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12
“하하. 미안. 머리카락에 핫도그 가루 묻어서 떼 주려고 했지.”
그 말에 듣자마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알리사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는 것으로 핫도그 가루를 털어주었다.
“그런 거 없는데?”
“하하. 그러네. 갑자기 없어졌네.”
역시 화법 자체가 묘하게 기분 나쁜 녀석이다.
물론 우리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녀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곤 알리사에게 이상한 질문을 했다.
“알리사. 스즈키가 준 쪽지는 잘 받았어?”
“…안 받았는데요.”
“음? 이상하네…. 분명 스즈키는 네 치마주머니에 넣어놨다고 했는데.”
“뭐?”
알리사는 자신의 치마주머니를 툭툭 두드리고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무엇인가를 깨달았는지, 눈을 게슴츠레 좁히고 요한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유니폼 치마 주머니에 넣어놨구나…?”
“음? 난 잘 모르겠어. 스즈키가 화장실에서 널 만났을 때 줬다고 했으니까.”
요한은 두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시치미를 뗐다.
아마 녀석은 지금 알리사가 말한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부 캐치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순순히 그 사실을 밝힐 일은 없었다.
요한은 자기 할 말만 할 뿐이었다.
“뭐 나중에 확인해봐~. 정말 이상한 마법 같은 건 하나도 안 걸어놓은 평범한 쪽지니까.”
요한은 딱 봐도 의심스러운 말을 남기고, 우리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기분 나빠.”
“인정.”
…녀석은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같은 시각.
황재빈, 백설, 이상은은 게임 부스 쪽을 돌고 있었다.
“아아!”
“진짜 드럽게 못하네. 백설 공주.”
“차, 착각하지 마! 지금까지 봐준 거니까…. 다음 판은 꼭 이길 수 있거든?”
“이길수있거등~?”
비아냥대는 목소리로 백설을 놀리는 황재빈.
성난 표정으로 황재빈의 등짝을 세게 내리치는 백설.
이상은은 그 재밌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바로 옆에 경품이 잔뜩 쌓여있는 게임 부스를 가리켰다.
“얘들아! 우리 다트나 해볼래?”
“오. 저게 그나마 백설공주가 잘할 수 있는 게임 아니냐?”
“입 닥쳐 황재빈.”
물론 황재빈의 말은 사실이었다.
백설은 손놀림이 중요한 게임에는 처참한 수준으로 재능이 없지만, 유일하게 다트만큼은 꽤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 저희 다트 10개씩 도전할게요!”
“넵! 총 9,000원입니다 손님!”
세 사람은 돈을 지불한 뒤 부스 담당자에게 다트가 들어있는 통을 받은 뒤 거기서 다트를 하나씩 손에 쥐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요!”
삐리리-!
그와 동시에 요란한 소리가 나며 맞춰야 할 인형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고 봐….’
백설은 황재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의지로 눈을 시퍼렇게 뜨고, 표적을 주시했다.
정신없이 왔다, 갔다하는 게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지경이었으나 백설은 다트를 던지기 직전까지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쿠쿵─.
하지만 그때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백설의 집중력이 깨져버린 것은.
휙─.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는 다트.
황재빈은 그걸 지켜보다가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와. 아예 그냥 빗나갔는데? 다트도 못하면 도대체 뭘 잘….”
여느 때처럼 백설을 놀리는 황재빈.
하나 백설에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타닷!
백설은 아무 말도 없이 부스를 뒤로하고 갑자기 어딘가로 뛰기 시작했다.
“응? 백설쓰! 어디 가!” “쟤 왜 저래?”
그녀의 눈은 인파 사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어떤 남자를 좇았다.
그는 그리 흔치 않은 은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잠깐만요!”
백설은 텔레포트까지 사용하며 뛰었다.
그녀는, 왠지는 모르지만 저 은발의 남자를 반드시 붙잡아야 할 것 같았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51 : 관심
백설은 은발의 남자를 놓치고 말았다.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남자는 그녀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하지만 백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남자와 꼭 얼굴을 마주보고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본능이, 아니, 영혼이 그녀에게 그런 충동을 심어주고 있었다.
