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35
“넌 가만히 있어 이상은.”
황재빈은 [폭열맹장]을 발동하여 거센 불길을 몸에 휘감았다.
“참고로 말해주겠는데, 나는 SHA의 3인자다. 그러니 미국 짱들인 너희가 나한테 지면 UHH의 수준은 한국 3짱 수준도 안 된다는 거겠지!”
“재빈아! 대화로 좋게좋게 풀면 되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데!”
이상은은 황재빈의 팔짱을 붙들고 말려보았지만 황재빈은 이미 싸울 생각이 만땅이었다.
애초에 황재빈은 녀석들과 대치를 시작할 때쯤에 단톡방에다가 시비 붙었다고 말해둔 상태였다.
“난 너한테 함부로 대하는 녀석들을 보고도 그냥은 못 넘어가겠거든!”
시비가 걸렸으면 무시할 게 아니라 몇 배로 되받아쳐주는 게 진정한 남자의 자세!
황재빈은 그렇게 생각하며 폭열맹장의 세기를 더더욱 높였다.
“FuXXing Monkey···!”
그런 황재빈을 보다 못한 붉은 머리의 여자는, 황재빈과 마찬가지로 비하하는 욕을 내뱉으며 방대한 마나를 내뿜었다.
“···스칼렛!”
“너한테 사정만 좀 들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프레이.”
스칼렛 플레처.
UHH의 차석인 그녀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화가 나면 쉽사리 말릴 수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애국심이 깊은 군인 가문에서 태어나, 애국심을 주입받은 그녀가 미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를 들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건 당연했다.
“I’ll kill you!”
“죽여버리겠다고? 죽여 보던가!”
결국 황재빈과 스칼렛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두 사람은 강대한 화 속성 마나를 몸에 두르고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다.
-싸움 났다!
-누가 말려야하는 거 아니야?
-경찰 불러봐 경찰!
주변에서 그들을 구경하던 시민들은 스마트폰까지 꺼내서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상은은 간절하게 외쳤다.
“둘 다 그만해! Stop! Hey guys! Please Stop her!”
“Shut up, Pray.”
그녀에게 있어서 최선은 나머지 다섯에게 스칼렛을 말려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입 닥쳐.”였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초면에 비하당한 게 상당히 기분이 나빴던 것이라고, 이상은은 예상했다.
퍽! 퍼억!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황재빈과 스칼렛은 마치 싸움닭이라도 된 것처럼 정신없이 서로를 때렸다.
“아, 안 돼···!”
이상은은 그 장면을 보면서 패닉에 빠졌다.
그녀는 방금 헤어졌던 황제의 길드원들에게 연락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또, 또 나 때문에 재빈이가 다쳐.’
어릴 적 있었던 황재빈에 대한 아픈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도.
황재빈의 오지랖이고 과잉대응이긴 했으나 결국 자신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어릴 적에 있었던 사건과 똑같았다.
퍼억─!
“하아···. 좀 치네.”
“Is that all you have? FuXXing Korean!”
“이게 내 전부냐고? 그럴 리가!”
몇 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황재빈의 얼굴이 곤죽이 되어가고 있었다.
‘못 이겨 재빈아···. 제발 그만해···.’
이상은이 알고 있는 한, 스칼렛은 무진장 강하다.
황재빈도 강하긴 하지만 그녀를 쓰러뜨리기엔 무리일 터였다.
퍼억─!!
“컥!”
“재빈아!!!”
그런 예상은 똑 들어맞았다.
스칼렛의 강력한 어퍼컷이 황재빈의 턱을 기어코 강타하고야 말았다.
황재빈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졌고, 스칼렛은 비릿한 조소를 머금고 황재빈에게 올라탔다.
“Talk to me again!”
퍽! 퍼억! 퍽!
눈을 시퍼렇게 뜬 스칼렛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황재빈의 얼굴을 무자비하게 짓뭉개기 시작한다.
이상은은 차마 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나, 나 때문에.’
사력을 다해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습한 기억의 공포가 그녀의 사고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상은은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굵직한 눈물을 뚝뚝 흘렸다.
퍽! 퍼억! 퍼벅!
계속해서 노골적인 주먹질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럴수록 이상은은 무력감에 휩싸일 뿐이었다.
‘미안해 재빈아···. 내가 미안해···.’
···그렇게, 과거의 그림자가 이상은을 좀먹어가기 시작하던 그때였다.
탁!
갑자기 살이 터지는 소리가 멎고, 주변의 소란이 잦아들며 적막이 찾아왔다.
‘뭐, 뭐야···?’
이상은은 천천히 얼굴을 떼고 스칼렛과 황재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대, 대요···!”
이상은은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친구가, 스칼렛의 손목을 붙들고 있었으니까.
