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16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밉고 또 미워서.
윤희진은 쏟아지는 눈물을 손으로 대강 닦아내며 하염없이 흐느꼈다.
그리고 또다시 품어선 안 되는 욕망을 품고 말았다.
지금 막 도망쳐 나온 참인데, 벌써부터 강대용이 보고 싶었다.
임자가 있는 강대용에게 안기고 싶었다. 하나,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시원해야하는 초가을의 바람이, 그녀에겐 처량하고 쓸쓸하게 기분을 들게끔 했다.
“어? 희진아!”
그녀가 그런 복잡한 심경으로 눈물을 훔치던 그때.
갑자기 옆에서 듣기 좋은 남생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전학생 요한이었다.
윤희진은 급히 고개를 숙여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숨겼다.
“어…? 너 울어?”
“······.”
요한은 걱정되는 듯 말하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러곤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하나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닦아.”
“…고마워.”
윤희진은 요한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는 아주 조금 진정이 되었다.
요한은 눈물을 닦아내는 윤희진을 보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여자는 꽤 쓸 만하겠어.’
그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느꼈다.
마침 보는 눈도 없고, 윤희진의 감정은 격정에 치달은 상태이다.
‘이런 기회는 두 번 오기 힘들지.’
확신에 찬 요한은, 윤희진에게 능력을 사용했다.
『너무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하지 마.』
방금 들린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상반되는 굵직한 목소리가 윤희진의 빈틈을 파고들어갔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윤희진의 어깨가 움찔거리는 것을 본 요한은 쉬지 않고 그녀에게 속삭였다.
『남의 남자면 어때?』
『그딴 게 무슨 상관이야? 네가 좋아하는데?』
“아니야…. 그건 나쁘잖아….”
지금의 감정을 더욱 솔직히 하고 그 감정에 충실해지라고.
『사실은 강대용의 여자친구를 누구보다 증오하잖아? 네가 좋아하는 강대용을 눈앞에서 빼앗아 갔으니까.』
“…맞아.”
『아 혹시 예전에 좋아하던 최유성이 걸리나? 아, 아니지. 넌 아직 최유성도 좋아해. 그러니까 네가 역겹다고 느껴졌겠지. 그렇지?』
“그것도 맞아.”
동시에 두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 끓어오르는 감정을 분출하라고.
『그 여자에게서 강대용을 빼앗아. 최유성에겐 계속 들이밀어. 그런 식으로 둘 다 네 것으로 취해. 너는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어.』
“…그래. 내가 못할 건 없어.”
요한은 윤희진의 눈동자가 생기를 잃고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순수했던 인간이 타락하는 것을 보며 커다란 조소를 만들었다.
윤희진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작업은 수월하게 풀릴 듯 보였다.
“야.”
하지만 그때였다.
텁─!
“여기서 뭐하냐 지금?”
강대용이 윤희진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으며 요한의 작업을 막아낸 것은.
다음화에 계속
Episode.53 : 윤희진의 폭주
나는 윤희진이 요한의 능력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녀의 어깨를 더욱 꽉 쥐었다.
“아파….”
“정신 차려.”
곧장 그녀의 손목도 붙잡아서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윤희진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아보였다.
“헤헤, 대용아….”
그녀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바보처럼 웃었다.
아무래도 요한의 기술에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듯 보였다.
“윤희진.”
“으응. 대용아아….”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요한의 기술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일수록 잘 먹히는 능력인데, 매사 긍정적인 윤희진이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
그렇다고 내가 너무 늦은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요한의 기술에 당할 정도로 어딘가에 정신이 내몰린 상태였던 건가.
“자고 있어.”
“엇….”
퍽─!
어쩔 도리가 없다.
일단 나는 목을 비스듬히 쳐서 기절시키는 제압기를 윤희진에게 사용했다.
체력이 높은 녀석에게 통할까했지만 다행히 심신이 모두 지친 상태라 그런지 잘 먹혔다.
