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24
“오….”
물론 내가 이런 기술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황투희는 그저 탄성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녀는 이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실소를 띤 채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이겼다.”
스스스스─.
그러고서, 그녀는 내 승리를 인정하며 기술을 멈췄다.
***
“두 분의 대련은 흥미롭더군요. 같은 속성이라 그런지 스타일도 비슷한 것 같고….”
대련 외에도 여러 훈련을 마치고 조금 쉬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내 곁에 앉아 재잘재잘 떠드는 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알리사와 코톡을 하는 중이었다.
“제자야.”
“엉?”
휙-!
그때, 황투희가 나에게 페트병 하나를 던졌다.
나는 그것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냈다. 뭔가 기운을 보충하는 파란색 에너지음료 같아 보였다.
“마나에 영향을 끼친다거나 하는 부작용 없으니까 맘 놓고 마셔라.”
“땡큐.”
나는 꿀꺽꿀꺽 음료수를 넘겼다.
확실히 아팠던 근육이 풀리고 마나가 채워지는 게 또렷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비싼 음료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중에서 파는 마나에이드는 절대로 이런 효과가 곧바로 나타날 수 없으니까.
“뭐냐 이거?” “포션. 한 병에 5만원정도 하는 건데 꽤 괜찮지?”
아, 이게 포션이었구나.
B급 이상의 영웅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영웅들한테만 판매한다는 기능성 음료.
아직 생도인 내가 구경할 수도 없는 물건인데 이렇게 마시게 되는구먼.
“점심은 뭐 먹을 텨? 식재료도 충분하고 벨이 어떤 요리든 잘하니까 뭐든 부탁하면 돼.”
“저를 당연하다는 듯 부려 먹으시는군요….”
허허. 백(Back)들이 생기니까 이런 호사를 다 누려보는구나.
이 녀석들이 어떤 생각으로 나를 지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심되지만, 적어도 나쁜 의도를 품고 이러는 건 아닌 것 같다.
“…얌마. 네가 여기 머물면서 하는 게 뭐가 있어? 기껏 해봐야 나 놀아주는 거 말고 없잖아?”
“네네….”
저 녀석들이 대화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런 예감이 더더욱 들었다.
사실 이 녀석들 전생이 칠마신이라고 해도 지금은 엄청 착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든다.
“그럼 김치볶음밥 해줄 수 있냐?”
“뭐야? 왤케 소박해?”
“그냥 오랜만에 먹고 싶어서.”
그래도 최소한의 경계까지 허물어선 안 되겠지.
이들은 일시적인 협력자다.
그러니 최대한 내가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자.
지금은 배고프니까 점심 주는 사람으로 이용할 거고.
“그럼…. 실력 좀 발휘해볼까요.”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걸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벨은 옅은 미소 짓곤 부엌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다시 코톡으로 눈길을 돌렸다.
[알리사]-혹시 희진이한테 연락 왔어?
-그…. 받아도 되긴 하는데 너무 친근하게 대해주진 마ㅠㅠ
– (오리가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
나는 그 코톡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역시 이 부분을 걱정하는구나.
안 그래도 진짜 왔는데.
[윤희진] 오늘– 사진을 보냈습니다. ⓴
스무 개나.
얘는 나랑 떨어졌을 때부터 내가 보든 말든 코톡을 보낸 것 같다.
현혹 기술 성능 끝내주는구먼.
이전에는 갠톡도 잘 안 하던 녀석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다니.
“에휴.”
“엉? 왜 한숨을 쉬고 그러냐 제자야.”
“피곤해서.”
황투희는 내 폰 화면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 인간에게 너무 정을 주지 말라고.”
“…애초에 베이스가 인간인데 그게 마음처럼 되겠냐.”
황투희는 쓴웃음을 흘리며 볼을 살짝 긁적였다.
“뭐 그렇긴 하지. 나도 결국 이 육체 원래 주인의 의지에 따라 황재은의 동생이 되었으니까.”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네.”
