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29
“아! 그럼 리사는 지금 여자 기숙사 쓰고 있는 거야?”
“···응? 그, 그렇지?”
그 도중 호기심이 가득한 윤희진은 여자 기숙사, 특히 알리사가 쓰고 있는 방이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그럼 남자 기숙사는 충분히 구경했으니까 리사가 쓰고 있는 방 구경하러 가자!”
윤희진이 그 말을 하자마자, 알리사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뭐지? 표정이 이런 식으로 급변하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기던데.
“···지, 지하 1층에 재밌는 거 많은데 거기 먼저 가자! 나 방 정리를 하나도 안 해서!”
“원래 정리하기 전의 방을 보는 게 묘미 아니겠어? 그러지 말고 바로 리사 방으로 가자아~.”
역시 윤희진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평소라면 “그럼 지하 먼저 가자!”라고 하면서 순순히 알리사의 의견에 따랐을 녀석인데.
이거, 알리사도 참 난처하겠다.
“지금은 안 돼.”
“으응? 왜!”
“아무튼 안 돼···.”
알리사의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에겐 보여줄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광경이 그녀의 방에 펼쳐져 있는 것 같다.
“으음···. 알았어! 그럼 이따가 방 정리하고 나선 꼭 보여줘야 해?”
“그, 그럼! 당연하지! 그럼 나는 방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너희 먼저 내려가 있어!”
알리사는 우리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떠밀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돼지우리 꼴인가 보네.”
“입 닥쳐 백설기.”
···얼마나 보여주기 싫은 거면 저러지.
나는 그녀의 방에 펼쳐져 있을 미지의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그 궁금증을 떨쳐냈다.
***
지하 1층.
“대용아! 우리 탁구나 칠까?”
“···팔은 좀 빼지 그러냐.”
우리는 그 지하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중이었다.
“첫 번째가 없는데 두 번째인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지!”
“···하아.”
물론 알리사가 없으니 윤희진의 애정행각의 한계는 풀려버렸다.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오른팔에 팔짱을 꽉 낀 채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그, 그만해 윤희진! 강대용이 곤란해 하잖아!”
“···강대용, 너 사실은 내심 기분 좋은 거 아니냐?”
그런 윤희진 때문에 내 왼쪽에서 따가운 시선과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히는 중이었다.
백설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윤희진을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중이고, 황재빈은 몹시 분개하고 있는 듯했다.
“아, 알았다 알았어! 너희가 하도 뭐라 하니까 오늘은 이쯤 해둘게!”
다행히, 두 사람의 시선이 나만 신경 쓰이는 건 아니었는지 윤희진은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역시 속마음은 숨기지 못하는지 몹시 뚱한 표정이 되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대용.”
그렇게 윤희진이 팔짱을 푼 순간.
내 등 뒤에서 굵직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대마도사님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엿됐다.
설마 윤희진과 내가 팔짱 끼고 있던 걸 보고서 나를 계속 쫓아온 건가?
제기랄. 여긴 임모르탈리스 길드 건물이고, 오늘 이 녀석들을 보내고 알프레드와 만나기로 약속도 잡아놨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다.
어떻게든 윤희진을 내 옆에서 떼어내야 했는데.
“강대용.”
알프레드가 다른 녀석들의 인사도 받지 않고 내 이름만 부른다.
이 정도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정말 무진장 화났다는 것을.
“내 얼굴을 똑바로 봐라 강대용.”
나는 어깨를 살짝 떨면서 인형의 관절이 움직이듯이 부자연스럽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
“오, 오랜만입니다 형님···.”
“······.”
알프레드의 보라색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의 주변에서 칠흑의 마나가 불꽃처럼 용솟음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나는 차마 그와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오해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 이 녀석은 단지 저와 같은 반 학우로···.”
“대용이의 두 번째 여자친구에요!”
“···두 번째?”
하하. 빌어먹을 윤희진.
망할 요한 프리드리히.
콰과과과─!
해맑은 윤희진의 대답을 듣고 난 뒤, 알프레드는 지하가 통째로 흔들릴 만큼의 마나를 방출했다.
