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14
뭐 이놈한테는 사실 돈이 중요한 것도 아니니 살짝 이해는 갔다만···.
“그래서 대용아. 너는 어디로 생각하고 있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잖아.”
“하하. 그렇긴 하지.”
최유성 이 자식은 기어코 3대 길드들 앞에서도 임모르탈리스에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아리아의 입가가 귀에 걸렸던 그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럼 역시 내년에도 같은 곳에서 생활하겠네.”
“···어차피 우린 끝까지 같이 가야하는데 생색은.”
“그렇지···. 최종 목표는 결국 대마신이니까.”
최유성은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멈춰 섰다.
뭔가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녀석의 눈빛이 살짝 아득한 곳을 바라보는 듯 보였다.
“대용아.”
“응?”
그리고 녀석은 갑자기 심오하고 이상한 질문을 내게 던졌다.
“너든 나든 반드시 죽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11번 뒤진 놈이 뭐래냐.”
“하하! 역시 좀 이상한 질문이었나.”
당연하지.
죽음이 곧 재시작인 회귀자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냐고 질문하는데.
물론 나는 그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녀석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입 밖에 내놓지는 않았다.
“그럼 질문을 좀 바꿀게.”
한데, 녀석은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서 나에게 진중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넌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당연하지만 나는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녀석의 의도를, 전혀 헤아릴 수 없었다.
***
이런저런 일이 있고난 후, 오후 8시.
SHA 제1 스타디움.
가뜩이나 관심을 덜 받고 싶은 나에게, 대중들의 관심을 또 한 번 받을 기회(?)가 찾아왔다.
“그럼 지금부터! SHA 장기자랑을~~~! 시작하겠습니다!!!”
바야흐로,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장기자랑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52 : 장기자랑
SHA 제1 스타디움은 흡사 콘서트장 같은 모습으로 단장되었다.
스타디움 필드 한 쪽은 생도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 나머지 한쪽에는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가 설치됐다.
모든 관람석은 외부인들의 자리로 마련되었다.
“···사람 개 많네.”
“하하. 우리 학교 애들만 저 무대에 서는 게 아니니까.”
필드 좌석이든 관람석이든 체육대회처럼 만석이었는데, 그 이유는 오늘 있을 장기자랑에는 생도들뿐만 아니라 유명가수들의 초청 무대도 진행되기 때문이다.
“상은이 무대는 장기자랑이 아니고 초청가수 무대로 보겠네.”
“뉴튜브로 맨날 봐서 별 감흥도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초청가수무대엔 뮤직 크리에이터 ‘PrayLee’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인에게 직접 들었다.
물론 이건 최유성 무리의 단톡방에만 알려진 사실이라, 아마 SHA의 생도들에겐 깜짝 공연으로 재밌게 연출될 터였다.
“오, 관심 전혀 없는 척 하더니 챙겨보긴 하는구나?”
“뭐, 뭔! 그딴 거 아니야. 말했잖아. 나는 따로 좋아하는 애 있다고.”
황재빈과 최유성은 생도들이 앉은 자리에서 무대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알리사와 백설은 언니 오빠가 불러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때문에 남자 둘이서만 있다 보니 그들은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하고 있는 중이었다.
“네 와꾸랑 노래 실력이면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을 텐데 왜 나가겠다고 안 했냐?”
“딱히 관심을 받고 싶은 건 아니어서.”
“지랄~.”
황재빈은 최유성의 노래실력을 아주 잘 안다.
중학교 때 구슬픈 표정으로 발라드를 부르는 걸 봤을 땐 정말 가수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가지 않은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아도 진짜 이유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았지만.
“윤희진 때문에 안 나가는 거잖아.”
“···맞아.”
황재빈은 거의 확신에 차서 물어본 거긴 했지만 순순히 인정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
이놈은 역시 윤희진이 자신을 좋아하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구나.
“왜 그렇게 윤희진한테 벽을 치냐?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윤희진 매력 있잖아.”
“희진이는 나 같은 놈이랑 별로 안 어울려.”
“···네, 다음 기만충~.”
“장난이 아니고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황재빈은 최유성이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정말 질색이라는 듯 오만상을 다 지었다.
“에혀. 그래, 이 고자 새끼야. 넌 평생 네 좋다고 쫄쫄 따라다니는 애들 다 차면서 그렇게 살아.”