“그래. 하지만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다. 어쨌거나, 내가 너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뭔가 상념에 빠진 얼굴이 되었다.
괜히 이러니까 궁금해서 미치겠네.
황투희가 차지한 육체에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거지?
‘황투희의 사연.’
혹시나 해서 대용위키에게 물어봤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역시 독자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나오질 않는구나.
아쉽지만 얘가 나중에라도 말해주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수밖에 없겠다.
“아, 맞다.”
“응?”
그러다가, 나는 문득 오태식을 잡고 얻었던 것이 떠올라서 거실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강화유리 케이스를 하나 꺼내 거기에 들어있는 것을 황투희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파편이구나.”
황투희는 오태식의 파편을 보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도 마신이었으니까 이걸 어떻게 흡수하는지 알고 있지?”
“…알긴 한다만.”
황투희는 내 물음에 살짝 머뭇거리는 얼굴을 만들었다.
그녀한테서는 보기 드문 표정이라, 나는 역시 파편을 섣불리 맨손으로 건들지 않았다는 것이 좋은 판단이었다고 속으로만 자화자찬을 했다.
“어떻게 흡수하는데?”
그래도 일단 방법을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황투희에게 물었다.
황투희는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조금씩 입을 열었다.
“그게….”
Episode. 57 : 노림수
“먹으면 돼.”
“뭬, 뭬야?”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투가 나가버렸다.
근데 먹으라고?
오태식 심장 속에 있던 이 파편을 먹으라는 거냐 지금?
“···삼키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흡수된다고.”
“아니 진짜 이걸 먹으라고?”
“그럼 가짜겠냐.”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잖아.
사실 마신마다 파편을 흡수하는 방법이 다 다르지 않을까?
뭐 자연스럽게 피부로 스며들어간다던지 말이다.
“뭐 다른 방법 없어?”
“없어. 근데 파편 흡수는 아직 좀 보류하는 게 좋을 걸.”
황투희는 팔짱은 끼고서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역시 파편을 흡수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보다.
“네 순수 능력치 평균이 800이 넘었을 때 흡수하는 편이 무리가 안 갈 거야. 정신력도 재능이 있다지만 더더욱 키워야 하는 부분이고.”
“···그건 오하와의 처방이냐 네 의견이냐?”
“언니한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걸? 빨리 강해지고 싶은 네 마음은 알고 있는데, 아직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봐.”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파편을 보았다.
얼핏 보면 그냥 검붉은 빛을 띠고 있는 거 빼곤 평범해 보이는 돌조각이지만, 무척 위험하다고 내 본능이 말해주고 있다.
“어차피 한 달 동안은 나랑 지옥 훈련할 테니까 파편의 힘엔 나중에 기대도 돼.”
“···알았어.”
···어차피 먹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섣불리 흡수할 것 같지도 않지만.
***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어떤 교회.
“…wie auch wir vergeben unsern Schuldigern.”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 4시인 그곳의 예배당에서, 한 남자가 눈을 감고 혼자서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sondern erlöse uns von dem Bösen.”
남자는 자신의 신에게 죄를 고백하고, 세상이 모든 악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며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모든 악으로부터의 해방.
그것은 남자의 오랜 염원이었다.
“···Amen.”
그는 그 염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소중한 신도가 죽는 것을 방관했으며, 순수했던 여학우를 욕망의 포로로 타락시켰다.
“후우···.”
날이 갈수록 죄는 쌓여가고, 마음은 썩어 들어갔다.
남자는 스스로가 알고 있다.
자신은 이미 그 어떤 악인보다도 악독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사후엔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는 것을.
그런 남자에게,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은 일종의 자기위안이자 삶의 낙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요한.”
그때, 예배당의 입구에서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도를 하고 있던 남자, 요한 프리드리히는 표정을 풀고서 등 뒤로 고개를 틀었다.
“오셨군요. 탐욕.”
“그래.”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몬에게 다가가서 살짝 목례를 했다.
“독일에 돌아오자마자 기도를 하고 있군. 한국에서도 한 번 하고 오지 않았었나.”
