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08
나는 그런 예감을 느끼고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3등 안에 들어서 최종전에 진출해라! 그러면 백설에게는 하루 종일 강대용과 대련할 수 있는 1일 이용권! 알리사에게는 학교에 틀어박혀있는 강대용을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주말 데이트 1일 이용권을 주마!]그 선언에 생도들의 온 시선이 내게로 쏟아진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끄럽지 않다. 나는 이미 흑염룡으로 단련되었으니까.
애초에 응원하라고 시킨 건 저 녀석들이었으니 계속 내 마음대로 응원할 거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종목에 따라 빠르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스타디움은 참 편하네요.] [그렇죠. 우리나라에도 아직 SHA 스타디움 같은 곳이 많이 없다 들었는데, 더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아. 저희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던 사이에 준비가 끝났네요. A반부터 F반까지, 모든 생도들이 레인 위에 섰습니다!]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해설진의 멘트를 들으며, 나는 확성기로 계속해서 외쳤다.
[알리사! 배액설! 알리사! 배액설!]내가 그러던 중, 백설과 알리사, 그리고 나를 번갈아보는 생도들의 시선에 놀라움이 서렸다.
“와. 대용이가 조건 걸고서부터 하나도 안 싸우네….”
“눈빛이 달라졌는데?”
“홀리쉣….”
내가 보기에도 두 여자는 임시동맹을 구축한 것 같다.
그 뚜렷한 변화에 A반 생도들은 나를 따라서 백설과 알리사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준비!]그 응원에 힘입어, 백설과 알리사는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한 자세를 잡는다.
지금의 두 사람은 정말로 한 몸이 된 것 같았다.
그 늠름한 모습을 지켜보는 생도들은 손에 땀을 쥐었다.
탕-!
기대감이 고조되는 와중.
신호탄이 쏘아졌다.
백설과 알리사는 은빛, 검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발을 맞춰서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놀랍게도, 그녀들은 달리기 시작한 이후로 선두에서 떨어지는 일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
결국 이인삼각은 최종전에서도 내가 건 또 하나의 ‘보상’ 덕분에 기어코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반은 다른 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2일차를 기분 좋게 끝냈다.
···그리고 체육대회의 마지막 날인 3일차.
“후우….”
이른 새벽.
나는 대련장의 링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근데, 이게 사실 기약 없는 기다림일 수도 있다.
일단 코톡으로 잔뜩 도발해놓고 자극이 가는 이야기도 많이 해놓긴 했는데, 이런 걸로 진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후웅─.
그래서 혹시라도 안 오면 다른 훈련을 하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대련장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황재빈.”
“······.”
나는 녀석이 맨날 하던 특유의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황재빈은 분노에 잠식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다소 위협적인 녀석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손가락을 몇 번 까딱였다.
“올라와. 스파링 함 뜨게.”
[진(眞) 흑염룡이 감정에 잡아먹힌 어리석은 꼬마를 심연의 어둠으로 ‘구원’해주자고 말합니다!]축제가 시작되기 전.
나는 녀석의 전담 물리 치료사가 되어줄까 한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49 : 수습
텅─!
황재빈은 등에 짊어지고 온 거대한 대검 케이스를 링 바닥 내던지며 폴짝 점프해서 링 위로 올라왔다.
치이─
먼저 떨어진 케이스가 스팀을 뿜으며 자동으로 열렸다.
그 안에는, 진홍빛 칼날을 가진 대검이 들어있었다.
“오. 꽤 크네. 너희 누나가 준 거냐?”
“…여물어.”
황재빈은 그 검을 두 손으로 집어 들었고, 대검 케이스를 링 밖으로 걷어찼다.
녀석은 나와 싸울 마음이 아주 충만해보였다.
“링 밖으로만 나가지 않고, 규칙 없이 스파링. 오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화아아아아─!
황재빈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녀석의 주변에서 불꽃이 용솟음친다.
황재빈은 벌써부터 자신의 특성인 [폭열맹장]의 최대 출력을 개방한 것이다.
“…약속, 지켜라.”
“아, 장기자랑 양보하고 윤희진한테 고백하는 거 도와주는 거? 물론 지키지.”
