왔네.’
그쯤에, 기다리던 강대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은색 공구함을 왼손에 든 채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미안. 오는 길에 일이 좀 있었어.”
“나 대신 다녀온 거니까 뭐··· 이번만 봐줄게.”
강대용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고리 구멍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나사를 8개 꺼내서 백설에게 쥐여주곤 말했다.
“내가 말하면 하나씩 주면 돼.”
“응···.”
백설은, 그 사소한 부탁도 자신에게 조금은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무척 기뻤다.
“일단 하나 줘.”
“여기.”
그녀는 그저 이렇게 강대용과 같이 뭘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비록 알리사처럼 계속 붙어있을 수도, 스킨십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할지라도, 설령 영원히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위이이잉!
강대용은 능숙하고 빠르게 커튼 고리를 전부 천장에 부착시켰다.
그는 백설에게 봉을 받아서 고리에 올린 뒤, 마지막으로 커튼까지 매달았다.
“끝.”
백설은 결국 강대용이 작업을 끝내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말하지 못했다.
“이제 반장한테 더 할 거 없는지 물어봐.”
“···고마워.”
강대용은 커튼을 깔끔하게 창문 양옆에 접어둔 뒤 천천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 찰나에 백설은 생각했다.
알리사가 바쁜 게 끝나면 또 단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기 힘들 텐데, 이대로 강대용을 보내야 하는가?
텁!
···아니. 놓칠 수 없다.
코톡이나 전화로 하면 진중함이 떨어질 게 분명하다.
그러니 얼굴을 맞대고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야한다.
“잠깐 강대용.”
“왜?”
그런 마음을 품고, 백설은 용기를 내서 강대용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실···. 내가 최근에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좀 들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