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30
“둘이 대마도사님이랑 무슨 얘기 나누고 왔어?”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윤희진은 천진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물었다.
나는 그런 윤희진을 보며, 아까 알프레드가 했던 얘기를 떠올렸다.
– 좀 자세히 봐야 판단이 될 것 같다. 혹시라도 그 생도를 데려올 수 있다면 이따가 같이 데려오면 좋겠군.
알프레드도 잠깐 보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을 갖고 자세히 살펴본다면 현혹을 해제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도 있단다.
“대용아~~. 왜 내 말 무시해에~.”
“···그냥 평범한 얘기였어. 리사랑 잘 지내고 있냐, 아까 있던 일은 미안하다, 이런 얘기들이었지 뭐.”
그러니까 얘를 어떻게든 데려가야 하는 건데.
무슨 말로 구슬려야하나.
···아니지. 지금의 윤희진은 그래도 내 말이라면 어떤 말이든 잘 들을 수도 있는 건가.
다른 녀석들에게는 치료를 명목으로 데려간다고 살짝 귀띔해주면 될 것 같고.
“그럼 두 사람도 왔으니까, 이제 리사가 쓰고 있는 기숙사 방으로 가자!”
그전에 알리사가 쓰는 기숙사 구경이 먼저인 듯하지만.
그나저나, 꼭 리사가 쓰는 방을 구경해야 하나?
“···여기서 보고 싶어 하는 거 너뿐인 것 같은데.”
“아니야! 설이도 리사가 쓰고 있는 방 보고 싶다고 했거든?”
윤희진은 능글맞은 눈으로 백설을 바라보았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고 있는 백설은 한숨을 크게 쉬며 마지못한 듯 말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봐바! 우리는 보고 싶다니까! 유성이나 재빈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윤희진은 황재빈과 최유성에게도 똑같은 눈빛을 보냈다.
“크, 큼···.”
황재빈은 어깨를 흠칫 떨더니 윤희진의 시선을 살살 피하면서 헛기침을 흘렸다.
···이 자식. 이거 분명 무진장 좋아하고 있다.
안 그래도 윤희진을 좋아하는 녀석인데 윤희진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자기를 보고 있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겠지.
“···나야 괜찮긴 한데, 일단 알리사의 의사가 어떤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적인 공간을 우리한테 오픈하는 거니까.”
최유성은 윤희진의 막무가내 질문에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역시 11번의 회귀로 쌓아올린 짬은 어디 안 가는구먼.
“아까 리사가 방 정리까지 한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 그치 리사양?”
“···응. 딱히 상관없어.”
알리사는 그래도 방 청소를 완벽하게 마친 모양인지 앞서 질문을 받은 녀석들과 달리 한결 편한 표정으로 윤희진에게 답했다.
“그럼 바로 고고!”
결국 우리는 알리사의 방이 있는 여자 기숙사로 향했다.
여자 기숙사는 남자 기숙사로 사용 중인 20~25층 바로 위층인 26~30층이다.
그중 알리사가 사용하고 있는 방은 30층에 있다고 한다.
띵─.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빨랐기에 우리는 금방 30층에 도달했고, 곧장 복도 끝에 위치한 알리사의 방에 도착했다.
띠리리~.
알리사가 문고리에 카드키를 대자, 방문이 열렸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향긋하면서도 과도하지 않은 라벤더의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오~.”
알리사의 기숙사는 SHA의 생도 기숙사나 아까 보았던 남자 기숙사보다 훨씬 넓고, 탁 트여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커피 타줄 테니까.”
“리사야! 침실 들어가 봐도 돼?”
“음···. 이따가 나랑 같이 들어가자.”
“응응!”
그렇게 말한 알리사는 바로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찬장에서 종이컵을 6개 꺼냈다.
– 대용아.
“응?”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머릿속에 최유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텔레파시를 보낼 수준으로 강해지다니. 조금 놀라운 걸.
– ···저기 보여?
‘뭐가?’
최유성은 손가락으로 TV쪽을 가리켰다.
나는 뭔가 해서 TV쪽을 봤지만,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뭔데.’
– ···벽에 저 자국들 안 보여?