하지만 나는 하나도 쫄지 않았다.
황재빈이 이 시점에서 얼마나 강하다고 한들.
“날 이긴다면 말이야.”
나는 녀석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으니까.
“근데 너도 지면 약속 지켜라?”
“…그럴 일 없어. 내가 이길 테니까.”
“아 뉘에~.”
나는 일부러 녀석을 놀리는 말투로 계속해서 말했다.
황재빈에게 걸린 기술을 풀려면 녀석의 감정을 계속 자극할 필요가 있다.
물리치료는 자극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이건 최유성이 실제로 요한에게 현혹됐었던 등장인물에게 사용한 방법이니, 성공확률이 높을 거다.
콰아아아─!
나는 마깃붕을 풀고 몸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황재빈은 내 마나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너….”
내가 방출한 마나는 화 속성 특유의 선홍빛이 아닌, 연한 푸른색을 띤 ‘수(水) 속성’ 마나였으니까.
“왜. 화 속성이 아니라서 좀 놀랐냐?”
“…무슨 꼼수를.”
나는 황재빈의 [폭열맹장]에 대한 걸 알고 있었기에 익숙한 화 속성 마나가 아닌 [해룡의 핵]이 부여해 준 수 속성을 택한 것이다.
“꼼수라기 보단, 템빨이지.”
“…뭐 상관없어.”
황재빈은 대검의 칼날 끝을 나로 향하게끔 들었다.
나는 픽 웃음을 흘리고 흑염룡 해방 주문을 외쳤다.
“봉인해제! 심연의 어둠이여…. 저 버릇없고 무모한 자를 집어삼킬 압도적인 힘을 나에게 다오!”
그러고 난 다음, 황재빈을 보면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드루와.”
“아까부터 이 새끼가….”
황재빈은 내가 하는 것처럼 발바닥으로 [분화]를 사용하여 순식간에 내게로 주파했다.
그는 묵직해 보이는 대검을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휘둘렀다.
쾅─!
나는 당연히 그 대검을 피했다.
빗나간 대검은 그대로 링 바닥에 강하게 꽂혔다.
하나, 황재빈은 멈추지 않았다.
녀석은 곧장 대검을 뽑아 나에게 횡으로 휘둘렀다.
후웅─!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녀석은 그 공격을 기점으로 속도를 더욱 높였다.
황재빈의 묵직한 검격은 일반적인 생도가 버텨내기 힘든 수준.
하나, 나는 몇 대는 피하지 않고 일부러 받아냈다.
촤악!
살갗이 찢어지며 피가 터졌다.
꽤 쓰라렸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녀석을 공격하지 않고 계속 피하기만 했다.
“겨우 이 정도야? 화도 제대로 못 내는 머저리 새끼네 이거.” “닥쳐!”
좋아. 슬슬 자극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조금만 더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기로 했다.
물론 피하면서 황재빈을 도발하는 건 잊지 않았다.
“그러니까 윤희진이 널 봐주지 않는 거지.”
“X발!”
촤악! 촤악!
황재빈은 자신의 주력기인 [무쌍난무]까지 사용하면서 정말로 날 죽일 듯이 공격했다.
녀석의 격렬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그저께부터 공허했던 황재빈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해방시간 : 1분 32초]그럼 슬슬 시동 걸어볼까?
나는 뒤로 점프하는 것으로 황재빈과의 거리를 확 벌리며 외쳤다.
“날뛰어라 흑염룡!”
내 왼팔에서 [흑염룡의 그림자]가 피어오른다.
나는 그림자의 형태를 커다란 건틀릿의 형태로 바꿨다.
“느려!”
그 직후 [사기안]까지 발동하여 황재빈에게 저주를 걸었다.
녀석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뚜렷이 보였다.
안 그래도 대검을 사용하기에 몸이 무거워지는 부분에서 체감이 많이 될 터.
퍼엉─!
나는 바닥으로 화 속성 마나를 [분화]하여 놈에게 돌진했다.
황재빈은 사선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어깨를 살짝 비트는 것으로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그러곤 바로 녀석의 얼굴을 향해 오른쪽 주먹을 날렸다.
