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11
“진짜 존경스럽다 대용쓰···.”
세 사람은 당연히 둘 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강대용이 무척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한편, 인적이 거의 없어 조용한 학교 본관의 뒤뜰.
그곳에서 요한과 오태식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축제 마지막 날에 그렇게 하시겠다고요?”
“예. 허락만 해주신다면 그렇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토요일에는 사람도 가장 많이 들어오는 날이니, 분명 공포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요한은 턱을 짚고 흡족한 미소를 만들었다.
확실히 술수를 써놓긴 했다만, 눈앞에 있는 남자가 이렇게나 광신적인 신도였을 줄은 몰랐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 계획을 시행하고 싶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는 그동안 많은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까요.”
“음···. 역시 그렇군요.”
요한은 그래서 더 잘 됐다고 생각했다.
지금 오태식이 말한 계획은, 가치가 많이 퇴색된 그를 효율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재밌는 계획이었으니까.
“허락합니다. 부디 그 계획이 성공으로 끝나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한은 상당히 기대됐다.
과연 사람들은 그가 취할 행동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신세계의 축복이 당신과 함께하길.”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 장면을 지켜보고 싶었다.
***
오후 12시 정각.
나는 길고 길었던 3시간의 정신노동을 끝낸 후,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있다.
“대용아···.”
“대용쓰···.”
나는 일행들에게 안쓰럽고 측은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무래도 벌써 소문이 널리널리 퍼진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눈으로 날 볼 리도 없을 테지.
“하, 하하! 괜찮아. 나도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이런 시선을 계속 받으면 정말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아서, 나는 애써 웃으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내 얘기를 믿는 사람은 알리사 외엔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대용. 이 형은 네가 어딜 내놔도 부끄럽다. 하지만 힘내라.”
“힘내 강대용···.”
“아니. 하고 싶어서 했다니까 다들 왜 그러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녀석들은 이제 내 중2병 컨셉이 ‘억지컨셉’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한 듯 보였다.
물론 그 이해가 이렇게 부담스러운 반응들로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하하. 다들 그만들 하자. 그럴수록 대용이가 처량해지잖아···.”
심지어 믿었던 최유성마저 어색한 미소를 띤 채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 미소를 이어받은 백설은 한 술 더 떴다.
“저, 점심은 반을 위해 희생해 준 강대용이 먹고 싶은 거로 하자. 어때 다들?”
“콜콜!”
“아, 무조건 찬성이지.”
“우리 대용쓰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그래도 나는 진짜 중2병으로 취급되는 것보단 이 취급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해서 체념하기로 했다.
“리사야,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응? 나도 리블링이 먹고 싶은 거 따라 먹을게!”
그나저나···.
이 녀석들은 언젠 그렇게 내 말을 잘 들었다고 나한테 점심 메뉴 선택을 권하지?
그래봤자 좀 마음에 안 드는 거 나오면 퍼뜩 손 들 거면서.
“청국장.”
“이 형은 청국장은 좀 그렇다~.”
“대용아 미안···. 나도 청국장은 못 먹어···.”
이거 봐. 이거.
정하라고 해놓고선 벌써 먹기 싫다는 거.
특히나 주역들의 입맛을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정하기가 더 힘들 거다.
“그럼 평소대로 백반 먹던가.”
“강대용. 그래도 축제 기간인데 백반도 좀 그렇지 않냐?”
“인정! 대용쓰. 좀 더 축제 기간에 어울리는 메뉴를 선정해봐!”
어쩔 수 없이, 나는 대용위키와 두뇌 회로를 풀가동해서 이 녀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도출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피자 먹으러 가자.”
“오 좋아좋아! 도미닉 피자 고?”
“고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피자였다.
게다가 이 세계의 피자는 특유의 제조기술로 굉장히 빨리 만들어진다.
즉, 1시간이라는 짧은 점심시간 내에 먹기도 좋은 메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렇게 학교 상점가 쪽에 있는 도미닉 피자로 행선지를 정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최유성 생도! 강대용 생도!”
그 도중, 우리는 불청객들과 맞닥뜨렸다.