“응? 대용아! 희진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나는 쓰러지려는 윤희진을 살며시 받아내며 생각했다.
윤희진의 치료에 대해서는 최유성과 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고.
나는 그녀를 벤치에 눕혀놓은 다음, 잠자코 날 보고 있던 원흉에게 두 눈을 부릅떴다.
“요한….”
“왜, 왜 그래 대용아···. 갑자기 희진이는 왜 기절시킨 거고, 표정은 또 왜 그래?”
벌써 두 명.
황재빈과 윤희진은 나와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이 녀석에게 피해를 입었다.
나는 피해를 입혀놓고 저런 식으로 연기하는 요한을 보자니 당연히 화가 끓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 그래? 기분이 많이 나빠 보였는데….”
하지만 그렇다 해서 섣불리 녀석을 위협한다거나 하면 나머지 녀석들도 위험해질 수 있기에 나는 그저 녀석을 노려볼 뿐이었다.
[진(眞) 흑염룡이 정 너무 꼽다 싶으면 5분 동안만 자신에게 주도권을 잠시 넘기라고 말합니다!] [진(眞) 흑염룡이 확실하게 녀석을 위협하겠다고 당신에게 약속합니다!]그런데 이런 상황이 흑염룡에게도 매우 답답했는지, 녀석이 내게 도움을 주겠다하고 있다.
운명의 맹약 때문에 녀석은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 아마도 흑염룡 역시 요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하지만 나는 흑염룡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잠시 눕혀두었던 윤희진을 등에 업고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대용아.”
그때, 요한이 나를 불러 세웠다.
녀석은 나에게 기분 나쁜 미소를 실실 흘리며 말했다.
“이제 좀 알겠어?”
녀석은 정확히 뭘 알겠냐는 건지 주어를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녀석이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한 것인지는 아주 잘 알 것 같았다.
“축제 끝나고 주말에 시간 좀 내줄래?”
놈은 나에게 일종의 협박을 한 것이다.
순순히 자신들에게 협력하지 않으면 이미 당한 두 사람 말고도 얼마든지 더 건들 수 있다.
그런 식의 협박을 두루뭉술하게 한 거다.
놈은 내가 최유성 일행의 녀석들을 아낀다고 확신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협박에 아무런 대답도, 동요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길을 걸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분노를 삼킬 뿐이었다.
***
“으음….”
강대용에게 업혀서 보건실로 온 윤희진은 30분 정도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침대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
“윽….”
윤희진은 일어나자마자 격렬한 두통을 느꼈다.
그녀는 깨질 것 같이 아픈 머리를 쥐어 싸매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통증은 아주 잠시였고, 언제 그랬다는 듯 편안해진 윤희진은 손을 떼고 고개를 휙휙 돌렸다.
“괜찮냐?”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윤희진에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옆에서, 강대용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어쩐지 풀이 죽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윤희진은 그 얼굴을 보고도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응. 너보고 싶어서 일어났어.”
“…….”
윤희진은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절로 부끄러워지는 말을 내뱉곤 강대용에게 애교 섞인 말투로 물었다.
“대용이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와준 거야?”
“어.”
“…고마워.”
윤희진은 천천히 강대용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강대용은 화들짝 놀라며 윤희진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
“…왜 그래.”
그는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으로 윤희진에게 물었다.
윤희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강대용에게 되물었다.
“만지고 싶어서 그러는데. 왜에?”
“뭐, 뭐라는 거야.”
“말 그대로인데. 만지고 싶어.”
요한의 기술에 완전히 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윤희진은 충동에 대한 자제심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이제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한 치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강대용은 이번엔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어떤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히히. 네 얼굴 거칠다 대용아.”
“…….”
요한에게 현혹당하기 전, 윤희진이 눈물을 흘리며 했던 말들은 몰래카메라 따위가 아니었구나.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구나.