그 마나를 느끼자마자 윤희진은 금세 겁먹은 표정으로 일변했고, 황재빈과 백설은 나와 똑같은 허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네가 감히···.”
알프레드는 급기야 [마도서 : 게티아]까지 소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리사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거냐!”
우리 말고도 주변에서 오락을 즐기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은, 갑작스러운 부길드장의 폭주에 하나둘씩 얼굴이 새하얗게 질러갔다.
“드, 들어보십쇼 형님! 정말 오해입니다! 윤희진은 단지 저에게 장난을 치던 것뿐입니다! 절대로 불륜관계라던가 그런 게 아닙니다!”
“닥쳐라 천인공노할 놈! 네가 리사를 두고 다른 여자와 노닥거린 것은, 죽음으로 갚아야할 것이다!”
아, 이젠 정말 끝이야.
대마신을 향한 여정은 이제야 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하필 아군이 될 사람한테 이렇게 밉보이게 되다니.
[진(眞) 흑염룡이 이것이 바로 동시에 세 명의 여자를 취하려고 했던 당신의 최후라고 말합니다!]제기랄. 내가 언제!
내가 언제 세 명이랑 동시에 사귈 작정을 했냐고.
나는 알리사만 바라봤는데 뭔 개소리야.
백설이랑 윤희진한테는 확실하게 선도 그었는데!
[진(眞) 흑염룡이 “확실히 선 긋기는 지랄!”이라고 말하며 당신을 강하게 비판합니다!]그래 이 개자식아. 네 X대로 생각해 걍.
어차피 이젠 나든 너든 아주 엿 됐으니까.
이 진성 시스콘에게 걸린 이상 우리는 끝이라고.
“사라져라···. 아마겟···.”
“오빠!”
···그런 식으로 자포자기 하고 있었는데, 구원의 목소리가 알프레드를 멈췄다.
진성 시스콘은 마법 기술을 취소하고서 뒤로 등을 돌렸다.
“···리사야.”
“대용이 바람피운 거 아니야!”
알리사는 성난 목소리로 알프레드에게 사정을 간단하고 빠르게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듣고 난 뒤, 알프레드는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땀을 삐질 흘리며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가, 강대용 생도. 사죄의 뜻으로 제 집무실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
부길드장의 집무실.
다른 녀석들은 지하에 두고, 나는 알리사, 알프레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된 거였단 말이군요.”
“···네.”
자세한 사정을 들은 알프레드는, 뭔가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설명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아니. 네가 설명은 하나도 안 듣고 버럭 화부터 내셨잖아요.
아오. 지금까지 해준 게 많아서 이걸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진짜.
“다음부터는 차분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되도록 이런 상황이 되지 않게 처신하는 건 물론이고요.”
“···감사합니다.”
···근데 솔직히 나였어도 엄청 화났을 거 같긴 해.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상황이고.
맨날 붙어 다니고 사정도 아는 녀석들조차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말 다했지.
“그리고 죄송합니다 강대용 생도.”
그런데 갑자기 알프레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자리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한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네? 저, 형님···.”
“보상은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 못난 오빠를 용서하시고, 앞으로도 리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뭐지?
확실히 알프레드가 잘못한 건 맞는데, 당연히 진심으로 마법을 사용하려는 생각도 없었을 테고 결국엔 나는 엄청 멀쩡한데?
이게 무릎까지 꿇고 사과할 일인가.
“···오빠. 너무 과하잖아.”
“미, 미안하다 리사야! 그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좋겠니?”
···그렇구먼.
리사 눈치 보여서 일부러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과하게 된 거였군.
“···그만 일어나세요 형님. 저야말로 좀 더 강하게 떼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릴게요.”
“고, 고맙다.”
좋아. 어쨌거나 방금 전 소동에 관한 이야긴 끝난 것 같고.
이왕 알프레드를 일찍 만난 거, 빠르게 얘기를 나눠 봐도 나쁘지 않겠지.
“리사야.”
“응 용아.”
그러기 위해선 알리사는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나는 알리사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부탁했다.
“지금부터 형님이랑 단 둘이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먼저 내려가 있어.”
“······.”
그런데 알리사의 표정이 영 오묘하다.