“W···, Who are you?”
당황한 건 스칼렛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은 사람이 이상은과 똑같은 복장을 한 생도였다는 점에 무척이나 당황했다.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자신을 이렇게나 쉽게 막는 또래는,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까.
“···Me? I’m Dark Flame Master.”
자신을 ‘다크 플레임 마스터’라고 소개한 사내는 스칼렛의 손목을 더욱 꽉 쥐었다.
“아악!”
스칼렛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뭐, 뭐냐 이 남자는···!’
···이리도 강력한 힘이라니.
UHH의 전교 수석 말고는 이런 느낌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다.
물론 그녀가 그런 기분을 느끼거나 말거나, 사내는 차분한 눈동자로 스칼렛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뇌까릴 뿐이었다.
“I clean up after my friend.”
UHH 수석과 필적한 힘을 가진 사내.
그 사내는 바로 현 SHA의 1학년 차석, 강대용이었다.
Episode.63 : 두려움
사건의 흐름을 알고 있던 나는, 코톡을 보자마자 초능력 구속구를 반납한 다음 워프게이트를 타고 인천으로 부리나케 왔다.
아니나다를까, 황재빈과 UHH 일원 중 한 사람이 주먹다짐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황재빈이 쓰러진 걸 보아하니, 승세는 이미 UHH 쪽으로 기울여진 듯했다.
“영원불멸의 어둠이여! 나의 절대적인 명에 복종하여 지금 이 몸에 깃들어라!”
[진(眞) 흑염룡이 오랜만에 실전이냐며, 당신에게 영원한 어둠을 선사해줍니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흑염룡까지 해방하여 달렸다.
···나는 알고 있다.
황재빈은 이곳에서 얼굴이 퉁퉁 붓도록 처맞고 이상은은 커다란 트라우마에 씌어 밝은 모습을 잃게 되는 것을.
1학년 에피소드 중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몇 안 되는 에피소드라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상황이 완성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진압해야만 한다.
[진(眞) 흑염룡이 아티팩트로 획득한 그 기술을 사용하라고 당신에게 말합니다!]“···바람이여.”
그렇기에 나는 최상급 질주 기술을 발동했다.
슈우우-!
순간적으로 주변에 보이던 사물들의 움직임이 느릿해진다. 곧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다.
휘오오오!
단지, 내가 세상보다 너무나도 빨라진 것일 뿐이지.
『바람이 내가 되고, 내가 바람이 된다.』
최유성의 독백이, 절대로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속도.
그 속도로 순식간에 군중들을 비집고 들어간 나는, 황재빈을 주먹으로 내려치려는 붉은 머리칼의 여자를 저지할 수 있었다.
팍!
이것이 바로, [헤르메스의 발걸음].
습득 초기엔 쿨타임도 길고 몸에 부담도 많이 되는 기술이지만, 가면 갈수록 그런 페널티나 한계가 점차 해제되는 성장형 기술이다.
음속을 돌파한 속도로 달리는 것은 물론 내 기척을 완전히 지우기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기 적합했다.
“그만들 싸워.”
“······.”
아무튼 나는 붉은 머리칼, 스칼렛의 손목을 잡고서 내 정체를 밝혔고 손아귀의 힘을 조금 더 주는 것으로 손목을 부러뜨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What are you doing···?”
“···혹시 못 알아들었으면 영어로 다시 말해줄까? 근데 너 한국말 잘하잖아.”
스칼렛은 내가 자신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는 부분이 무척 의아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 반응을 보곤 일부러 당당한 웃음을 흘렸다.
“스칼렛 플레처. UHH 그레이드1 C클래스, 전교 석차 2등의 실력자. 마나 속성은 화, 검과 활 두 가지 무기를 능숙하게 다뤄 전위와 후위를 넘나들며, 이런 주무기의 이점 말고도 강력한 재능과 기술들을 고루 갖춘 천재지.”
“······!”
내가 스칼렛에 대한 정보를 술술 읊자, 스칼렛은 물론이고 그들과 같이 온 다섯 명 중 네 명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
“나는 훗날 강한 영웅이 돼서 활약할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한 번만 더, 네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말할게.”
그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나는 최대한 사악한 웃음을 띤 채 녀석에게 말했다.
“Stop fighting, Scarlet.”
다시 한 번 이어진 내 경고에 스칼렛은 줄곤 힘을 주고 있던 팔에서 살짝 힘을 뺐다.
그녀의 푸른 바다 같은 홍채에서 형용할 수 없는 격분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What’s your name?”
“나? 다크 플레임 마스터라니까?”
“진짜 이름 뭐냐고.”
그녀는 영어로 한 번, 한국말로 한 번 내 이름을 물었다.