“기도는 꼭 하루에 한 번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신을 믿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기도를 올려봤자, 죽은 신에게 닿지는 않을 터인데. 특이한 취미로군.”
요한은 마몬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평소에 표정관리를 잘하는 요한일지라도,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신을 모독하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러나.”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요한은 이내 표정을 풀고 짐짓 미소 지었다.
“그래. 날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우선 색욕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시죠.”
요한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울분을 삼켰다.
“알았다.”
“······.”
눈앞에 있는 남자를 당장이라도 ‘신이 물려주신 힘’으로 지워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참아야만 한다.
그의 계획에는 반드시 탐욕과 색욕의 힘이 필요했으니까.
“하이↗↗↗!!!”
“···왔군.”
“오셨군요.”
그렇게 요한이 속으로만 칼을 갈던 찰나.
쾌활한 여자 목소리가 성당에 울려 퍼졌다.
“다들 오랜마안!”
“···색욕. 그 말투는 뭡니까.”
“응? 요하니는 이 말투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요, 요하니요?”
이민희의 육체를 자신의 것으로 삼은 아즈모데의 요란한 등장이었다.
아즈모데는 생전 이민희의 성격이 마음에 들어 그녀의 성격을 자신의 것으로 동화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 때문에 말투도 이민희처럼 변하고 있다.
“그래 요하나! 앞으로는 색욕이 아니라 ‘미니!’ 라고 불러줄래?”
“···네?”
“아즈모데. 또 그 지랄병이 도진 거냐.”
“와아~. 지랄병이라니! 나는 단지 이 아이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라구! 완전 어이없어! 너 벌점 200만점!”
물론 같은 칠마신인 마몬이든, 신세계교의 수장인 요한이든 아즈모데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튼, 두 분 모두 도착하셨으니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구랭구랭!”
요한은 이번에 오태식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자신이 내버려둔 이유와 추후 계획에 대해서 두 마신에게 설명했다.
아즈모데는 쫑알쫑알 말하며 요한의 설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마몬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듣기만 했다.
“···이상입니다. 혹시 질문 있습니까?”
요한은 설명이 끝난 후 두 사람을 번갈아보면서 말했다.
“일요일에, 강대용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더군.”
“네. 일부러 안 했습니다.”
“왜지?”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힘이 빠졌을 줄은 예상 못했으니까요. 저는 그가 좀 더 강할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심신이 지친 사람과 협상을 하는 것보단 그가 저희랑 느긋하게 얘기할 여력이 될 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요한의 막힘없는 설명에 마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까 요한이 말한 계획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물었다.
“강대용과의 협상이 결렬할 경우, 그의 주변 인물들을 건드리겠다고 했나.”
“네. 맞습니다.”
“설마 윤희진도 모자라서 나머지 3대 길드 관계자들을 건들겠다는 거냐? 아마 힘들 거다. 아직은 우리의 힘이 그들을 넘어서지 못 해.”
“···제가 다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황재빈과 윤희진같은 3대 길드의 자녀들이 아닙니다.”
“그럼?”
요한은 눈동자로 십자가를 주시하며 서늘한 미소를 흘렸다.
“3대 길드의 보호를 받지 않고, 혼자 행동하는 시간이 많은, 강대용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칠 생각입니다. 그 임무는 변 사도에게 맡길 거고요.”
마몬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요한이 누굴 건드리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를 잡기 위해선 SHA의 보호에서 벗어난 지금이 기회이지요.”
***
월요일과 화요일을 빡센 훈련으로 보낸 후.
수요일부터는 인터넷 수업까지 병행해야만 했다.
[마나와 마기는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에너지다. 두 에너지는 절대로 섞일 수 없으며···.]“지루하구만···.”
이만수는 생도들 사이에서 잘 가르치는 교관이라고 소문났지만 대용위키가 있는 나에게는 그저 지루한 시 읽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번 수업은 여기까지다. 점심 맛있게 먹고, 1시에 알아서 잘 들어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