퍼억!
경쾌한 소리가 나며 일그러지는 황재빈의 얼굴.
나는 그 공격으로 멈추지 않고 [흑염룡의 그림자]를 두르고 있는 왼쪽 주먹을 녀석의 복부로 날렸다.
퍼억─!
“커억!”
황재빈의 허리가 뒤쪽으로 크게 꺾인다.
녀석의 몸뚱이는 그대로 링의 펜스에 처박혔다.
“윤희진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네 자신부터 돌아봐야지.”
나는 펜스의 처박힌 황재빈에게 걸어가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윤희진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지금까지 뭘 했냐? 경박스러운 말투를 바꿨어? 욕을 줄였어? 공부를 열심히 했어?”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면서 쏘아붙였다.
“아니잖아 병신아. 그래서 넌 최유성한테 안 되는 거야. 최유성은 윤희진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갖췄거든.”
그 다음 잡았던 멱살을 놓고, 나는 다시 녀석을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퍽! 퍼억!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가며 잽을 날린다.
수 속성 마나를 머금은 주먹은 [폭열맹장]의 열기와 불꽃을 누그러뜨린다.
이상한 기술을 얻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이 녀석의 정신을 차리게 계속 주먹을 내지를 뿐이다.
황재빈은 방어조차 하지 않고 계속 내 탱글탱글 주먹을 받아냈다.
텁!
그러던 중, 녀석이 내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아냈다.
공격을 막아낸 순간 황재빈의 눈동자에 투지가 되돌아왔다.
퍽!
녀석은 내 뺨을 향해 화 속성 마나가 깃든 주먹을 날렸다.
나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워낙 힘이 강해서 그런지 나는 살짝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눈치도 더럽게 없는 새끼가 조언은.”
녀석은 평소의 짓던 특유의 싸가지 없는 미소를 되찾았다.
황재빈은 떨어뜨렸던 대검을 다시 들었다.
“드루와 강대용.”
나는 그것을 보며 확신했다.
황재빈이 성공적으로 요한의 기술에서 벗어났음을.
***
황재빈과의 스파링이 끝난 후.
오전 8시, 마지막 체육대회 일정이 시작하기 직전 스타디움 입구.
“…용용아.”
“하하….”
얼굴에 큼지막한 밴드를 붙이고, 팔과 다리에 붕대를 묶은 내 행색을 본 알리사가 볼을 부풀리고 있다.
그녀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내 귀를 붙잡더니, 그대로 잡아당겼다.
“악!”
“왜! 왜 이 지경이 되도록 싸웠어! 도대체 누구랑….”
“나랑 싸웠는데.”
그러다가, 알리사는 곧 들려온 당당한 목소리에 눈을 게슴츠레 좁히면서 고개를 틀었다.
“황재빈…?”
“…걔 나랑 스파링 좀 떴어.”
“아니, 스파링 한 번 한 거 가지고 왜 사람을 이 지경을….”
알리사는 황재빈에게 그리 말하다가 말을 끊고 말았다.
녀석의 상태 역시 나에게 엄청 뚜드려 맞아서 무척 처참했으니까.
“내가 대가리에 총을 맞아서, 강대용이 정신 좀 차리게 해줬다.”
“…예?”
“어쨌거나 네 남친 다치게 한 건 미안해. 그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황재빈은 정말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정중한 사과를 했다.
그 사과를 받은 알리사는 나와 황재빈의 얼굴을 휙휙 번갈아보다가 크게 한숨을 뱉고서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가드릴게요. 대신 우리 용용이가 쓴 치료비는….”
“리사야. 이미 쟤가 병원비 다 냈어.”
“아, 그래…?”
“…날 뭐로 보는 거야? 내가 가오가 없지 돈이 없냐?”
그 말에 머쓱해졌는지 알리사는 손가락으로 볼을 살짝 긁적였다.
“얘들아!”
그때, 언제나처럼 경쾌한 윤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면서 인사했다.
“하이.”
“희진아 안녕.”
“리사야 좋은 아…. 허억! 두, 둘 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다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