“야! 백설공주!”
그렇게 백설이 남자를 찾는 것에만 급급해하던 찰나.
황재빈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으며 소리 지르듯이 그녀를 불렀다.
“도대체 뭔 지랄인데 지금?”
“백설쓰!”
곧이어 따라온 이상은도 그녀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그들은 말도 없이 뛰어간 백설이 굉장히 걱정되었다.
그녀가 무엇엔가 홀린 듯 보인 것이다.
“…그냥, 아는 사람이 지나간 것 같아서.”
“뭐?”
백설의 눈은 아직까지도 하염없이 인파 사이를 훑고 있다.
황재빈은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이상은에게 물었다.
“…얘 뭐 로맨스 소설이라도 봤냐?”
“아니…. 톡방에서는 별 얘기 없었는데.”
그들은 결국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은 채 백설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야. 혹시나 진짜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찾으려고 그러냐? 그냥 맘 편히 잘못 봤다고 생각하면서 신경 꺼.”
“그래그래 백설쓰! 너무 신경 쓰면 스트레스 받아~.”
“···응.”
백설은 결국 사내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두 사람과 함께 다시 다트게임 부스로 발길을 돌렸다.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야….’
하지만 백설은 진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환영 따위가 아닌 뚜렷한 형상의 사내를 발견했고, 그로부터 그리운 향기를 맡았으니까.
***
오후 6시.
축제 부스를 충분히 돌고 난 뒤.
“…진짜 들어가 있네. 어느 틈에 넣은 거지?”
“스즈키의 특기 같은 건가봐.”
나는 알리사와 함께 그녀의 유니폼 치마 주머니에서 요한의 쪽지를 발견했다.
“리블링. 혹시 뭐 이상한 점이라던가 그런 거 있어?”
“잠시만.”
일단 육안으로 보나 마나의 흐름으로 보나 평범한 쪽지였지만, 혹시나 해서 대용위키를 사용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당신이 들고 있는 물건은 평범한 쪽지라고 말합니다!]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쪽지였고, 나는 알리사에게 쪽지를 건넸다.
“그냥 평범한 쪽지야.”
“···열어봐도 되는 거지?”
“응. 괜찮을 것 같아. 무슨 내용일지 조금 걸리기도 하니까…. 일단 열어보자.”
알리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쳐보았다.
[lange nicht gesehen]쪽지에는 이런 글씨가 적혀있었다.
영어인가? 했지만 설정상 요한은 독일인이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레 독일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리사야. 이거 독일어야?”
“…응.”
물론 독일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지 못했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이라면 흔한 글씨체는 아니라는 것 정도?
어쨌든, 나는 알리사에게 그 뜻을 물어보려고 했다.
“리사야…?”
…한데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다.
알리사는 갑자기 손아귀에 힘을 주는 것으로 쪽지를 잔뜩 구겨버렸다.
“되도 않는 장난질을….”
“왜. 무슨 말인데 그래.”
알리사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보고 오랜만이래.”
***
축제 첫 날은 나름 무사히 넘어갔다.
“요한은 너무 신경 쓰지 마. 분명 너를 흔들려고 그런 쪽지를 보낸 걸 테니까.”
– 응…. 걱정해줘서 고마워 용아.
알리사와는 자기 전에 긴 통화를 누었다.
당연히 즐거운 얘기를 가장 많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요한이 준 쪽지에 대한 얘기도 할 수밖에 없었다.
“잘 자 리사야.”
– 응. 사랑해 용아. 잘 자.
“나도 사랑해.”
아무튼 통화도 나름 훈훈하게 잘 마쳤다.
통화를 마친 직후, 나는 내일 저녁에 있을 노래 장기자랑과 반 부스를 걱정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그렇게나 어둠을 먹고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꼴 사납구나. 인간. 역시 내 종속이 되기엔 역부족이야.”
[진(眞) 흑염룡이 어둠의 주문들이 슬슬 좋아지지 않느냐고 당신에게 진지하게 묻습니다!]“…닥쳐.”