녀석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해보여서, 나는 눈살에 힘을 꽉 주고 유심히 TV 주변에 있는 벽을 쳐다보았다.
하나,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는데.’
– ···내 기술에만 걸린 모양이네.
최유성은 스마트폰과 터치펜을 꺼내더니, 갑자기 그림판 기능을 실행했다.
그는 대강 알아볼 정도로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내 눈에는 지금 TV 주변에 있는 벽이 이렇게 보이거든?
최유성이 스마트폰 화면에는 TV 주변에 수많은 직사각형 모양의 형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실제로는 내가 그린 것보다 훨씬 빽빽하게 벽을 메우고 있어. 꼭 TV 주변만 그런 게 아니야. 이 기숙사 벽 전체에 이런 흔적들이 남아있어.”
‘······.’
···그 직사각형의 흔적들이 대강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나는 조용히 부엌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알리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집착을 덜려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제 마음 놓아도 돼.
그리고 아까 알프레드 앞에서 그녀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이 말을 너무 가볍게 넘긴 것은 아니었나, 나는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
“흠흠~.”
알리사는 커피를 타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중이었다.
‘···흔적이 안 남는 접착제로 붙여놔서 다행이다.’
그녀는 윤희진이 기숙사를 보고 싶다고 우겨서, 급히 방으로 돌아와 벽면을 가득 메웠던 강대용의 사진들을 빠르게 정리했다.
정리한 사진들은 차곡차곡 상자 안에 넣어서, 침실에 있는 금고 안에 고이 모셔놓았으니 이제 들킬 염려도 없었다.
‘···만약 봤으면 대용이가 날 싫어했겠지? 날이 갈수록 집착이 너무 강해진다고 날 싫어했겠지? 안 돼. 나중에 결혼도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 돼.’
알리사는 불안에 떨면서도 콧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여야 한다.
병든 것처럼 보이면 강대용이 자신을 혐오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진정하자. 실력을 발휘해야지!’
그래도 알리사는 강한 불안감을 어찌저찌 가라앉히고서 커피를 타는 것에 집중했고, 곧 모든 커피를 완성시켰다.
“심심하면 TV 켜서 봐도 돼요.”
알리사는 거실로 커피를 들고 가면서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황재빈에게 말했다.
“혹시 낫플릭스 있냐?”
“네. 깔려 있으니까 아무거나 찾아서 보세요.”
“오! 점심 먹기 전에 영화 한 편 때리자!”
알리사는 웃는 얼굴을 하고서 커피잔을 차례차례 건네주었다.
‘···마음 같아선 침 한 번 뱉어서 주고 싶은데.’
백설에게 커피를 주면서 알리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커피를 받는 백설은 알리사의 눈을 쳐다보면서 살짝 표정을 구겼다.
‘별로 마시고 싶지도 않은데···.’
자기가 못하는 걸 잘하니까 괜히 질투가 난다.
“고마워.”
“뭘.”
하지만 자기만 안 받으면 강대용이 어떤 눈초리를 자신에게 보낼지 미래가 훤히 보이기 때문에, 옅은 미소를 띠고서 커피잔을 받았다.
“희진아. 너는 단 거 좋아하지? 여기 코코아!”
“와! 고마워 리사야!”
백설 다음엔, 알리사는 윤희진에게 잔을 건네주었다.
알리사는 웃는 얼굴로 잔을 건네주면서,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은 봐주지만, 현혹이 풀린 후에도 그러면 절대로 그냥 안 넘어갈 거야.’
강대용은 윤희진이 자신을 좋아하게 된 것도 요한의 현혹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녀를 감쌌으나···.
알리사는 윤희진이 강대용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것쯤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도 내게서 대용이를 뺏어가지 못해.’
때문에 그녀는 지금, 강대용과 자신의 사이를 방해하는 것들에 대해서 극도의 경계태세를 갖춰가고 있는 중이었다.
Episode.60 : 유언
우리는 커피를 홀짝이며 낫플릭스에서 황재빈이 고른 공포영화의 엔딩을 보는 중이었다.
“진짜 개망작이네.”
“…괜히 봤어.”
주인공과 히로인이 악마에게 죽고, 살인의 유열에 젖은 악당만이 살아남는 허무한 결말.
