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31
“리사 말고 다른 애들은 왜 안 오겠다고 한 거야?”
…그렇다. 진짜 딱 윤희진이랑 알리사만 데려왔다.
알리사는 내가 미래의 백설을 보러가기 위해서 자리를 비울 때, 바람잡이 역할을 해주겠다고 해서 데려왔지만….
백설은 혹시나 미래의 백설과 가까워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딱히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
“노는 게 더 좋아서 그런 거겠지.”
“으음…. 재빈이는 그렇다 치고 유성이랑 설이는 그럴 리가 없는데….”
그래서 그들에게는 따로 사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납득시키고, 지하 1층에 남도록 했다.
[지하 5층입니다.]아무튼, 우리는 면담을 명목으로 일단 지하 5층에 내려왔다.
그곳에 있는 편안해 인테리어의 상담실에서, 우리 세 사람은 알프레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녀석이 너도 구해줬구나.”
“네네! 그 날부터 수호자님처럼 되고 싶었어요! 지금도 방패를 사용하고 있고요.”
윤희진은 수호자의 동료였던 알프레드와의 대화가 즐거운 듯했다.
…이야기에 몰입한 지금이 타이밍이다.
“전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라.”
나는 화장실을 핑계로 상담실에서 나오는 것에 성공했다. 나오자마자, 연구원처럼 보이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강대용 생도 맞으시죠?”
“네.”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 연구원을 따라서, 나는 관계자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지하 6층부터는 연구 시설과 아티팩트 창고 같은 중요한 시설이 있기 때문에 관계자만 내려갈 수 있었다.
[지하 10층입니다.]그렇게 해서 내려온 지하 10층.
“…멀쩡해 보이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만…, 확실하게 몸속에 있는 세포와 마나는 점차 괴멸해가고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실험실 입구에서, 나는 책을 읽고 있는 미래의 백설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책에 집중하느라 실험실 밖에 내가 왔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듯했다.
“들어가 봐도 될까요?”
“네. 딱히 위험한 건 없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직원이 카드키를 대자, 백설이 있는 실험실의 입구가 자동으로 열렸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직까지도 그녀는 내가 들어온 것을 모르는지, 연구소 직원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백설.”
그래서 그녀에게만 들릴 만큼만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는데, 백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녀는 그제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ㄱ, ㄱㄷㅇ….』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짓더니, 눈물샘을 터뜨렸다.
그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내 품에 뛰어들 듯이 안겼다.
『ㅂㄱ…. ㅂㄱ ㅅㅇㅇ…. ㅇ ㅇㅈㅇ ㅇ ㄱㅇ…….』
“…….”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삼키는 백설.
나는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녀를 밀어내지 않고 도리어 등을 두드려주면서 달래줄 수밖에 없었다.
“…고생 많았다.”
미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그녀가 지금껏 나라는 놈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무척 힘들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
나는 미래의 백설에게 준비해 온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말을 하거나 글씨는 쓰는 건 못한다는 거지?”
백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세계의 간섭, 혹은 아즈모데의 시술로 미래의 정보를 발설할 수 없게 만든 듯 보였다.
“그래도 내 말을 알아듣는 거나 글씨는 읽는 데엔 지장은 없고….”
끄덕끄덕.
백설은 옅은 미소를 띤 채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내 질문을 할 테니까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아니면 고개를 흔들어 줘.”
나는 그렇게 말한 뒤, 본격적인 질문에 돌입했다.
“미래의 난…. 너를 버리고 대마신을 치러 갔어?”
『ㅇ! ㅇ ㄴㅃ ㄴㅇ!』
백설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더니, 어쩐지 조금 성난 듯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
“흥!”
…어쩐지 좀 미안해지네.
그렇다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순 없었기에, 나는 질문을 계속했다.
“…널 버린 미래의 난, 대마신 토벌에 성공했어?”
이번 질문엔, 백설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나 실패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설이 이 지경이 될 일도 없었겠지.