나는 오늘 있을 접객을 위해 혼잣말로 중2병 대사를 반복 연습하는 것으로 수치심을 조금 덜어냈다.
사실, 나는 어제 있던 접객에서 정신력 소모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오늘은 절대 안 한다고 못을 박으려했다.
[진(眞) 흑염룡이 당신도 결국 자본주의에 굴복한 돼지라고 욕하며 낄낄댑니다!]“닥치라고.”
하나, 대다수의 A반의 생도와 이만수가 ‘1등을 차지하면 축제 상금 중 30%를 강대용에게 지급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미 망가진 이미지를 조금 더 망치는 것뿐인데 300만원을 공짜로 준다잖아.”
[진(眞) 흑염룡이 아무튼 자본주의의 개라고 당신을 비판합니다!]1등 상금으로 지급되는 포인트는 1000만 포인트.
그중에서 30%면 당연히 300만 포인트다.
즉, 학교 생활할 때 필요한 필수품을 구매하기 위한 현금을 몇 개월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넌 신경 꺼.”
[진(眞) 흑염룡이 안 그래도 당신 같은 ‘가짜’에겐 관심 없다면서 혀를 내밉니다!]어쨌거나 나는 음소거 모드를 켠 다음, 손님들이 마음에 들어할만한 대사를 간드러지는 톤으로 계속 연습했다….
***
오전 부스 영업이 끝나는 12시 정각.
“강대용 생도 오늘 재밌었어요!”
“하아…. 이제 슬슬 짐도 질려가는 참이니, 내일은 오지 말거라.”
“내일도 올게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어김없이 찾아온 광신도(?)들에게 ‘자비’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다.
“후우…. 끝났다.”
그것 때문에 꽤 지쳐서, 나는 끝나자마자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야 갓대용! 오늘도 수고 많았어!”
“손님들 반응 엄청 좋았지?”
“오늘 오전 반죽도 성공적으로 매진!”
그래도 내가 열심히 희생한 덕분에 손님들의 반응은 어제보다 훨씬 좋았다.
그렇기에 나는 나름 만족하며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수고했어 자기야!”
그때, 알리사가 자신이 챙겨온 시원한 물병을 내게 내밀었다.
“아냐. 리사 네가 수고 많았지.”
나는 그것을 받아 꿀꺽꿀꺽 들이켰고, 알리사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보았다.
“야 커플.”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알리사 바로 뒤에서, 못마땅한 표정의 백설이 우리를 불렀다.
“왜 백설기.”
“오늘 점심은 뭐 먹을 거냐?”
“애들이랑 다 같이 정해야지. 바보야?”
“아, 아니! 그건 당연한 건데….”
백설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배배 꼬기 시작했다.
“짜장면…, 먹고 싶어서.”
“응?”
“호, 혹시 너희만 괜찮으면 이따가 동의 좀 해달라고.”
나와 알리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다른 애들이 먹는 거랑 항상 똑같은 메뉴를 시키는 백설이 솔선수범해서 메뉴를 정하려 한다고?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뭐 잘못 먹었냐?”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갑자기 짜장면이 땡기는 거뿐이야….”
하지만 난 곧 그녀가 숨겨진 진의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녀는 포커페이스가 전혀 되지 않으니까.
“…알았다. 그럼 짜장면 먹어.”
“잉? 이대로 백설기가 먹고 싶다는 거 먹자고?”
하지만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백설이 굳이 시치미를 떼면서까지 짜장면을 먹자고 하는 이유가.
“오늘 점심 메뉴는 딱히 안 정해놔서. 혹시 리사는 따로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나도 딱히 안 정해놨어….”
알리사는 살짝 불만스러운 것 같았지만 금방 내 말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짜장면 먹던가.”
“오! 그럼 약속한 거다? 이따가 점심메뉴 먹자할 때 짜장면으로 밀고 가야 해?”
“…알았다고 백설기.”
우리의 확답을 받은 백설은 화색이 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백설을 보면서, 뭔가 아주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 같다는 예감이 뒤늦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