진짜 뭔 이런 영화가 있나 싶었다.
“누가 고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보는 눈이 정말 좋으신 것 같네요~.”
“…내가 잘못했다.”
여느때처럼 시비를 걸기 위해 백설이 비꼬듯이 말했지만, 황재빈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지 순순히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그 드문 일이 일어나자, 백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더 이상 황재빈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리사야! 여기 뭐가 젤 맛있어?”
“지하 2층에 있는 생선구이집이 개인적으로 괜찮더라.”
아무튼 영화를 다보니 12시가 조금 넘어서, 우리 일행은 하나둘씩 밥을 먹기 위해 일어났다.
“리사야.”
“응?”
나는 바로 옆에 붙어있던 알리사를 조용히 불렀다.
“애들 먼저 내보내고 얘기 좀 하자.”
“…어?”
그녀가 흠칫 놀랐다.
아직 구체적으로 뭘 말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켕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왜…?”
그래서 나는 그녀의 떨림을 가라앉혀주기 위해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었다.
“그냥 우리 둘이서만 해야 하는 얘기라서. 심각한 얘기는 아닐 거야.”
“…그래?”
“응. 안심해. 단지 그냥 얘기를 좀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
알리사는 내 시선을 피하고서 잠시 침묵했다.
나는 미소를 잃지 않고, 그녀가 입을 떼길 기다릴 뿐이었다.
“커플, 뭐하냐.”
“먼저들 내려가 있어.”
“뭐야! 왜 또 둘이서만 뭘 하는데에!”
우리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꼈는지, 황재빈은 아주 고맙게도 떼쓰는 윤희진을 데리고 나가주었다.
“폭력배. 생선구이집 이름 뭐야.”
“…해룡궁.”
“가자 최유성.”
“어….”
백설은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서 음식점 이름만 묻고 최유성과 같이 나갔다.
“리사야.”
“…응.”
나는 녀석들이 나가자마자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고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요새 내가 많이 걱정 돼?”
“…….”
알리사가 기숙사를 내 사진으로 도배해놓을 정도로 집착이 심해진 이유는 대충 알 것 같다.
아마도 오태식 사건이 발화점이었을 거다.
“아, 이건 그냥 내 짐작일 뿐이니까 아니면 그냥 아니라고 말해줘.”
알프레드와 면담을 나눌 때 내게 그런 말을 한 것도 심해진 집착으로부터 비롯된 불안감 때문일 거다.
…나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응…. 걱정 돼….”
“…오태식 사건 이후부터?”
“맞아….”
이번에도 내 어림짐작이었건만, 아무래도 적중한 모양이다.
알리사는 나를 보지 않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차마 나를 쳐다보지 못하는 듯했다.
“리사야.”
“미안….”
“응?”
알리사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계속 같이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그랬어.”
“응…?”
…사진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실직고를 시작했다.
내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가 사진 때문이라고 생각한 건가?
“눈치챘잖아….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했었는지….”
하기야.
내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법 하지.
“응. 눈치챘어.”
“…화낼 거야?”
알리사는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고서 내게 물었다.
그 모습이 꽤나 봐줄만해서, 내 장난기가 발동했다.
“응. 화났으니까 너 혼내주려고.”
“미,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울먹거리는 알리사를 와락 끌어안았다.
“대, 대용아?”
“오늘 하루만 여기서 재워줄 수 있어?”
“……!”
나는 그녀의 집착을 아주 효과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나는 오늘 그 방법을 확실하게 실행해주고 갈까한다.
“아무래도 혼내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진(眞) 흑염룡이 “이 새끼…!”라고 말하며 당신의 음흉한 계략에 감탄합니다!]알리사는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이야기가 끝난 후.
나는 알리사와 함께 지하 2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일행과 합류하여 점심을 먹은 뒤, 2시 직전까지는 지하 1층에 있는 오락실에서 시간을 때웠다.
“왔구나.”
“안녕하세요 대마도사님!”
“…지하로 내려가지.”
“네에!”
그리고 오후 2시 정각.
나는 대마도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는 핑계를 대며 윤희진을 데려왔다.
“대용아~.”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