“너 말고 살아있는 녀석들이 있어? 윤희진이라던가, 황재빈이라던가.”
– 끄덕끄덕.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나는 준비해온 질문을 그녀에게 계속했다.
일단, 미래에서 백설만 살아남은 것은 아니었다.
황재빈, 윤희진, 이상은은 확실히 살았다.
하지만 최유성, 알리사, 그리고 나는 생사를 모른다고 한다.
“팔용사는 전부 괴멸했어?”
– 절레절레.
“전부 살았어 그럼?”
– 절레절레.
팔용사의 경우에는 알프레드와 윤세라를 제외한 모두가 죽는다고 한다.
길드 간 일어난 분쟁으로 서로 죽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대마신에게 대항하다가 전사했다고 한다.
“대마신은 팔용사 전원보다 강한 거야?”
– 끄덕끄덕.
도대체 대마신은 얼마나 강한 걸까.
마신 하나하나와 맞먹을 만한 힘을 지닌 팔용사 전원이 협력해도 쓰러뜨리지 못할 수준이라니.
“다음 질문은….”
…어쨌거나, 그렇게 질문을 계속하다보니 어느덧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고맙게도 백설은, 그저 날 만난 게 기뻤던 모양인지 이어지는 내 질문 세례에도 싫어하는 기색 한 번 보이지 않고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
“…고생했어.”
– 끄덕끄덕.
모든 질문을 마치고 나니, 오후 6시 반.
나는 미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짜야할 것인지 대강 감이 잡혔다.
“…과거의 너에게 힘과 기억을 넘겨주고 있는 게 맞는 거지?”
– 끄덕끄덕.
그것과 동시에, 미래의 백설의 죽음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개학식 직전에 백설에게 일어난 변화는 미래의 백설이 얼마 안 남은 자신의 생명을 깎아서 만들어 준 마지막 선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자세히 알 순 없었지만, 나는 어렴풋이는 알 것 같았다.
“약속할게.”
“…….”
“반드시…, 이번 세계의 너는, 네가 되지 않게 하도록 할게.”
“…….”
그렇기에 난 그녀에게 맹세했다.
백설의 미래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자가 되지 않게 하겠노라고.
대마신을 쓰러뜨리고야 말겠노라고.
『ㅇㅇ…?』
그 맹세를 마음속에 새기고 있던 그때, 백설은 갑자기 내 얼굴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내 눈가를 손가락으로 슥 쓸었다.
…눈물이 묻어 나왔다.
『울지 마 강대용….』
“백설…?”
그 순간, 백설은 갑자기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녀는 두 손으로 살포시 내 얼굴을 감쌌다.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는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어, 어떻게 말을.”
그녀는 내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할 수 있게 된 지금, 그녀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힘든 일이 많을 거야. 많은 사람이 죽어갈 거고, 분명 누구보다도 강한 네가 넘어지는 일도 있을 거야.』
나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
『그래도 좌절하지 마. 네 곁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되새기면서, 굳건하게 버텨줘. 그리고….』
내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기 위해.
『백설공주도 잘 부탁할게.』
그저, 해맑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Episode.61 : 다시 학교로
미래의 백설은 그 한마디를 끝으로 다시 벙어리로 돌아가 버렸다.
『…ㅇㅈ ㅇㅈㅁ.』
그녀는 나가는 나를 배웅해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덕분에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물론 마음이 편하다고 해서 시간이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너무 늦었네.”
노트에 적어온 질문들이 무척 많긴 했는데, 그게 설마 4시간가량 걸릴 줄은 몰랐다.
뭐, 어쩌겠는가.
혹여나 이미 미래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해도, 미리 여러 정보를 파악해둘 수 있는 건 큰 도움이 되는데.
심지어 내가 하는 말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사전에 부탁도 해놓아서 정보가 새어나갈 염려도 거의 없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4시간은 무척이나 싸게 지불한 거다.