그렇다면 윤희진은 정말로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구나.
“…윤희진.”
“으응~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대용아.”
하나, 강대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3년 내내 좋아하던 최유성을 마음속에서 밀어낼 만큼 자신이 윤희진에게 잘해주었는가?
역시 잘 모르겠다.
자신은 단지 어둑서니에게서 그녀를 구해주거나.
방패를 그대로 쓰라고 조언을 해주거나.
A+급 게이트 사태 때 위기에 빠졌던 윤희진을 구해줬다거나.
그런 것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잠깐만….’
하지만 강대용은 이내 깨닫게 된다.
자신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그 세 가지 도움이,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윤희진의 감성을 크게 건드는 일이었다는 것을.
‘젠장….’
특히나 두 번째 도움은 최유성이 해야 할 역할을 자신이 선점해버린 것이었다.
아마도 그게 결정타가 아니었을까.
‘왜 전부 나한테….’
강대용의 마음속에서 커다란 후회가 파도처럼 일기 시작했다.
***
나는 윤희진과 함께 보건실에 있다는 사실을 단톡방에다가 알렸다.
“윤희진!”
내가 단톡방에 보낸 메시지를 보고 가장 먼저 뛰어온 것은 백설이었다.
그녀의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다.
“아, 설아!”
“…너, 너 뭐해!?”
하지만 곧 그녀의 표정은 못 볼 걸 본 표정으로 일변했다.
…내가 생각해도 저럴 수밖에 없었다.
윤희진은 지금 내 왼손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자신의 볼에 비비고 있었으니까.
“응? 뭐가?”
“지, 지금 강대용 손으로 뭐하는 건데!”
“대용이의 온기를 느끼고 있는데?”
“아니! 그러니까 왜!”
백설의 질문에 윤희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으음…. 좋아하니까?”
“…….”
백설은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저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아무래도 윤희진의 오랜 친구인 그녀에게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윤희진. 잠깐 놔봐.”
“응? 싫어어~! 대용이 손 따뜻하단 말이야.”
“지금 안 놓으면 앞으로 이런 거 다신 없을 줄 알아.”
그렇게 말하자마자 윤희진은 내 손을 순순히 놔주고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넋을 놓은 듯 보이는, 아니 진짜로 넋을 놓은 백설에게 다가갔다.
“…설명해 줄 테니까, 잠깐 밖으로 나가자.”
“아? 어, 응….”
나는 백설을 데리고 보건실 바깥으로 나왔다.
백설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흐리멍덩한 눈동자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백설은 나를 쳐다보지 않고 힘이 빠진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윤희진은 지금 현혹 마법에 당한 상태야.”
“…현혹 마법?”
“어. 그것도 엄청 지독한 마법에.”
요한의 기술, [세례의 현혹]은 ‘신의 세례를 내려 진실만을 추구하는 인간으로 만든다.’라는 효과를 가진 정신계 기술이다.
윤희진은 완전히 그 기술에 잠식된 것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잠식되었다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서 욕망을 자제하는 마음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야.”
그녀는 자신의 애정을 숨기지 않았고, 자제라는 걸 하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당연히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윤희진과 알리사가 대판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나를 좋아한다고 선언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듯 보이는 백설 역시 윤희진을 싫어하게 되는 건 금방일 것 같았다.
“지금 윤희진이 저러는 건 절대로 자기 의지가 아니야. 현혹마법을 건 사람이 날 곤란하게 하려고 날 좋아하도록 만든 거지.”
나는 그녀들의 사이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거짓이 섞인 설명을 하고 있다.
윤희진은 분명 현혹 마법에 걸리지 않아도 날 좋아할 테지만, 그 마음조차도 전부 현혹마법으로 조작되었다는 거짓을 섞은 것이다.
그러니 알리사에게도 백설에게 하는 것과 똑같은 설명을 할 거다.
“…누, 누가 희진이한테 그런 마법을 걸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