“···내가 갈 길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차는 게 나아.”
“하···. 뭐라는 거냐? 머리 박박 밀고 절에 들어가기나 하려고?”
“그런 거였으면 차라리 좋겠네.”
최유성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로 태연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영원한 안식’ 전까지 마음속에 담아두게 될 한 여자에 대한 것을 회상했다.
– 최, 최유성···. 주, 주우··· 죽지 마아아···.
– 미안하다···.
최유성은 11번째 세계에서, 남에게 애정을 주지 말자고 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말았다.
그는 결국 그 망할 애정 때문에 몸을 던졌고, 오랜 염원이었던 ‘대마신의 소멸’을 실패하고 말았다.
“···하, 새끼. 이거 또 멍 때리네.”
“······.”
평생을 후회할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세계에선 최대한 그녀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느슨한 마음가짐으론 샘솟는 사랑을 멈출 순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고, 그는 결국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야! 얌마! 오늘따라 왜 그러냐? 우리 누나가 준다고 한 연봉이 그렇게 충격적이었어?”
“······.”
물론 얼마 안 가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깨닫게 되어 그만두었다.
이 세계의 알리사는 11번째 세계의 알리사가 아니다.
인과율로 성격이 바뀌었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
그러니까, 이제 오로지 자신의 염원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였다.
“미안 재빈아. 나 임모르탈리스로 가려고.”
“아, 아니!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라니까? 우리 길드 세계 1위 길드인 거 알잖아! 그에 반해 봐봐? 그 만년 2위 길드는 위험한 유럽 쪽도 파견될 수 있다고! 그니까 천천히 생각해 쫌!”
임모르탈리스로 들어가는 건 역시 순조롭고, 강대용이라는 대마신을 확실하게 무찌를 열쇠도 손에 넣었다.
그래서 최유성은 확신에 차있었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신뢰하고 있는 이들을 모두 이용할 거고, 그건 지금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각오를 하고 있었기에 오늘 강대용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알리사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버릴 생각이 있냐고.
최유성은 당연히 어떤 대답을 바라며 이 질문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강대용에겐 원하는 대답을 받았다.
“아, 이제 시작하나보다.”
“야, 야! 생각 좀 다시 해보라니까? 엉?!”
때문에 최유성은 이제 어느 정도 강대용을 신뢰하여, 그를 계속 곁에 두기로 했다.
***
한창 다른 1학년 생도들의 무대가 진행되고 있는 중.
“1학년 A반 슬슬 준비해주세요!”
“후우···.”
“하아···.”
무대와 뒤쪽과 연결된 대기실 안.
나와 윤희진은 그곳에 있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 너무 떨려···.”
“나도.”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연습도 충분히 했다.
반 애들과 상의 끝에 노래랑 어울리는 의상도 맞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한다는 긴장감과 압박감은 재능으로 강화된 내 정신력을 살짝 흔들 정도로 큰 것이었다.
“대용아 그래도 너는 좀 나아 보인다···. 역시 멘탈이 강하네! 아하하···.”
그런 재능도 없는 윤희진이 얼마나 떨릴 것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녀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너무 덜덜 떨어서 꼭 지독한 감기에 걸린 사람 같았다.
“···아니. 긴장된다지만 너무 떠는 거 아니냐?”
“응···. 그렇긴 한데···.”
이 상태라면 무대에서 잘 부를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기껏 열심히 준비했는데 망치면 얘한테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텐데.
원작에선 이걸 어떻게 극복했더라.
그냥 스스로 극복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 장면에 대해선 아무런 내용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야.”
“으, 응···. 대용아···.”
···근데 아무리 봐도 도저히 혼자서는 극복 못할 듯 보인다.
결국, 나는 오지랖을 부려서 그녀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네가 노래 제일 잘한다 생각하고 화끈하게 지르면 돼. 너 쫄보 아니잖아.”
“다, 다른 애들도 잘 부르던데···. 나는 평범하지···.”
“허. 내가 들었을 때는 네가 제일 잘 부르던데? 내가 막귀라서 리허설 무대를 잘못 들었나?”
“······.”
윤희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래도 안쓰러울 정도로 몸을 떠는 것은 멈췄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봐도 되겠지.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이어서 조언을 했다.
“···자신감 가지고 부담감은 버려. 프로가수도 아닌데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할 필요도 없어. 혹시 실수하면 어떠냐? 다들 귀엽게 봐줄 텐데.”