[지하 5층입니다.]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올라가는 길에 윤희진과 알리사가 면담을 나누고 있던 지하 5층에 들렸다.
임모르탈리스의 지하 6층 아래부터는 전파도 차단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먼저 올라갔는지, 올라가지 않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다.
[알리사]– 우리 얘기 길어지고 있으니까 끝나면 말해
일단 지하에 있는 두 사람이나 나머지 녀석들에게서 따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즉, 조금 말도 안 되지만 아직까지도 알프레드와 윤희진의 면담은 진행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다.
“…무사태평했지. 너무 강한 바람에 위기감도 제대로 못 느끼는 녀석이었어.”
“역시!”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적중했다.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알프레드는 윤희진에게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윤희진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알프레드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있었다.
“…저 왔어요.”
“…이제야 왔나.”
“야! 어디 다녀왔어! 대마도사님이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셨는지 알아?”
윤희진은 이제 내가 화장실에 간다는 말을 아예 다른 장소로 가는 것으로 치부하는 듯했다.
뭐, 내가 어디 갔다는 건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았지만.
“자기야….”
“…….”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있던 알리사는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 그만 데려가 줘….”
설명충인 오빠와, 수호자의 광팬 사이에 끼었으니 많이 힘들었을 거다.
***
오늘 하루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오후 8시.
“…이 내용들이 전부 사실일까?”
“걔가 고개를 이상하게 끄덕이지 않았다면 사실이겠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최유성과 지하에 있는 카페에서 내가 적어둔 질문 노트를 보고 있었다.
“…11회차랑 너무 다르게 전개되는데.”
“맞아.”
최유성의 말대로 질문노트를 토대로 생각을 해보자면 이미 이야기의 전개는 [악마를 삼킨 회귀자]와 너무 달라져버렸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우리가 많이 노력해야겠네.”
“어.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흐름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앞으로 준비를 많이 해서 바꿔놓으면 될 터이다.
준비만 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이지만…. 일단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는 것을 앉아서 지켜보는 것보단 뭐라도 시도해보는 게 맞는 거다.
“그건 그렇고, 가족들은 괜찮냐?”
“국가 기관이랑 임모르탈리스 측에서 우리 집 주변을 계속 보호해주고 계셔. 물론…, 이것만으로 안심할 순 없겠지만.”
최유성은 보호조치를 받고 있음에도, 아마 의심이 되는 걸 거다.
혹여나 보호하는 사람들 중에, 신세계교의 신도가 섞여있을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어제까진 신세계교의 신도들은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오늘 인원에 교체가 있다면 혹시 또 모르지.”
“이제 슬슬 가봐야겠네.”
“그치.”
그나저나 이 녀석이 입양된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상당해 보인다.
그런데도 소설에선 언급조차 한 번 안 됐다니.
역시 좀 이상하단 말이지.
“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나는 오늘 여기서 하루 묵고 가니까.”
“고마워 대용아.”
“뭘.”
최유성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듯 보였다.
나도 녀석이 가면 바로 알리사에게 갈 생각이었으니 같이 일어나려고 했다.
“아, 희진이는 어쩔 생각이야?”
“…….”
그 순간, 녀석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알프레드의 진단 결과, 윤희진에게 걸린 현혹은 평범한 자극으로는 절대 풀 수 없다고 했으니 저렇게 말하는 거겠지.
“언젠간 풀 수 있겠지.”
뭐, 현혹을 풀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분명 언젠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막연한 희망을 품고, 나는 최유성을 배웅한 다음 곧바로 알리사의 방으로 향했다.
***
다음 날 아침.
“…으음.”
어제 조금 무리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은은한 라벤더 향이 금방 육체를 편안하게 해주었고, 나는 어찌저찌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끼익.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군침을 돌게 만드는 베이컨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일어났어 자기야?”
그 냄새를 음미하고 있는데, 알리사가 부엌에서 나를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