커다랗고 묵직해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성, 그리고 ‘KCS’라는 로고를 붙이고 있는 마이크를 들고 있는 여성.
“인터뷰 한 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공중파 채널의 기자와 카메라맨.
그들이 쾌활한 미소를 지은 채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50 : 축제 (3)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지만, 나는 저 기자의 웃는 얼굴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아! 제 소개를 깜박했네요. 저는 KCS 방송국 고윤아 기자라고 합니다!”
절대 배고픈 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오전 시간에서 너무 과도한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또다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껄끄러울 뿐이다.
“저랑 대용이요?”
“네네! 1학년 최고 유망주 분들이셔서 꼭 인터뷰하고 싶은데요…. 점심시간에 큰 지장이 가지 않도록 질문 몇 가지만 할 건데 혹시 가능하신가요?”
그래서 나는 아무리 짧은 인터뷰라 할지라도 응할 생각이 없었다.
한데, 최유성의 눈빛이 뭔가 이상했다.
어쩐지 그는, 나와 달리 인터뷰에 응할 생각이 무진장 가득해보였다.
“얘들아. 먼저 피자집 가서 아무거나 시켜놔.”
“아, 오키오키!”
“리블링! 인터뷰 잘 하고 와!”
“응? 아니. 리사야 잠….”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최유성이 인터뷰에 응한다고?
이게 11회차에서 일어났던 일이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잖아.
“저, 전 배가 조금 고파서요. 그럼 이….”
뭐 최유성이 인터뷰 하는 건 하는 거고.
나는 조용히 이 불편한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지 말고 하고 가. 대용아.”
그때, 최유성이 내 왼쪽 어깨를 가볍게 터치하며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녀석은 빙긋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마치 “꼭 하고 가라.”라고 말하는 듯했다.
“…알았어.”
“와,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 시작할게요.”
나는 결국 녀석과 같이 인터뷰에 응했다.
고윤아 기자는 화색을 띤 채 또박또박한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먼저 강대용 생도에게 질문할게요!”
“아, 네.”
“중학교 때는 ‘무난한 재능의 생도’라고 줄곧 평가받으셨다가 SHA에 입학한 이후로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셨는데요, 단기간에 성장한 비법 같은 게 있나요?”
“아뇨. 딱히 그런 건 없습니다.”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들은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았다.
내가 항상 생각하던 통칭 ‘기레기’가 아닌 정말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 질문입니다! 혹시 들어가고 싶은 길드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그 질문과 함께 내 곁에서 서늘한 최유성의 눈빛이 느껴졌다.
···설마, 녀석은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을 듣고 싶어서 굳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건가?
무슨 생각이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알프레드와 한 약속이 생각나서 굉장히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직 고민 중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최유성은 만족스러운 대답이라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유성 생도와 전교 석차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요.”
“네네.”
“강대용 생도는 그런 최유성 생도에게 라이벌 의식 같은 걸 품고 있나요? 다른 생각도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라이벌이라···.
내가 과거의 힘을 모두 되찾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절대 아니다.
“제가 이 녀석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대답 감사합니다! 어머! 벌써 4분이나 지났네요. 최유성 생도 인터뷰도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최유성은 마지막 질문도 유심히 듣는 듯했는데, 내 대답이 꽤 의외였는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포즈를 만들었다.
그 후, 녀석은 기자의 질문에 간결하게 답했다.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질문이라 1~2분 내로 빠르게 지나갔고 곧 나와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저는 임모르탈리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지부의 근무환경이 좋았고, 유럽 부근으로 종종 출장도 간다고 들어서요.”
한데 길드 질문에는 나와 다르게 뚜렷한 목표를 내포한 대답을 했고,
“저는 진지하게 대용이를 라이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도 역시, 최유성은 나와 정반대의 대답을 꺼냈다.
그 대답을 끝으로, 기자는 우리에게 값비싼 에너지바를 하나씩 건네며 감사를 표했다.
“두 분 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례라 기에는 좀 뭐하지만 이따 출출할 때 드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하나, 나는 최유성이 한 대답에서 살짝 위화감을 느꼈기에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
인터뷰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맛있게 한 뒤.