“귀, 귀엽게···!?”
안 그대로 새빨개졌던 윤희진의 얼굴이 이젠 터질 것 같은 지경이 되었다.
그녀는 내 눈을 피하듯 고개를 완전 반대로 돌리고 내 얼굴을 보려하지 않고 있었다.
“···내, 내가 귀여워?”
이 자식….
대화의 요점을 전혀 못 잡고 있는데?
“아니, 오해하지마라? 나한테 귀여운 건 리사 뿐이고···. 너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많아서 한 얘기지.”
“아, 아하, 아하하! 그, 그런 얘기였구나. 그, 그렇겠지···.”
얘는 왜 귀엽다는 말에 오두방정을 떠는 거지.
그래도 뭐···.
귀엽다는 말에 신경 쓰는 거 보니 이제 꽤 괜찮아진 것 같네.
“긴장은 좀 풀렸냐?”
“아, 응! 고마워 대용아. 네 덕에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아!”
“···그럼 다행이네.”
긴장이 꽤 풀렸다 해서, 나는 녀석에게 살짝 주먹을 내밀었다.
윤희진은 그것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서로 파이팅 하자고.”
“아! 그래!”
윤희진은 활짝 미소 짓고 내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콩, 하고 부딪쳤다.
그 순간, 이번 장기자랑의 스태프 역할을 맡은 방송부 생도가 크게 외쳤다.
“강대용 생도! 윤희진 생도! 슬슬 무대 뒤로 가시겠습니다!”
나와 윤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 생도의 뒤를 쫓아갔다.
“대용아.”
무대로 가는 길에, 윤희진이 아직 중요한 할 말이 좀 있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걸었다.
“그, 근데 진짜 그 곡으로 괜찮겠어?”
“···뭘 이제 와서 그러냐.”
“으, 응. 그렇지···. 확실히 그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나오면 반응 괜찮을 것 같아!”
나와 윤희진은 확신하고 있다.
내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 반이 1등을 차지하는 건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것을.
물론 그런 것과 별개로 이 노래를 부르기는 정말 껄끄럽다.
망할 이상은에게 떠밀려서 이 곡이 된 거였으니까.
“윤희진 생도 먼저 무대로 올라가시겠습니다!”
“네, 넵!!!”
그러나 이걸 부르기로 결정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후회 없이 내지르는 수밖에.
나는 윤희진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최면을 한다.
‘나는 김강호다.’
오늘 나는, 아시아 역대 최고의 로커 김강호가 된다고.
***
“차차 그렇게 널 잊었어···.”
-와아아아아아!!
윤희진의 개인 곡인 [노래가 늘었어]가 아무런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함박웃음 지으며 SHA 측으로부터 지급받은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는 것은 ‘잘 들었다!’라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나중에 눌린 횟수를 합산하여 1등을 가릴 때 쓰게 될 터였다.
“이야! 정말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윤희진은 일반인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가창력을 뽐냈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대였다.
덕분에 상당히 많은 관객들의 리모컨을 누르게 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현재 감동과 여운에 잠겨 있으실 텐데, 다음엔 화끈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네! 윤희진 생도와 같이 1학년 A반의 대표로 나오게 됐죠! 최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생도라, 이 생도의 무대도 정말 기대가 되네요!”
아무튼 윤희진의 감성이 젖어있는 이 무대에, 다음 차례의 생도가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회를 맡은 2학년 생도들은 그 생도를 힘찬 목소리로 불렀다.
“강대용 생도를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그들이 말하자, 무대 뒤편에서 강대용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색 가죽 풀세트를 차려 입은 그의 모습은, 미리 록을 부른다고 예고하는 수준이었다.
“안녕하세요 강대용 생도!”
“안녕하세요.”
“같은 반 학우인 윤희진 생도의 무대 어땠나요?”
“최고였죠.”
잠시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곧 강대용의 무대는 시작된다.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하게 될 텐데···. 혹시 어떤 노래를 준비하셨나요?”
“김강호 님의 [Shout] 부르려고요.”
“···와. 그 곡을 부르신다고요?”
강대용의 선언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Shout]는 이 세계에선 공개된 지 대략 30년이 넘어가는 추억의 곡 중 하나다.“굉장히 어려운 곡을 선택하셨는데요! 어떻게, 자신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