아무래도 다크 플레임 마스터라는 별명보다는 내 본명을 듣고 싶은 듯했다.
“강대용.”
“······!”
그래서 말해줬다.
한데 어째서인지 스칼렛은 무척이나 놀랐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보곤, 뭔가 뒤늦게 깨달았다는 어투로 말했다.
“그렇군. 이 비늘로 덮인 손···, 네가 강대용이었군.”
“그래.”
“SHA 테러에서 포로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뛰어든 영웅의 귀감. 초신성처럼 등장한 한국의 유망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동 슈퍼루키.”
···근데 뭐냐, 저 오글거리는 별명들은?
이 녀석 분명 미국인이잖아. 혹시 저쪽에서도 내가 어느 정도 알려진 건가?
젠장. 국제적으로 매장됐구나 나는···.
“그런 네가 직접 싸움을 제지했다면···.”
어쨌거나 다행히 그녀는 차츰 화를 식혀가는 듯했다.
가팔랐던 호흡은 가라앉고 눈빛도 누그러졌다.
“좋아. 네 말대로 싸움은 그만두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칼렛의 손목을 놓았다.
스칼렛은 손목을 몇 번 주무르곤, 울고 있는 이상은과 두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르고 있는 황재빈 쪽을 내려다보았다.
“벨라.”
“응 스칼렛.”
그녀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의 일행 중 풍성한 백금발의 여생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답했다.
“저 양아치를 치료해 줘.”
그녀가 부탁하자 백금발의 여생도는 살짝 꺼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재빈의 얼굴에 손을 대고서 황금빛 마나를 방출했다.
스스스···.
부어올랐던 황재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가라앉는다.
원작에서는 이런 조치도 안 취해주고 그냥 가지만, 내가 난입해서 치료를 해주는 방향으로 바뀐 것 같다.
물론 치료를 해준다 해도, 원작대로라면 이쯤에서 그분들이 들이닥칠 터인데···.
“전원! 머리 위로 손들어!”
역시나. 사람이 이렇게나 주변에 몰렸는데 경찰이 안 올 리가 없지.
나는 일단 잘못이라곤 여기서 싸움을 말린 것밖에 없지만 순순히 양옆으로 손을 들었다.
내 모습을 본 스칼렛을 비롯한 나머지 녀석들도 두 손을 들어올렸다.
“아침댓바람부터 싸움질이라니···.”
경찰 다섯 명은 인상을 찌푸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들은 평범한 경찰이 아니라 초능력이나 도어, 마물 관련된 사건들을 처리하는 특수경찰들이다.
즉, 저들도 모두 초능력자란 얘기였다.
“···보아하니 패싸움을 한 건 아닌 것 같고, 싸운 녀석들은 누구누구냐?”
물론 저들은 과잉진압은 하지 않을 터였다.
일단 시민들이 사건에 휘말린 것도 아니고, 다친 사람도 현재로썬 황재빈과 스칼렛 뿐이니까.
“저와 쓰러져 있는 저 녀석입니다.”
스칼렛은 벌러덩 누워있는 황재빈에게 턱짓을 하며 무덤덤하게 고했다.
경찰관은 스칼렛과 황재빈을 잠시 번갈아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희 둘을 특수폭력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우리를 조사하던 경찰이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경찰들이 두 사람에게 수갑을 채웠다.
***
황재빈과 스칼렛은 호송차를 탔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녀석들도 증인 신분으로 같이 다른 호송차에 올랐다.
[백설]– 아니 진짜 미쳤나봐;
– 그러게 왜 갑자기 거길 가서 같이 끌려가?
[윤희진]– 대용이한테 안 보여줄 걸 그랬나
– 진짜 너무 오지랖이 넓어서 탈이야 대용이는···
[리사♥]– 허니 조사 무사히 받고 와… ㅠㅠ
– (오리가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
나는 단톡방에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황재빈과 스칼렛이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말리다가 증인 신분으로 같이 경찰서로 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보낸 톡을 본 녀석들은 황당해했다.
동시에 나와 황재빈, 그리고 이상은을 매우 걱정해주었다.
“모두 내려라.”
어쨌든 그렇게 녀석들과 톡을 하다 보니 어느새 경찰서에 도착했다.
나는 호송차에서 내리면서 녀석들에게 안심하라고 톡을 남긴 뒤 경찰을 따라 경찰서에 들어왔다.
황재빈과 스칼렛은 직접 폭력을 휘둘렀기에 다른 경찰관에게 갔고, 나를 포함한 7명은 증인신분으로서 다른 경찰 앞에 앉았다.
“자, 그럼 이제부터 조사를 시작할게.”
경찰의 말에 UHH의 녀석들과 나는 동시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경찰은 한숨을 쉬더니 우리에게 물었다.