“열심히 해 둘 다!”
“응 상은아! 너희도 재밌게 놀아!”
최유성과 윤희진은 반으로 후딱 뛰어갔고, 나머지 일행은 다 같이 다니기엔 너무 눈에 띄니까 찢어지기로 했다.
“커플! 너희만 우리랑 떨어지면 될 듯!”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알리사와 나는 일행에서 빠져나와 녀석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 순간, 백설이 우리에게 태연하게 외쳤다.
“강대용! 이따 저녁 먹을 때 봐!”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인 후 알리사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당연하지만 나에게 계속 친근하게 구는 백설을 알리사가 좋게 볼 리가 없었다.
“…짜증나 백설기.”
“하하….”
나는 뾰로통한 표정을 만든 그녀를 달래며 거리를 거닐었다.
영웅제에는 비단 생도들이 운영하는 ‘교실 부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 가게나 포장마차, 심지어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게임 부스도 꼼꼼한 검사를 받은 뒤 학교 내로 들어온다.
“와~. 이따가 군것질 할 거 되게 많다!”
“먹고 싶을 때 말해.”
우리는 마침 그 노점들이 모인 거리에 있었다.
혼잡했던 학교 내부만큼이나 사람이 많긴 해도, 거리가 워낙 쾌적하고 넓어서 엄청 답답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들진 않았다.
꼬르륵─.
그런 감상을 하며 걷고 있는데, 내 배에서 갑자기 요란한 배꼽시계가 울렸다.
“응? 리블링…. 벌써 배고파?”
“…어. 좀 배고프네.”
“흐음…. 요새 먹는 양이 부쩍 늘지 않았어? 이러다 살찌는 거 아닐까 몰라~.”
나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리사 남친 노릇하려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지.”
“흥. 관리는 안 그래도 지독하게 하고 있으면서.”
알리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팔에 팔짱을 낀 채로 머리를 어깨에 기댔다.
“진짜 아무도 안 쳐다보네?”
“비싼 값 하네 이거.”
이런 과감한 스킨십이 가능한 이유는 나랑 알리사가 손목에 차고 있는 [인식방해 팔찌] 덕분이었다.
인식방해 팔찌는 착용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대화를 직접 나누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냥 ‘지나가는 행인1’로 보이게 해주는 아티팩트였다.
“하여튼! 관리는 적당히 하고 나를 예뻐하는 시간을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하하. 노력해볼게.”
뭐, 사실 관리를 안 해도 살이 찔 걱정은 없다.
내 기초대사량은 이미 일반적인 초능력자보다 3배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핫도그 사먹자.”
“후훗. 리블링이 먹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나는 배고픔을 참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노점에서 곧바로 점보 감자핫도그(콘도그)를 하나 구매했다.
알리사는 내가 산 핫도그를 보며 눈을 끔벅거리다가, 점보는 너무 크다고 느꼈는지 일반 사이즈로 샀다.
“아~앙.”
알리사는 작은 입을 살짝 크게 벌려서 핫도그를 물었다.
케첩과 튀김가루를 입가에 묻히며 우물우물 씹는 모습이 꼭 아이 같아서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아~.”
나는 그 귀여운 모습을 보다가 더 배고파져서, 바로 핫도그를 한 입 크게 입에 물려고 했다.
“둘이 사이가 제법 좋아 보이네.”
그 순간, 우리 뒤에서 지금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알리사는 거의 동시에 얼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돌렸다.
“안녕 얘들아. 식사는 맛있게 했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알아보고 태연히 인사한 것이다.
“…요한.”
역시 이 녀석에겐 우리가 차고 있는 팔찌도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놈은 우리한테 무슨 일이지?
“뭔 일이냐.”
“대용이 너한테 볼 일은 딱히 없어.”
그렇게 말한 놈은 갑자기 불쑥 우리에게 붙어선 알리사의 얼굴로 손을 내밀려했다.
팍─!
나는 당연히 녀석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알리사도 요한이 하려 하는 알 수 없는 행동에 불쾌함을 느꼈는지 그에게 첨예한 눈빛을 보냈다.
“상당히 무례하시네요, 요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