그녀는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무덤덤하게 말했다.
“싫어.”
어째서인지, 알리사는 내 부탁을 단호히 거절했다.
Episode.59 : 경계태세 (2)
알리사는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오빠랑 뭘 논의하려고 날 내보내려는 거야.”
그녀는 내가 알프레드와 할 이야기가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생각하다가, 그녀의 손을 살며시 붙잡아주면서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그래.”
“···또 혼자서 전부 짊어지려는 거지?”
···이게 무슨 소리지.
그저 나는 미래의 백설이 어떤 상태인지 묻는 것과, 윤희진에게 걸린 [기술]을 혹시나 해제가 가능한지 같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데.
“그런 거 아냐.”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왜 굳이 날 내보내려는 거야.”
내가 알프레드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려는 이유.
그것은 안 그래도 윤희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알리사 바로 앞에서 미래의 백설이 괜찮은지를 묻게 되면, 안 그래도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리는 일일수도 있겠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줘.”
하지만 알리사는 다른 쪽으로 더 신경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핑계를 대는 것으로 알리사를 비롯한 주역들과 얼마나 관계를 더 유지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요한 때문에 불안한 상태인데, 나는 얼마나 더 거짓으로 상황을 무마해야 하는가.
“저번에 붙잡았던 마물과 섞인 여자에 대한 걸 여쭤보려고 했어.”
“아···.”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리기 전에, 이 이상의 거짓말은 그만둬야 한다.
내 마음대로 사람의 마음을 어림짐작하여 오만한 판단을 내려선 안 되는 거다.
그들이 나를 믿는 만큼, 나 역시 그들에게 진실을 고하고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요새 현혹된 윤희진 때문에 가뜩이나 너 힘든데, 내가 다른 여자를 보겠다 말하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는 염려가 있었어. 이런 민감한 부분은 숨기지 않고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
소중한 연인인 알리사에게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그런 생각으로, 난 알리사에게 내 진의를 밝혔다.
“···내 걱정 때문이었구나.”
알리사는 내가 내세운 이유를 납득했는지 옅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대용아.”
그녀는 내 얼굴을 살살 쓸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집착을 덜려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제 마음 놓아도 돼.”
“···리사야.”
알리사는 스스로가 과도하게 ‘강대용’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나는 알리사가 그간 보여준 외적인 부분만 보고 그녀를 판단한 거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하지 말고 둘이서 같이 의논해보자. 내가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
···역시 나에겐 과분한 여자다.
등장인물로서의 알리사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알리사를 깊게 알아갈 때마다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날 앞에 두고 얼굴 화끈해지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구나.”
[진(眞) 흑염룡이 오늘만큼은 알프레드의 말에 동의한다며 혀를 쯧쯧 찹니다!]아무튼, 지금은 알프레드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당연히 알리사는 내보내지 않고 말이다.
“우선 저번에 붙잡았던 여자에 대한 것이 좀 궁금합니다.”
그렇게 묻자, 알프레드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안 좋은 소식이 있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알프레드는 내 추측이 정확했다는 것을 긍정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육체의 치료를 계속 진행하고, 언어능력을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 정상적인 육체를 되찾게 하는 것도, 언어능력을 되찾게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더구나.”
그는 이런 식으로 거침없이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뚝 끊었다.
그리고 내 오른쪽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리면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올해를 넘기기가 힘들 거다.”
“네···?”
“네가 그녀를 왜 맡아주라고 한 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거라면 되도록 빨리 만나는 게 좋을 거다. 그녀가 무척 강한 것은 사실이나, 임모르탈리스의 인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몸 상태가 아니야.”
그는 미래의 백설이 맞이하게 될 비참한 말로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다.”
***
미래의 백설이 어떤 상태인지 듣게 된 후, 나는 한시라도 빨리 그녀와 대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따가 오후 2시에 시간을 내마. 전화하면 1층 로비로 오면 된다.
알프레드는 2시에 미래의 백설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그때까지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나와 알리사는 일단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저기 왔네.”
“대용아! 리사야! 여기!”
마침 오락실 앞에서 서성이고 있던 일행을 만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